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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낚시여행 2일 차를 맞이합니다.
이날은 대마도 서쪽이 아닌 남단으로 이동해 수려한 갯바위 풍경 속에서 종일 낚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새벽 5시에 일어나 저녁 7시까지 낚시하는 강행군이지만, 대마도에서 이런 강행군이라면 마냥 신나고 두근거리기만 합니다.
짧다면 짧은 2박 3일 대마도 낚시여행. 기상만 따라준다면 이날이야말로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리라 봅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하니 예보와 달리 바다 상황이 심상치 않더군요. 우리 부부는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낚시를 시작하는데.
대마도 최남단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이른 아침, 서둘러 조식을 먹고 대마도 최남단에 있는 갯바위 포인트로 향했습니다.
1차로는 매우 구불구불했고, 마주 오는 차량이 있으면 서행으로 통과해야 하는 좁다란 커브 길을 오르락내리락 한지 40여 분.
안 그래도 험준한 산악 도로인데 바닷가에서 새어 들어온 짙은 해무에 분위기는 더욱 을씨년스럽습니다.
"어제만 해도 해무는 없었는데"
수온이 내려갔다는 방증일까요?
그간 낚시하면서 해무 낀 바다에서 재미 본 적이 별로 없었기에 갑작스레 찾아온 이 불청객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대마도 남쪽에 있는 작은 항구에 도착
일행을 갯바위로 실어다 줄 배가 옵니다.
배 앞쪽이 우리나라 유어선과 차이가 있죠? 저곳에다 밑밥통을 놓고 타고 내리기 때문에 타고 내리기가 편하더라고요.
달리는 배 안에서 대마도 낚시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시작되었다.
배를 타고 달린지 10여 분. 이어지는 풍경은 왠지 익숙합니다.
깎아지른 절벽, 나무의 색깔, 갯바위 모양새 등이 꼭 남해 원도권을 닮은 게 박력있습니다.
아무데나 내려도 고기가 퍽퍽 물어줄 것 같은 풍경에 기분도 묘해지고 설레는군요. ^^
항에서 나올 때만 해도 짙은 해무가 염려됐는데 막상 바다로 나와보니 그리 심하지 않아 다행입니다.
오히려 적당히 낀 해무가 갯바위 경관을 수려하게 만들고 시끄러운 엔진 소음은 유난히 경쾌하게만 들리네요.
"더도 말고 딱 지금만 같아라"
낚시는 손맛과 눈맛 그리고 입맛이라는데 저는 여기에다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설레는 맛"
그래서 지금은 하선하기 직전에 가질 수 있는 설램을 맘껏 느끼고 있습니다.
대마도 낚시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오늘, 우리 부부에게 어떤 포인트가 기다리고 있을까?
직벽일까? 완만한 갯바위일까? 혹은 바다 한가운데 솟아 있는 여 덩어리일까? 홈통일까? 곶부리일까? 발판은 편할까? 불편할까?
수심은 깊은 곳일까? 얕은 곳일까? 등등 궁금한 게 많습니다. 곧 있으면 이러한 궁금증도 해소되겠지요.
잠시 후 배는 속력을 낮추더니 접안을 시도합니다.
전방에서 다가오는 이름 모를 섬, 누가 내리게 될까요? 아니나 다를까 첫 타자로 우리 부부를 호명합니다.
이곳에서 우리 부부는 박범수 명인과 함께 내려 종일 낚시를 하게 됩니다.
"반갑다. 대마도의 이름 모를 섬아!"
현지에서는 '코시노이와'로 불리는 포인트에 하선
이곳 포인트 지명은 대마도 남단에서 유명한 곳으로 현지에서는 '코시노이와'라고 부릅니다.
섬 생김새는 여수 가막만에 있는 모자섬처럼 둥그렇게 생겼고, 자리가 넓어 여러 사람이 내릴 수 있으며 퇴로가 끊기지 않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일단은 배 댄 자리에 짐을 정리해 놓고 그곳에서 낚시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이곳은 안통과 인접되어 있어 조류 소통이 좋지 않을 것 같아 크게 매력은
없을 것 같고요. 밖으로 돌아 나가면 곶부리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낚시하면 될 것 같다고 박범수 명인께서 일러줍니다.
그런데 그곳은 일본인으로 보이는 낚시꾼 세 명이 자리하고 있는 상황. 아직은 고기가 안 나왔다고 하네요.
저 분들은 오전 11시면 철수한다니 지금은 일단 배 댄 자리에서 낚시하고 저 분들이 철수하면 자리를 옮기기로 합니다.
밑밥을 만드는 입질의 추억
12시간 낚시에서 주어진 밑밥은 1인당 크릴 4장에 집어제 2봉지.
대마도에서 사용하는 크릴 한 장은 국내의 두 배 크기임을 고려할 때 양은 그럭저럭 맞는데 집어제는 좀 부족하였습니다.
오전에 사용할 양으로 크릴 2장에 집어제 1봉지를 섞는데 이렇게 하면 굉장히 질척해져서 원투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벵에돔 집어제가 다 떨어져서 감성돔용 집어제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압맥과 같은 곡물류가 많이 섞인 감성돔 집어제로 벵에돔 낚시를
해야 하니 염려가 됐지만, 지금으로썬 주어진 조건에서 낚시할 수밖에 없겠지요.
대마도 낚시여행 이튿날은 코시노이와라는 포인트에서 12시간 종일 낚시를 하게 되는데 조짐이 심상치 않다.
밑밥을 뿌리는데 잡어의 반응이 없습니다. 몇 주걱 더 뿌려보니 잡어가 있기는 한데 상층으로 확 피어오르지는 않습니다.
불과 하루 차이지만, 어제와 달리 오늘은 바다 상황이 많이 바뀐 것 같군요. 물을 만져보니 수온도 좀 내려간 것 같고.
아무래도 오늘은 입질을 받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벵에돔의 활성도가 좋지 못할 것을 예상해 00(투제로) 부력에 준하는 03번 찌를 사용했다.
<<입질의 추억 채비>>
로드 : 1-530 낚싯대
릴 : 3000번 릴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서스펜스 타입 2호
찌, 수중쿠션 : 쯔리겐 토너먼트 아크로 03번 부력, 조수우끼고무 M 사이즈
목줄 : 쯔리겐 제로알파 1.5호 4m길이로 직결, 무봉돌
바늘 : 가마가츠 히레구네 구레 6호로 시작, 활성도에 따라 바늘 호수를 9호까지 크기를 UP시킴.
이튿날을 맞이하는 대마도 낚시는 채비의 과감성보다는 예민성에 중점을 두고 운영해 봤습니다.
전날에는 없던 해무가 낀 것과 수온이 약간 내려간 느낌, 아직은 이른 시간이어서 투제로 부력에 준하는 찌를 사용했습니다.
찌 부력을 보면 03번이라고 적혀 있는데요. 기존의 부력 체계로 따지면 예민한 00찌 정도 됩니다.
이러한 부력 체계는 기존의 제로 계열을 좀 더 정밀하게 나눈 것으로 부력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G7번 = 0호 / 0번, 01번 = 0α / 02번, 03번 = 00 / 04번 = 000 / 05번 = -G7 / 06번 = -G6 / 07번 = -G5
이렇게까지 잘게 나눈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벵에돔 낚시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운 과제인 밑밥 동조를 크릴의 하강 속도에 맞추어 보다
쉽게 내릴 수 있으며, 크릴과 밑밥 띠가 함께 어우러지는 동조시간이 길어지면서 입질 확률을 높이는 낚시를 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이는 시간 차를 이용한 밑밥 투척의 계산을 간소화시키는 장점도 있을테고. 하지만 채비의 하강 속도는 그날 조수의 흐름에 따라 다르므로 수중의 상황을
잘 읽어내어 상황에 맞는 침강 속도를 가진 찌의 선택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저도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로 보입니다. ^^
이날 포인트 여건은 가까운 곳의 수심이 그리 깊지 않은 6~7m 선을 보여 봉돌을 채우지 않고 찌를 천천히 가라앉혀 중하층까지 탐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찌가 떠오르거나 내려가지 않으면 미끼가 잡어에게 털렸다고 판단하고 신속한 채비 회수로 낚시를 이어나갑니다.
어랭이로 첫수를 올린 아내
<<아내의 채비>>
1-530 낚싯대, 2500번 릴, 2호 원줄, 0호 찌, 목줄 1.5호를 4m로 직결, 벵에돔 6호 바늘, 무봉돌로 시작. 이후 조류 상황에 맞춰 봉돌을 가감.
나중에 0호에서 00찌로 교체
아내는 0호찌, 저는 00호에 준하는 찌를 사용하면서 아내는 15m 안쪽의 근거리를 공략하게 했고, 저는 그보다는 조금 먼 곳을 노려 서로 다른 지점을
공략해 봅니다.
몇 번의 캐스팅에 잔 씨알의 벵에돔이 한 마리 올라왔다.
예상대로 오늘은 어제와 같은 쉬운 낚시가 전개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어서 활성도가 저조한 탓도 있겠지만, 하늘은 잔뜩 찌푸려 금방 비라도 뿌릴 것만 같고 태풍의 잔재가 남아 있는지 바람도 제법 부는
상황입니다. 캐스팅 후 속으로 시간을 재어보는데 30초 안에 입질이 닿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 이상 기다렸을 때 놀래기 종류의 잡어가 입질하는 걸 봐선
채비가 중하층까지 내려가야 뭐라도 입질 받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 것이라면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보지만, 행여나 수온의 급격한 하강 때문이라면 아무리 대마도에서 하는 낚시라도 오늘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는 전자 쪽이길 바라면서 낚시를 하는데 역시 이 자리는 마음에 쏙 들지 않더군요.
낚시 자리를 옮기는 입질의 추억
잔 씨알의 벵에돔이 올라왔지만, 조류 소통도 그렇고 아무래도 이곳보단 사진에 보이는 곶부리가 나을 것 같아 자리를 옮겼습니다.
밑밥을 포함해 많은 짐을 옮기다 보니 아침부터 땀이 한 가득 찹니다. 예전 같았으면 귀차니즘에 "그냥 여기서 하지 뭐" 했을 텐데, 이제는 좀 아니다
싶으면 자리를 옮기고 채비를 바꾸고 그러고 있습니다.
11시에 일본 낚시꾼들이 철수하면 저 곶부리를 돌아나가 다시 자리를 옮길 텐데요. 그때까지 이곳을 중간 기점 지로 삼으며 낚시합니다.
그런데 몇 번 던져보니 이곳도 영 아닙니다. 전방의 곶부리(사진에 제가 선 곳)는 여뿌리가 수중으로 10m 이상 길게 뻗어 있어 찌를 흘리고 채비가
정렬되는 중요한 순간에 이르면 여뿌리에 도달해 채비를 걷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에잉~
할 수 없이 여뿌리를 넘기기 위해 좀 더 멀리 캐스팅하는데 옆 바람이 슬슬 불더니 점점 강해집니다. 이런 ㅠㅠ
오른편을 보니 꾼이 무언가를 잡고 실랑이를 벌이는 데 호박돔이네요.
호박돔
나중에 이 분들이 철수하고 난 후 찍은 사진인데요. 낚시 자리에 갔더니 요 녀석이 죽어 있습니다.
다른 잡어는 방생하는 것 같던데 이 녀석은 왜 방생 안 하고 죽였을까요?
하여간 호박돔의 실물은 처음 보지만, 대마도에서는 흔한 잡어로 어류 분류상으로는 혹돔과 용치놀래기의 사촌지간쯤 될 것입니다.
회는 푸석해서 잘 안 먹고 미역국에 넣었을 때 맛이 좋다는 전언으로 혹돔과 매우 닮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옆 바람이 꽤 강하게 부는 상황에서 20m 이상을 공략하니 별다른 입질이 없습니다. 혹시나 싶어 가까운 곳을 노리는데.
씨알 좋은 황놀래기가 올라옵니다. 이 정도 씨알이면 회도 괜찮아 평소 같았으면 챙겼을 텐데 역시 대마도라 기대치가 높아서일까요?
어지간히 큰 잡어도 놔줍니다. ^^; 시간이 지나자 잡어들이 밑밥에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자리돔 새끼 같은데요.
뭔가 조건이 안 맞는 것인지 중층 이상으로는 잘 안 올라옵니다. 다시 크릴을 꿰어 가까운 곳을 공략해 봅니다.
밑밥은 발 앞에만 뿌리고 캐스팅은 전방 15m로 던지니 조류에 밀린 찌가 자연스럽게 안으로 굽어 들어오면서 스멀스멀하더니 총알처럼 사라집니다.
"챔질!"
오전 8시 30분, 뭔가 그럴싸한 입질을 받았다. 대마도 낚시여행
초반부터 힘을 상당히 쓰는 녀석. 그런데 손맛이 벵에돔과 다릅니다.
"일단 벵에돔은 아닌듯한데, 뭘까?"
생각보다 앙칼진 손맛을 주는 이 녀셕. 힘쓰는 걸 봐선 돌돔 같기도 하고 살짝 독가시치(따치) 느낌도 나는 손맛? 말로 표현이 ^^;
씨알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은데 계속해서 처박습니다. 생각보다 지구력이 뛰어나네요. 대형 쥐치 같은 큰 잡어였다면 이쯤에서 힘이 풀렸을 텐데.
이윽고 찌가 보이자 수면에 비친 녀석의 색깔은 감성돔의 은빛도, 벵에돔의 검푸른 색도 아닌 황금색이 비칩니다. 오~ 황금 물고기?
"넌 정체가 뭐냐?"
뜰채 대기도 애매하고 들어뽕도 애매해 질질 끌어 올렸는데요.
어류도감에서나 보던 구갈돔이 등장
저에게 앙칼진 손맛을 선사해 준 이 녀석의 이름은 갈돔의 일종인 '구갈돔'.
옆 일본인 낚시꾼도 이 녀석을 잡더니 곧바로 방생한 걸 보아 잡어 취급하는 것 같은데요. 식용어로서 가치가 좋지는 못한 듯하지만, 필리핀 어시장에서
이 녀석을 본 기억이 있기에 일단은 직접 먹어보고 맛 평가를 내리기 위해 챙겨 둡니다.
(결과 : 집으로 가져온 구갈돔은 배를 따고 손질하는데 내장에서 냄새가 심했고 일부는 살에 베여서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사이 아내는 방생 급 긴꼬리 벵에돔을 한 수 했다.
이어서 연속으로 입질 받는 아내, 이제 슬슬 시작인가?
이번에는 기준치가 되는 긴꼬리 벵에돔을 낚았다, 대마도 낚시여행
해가 중천으로 가니 서서히 활성도가 살아나나요.
씨알은 잘아도 긴꼬리 벵에돔이 올라와 기분을 한껏 고조시킵니다.
"나도 긴꼬리 한번 잡아보자"
이때 등장하신 박범수 명인.
우리의 낚시를 가만히 지켜보시니 괜히 등 뒤가 따갑습니다. (은근 부담됨 ㅎㅎ)
그리곤 아내의 밑밥 투척 자세를 봐 주십니다. 저도 낚시하면서 눈은 찌로 가 있지만, 귀는 쫑끗 ^^
작년부터 아내가 벵에돔 낚시를 하면서 밑밥의 정확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는데요. 문제는 비거리입니다.
오버핸드로 던져버릇한 아내에게 저는 언더핸드로 습관을 들일 것을 주문했지만, 그게 쉽사리 고쳐지지는 않더라고요.
하지만 밑밥 원투력을 높이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것을 아내도 알고 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연습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밑밥 점도가 맞지 않자 집어제를 섞어 다시 반죽하는 박범수 명인.
점도를 맞추고 다시 심기일전해서 낚시하는 우리 부부, 2일 차 대마도 낚시여행
아내의 낚싯대가 먼저 휘었습니다.
짜세 나오고 ^^
들어뽕하는 아내
제법 강력하게 들어온 입질, 대마도 낚시여행
아내의 파이팅을 보고 있는데 수면에 늘어진 줄이 슬그머니 펴지더니 쫙하고 풀려나가는 시원한 입질을 받았습니다.
시원하게 차고 나가는 원줄 맛을 보고 대를 치켜드니 힘이 가당찮습니다.
그런데 손맛이 제주분들에게 익숙한 그거 있죠? 따다다다다~
씨알 좋은 독가시치.
이후 독가시치가 저나 아내 할 것 없이 계속 나왔는데 씨알도 상당합니다. 독가시치 개체 수가 상당하네요. 오늘 낚시에서 복병은 씨알급 독가시치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잡어도 평소에는 반가운 존재일 텐데 대마도나 되니 복병소릴 듣는구나. ㅎㅎ
손맛 보기에는 좋은데 역시 갈무리할 땐 신경이 쓰이는 어종. 특히 대마도까지 원정 낚시를 왔기 때문에 이 녀석을 처리하다 실수로 찔리기라도 한다면?
온종일 갯바위에서 고생, 근처에 병원도 없고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신중하게 처리, 사뿐히 발로 차~♪ 발로 차~♪ 위 아더 챔피온은
아니고 집게로 집어다가 조용히 바다로 돌려 보냅니다.
아내는 독가시치회를 싫어해요. 특유의 풀향이 난다고. 하지만 저는 그 향을 즐기기도 합니다. 가끔 생각날 때가 있거든요.
곧바로 피를 빼서 회를 친다면 독가시치도 훌륭한 횟거리인데 지금은 이렇게 씨알이 좋아도 놔줄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아니 여유로운 상황. ^^
저 멀리 멸치떼를 쫓아 들어온 부시리떼.
전방 100m 지점에 포착된 보일링. 멸치떼를 쫓아 들어온 부시리떼가 장관입니다. 보기엔 근사한데 가까이 오진 마렴.
우리의 목줄은 1.5호밖에 안돼 걸면 골치 아픔. ^^;
시간이 지나면서 저 보일링이 갯바위 근처로 다가오는 듯 하더니 이내 사라져 버립니다.
잠시 간식 타임을 가지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름도 모르고 산 간식이지만 대부분 성공적이었습니다. 특히 오른쪽에서 두 번째 과자, 자꾸 손이 가게 하는 중독성이 있는 맛.
다음에 대마도에 가면 몇 봉지 사 들고 오고 싶은. 그나저나 오늘은 오전부터 힘이 부치네요.
잊을만하면 입질이 와서 지루하지는 않은데 당초 원했던 씨알 급 벵에돔은 나오질 않고 있습니다.
간식을 먹은 후 11시가 되자 일본인 낚시꾼들이 철수합니다.
우리는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하는데 바람이 강해지면서 비까지 내립니다.
처음 빗줄기는 약했지만 갈수록 강해집니다. 그렇다 해도 비를 피해 앉아 있을 곳도 마땅찮으니 우리 부부는 이대로 우중 낚시에 돌입합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후회 없는 낚시를 해보자"
이래나 저래나 아내는 갯바위 체질인가 봅니다. 다른 커플, 부부 꾼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아내는 특이하게도 비 맞는 걸 좋아하는 편이랍니다.
서울에선 비 맞기가 조금 거북스럽지만, 외진 시골이라면 와장창 떨어지는 소낙비를 한껏 맞으며 걸어보고 싶다 했을 정도니까요.
그래도 갯바위에서 맞는 비는 부담스럽습니다. 축축한 복장으로 앞으로 10시간은 족히 버텨야 하는 고립된 곳이니 말입니다.
계속되는 비 바람에 체온이 서서히 떨어집니다. 아내는 벗어 둔 낚시복 상의를 입고선 언제 들어올지 모를 바다를 지켜보며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대마도까지 왔는데 어찌 쉴 수 있겠다고 생각하겠습니까. 이왕 온 김에 최고의 조과를 내보자!
그런 아내를 보고 있자니 한편으론 찡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 아내에게 미안한 맘도 듭니다.
낚시도 '해보니 그럭저럭 할만하네!' 라서 한 거지, 다른 꾼처럼 진짜 재밌어서 하지는 않는답니다. (잘 잡히면 재밌기는 한다네요. ㅎㅎ)
제아무리 손맛이 좋아도 새벽부터 이 고생을 하느니 그 시간에 이불 속에서 단잠을 자는 편이 훨씬 좋다고 하는 아내.
그랬던 아내가 지금은 비 바람이 불어도 낚싯대를 놓지 않으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내가 캐스팅 한지 몇 초 안 되었을 시점입니다. 그리곤 원줄에 손가락을 갖다 대는 아내. 그 옆으로 시선을 옮기니 아내의 낚싯대와 릴에 빗방울이
가득 맺혔습니다. 낚싯대에 맺힌 빗방울에 원줄이 붙어버리자 자꾸 신경이 쓰이나 봅니다. 털어내고 털어내도 줄이 붙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채비가
안 내려간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아내. 급기야 낚싯대를 수건으로 닦습니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저는 물방울이 맺힌 낚싯대를 따라 초릿대로 시선을 옮기는데 순간 풀려나간 원줄에 미세한 움직임이 생겼습니다.
살짝 늘어진 원줄이 갑자기 펴지더니 낚싯대를 확 잡아끄는 입질이 들어옵니다.
'야~ 입질이다 입질!"
깜짝 놀란 아내. 반사적으로 대를 세웁니다.
무료한 시간을 한 방에 날려버린 입질, 대마도 낚시여행
피아노 소리를 내며 낭창 하게 휘어지는 낚싯대. 말없이 파이팅 하던 아내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집니다.
"어..어떡해"
비바람에 습도가 상당히 올라간 지금. 불쾌지수를 단번에 달려 날려버린 한 방의 입질.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게 내리 꼿는 힘에 살짝 당황한 아내.
좀 전에 30cm급 긴꼬리를 잡았을 땐 자세 나오더니만, 지금은 자세고 뭐고 없고 그저 양손으로 낚싯대를 붙잡고 버티는 중입니다.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고 찌가 파르르 떨며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아내가 "뜰채"를 외칩니다.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오늘도 악마의 편집을 ^^; 대마도 낚시여행 4부, 다음 회는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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