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낚시여행] 아내와 함께한 진흙탕 낚시




    낚시 자리를 옮기는 박범수 명인

    대마도 낚시여행, 4부로 이어집니다.
    이튿날, 대마도 남단에 있는 '코시노이와'라는 포인트에 내린 우리는 아침에 큰 재미를 못 봤습니다.
    오전 11시가 되자 옆에 있던 일본인 낚시꾼들이 철수, 자리가 텅텅 비자 이제야 원하는 자리를 찾아 들어갑니다.
    그분들이 낚시했던 자리는 언뜻 봐도 고기가 잘 나올 것 같은 포인트였죠. 짐이 많아 두세 번 왔다갔다하며 옮기며 자리를 잡으려던 찰나.



    자리를 옮기자 연속으로 들어오는 입질

    박범수 명인의 낚싯대가 연신 휘어집니다. 거의 담그기만 하면 물고 늘어지는 상황.

    "넣기만 하면 나오네"

    한동안 입질이 없다가 연속으로 나오니깐 저도 마음이 급해졌나 봅니다.
    짐을 서둘러 옮기고 채비를 정비해 던집니다.


    원투력이 약간 상승한 아내의 밑밥 투척

    옆바람은 계속해서 성가시게 굴지만, 적당히 부는 바람은 더운 여름날 쾌적한 낚시 환경을 만들어 줘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잠시 후 아내의 낚싯대가 휘어지는데 낚싯대가 짧게 흔들리면서 리듬을 타는 걸 보니 또 그 녀석인가 봅니다.
    아내는 고기를 걸고 쭉쭉 뽑아내는데 낚싯대가 탈탈거리자 또 그 녀석이라며 허탈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 녀석은 다름아닌.


    독가시치(따치)를 갈무리하는 아내

    힘 좋고 손맛 좋은 독가시치. ^^ 하지만 바로 손질하지 않으면 냄새가 나므로 집으로 챙겨가기가 까다로운 어종이기도 하지요.
    어차피 손질할 칼도 없지만, 어자원이 풍부한 대마도다 보니 굳이 독가시치를 챙겨갈 이유가 없는.
    아내는 이 녀석이 상당히 신경이 쓰이나 봅니다. 등가시에 찔리면 큰일 나므로 집게를 이용해 조심조심 바늘을 빼고 놔줍니다.
    사실 독가시치는 제주에서 낚시할 때 가뭄에 콩 나듯 입질이 올 때면 그래도 반가운 존재였는데 대마도에선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네요.


    날씨가 서서히 바꿔가고 있다. 2일 차 대마도 낚시여행

    더운 여름날이면 낚시하면서 신경 써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가장 신경쓰이는 건 자외선.
    이렇게 흐린 날에도 자외선이 강해 자외선 차단 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왔는데요. 하지만 이날은 낚시하기 정말 쾌적했습니다.
    적당히 부는 바람에 적당히 흩날리는 비. 햇빛은 없고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바람의 강도가 세지고 빗방울도 강해집니다.


    낚싯대를 가누기 어려울 정도의 바람에 채비 내림도 어려워지자 쯔리겐 아시아 마스터피스 04번으로 채비를 교체했다.

    원줄은 2호, 목줄은 1.5호를 유지한 상태에서 찌와 수중쿠션의 구성을 바꾸기로 합니다.
    종전의 채비는 00(투제로)였는데 바람의 영향 때문에 채비가 수중으로 잘 내리지 못해 좀 더 확실히 내릴 수 있는 04 부력을 선택하였습니다.
    종래의 부력으로 따지면 000(쓰리제로)에 해당하는데요. 00(투제로)에 비해 침강속도를 더한 것으로 "어떻게 하면 수중으로 내려가는 밑밥과 함께
    내 미끼가 같이 섞여 자연스러운 상태가 될 수 있는가?"라는 고민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이 찌는 올해 우승을 비롯해 일본 WFG 벵에돔 낚시 대회를 무려 3회나 우승해 버린 이그마 히로유키 선수가 사용한 찌로도 알려졌습니다.
    찌 아래는 찌멈춤봉을 달고 30cm 간격을 두어 잠공 스토퍼를 채운 뒤 g2 봉돌을 물려 채비 내림을 시도해 봅니다.

    그런데 제 채비가 너무 과했나요? 바람이 꽤 부는 상황임에도 채비의 진행속도가 너무 빨라 오히려 마이너스.
    몇 번 던져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찌멈춤봉을 빼고 잠공스토퍼에 g5봉돌 하나만 물려 던지니 그제야 45도 각도를 그리며 채비가 수중으로 서서히
    내려가는 베스트 상태를 보입니다.

    하지만 추가 입질을 받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제 채비는 문제없는데 조류 방향이 이쪽으로 갔다 저쪽으로 갔다. 갈피를 못 잡고 어쩔 때는 시냇물같이
    콸콸 흐르니 빠른 조류를 피해 후미진 곳을 공략해 보지만, 입질은 뚝 끊겼습니다. 
    벵에돔 낚시가 쉽다는 착각(?). 대마도라서 가능한 이 착각을 만끽한 지 하루 만에 우리 부부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입니다. 

    "이거 잘못했다가는 하루종일 이러다 끝나겠군."

    그런 생각이 들자 위기론이 슬슬 고개를 듭니다. 2박 3일 대마도 낚시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하이라이트가 지금인데.
    여기서 별다른 성과가 없다면 촬영도 지지부진한 채 철수할테고 그렇게 된다면 그만큼 써야 할 글 수도 줄어드리라.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투자한 비용에 비해 조행기를 뽑지 못한 적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던가. 대마도까지가서 이럴수가.
    내일은 마지막 날이어서 세 시간밖에 낚시를 못해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어찌됐건 오늘 승부를 내어 재밌는 그림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어깨를 짓누릅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은 무심하게 비를 뿌리는데.



    "밥이나 먹읍시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박범수 명인. 대마도에서 이렇게 고기가 안 나온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지금 상황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 상황이 잠시 소강상태였기를 바라면서 점심을 먹는데요. 대마도에서 먹는 갯바위 도시락은 우리나라의 그것과 적잖은 차이를 보이더군요. ^^


    대마도 현지 민숙집에서 제공하는 아기자기한 도시락

    밥, 김치, 무짠지, 마늘쫑이 전부인 한국의 갯바위 도시락. 좀 잘 나온다 싶으면 달걀 후라이가 얹혀져 있고 생선 조림인지 젓갈인지 모를 생선 한 조각이
    들어가는 게 전부인데 대마도에서 먹는 도시락은 나름 고칼로리 반찬에 성의가 있습니다.
    비록 온기 없는 마른 밥이지만, 반찬이 먹을만 하니 입으로 술술 들어가네요. ^^ 아래쪽에는 함박 스테이크도 보이고요.
    식사를 마친 우리는 다시 심기일전해서 낚시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모처럼 아내가 입질을 받았습니다.


    찐한 손맛을 만끽하는 아내, 그런데 표정이 왜 그럴까?

    어제만 해도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던 아내가 오늘은 무척 덤덤한 표정으로 파이팅을 펼칩니다.
    이 정도 손맛은 이제 감흥이 없다는 걸까? 아니면 또다시 독가시치가 걸려들어서 그런 걸까? ㅎㅎ


    27cm급 벵에돔

    마치 "이런 건 너무 흔해서 재미없어요."라고 말하는 듯한 저 덤덤한 표정. ㅎㅎ
    그래 벵에돔 낚시가 쉬우면 쉽고, 또 어려우면 어려운데 오늘만큼은 대마도가 주는 착각을 마음껏 만끽해 보자!
    다행히 오후가 되고 햇빛이 비추자 여기저기서 입질이 들어옵니다.


    씨알 급 대상어를 걸고 꽤 길게 이어진 파이팅

    고개를 돌리니 박범수 명인께서 뭔가를 걸고 한참을 실랑이 중인데요. 힘쓰는 걸 보니 보통 녀석은 아닌듯합니다.
    30cm급 중반만 해도 저 낚싯대에 걸리면 금새 항복했을 텐데 한동안 밀당을 하는 걸 보니 씨알이 상당해 보입니다.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터트리고만 박범수 명인, 이틀 차 대마도 낚시여행

    "고기가 너무 커"

    도대체 뭘까?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비록 얇은 목줄을 써서 제압에는 실패했지만, 지금의 바다 상황은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잡어(독가시치) 입질에 별다른 소득 없이 시간은 흘러가고, 시간은 어느덧 오후 세 시.
    이제는 그나마 이어지던 잡어 입질도 끊겨 한동안 침묵의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무료한 적막을 깬 사람은 아내였습니다.


    침묵을 깨고 들어온 강력한 입질.

    "왔다 왔어!"

    좀 전까지만 해도 표정이 굳었던 아내는 대를 세우자마자 회색이 돌기 시작하더니 순간 낚싯대를 통해 감지된 이상한 손맛.

    "또야?"


    독가시치를 방생하는 아내

    독가시치가 자꾸 낚이는 이유는 조류가 좋지 못하다는 방증. 혹은 밑밥과의 동조가 흐트러졌을 때 생기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밑밥 띠 중심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벵에돔과 달리 독가시치는 밑밥 띠 가장자리를 탐하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 아닐까 오로지 망구 제 생각
    입니다. 잠시 후 조류 방향이 또다시 바뀌자 잠잠하던 제 낚싯대에서 반응이 옵니다.


    여기선 잔씨알에 속하는 28cm급 벵에돔, 이틀 차 대마도 낚시여행

    입질이 연속으로 들어오네요. 이런 거 보면 바다낚시란 참 재밌습니다.
    몇 분 전만 해도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했던 바다였는데 조류 방향이 바뀌자 거짓말같이 들어오는 입질들.


    35cm급 벵에돔

    사진은 꼬리가 뒤로 돌아가는 바람에 작게 찍혔는데요. 손맛 보기 딱 좋은 사이즈가 입질해 댑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이렇게 물이 잘 가고 있음에도 생각보다 긴꼬리 벵에돔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
    한낮이어서 긴꼬리는 잔씨알이 많았고, 이따금 물어주는 녀석은 30cm급 일반 벵에돔이 주류입니다.

    "자! 이제부터 살림망을 채워볼까?"

    이제 해가 한풀 꺾이며 어둑해지는 지금이 마릿수를 할 수 있는 찬스!
    지금부터는 최소한의 촬영만으로 진행하고요. 우리 부부는 낚시에 집중하기로 하는데 이 때 들어온 아내의 외마디 비명?
    아내의 초릿대가 하늘 방향으로 들릴 정도로 강력한 입질이 들어왔는데 깜빡하고 베일을 닫아 놓은 게 화근.
    줄은 순식간에 펴졌고 이어서 낚싯대가 쭉 펴지더니 베일까지 차고 나갑니다.

    "찌이이익~~~~"

    조용한 갯바위에서 드랙음이 연신 나고 스풀은 미친 듯이 역회전합니다.
    낚싯대를 빼앗겨 당황한 아내는 베일을 열어 대를 세우려고 했지만, 그 순간 팅!
    몇 초간 바다를 향해 멍한 표정을 짓는 아내. 뒤통수 크게 한 방 맞은 느낌일 겁니다.
    일단 채비를 걷어보는데 이런, 터진 게 아니라 바늘이 벗겨졌군요. 챔질을 제대로 못 해서 생긴 현상으로 보입니다.
    머리를 쥐어짜며 아쉬워하는 아내는 애꿎은 바늘로 탓을 돌리며 바늘 교체에 들어갔습니다.

    종전에 사용한 바늘은 가마가츠 아와세 미장 9호로 미늘이 없고 안으로 많이 굽은 형태의 바늘인데요. 이제는 뭐라고 걸고 싶은 마음에 목이 길고 침 끝이
    바깥으로 향해 있는 긴꼬리 바늘 9호로 바꿨습니다.
    그나저나 놓친 물고기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포인트 주변 상황으로 보아 부시리가 들어온 것 같진 않았습니다.
    드랙을 상당히 조여놨음에도 그것을 풀고 나갈 녀석이라면 그것이 만약에 벵에돔이었다면 최소 45cm급 이상은 되었을 것입니다.
    그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좀처럼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는 아내.

    "생각하지마! 대형 황줄깜정이나 부시리였을 거라고 생각해 ㅋㅋ"


    비가 추적추적 내리며 우중 낚시에 돌입한 우리 부부, 대마도 낚시여행

    추가로 30cm급 긴꼬리 벵에돔이 올라오며 아쉬운 맘을 달랩니다.


    대마도에서 낚시하면 자주 만날 수 있는 잡어, 독가시치와 황줄깜정이

    감성돔 짝퉁이 망상어(서울 감시)라면, 벵에돔 짝퉁은 황줄깜정이. 이것도 서울사람에 의해 전설이 생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벵에돔 낚시를 처음 하는 서울 꾼이 벵에돔 수십 마리를 잡고 자랑을 하는데 알고 보니 전부 황줄깜정이였더라.
    이후 황줄깜정이는 서울 벵에돔이라는 애칭이 붙었다는 슬픈 전설.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줄 믿습니다. ㅎㅎ

    벵에돔이 나왔다가 쑥 들어가면 이렇게 황줄깜정이나 독가시치가 잠시나마 손맛을 대리해 주고.
    얘네들이 안 보인다 싶으면 다시 벵에돔이 물어 재끼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그리고 이어진 경쾌한 입질!
    아내의 가녀린 손가락을 툭 치고 나가는 원줄은 그 속도감을 보면서 챔질 방법을 달리한다고 말합니다.
    원줄이 슬그머니 펴지거나 느릿하게 풀리면 베일을 닫고 챔질하고, 쫙하고 풀려나가면 베일을 연 상태에서 낚싯대를 세운 뒤 원줄을 손가락으로
    잡아 히팅이 되면 그때 베일을 닫는다고 하는 아내.
    이것도 처음 벵에돔 낚시를 시작했을 당시엔 상상할 수 없는 플레이였는데 역시 경험이 최고인가 봅니다.
    작년 가을 제주도에서 두 달 동안 살면서 많이 터트리고 벗겨진 경험도 한몫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뜰채질도 제법 능숙해 졌습니다. 처음에는 쩔쩔맸었죠.
    한 손엔 낚싯대, 한 손엔 무거운 뜰채를 들다 보니 팔목이 꺾여 제대로 가눌 줄도 몰랐는데 대마도 와서 뜰채질을 몇 번 하더니 이제는 요령이 붙었습니다.
    방금 한 마리를 걸고 올리는 중인데요. 아내에게는 모처럼 계측 고기가 나왔습니다.


    빵 좋은 긴꼬리 벵에돔을 낚고선 기분이 한껏 고무된 아내, 이틀 차 대마도 낚시여행

    에잉. 이것도 꼬리가 돌아가는 바람에 아쉬운 컷이 되었는데요.
    아내의 긴꼬리 벵에돔은 종전 기록이 지난가을에 지귀도에서 낚은 33cm가 전부여서 이번에 잡은 건 한눈에 봐도 개인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보입니다.
    바늘을 잘 선택한 탓인지 정확히 입술에 걸렸습니다.



    "축하해요. 정연씨"

    옆에서 지켜보던 박범수 명인께서 직접 계측을 해주는데 정확히 36cm를 가리킵니다.
    이로써 아내의 갯바위 낚시 기록은 감성돔이 37cm, 부시리 70cm, 벵에돔 36cm, 긴꼬리 벵에돔 36cm.

    "이제 4짜 급으로 한 마리만 올리면 대마도 낚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겠구나"


    비는 하염없이 쏟아지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입질의 추억

    이제 바람은 슬그머니 멎었지만, 빗방울은 제법 굵어지고 있습니다. 차라리 잘 됐네요. 더웠던 찰나였는데 성가신 바람대신 비가 차라리 낫습니다.
    아내가 사용하는 낚싯대에는 기본적으로 줄 붙음 방지 기능이 있지만,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무용지물.
    원줄이 낚싯대에 쫙쫙 붙어 채비 진행에 방해되자 아내는 급기야 수건을 꺼내 낚싯대를 닦습니다.


    빗방울이 튀는 수면엔 멸치떼인지 정어리떼인지도 모를 그것을 먹기 위해 갈매기가 하나둘씩 꼬이고 있었다.

    이후의 상황은 대부분 촬영 없이 진행했습니다. 고기가 물어줄 때도 있었고, 물길이 바뀌면서 입질이 뚝 끊기기를 반복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텀이
    줄어들며 지루할 만 하면 한두 마리씩 입질이 들어오는 상황으로 전개됩니다.
    어차피 비가 내려 카메라를 꺼내 드는 건 어렵고 그래서 좀 더 낚시에 집중하라는 걸까? 카메라를 가방 속에 집어 넣은 상태에서 입질이 들어오면 파이팅
    장면만 간단히 찍고 다시 가방에 넣는 식이어서 고기 낚은 사진이 많지 않습니다. 그 대신 신랄한 파이팅 장면으로 몇 장면 올려보겠습니다. ^^


    30cm 오버 급 벵에돔을 낚고 뜰채질에 들어가는 아내

    수중 턱으로 차고 들어가는 벵에돔을 오른쪽으로 돌려세워야 하는 상황.

    우리 부부가 자리한 곳은 전방 5m까지 수중턱이 뻗어있어 그곳에서 고기를 띄우지 못하면 수중 턱에 여지없이 쓸려버리는 상황이 자주 나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기를 걸면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방향을 틀게 해서 턱이 지지 않는 곳으로 유도해야 했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아내는 문제의 수중 턱에서 여러 번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입질 받는 건 어렵지 않은데 그곳을 피해 물 위로 띄우기가 상당히 까다롭네요.  
    32~33cm급까지는 강제로 띄우기도 하고 힘으로 감아 올리는데 그 이상 되는 놈이 물면 여지없이 수중 턱으로 곤두박질.
    초반부터 기선제압을 하지 않으면 띄우기 어려운 자리였습니다.


    오후 4시가 되자 아내는 1.5호 목줄에서 2호 목줄로 교체, 밀당 없이 힘으로 띄우고 있다, 이틀 차 대마도 낚시여행

    뜰채질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한 사이즈가 계속해서 낚여옵니다.
    아내는 뜰채질을 생략하고 질질 끌어 목줄 잡고 올리고.


    저 역시 같은 방법으로 고기를 렌딩하며 마릿수를 채워나갔습니다.
    시간은 벵에돔 낚시의 절정 시각인 해 질 녘으로 가는데 입질은 반대로 약아지고 있는 상황.
    한동안 이어졌던 긴꼬리 벵에돔은 안 보이고 일반 벵에돔들이 입질하는데요. 입질이 상당히 예민해져 있습니다.
    캐스팅한 후 목줄이 정렬되고 찌는(아내는 00찌를 사용했고 저는 000에 준하는 부력을 사용) 잠방하게 잠겨 들면서 거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30~40초
    정도 됩니다. 그때 입질이 들어오거나 혹은 20초 정도 더 지나서 온 걸 보아 3~4m에서 물었다가도 상황에 따라 5~6m권에서 물기도 합니다.
    일단 어신이 들어오면 찌가 수면 아래 2~3cm가량 잠겨서 자물자물한 형태로만 유지, 더이상 진행을 안 합니다.
    수면에 늘어진 여유 줄을 감고요. 뒷줄을 살며시 잡아당기면 그제야 사정없이 찌를 가져가는 방식의 입질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패턴을 아내에게 전달하며 어신이 들어오면 살짝 견제해 줄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대마도 낚시여행 이튿날, 철수 직전에 받은 마지막 입질

    오전 7시에 시작된 낚시가 오후 7시에 마치려는 순간입니다. 12시간 낚시의 종지부를 찍는 단 한방의 입질.
    초반부터 강력하게 들어온 입질에 질세라 아내도 초반부터 여유를 주지 않고 바짝 당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문제의 수중 턱으로 파고드는 녀석.

    "앞으로 나와서 파이팅 해. 악~ 들어간다. 안돼!"

    낚싯대를 세운 채 갯바위를 한두 계단 밝고 내려선 아내.
    사력을 다해 파고드는 녀석. 시커먼 수중 턱으로 빨려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그 순간 게임 오버가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바닷물이 튀는 최전방까지 나간 아내는 펌핑과 릴링의 속도를 더해 거의 반강제로 끄집어내기 시작합니다.

    "야야~ 거기 수중턱 조심해"
    "알아. 다 보고 있다고"


    휘이이잉~하는 피아노 소리에 쿡쿡쿡 하며 춤을 추는 초릿대. 이제 슬슬 힘이 빠졌는지 옆으로 이리저리 돌면서 올라오는 녀석.
    이윽고 찌가 흔들리며 물 위로 올라오는데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예상대로 긴꼬리 벵에돔.
    그런데 아직도 힘이 남았는지 옆으로 째고 다시 물속으로 쳐박기를 두어 번 합니다.
    평소 같으면 갖고 놀 텐데 지금은 진지해졌는지 고삐를 늦추지 않습니다. 결국, 대가리가 물 밖으로 들리면서 공기를 마시며 상황 종료.

    "뜰채질해줄까?"
    "아니, 사진이나 찍어"


    퓨우퓨우 거친 숨을 쉬는 긴꼬리 벵에돔은 아내의 뜰채에 안전하게 담기고.


    36cm 오버 급 긴꼬리 벵에돔으로 이틀 차 대마도 낚시를 마무리했다.

    이틀 차 대마도 낚시를 이렇게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긴꼬리치고 빵이 상당하죠. ^^
    멀리 철수 배가 보여 서둘러 짐 정리합니다. 그 바람에 아쉽게도 이 녀석은 계측하지 못했습니다. 4짜는 안 될 것 같고 36cm는 확실히 넘을 것 같고.


    갯바위엔 날카로운 부착생물이 많아 부력망을 끌어 올리는데 애를 먹습니다.
    오래간만에 묵직해진 부력망을 들어보네요. 낚는 사람은 둘인데 부력망 하나로 고기를 담고 끌어내고 하려니 좀 버겁습니다.
    다음에 대마도 낚시여행을 또 가게 된다면 부력망을 두 개 준비해야겠습니다.


    이튿날 대마도 낚시에서 일행들이 잡은 총 조과

    사실 이날은 종일 낚시를 한 것치고 뚜렷하게 좋은 조과는 아니었습니다.
    대마도 최고 포인트인 삼각여에 내린 일행도 담그면 족족 나온다지만, 씨알이 아쉬웠고요. (그래도 한국에 비해선 월등하다는)
    그만큼 기대치가 커서 그랬겠지만, 기대했던 4짜 벵에돔은 다들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고 대신 30~35cm 전후 벵에돔으로 마릿수를 채웠습니다.
    이것들은 봉투에 넣어 그대로 냉동고에 보관하고요.


    이날 최대어는 황줄깜정이 5짜와 타카사코(タカサゴ)라 불리는 물고기

    사진은 일행이 2호 목줄로 잡았다는 황줄깜정이. 평소엔 기피 하고픈 잡어지만, 이렇게 큰 대물 황줄깜정이를 실물로 본 건 처음입니다.
    손맛이 엄청났겠네요. ^^ 그 아래 잡어는 한국명은 모르겠고 일본명으로 '타카사코'라 불리는 농어목 타카사코과 어종입니다.
    이 물고기는 오키나와, 대만 해역에 많이 서식하며 아프리카에선 주요 식용어로 취급하는 열대성 어종인데요.
    주로 회, 튀김, 소금구이로 이용한다고 하네요. 특히 오키나와 현지에서는 '구루쿤'이라 부르며 꽤 맛있는 생선 튀김요리로 이용한답니다.
    생김새는 맛이 없어 보여 버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다음에 이 녀석을 잡으면 튀겨서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샤워하고 내려오니 민숙집 주방에선 저녁 준비가 한창이다.

    이튿날 저녁 메뉴는 생선 조림, 제육볶음, 부침개, 그리고 일본식 순두부 전골


    일본식 순두부 전골에 소면을 담갔다 먹는 맛이 별미다.

    민숙집에서 나온 정갈한 식사로 대마도 낚시여행 이튿날을 마무리합니다.
    이날 저는 총 5방을 터트렸습니다. 그 중 4방을 연속으로 터트려서 어안이 벙벙했는데, 발 앞에 2~3m를 유지하던 수심이 전방 5m에서 급격히 꺾이며
    턱이 지는데 거기서 고기를 제압하지 못하면 십중팔구는 터트리는 등 지형상 고전을 하였습니다.
    또 다른 한 마리는 4짜는 충분히 넘는 녀석인데 수중여로 처박는 바람에 5분을 실랑이하며 빼내려고 했지만, 이 녀석이 여로 파고들어 꼼짝을 안 하는
    바람에 기어이 터트렸고. 나머지 두 마리는 어이없게도 바늘이 벗겨지면서 좀처럼 받은 입질을 연속으로 놓쳐버린 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목줄을 너무 약하게 썼던 것도 원인이었고요. 1.2~1.5호 낚싯대가 없어 그냥 1호대를 쓴 것도 원인이였습니다.
    그래도 목줄 굵게 써서 입질 못 받느니 터트리더라도 얇게 쓰자는 게 저의 지론이어서 마 후회는 안 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대마도 낚시여행은 중반을 넘어 마지막 날, 세 시간이라는 짧은 낚시 일정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마지막 날은 민숙집에서 가까운 아소만에서 낚시하고요. 철수해서 점심을 먹은 후 고기를 포장해 부산으로 입항하는 스케쥴이 남아 있습니다.
    입질 부부의 좌충우돌 조행기, 대마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철수할까요?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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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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