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매물도 야영 낚시(2) - 절정의 묘미를 만끽(회무침과 물회, 전갱이 낚시)


    만원 빵으로 최대어 시상을 걸고 소소하게 시작한 매물도 야영 낚시.
    함께 한 블로그 독자님 세 분은 두룩여 직벽자리에 하선하고 우리 부부는 소매물도의 마당여 안통 자리에서 낚시를 이어나갔습니다.
    오후 1시에 출항하는 배를 타고 들어가 낚시 준비를 하니 2시가 조금 넘는 시간. 여기서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날 오전 10시에 철수하는 일정이기에
    체력안배를 잘해야만 합니다. 짙은 해무에 뜨거운 햇살은 피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후덥지근한 날씨와 음산하고 축축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불쾌지수가 상당히 올라갈 만한 날씨예요. 썰물이 진행 중인 대낮에는 굳이 무리하면서 낚시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그래서 제 낚시 계획은 낮에는 좀 쉬고 초들물이 받치는 해 질 녘부터는 쓸만한 씨알을 위주로 낚시하고요. 밤이 되면 40이 넘는 긴꼬리 벵에돔이
    물어주리라는 기대 속에 하다못해 대전갱이라도 물어주길 바라면서 나름대로 계획을 짜 놨습니다.
    그런데 낚시란 게 예상대로 흘러가 줬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요? 예상을 깨고 한낮부터 긴꼬리 벵에돔의 입질이 이어졌습니다.
    대낮부터 땀을 뻘뻘 흘려가며 낚시하려니 힘도 부치고 해서 잠시 쉬고 있는 동안 아내는 연신 벵에돔을 뽑습니다.





    33cm급 벵에돔을 추가한 아내

    또 한 마리 추가하는 아내. 벵에돔과 긴꼬리 벵에돔이 번갈아가며 물고 있는데요.
    무는 수심은 좀 전까지 4~5m층이였는데 해가 기우면 기울수록 어째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채비를 던진 후 30초 안에 입질 받은 적이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40초에서 1분 이상 기다려야 입질이 들어오는 패턴입니다. 


    채비를 아시아 LC 제로 알파로 변경했다.

    해가 기우면서 씨알 급 벵에돔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웬일인지 연신 물어대던 벵에돔은 갈수록 약아지고 입질 빈도도 떨어집니다.
    한 번은 저에게 평범한 입질이 왔는데 씨알이 그리 크지는 않았는데도 원줄이 힘없이 터지면서 애꿎은 찌를 분실했습니다.
    그때 사용한 찌는 0c였는데 발 앞 포말과 너울에 휩쓸리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뜰채를 들고 찌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려 보지만, 결국 찾지 못해 새롭게 꾸린 채비는 쯔리겐 아시아 LC로 제로 알파 부력이에요.
    조수우끼고무는 L사이즈를 채결하고 봉돌은 좀 전의 채비와 같은 g5번을 물려 낚시를 이어갑니다.

    아시아 LC는 기존의 아시아보다 중량감이 늘어 원거리 공략에 좋은 찌예요. 원래는 해가 지면서 가까운 곳을 공략하고 밤이 되면 갯바위 벽면에 완전히
    붙여서 대물 긴꼬리 벵에돔을 사냥해 볼 생각이었는데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이곳 포인트 특성이 때문인지 발 앞 가까운 곳에서 벵에돔을 걸어내기가
    매우 까다로운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벵에돔을 잡은 것도 대부분 20m 전방, 가까우면 15m 앞으로 발 앞에는 늘 상주하는 인상어 무리가 있어 미끼넣기가
    무섭게 털리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손바닥 만한 깻잎 참돔까지 극성을 부려 여차하면 원투 공략을 해 보려고 합니다. 


    상사리급 참돔을 낚은 아내

    입질 받는 순간에는 정말 깜짝 놀랐답니다. 원줄을 시원하게 가져가 씨알 급 벵에돔인 줄 알았는데 꾹꾹 하던 힘이 초반에만 그쳤다며, 참돔 씨알에
    아쉬워 하는 모습입니다. 저도 아내와 더불어 몇 마리 낚았지만, 사진은 생략하고요. 이제부터 잡히는 녀석은 저녁 찬거리로 쓸 계획입니다.

    그나저나 날씨가 엄청 덥네요. 짙은 해무와 수증기에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원래는 백숙을 해 먹으려다가 찜통더위에는 안 맞을 거 같아 메뉴를 급선회하여 준비한 게 있습니다.

    "오늘의 야영 낚시 저녁 메뉴는 회무침과 물회. ^^"

    저는 준비한 재료를 냄비에 붓고 갯바위에 앉아 횟감을 기다리기로 합니다.
    지금부터 잡히는 녀석들로 회를 칠 건데요. 아내가 빨리 잡아 주기를 바라면서 한 손에는 칼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며 보채고 있습니다. ㅎㅎ

    "아내야. 더도 말고 쓸만한 놈 두 마리만 낚아줘"

    오케이 사인을 받은 아내. 이제부터 횟거리 장만에 들어갑니다. 쓸만한 씨알 두 마리만 잡으면 미션 성공입니다.
    크릴을 꼽아 30m가량 캐스팅한 아내.

    "힘이 남아 도나 보네. 너무 멀리 친 거 아냐?"

    그러자 전방 20m까지 살살 끌어와 거기서 흘립니다. 곧바로 밑밥을 두 주걱을 던져 놓고요.
    한 덩어리는 찌를 맞추고 한 덩어리는 왼쪽으로 2m나 비켜서 떨어졌습니다. 찌를 맞춘다고 해서 밑밥 동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분상 아내는 맞추지
    못한 것에 대해 '에잇~'하며 아쉬워합니다. 그리고 발밑에다 밑밥을 치니 시커멓게 몰려드는 인상어들. 무섭네, 무서워.

    건너편에 내린 팀들은 철수 준비를 하나 봅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고개를 돌려보니 아내의 "왔다." 소리와 동시에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집니다.

    "이왕이면 긴꼬리로 잡아라"

    풋.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되냐? 하는 듯한 아내의 표정이 스치면서 발밑에 파고드는 녀석을 구슬려 들어뽕을 합니다.


    30cm급 벵에돔으로 횟감 마련에 나선 아내

    "야야~ 긴꼬리로 잡으랬자나"

    제 말에는 콧방귀도 안 뀌는 듯, 아내는 제게 와서는 낚시하는데 방해되니깐 옆에서 조용히 손질이나 하라며 벵에돔을 주고 갑니다.
    이런 이런. 남편 말이 하늘이거늘!!!

    확실히 저녁이 되니깐 평균 씨알은 낮에 비해 좋아지기는 했는데요. 우리가 원하는 사짜는 보이질 않습니다.
    건너편 좌우 측에서 낚시하던 팀들은 낚싯대가 잠잠하네요. 어라? 한 분은 낚싯대를 놓고 그냥 앉아만 있네요. 이 시간에.  
    산소맨님, 밥곰팅님, 최필님이 내린 두룩여는 많은 야영 낚시꾼들로 무너질 것만 같았습니다.
    이곳에 우리가 내린 뒤 한 시간쯤 지났을까? 통영과 거제도에서 들어온 낚시 유어선들이 엄청난 야영객들을 싣고 두룩여에 내려주는데 도대체 몇 명이나
    내리는지 모르겠습니다. 함께 한 일행들은 무사할까? 하는 걱정이 앞서고요.(후일담을 들어보니 섬이 워낙 큰데다 서로 간에 포인트 이동이 안 돼 
    문제는 전혀 없었다네요.) 그리고 또 한 척은 우리를 보더니 확성기로 "에이 자리가 없네!"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요즘 매물도에 야영 낚시꾼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오나 보네요.


    잠시 후 아내가 왔다! 를 외치며 낚싯대를 세우는데 '이번엔 씨알 좀 된다'고 합니다.

    "낚싯대를 좀 더 위로 들어. 그래야 자세 나온다"

    제 말을 전혀 듣질 않네요. 낚싯대를 들어야 제압이 쉽다고 했는데 그렇게 하면 벌서는 기분 같아 싫다며 자기 방식대로 하겠답니다.
    그리고 갯바위에서 조언해 주는 건 좋은데 너무 이러쿵저러쿵 하면 잔소리 같다고 그냥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라고 합니다.
    사실 그것 때문에 우리 부부는 갯바위에서 부부 싸움을 종종 했거든요. 아마 그것은 아내가 낚시 준비를 스스로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아내가 채비를 꾸릴 때 제가 줄과 찌 선택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그것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사실 아내의 조과가 좋았던 이유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라던가 그런 것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감'이라고나 할까요?
    그 '감'이 저와는 다른 감인데 결과적으로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감이 맞아들어가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채비의 구상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채비 구상과 봉돌의 가감에 대해 제가 옆에서 조언해 주고 있지만, 그것까지도 아내는 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100% 자기 생각과 판단으로 고기를 낚아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걸까요?
    다른 이의 도움으로 고기를 낚으면 성취감이 반감되나 봅니다. 물론 옆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게 있으니 자신감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채비에 대한 조언도 일절 하지 않고 낚시를 시켜보려고요. 그랬을 때 과연 지금만큼 잡을 수 있을까? ^^ 

    이 말을 아내에게 해주었더니 기를 쓰고 반발하네요. ㅎㅎ


    30cm를 오버하는 긴꼬리 벵에돔, 매물도 야영 낚시 중

    "입질 수심층이 어때?"
    "음. 한 5~6m 정도에서 들어온 것 같아.'
    "입질은 시원해?'
    "응. 그냥 확 가져가네"


    이로써 아내의 횟감 마련 미션은 가뿐히 성공.
    다음 출조 때는 시간을 재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왕이면 작은 상품도 걸고요. 아주 재밌게 놀죠? ^^;


    벵에돔 한 마리와 긴꼬리 벵에돔 한 마리로 맛있는 회무침 + 물회를 만든다.

    날도 후덥지근한데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물회로 입가심하고요. 밤낚시로 넘어가겠습니다.
    지금 회를 뜬 녀석들은 불과 수 분 전만 해도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치던 벵에돔이에요. 이보다 싱싱한 회가 세상에 또 있을까요. ^^
    살 때깔도 너무 곱지 않나요? 썰면서 저도 모르게 군침이 막 넘어갑니다.


    집에서 다듬어 온 채소 위에 회를 얹고 양념을 끼얹습니다.
    양념은 저만의 '감'으로 만든 특제 소스. 양파 반개와 여러 양념을 갈아서 회무침 + 물회 양념을 만들어 왔어요.
    회무침과 물회 양념은 한 가지 빼고 똑같습니다. 그것은 참기름인데요. 회무침에는 참기름이 들어가지만, 물회에는 참기름이 안 들어갑니다.
    저의 계획은 회무침을 먹다가 반쯤 남았을 때 얼음물을 붓고 물회로 훌훌 말아먹는 것이었어요. 그러려면 참기름을 뺀 양념으로 준비해야 할 겁니다.


    이것이 야영 낚시의 백미이자 궁극의 새참인 냄비 회무침

    회무침, 물회 반반 세트예요. 그런데 저녁이라 고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서 곧바로 먹질 못했습니다.
    이대로 잠시 놔두고요. 저는 다시 고기 잡으러 갑니다.


    한 시간 뒤 날이 완전히 졌습니다. 이제는 벵에돔 입질도 뜸하고 전갱이 새끼가 붙어 버려 낚시가 힘들어졌습니다.
    잠시 밑밥 치는 걸 중단할 겸 회무침을 먹습니다.


    이것이 입질의 추억표, 냄비 회무침

    "자. 아~~ 해보세요. ^^"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회무침을 먹은 적은 처음"

    야영 낚시니깐 당연히 맛있을 것이라는 심리적인 측면을 제쳐두고라도 이 양념장 누가 만든 것인지 좀 짱입니다. ㅎㅎ
    오늘따라 자뻑이 심한가요? ^^; 


    갯바위에서 영국에서 날라온 기네스와 함께 먹는 냄비 회무침!

    사실 기네스는 제가 좋아하는 맥주는 아닙니다. 기네스 특유의 누룽지 탄 맛이 나서 말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맥주는 하이네켄 다크.
    기네스는 그냥 상징적인 의미로 한 캔만 챙겨왔습니다. 일종의 촬영용 소품이랄까요.
    그래도 매물도 갯바위에서 먹는 한여름밤의 흑맥주. 환상적이긴 하네요. 아우~ 고기 안 잡혀도 좋으니 늘 지금과 같아라 ㅎㅎㅎ
    는 거짓말이고요. 곧 있으면 또 다른 낚시가 시작될 겁니다.


    회무침을 먹다 갈증 나면 이렇게 물회로 말아서 먹는다

    회무침을 반쯤 먹고 얼음물을 부으면 물회가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있는데요. 물을 부으면 간이 싱거워지므로 여분의 양념장을 남겨뒀다 부어주면 간이 맞습니다.
    초고추장이 있으면 그걸 좀 섞어도 됩니다. 얼음물은 편의점에서 3천 원짜리 파는 걸로 사세요.
    날이 워낙 더워 몇 시간 지나면 반은 물이고 반은 얼음이 되어 있을 겁니다. 그걸 그대로 부으시면 됩니다.



    "가슴 속을 후벼 파는 이 시원함, 그리고 새콤달콤한 상쾌한 맛"

    이걸 좀 마시니 무더위가 순식간에 가버리네요. 힘도 좀 나고요.
    한 모금 쭉 들이키니깐 저도 모르게 캬~ 소리가 납니다. 이제 식사를 해야죠.


    물회에다 햇반을 부어 말아 먹습니다. 이게 보기에는 좀 그래도 무쟈게 맛있거든요. ^^
    회도 30cm가 넘는 걸 두 마리나 썰어 넣으니 둘이 먹기에 양이 벅찰 정도. ㅎㅎ


    입가심은 파인애플

    야영 낚시는 체력 소모가 많아 비타민,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 줘야 뒤탈이 나지 않을 겁니다.
    단백질은 회로 충분할 것이고, 과일로 비타민을 충전한 다음 밤 낚시로 돌입합니다.
    마침 일행들로부터 대전갱이가 붙었다는 문자에 서둘러 채비를 바꿉니다.


    밤 9시, 전갱이 낚시 삼매경에 빠진 아내

    지금 시즌, 매물도 야영 낚시에서 노릴 수 있는 어종은 세 가지 정도인데요. 
    가장 만만한 것은 슈퍼 전갱이 마릿수고, 포인트에 따라 참돔을 노리거나 긴꼬리 벵에돔을 노리기도 합니다.
    우리가 선 이곳은 참돔이 낚일만한 포인트는 아닌 것 같아서 4짜 이상 긴꼬리를 노리기 위해 채비를 튼튼하게 꾸렸습니다.
    기존에 사용했던 1호대는 아침에 써야 하니 그대로 두고 1.75호 낚싯대만 새로 꺼내 채비를 꾸려봅니다.

    <<밤 낚시 채비>>
    1.75호 낚싯대 - 4000번 릴 - 4호 원줄 - B 전자찌 - 직결 - 3호 목줄 2m - 감성돔 바늘 5호


    물론 전갱이 낚시는 1호대로도 충분하므로 기존에 사용하던 채비로 했고요. 밤 낚시 채비는 이따 새벽에 대물 긴꼬리 벵에돔을 노릴 용도입니다.
    전갱이 낚시도 원래는 제로찌로 노리면 더 좋았을 텐데 이날 챙겨온 전자찌가 B와 5B밖에 없었어요. 전갱이도 수면을 날아다니는 상황이고, 긴꼬리가
    붙어도4~5m 층에서 물 거 같아 제로찌로 하면 좋은데 할 수 없이 B찌를 달았습니다. 그런데 봉돌은 안 물렸습니다.
    B찌를 다는데 봉돌을 하나도 안 물리고 낚시를 한다? 어쩌면 대상어가 이물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이물감 느끼라 그래요.
    삼켜서 목줄이 터지거나 뒤처리가 곤란한 것보다는 낫고, 무엇보다도 지금은 전갱이들이 수면에서 어슬렁거리는지라 B찌를 달았다고 해서 B봉돌을
    물린다면 입질받는 게 더욱 어려워질 것 같아 무봉돌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도 전갱이 입질이 쭉쭉 시원하게 가져가는 상황이에요.


    25cm에서 30cm가 넘는 전갱이들이 계속 낚이고 있다.

    거의 어지간한 입질은 던지고 나서 10초 안에 들어옵니다.
    빨간 불빛의 전자찌. 이것을 바라보는 찌 맛도 오래간만이네요. 수면에 드리운 찌는 요염한 빛을 내며 흘러가다가 갑자기 물속에 잠기면서 뿌옇게
    퍼지는데 이것을 보는 찌 맛이야말로 밤낚시의 묘미 아니겠어요. ^^


    쿨러가 꽉 차 할 수 없이 보조가방에다 잡히는 족족 던져 넣고 있습니다.
    빠른 뒤처리를 해야 마릿수를 거둘 수 있는데 전갱이들의 먹성이 워낙 왕성해 바늘을 팍팍 삼키고 올라와 애를 먹네요.
    가지고 있는 바늘이 개당 300원짜리 고급 바늘이어서 다음에는 전갱이를 대비해 100개들이 싸구려 바늘을 구입해 와야겠습니다.
    우선 급한 대로 감성돔 5호에서 참돔 12호로 바늘을 바꾸니 좀 덜한데 그래도 삼킬 녀석은 삼키고 올라옵니다. 이 경우 챔질을 좀 빠르게 해줘야 할 듯.


    먼저 스프를 끓이고 손바닥만 한 볼락 한 마리를 넣어 볼락 라면을 끓였다.

    전갱이 사냥 도중 아내에게 걸려든 한 마리의 볼락은 라면 끓여 먹으라고 준 바다의 선물 같습니다.
    사실 라면을 끓여 먹기 전에는 고생 좀 했어요. 해무는 여전히 걷히지 않은 축축한 갯바위에서 잠을 청해야 했습니다.
    전갱이는 밑밥 없이 계속 잡혔으나 시간이 갈수록 입질은 약아지고, 여기서 밑밥을 뿌려가면서 했으면 밤새도록 잡았겠지만, 다음날 운전도 해야 하고
    이래저래 체력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아깝지만, 전갱이 낚시를 이쯤에서 그만두고 잠을 청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졸았을까? 무언가 얼굴을 때리는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하늘에서 비가 쏟아집니다.
    고개를 돌리니 함께 있었던 아내가 안 보입니다. 어디 갔나 둘러보는데 헐~


    새벽 3시에 먹는 갯바위 야참은 볼락 라면, 매물도 야영 낚시

    낚시를 하고 있네요. 잠은 안 오고 갯바위에서 딱히 할 일도 없고 하니 낚시한다고 합니다.
    살림통을 보니 그새 전갱이 세 마리를 잡아 놨는데요. 이제는 입질도 뜸해 쉬어야 겠다고 합니다.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있었고, 딱히 피할 곳이 없자 그렇게 둘이 앉아서 하염없이 비를 맞았습니다. 비는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더니 급기야
    빗방울이 굵어지며 우리 부부를 적십니다.  

    우두커니 앉아있는 아내. 눈만 깜빡이며 생각에 잠긴듯하네요. 이제는 굵어진 빗방울에 게임하던 휴대폰도 집어넣어야 했습니다.
    카메라는 무사한지 한 번 확인해 보고요. 그렇게 축축하고 꿉꿉한 밤을 하얗게 지새웠습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다행히 지나가는 비였나 봅니다. 비가 그치자 갑자기 추위가 엄습합니다.
    해무 때문에 습하기도 했지만, 야밤에 비를 쫄딱 맞으니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춥네요.
    다행히 준비해 둔 점퍼를 입고 앉아선 추워진 몸도 데필 겸 라면을 끓입니다.
    몇 시간 전에 아내가 잡은 볼락 한 마리를 얼른 손질해 끓는 스프에다 넣습니다. 그리하여 완성된 볼락 라면.


    하얗고 보드라운 살점. 언제 먹어도 만족스러운 볼락입니다.
    라면은 이럴 것을 대비해 매운탕 라면에 어울릴 법한 꽃게 탕면을 준비했습니다.
    따듯한 국물로 식사하고 나니 움츠렸던 몸이 노곤해 집니다. 일단은 이것으로 추위를 달래는 데 성공했지만, 밀려오는 피곤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몸은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는 멍한 상황. 머리는 묵직하고 무겁습니다. 아내의 표정도 많이 피곤한 모습입니다.
    오랜만에 해 본 갯바위 야영 낚시. 이런저런 먹거리 준비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에 상응할 만한 대가를 치뤄야 했습니다.
    아~ 축축한 갯바위에서 밤을 새우는 건 쉽지 않네요.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갯바위, 암흑 속에 갇힌 이곳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파도소리뿐입니다.
    너울은 전보다 더 심해지는 건지 연신 철퍼덕하며 낚시 자리까지 넘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안전을 위해 야영 낚시 짐을 최대한 높은 곳까지 끌어 올리고 다시 누워봅니다.
    딱딱한 갯바위, 구명복을 배게 삼아 눕는데 그나마 떡바위여서 허리며 등이 배기지는 않지만, 비에 젖어 축축한 건 압박입니다.
    이럴 때 쏟아지는 별이라도 보였으면 그나마 위안이라도 됐으련만, 구름만 잔뜩 낀 하늘에 가끔씩 떨어지는 빗방울만 있을 뿐이에요.
    판초우의라도 가져올 걸 그랬나요. 이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뽀송뽀송한 이부자리"

    안방의 침대가 그리운 순간입니다. 역시 야영낚시는 고행이로군요.


    새벽 4시, 밑밥을 새로 만듭니다. 지금부터 6시까지 대물 긴꼬리 벵에돔과 참돔이 움직이는 시간.
    그것에 희망을 품고 낚시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7시부터 9시까지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용변을 보는 문제"를 가지고 아내와 낚시 대결을 펼칠 예정입니다.
    제게는 사활을 건 매우 중대한 문제인데요. 제가 이기면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하고, 만약 제가 진다면 아내의 요청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난번 대마도에서 여유 부리다 역전패를 당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절대 안 봐줄 겁니다.

    "화장실 문제를 놓고 서로 간에 양보할 수 없는 한 판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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