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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연산 횟감을 즐기는게 취미예요"
누가 들으면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들이 식도락을 즐기는 고상한 취미쯤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손에 비린내 묻혀가며 낚시하다 돌아올 땐 피곤한 몸으로 직접 잡은 횟감으로 그날의 회포를
푸는 낚시꾼의 이야기입니다. 결코 고상하지 않은 취미, 하지만 아무나 먹을 수 없는 자연산 만찬을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취미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제주도 차귀도 낚시 뒷풀이로 맛있는 이야기 전해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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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낚시] 인당 7천원에 아무나 못먹는 자연산 만찬을 즐기다.(긴꼬리벵에돔, 따치회)
아내가 미끼를 끼우기 위해 갯바위에 놓인 크릴을 고르고 있다.
이 날은 2박3일 제주도 원정 낚시 첫날. 제주도 서쪽에 위치한 차귀도로 오후 출조를 나갔습니다.
한낮인데다 셋바람(동풍)이 불고 물이 빠지고 있어 많은 기대는 할 수 없는 조건이지만 내일을 위해 워밍업으로 짬낚시를 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조과에 대한 기대감도 많지 않았습니다. 정말 마음을 비우고 낚시한다는건 이런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
다소곳하게 꿰어진 크릴을 쳐다보며 주문을 외친다. "한마리만 나와봐라!" 라고..
이날 잡어의 성화에 시달리다 드디어 입질받은 아내
지금 받은 저 입질이 이 날 마지막 입질이 되었습니다.
멀리 철수배가 오는 상황에서 아내는 대를 세우고 파이팅을 합니다.
"에게게~~씨알이 너무 잘다"
씨알은 잘지만 일반 벵에돔도 아닌 긴꼬리벵에돔이라는데 약간의 위안을 삼아봅니다. 서둘러 정리를 하고..
제주 차귀도에서 낚시를 마친 뒤 철수하면서
요트위에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과 저 멀리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해지는 역광에서의 낚시풍경은 그야말로 그림 같았다.
철수 후 우린 저녁을 먹기 위해 근처에 있는 한 음식점에 들렀습니다.
이날 우리부부가 오후출조에서 잡은 조과입니다. 이것을 주방에 보여준 후 1인당 얼마에 조리해 줄 건지 가격 흥정을 합니다.
비록 큰 씨알급은 없었지만 낚시여건을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은 조과였습니다.
가이드님도 우리부부에게 물회를 맛보게 해주겠다며 옆에서 열심히 자리돔과 어랭이를 잡아주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정말 어종 백화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하게 잡혔습니다. 이제 이것들이 전문가의 손을 거쳐 어떻게 탄생하게 될지 볼까요. ^^
포하나 뜨는데 정말 순식간이였다. 저 손놀림을 보라!
메뉴판을 보시면 "잡은 생선으로 조리시 회 + 튀김 + 매운당 = 1인 6,000원" 이라고 씌여져 있습니다.
이곳 음식점들은 저마다 낚시배를 운영하고 있는데 원래는 자기배 손님에 한해서만 저 가격으로 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린 다른 배 손님이기도 하고 또 이왕 해주시는거 좀 더 신경써서 해달라고 해서 1인당 7,000원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물론 주류는 제외품목입니다. 이제부터 인당 7,0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자연산 만찬이 나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보게 된 한라산 소주, 그동안 제주도와 인연이 없었긴 없었나보다
어랭이 튀김
어랭이란 용치놀래기, 황놀래기, 어랭놀래기와 같은 놀래기류를 통칭하는 사투리입니다.
주로 관광객들을 위한 낚시대상어인데 전문 갯바위 꾼들에겐 미끼도둑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 날은 이것들도 튀김으로 맛보고자 고스란히 담아왔습니다.
밀가루를 묻혀 튀겨낸 어랭이는 곁은 바삭하고 속살은 아주 담백한 흰살생선 튀김이였습니다.
차귀도에서 낚시로 마련한 모둠회
드디어 이 날 우리부부가 잡은 모둠회 등장입니다. 이 모둠회 구성, 어디가도 쉽게 꾸릴 수 없는 조합입니다. ^^
위에서 부터 긴꼬리벵에돔, 벵에돔, 말쥐치, 독가시치 순으로 나왔다.
제주에선 따치라 불리는 독가시치와 말쥐치, 벵에돔, 그리고 긴꼬리벵에돔으로 구성된 모둠회입니다. 이 정도면 꽤나 화려한 멤버들입니다.
이 중에서도 최고 고급어종을 꼽으라 한다면 단연 긴꼬리벵에돔!
일반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을 한자리에 놓고 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 때깔부터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일반 벵에돔도 충분히 맛있는 횟감이지만 돌돔과 견준다던 긴꼬리벵에돔에 비할바는 못할 것입니다.
물론 씨알들이 다 고만고만하다 보니 제대로 깊은 맛을 느끼기엔 역부족이지만 말입니다.
캬~ 이 때깔 좀 보십쇼!
이게 회 맞습니까? 그냥 바다에서 나는 고기지 ^^
인당 7천원을 떠나서 이런걸 먹을 수 있다는거 자체가 참으로 행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도 처음엔 회맛이 다 그게 그건 줄 알았다가 바다낚시를 시작하고 나서 부터는 직접 잡아먹어버릇 하다 보니 왠만한 횟집의 회로는
만족할 수 없는 간사한 입맛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지 모르지만 몇 년전에 추석특집으로 방영했던 MBC 스폐셜 "자연산" (저는 이 시리즈를 아예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횟집과 일식집을 운영하는 사장님들끼리 모여 앉아 자연산 대광어를 잡아다 먹는 광경을 봤습니다.
우리가 횟집엣 먹는 광어는 99%가 양식산이고 기껏해봐야 1~2년산 밖에 안되는걸 출하하기 때문에 60cm가 넘어가는 자연산 광어의 두께와
깊은 맛을 따라올 수가 없습니다. 여기선 무려 6Kg가 넘는 광어를 드시는데 그 장면이 어찌나 부러웠던지.. 횟집과 일식집을 운영하는 사장님들
이라지만 실은 부경대 생선회 전문과정을 수료한 이들이기에 회에 대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인들인 샘입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이 자연산 광어회를 먹고나서 말하는 표현들은 당시의 저로선 그렇게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자연산은 씹을 때 뒷맛이 단맛이 받치고, 이걸 감칠맛이라고 하는데 매우 담백하다."
"양식은 떫은 맛이 나고 자연산은 해초 같은 그런 향이 난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이 말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실제로 이런 회를 먹다가 횟집에서 먹어보면 떫은 맛이 확연히 느껴지는데
입맛이 정말 간사해지는 건 아닐까 심히 우려되는 ^^;
(물론 횟집의 모든 양식어가 다 그러건 절대 아닙니다. 어째서 회에서 떫은 맛이 나는지, 떫은 맛이 나는 양식산들의 공통점은 있는지 알아보고
포스팅을 해보고 싶으니깐요.)
평소 회를 먹을 때 쌈에 싸서 먹진 않지만 사진빨은 쌈을 따라올 수가 없다. ^^;
회 먹느라 밥과 밑반찬엔 손이 안갑니다. 물론 이것들도 가격에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여기까지 젓가락이 미칠 여유는 없습니다.
네가지 회 중 가장 인기가 좋은 회는 무엇인지 저 사진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회가 없어지는 순서는 말쥐치 - 독가시치 - 긴꼬리벵에돔 - 벵에돔 순이였는데 맛으로만 따지자면 긴꼬리벵에돔이 가장 우수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젓가락이 가는 건 말쥐치와 독가시치(따치)회였습니다.
이유는 선도와 관련이 있는데 벵에돔 종류는 제가 낚시를 시작하고 나서 초반에 잡은 것들이 많았고 말쥐치와 독가시치는 철수하기
1시간 전쯤에 잡아서 거의 활어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날 수록 살이 물러지는 벵에돔의 특성도 한몫했던거 같습니다.
반면에 독가시치와 말쥐치는 살점 자체가 탄력이 좋아 씹을때의 쫄깃쫄깃한 식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제주도 명물 자리돔 물회
오늘 우리부부를 보필해 주신 가이드님께서 자리돔 몇 마리 낚아주신 덕에 이걸로 물회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맛은 긴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아주 끝내줬습니다.
이 물회도 집집마다 양념이 달라 호불호가 갈리는데 제주도 토박이신 가이드께서도 만족할 정도니 확실히 인증된 셈입니다.
물론 서울 촌놈(?)인 저희부부는 말할것도 없구요. 일단 한입 먹어보니 서로 고개가 절로 끄떡그떡해지는..
된장 베이스의 양념이지만 새콤달콤한 맛의 밸런스도 아주 좋았습니다. 그야말로 퍼펙트에 가까운 양념.
마무리는 매운탕
솔직히 매운탕 맛은 잘 기억이 안납니다. ^^; (메모를 해놨어야 했는데 너무 심취해서 먹다보니 깜빡했어요.)
그리고 배가 너무 불러 먹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흡사 차돌박이를 연상시키는 듯한 긴꼬리벵에돔회
잘근잘근 씹히는 저 섬세한 조직이 일반 벵에돔에 비해 더 쫄깃했던..
하지만 꽤 남아버려서 매운탕에 풍덩하고선 샤브샤브로 해치웠습니다. ^^
이 날 아내와 함께 먹어본 횟감을 가지고 순위를 정하였는데 역시 잡은지 얼마 안된 말쥐치가 단연 최고였고 그 다음으로 아내는
긴꼬리벵에돔회를, 저는 독가시치회를 꼽았습니다. 아내는 독가시치회를 먹을 때 첨엔 몰랐다가 계속 먹다 보니 특유의 향이 올라옴을
느끼고선 그때부턴 살짝 부담스러워 하더라구요.
인당 7천원의 행복, 그것은 낚시꾼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만찬이였습니다.
그동안 낚시가 힘들때 마다 "낚시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여러번 했습니다만, 이렇게 다른 곳에선 쉽게 먹을 수 없는 자연산 음식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낚시꾼으로서의 행복입니다.
"취미에서 행복을 느낄때 삶도 행복해집니다."
식사를 마친 우리일행은 날이 저물자 곧바로 밤낚시를 하기 위해 이동합니다.
이 날은 공항에 도착한 이후로 잠자리에 들기전까지 낚시 강행군을 펼쳤습니다.
동풍은 점점 강해지는 가운데 어두컴컴한 방파제서 머리카락을 날리며 낚시를 시작합니다.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바람과 파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누가 이런 날씨에서 낚시를 할까? 예상대로 아무도 없는 쓸쓸한 방파제에서 우리부부는
낚시대를 하나씩 쥐고 들어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뭘 낚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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