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실수가 있었던 첫 낚시대회, 쯔리겐 WFG 예선전(2)


    #. 지난 시간 이야기
    내년 일본 오도열도에서 열리는 제20회 WFG 세계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기 위한 예선전이 시작됐습니다.
    예선전은 거제, 여수, 동해, 제주 등 4회에 걸쳐 펼쳐질 예정이며 어느 예선전이든 3위 안에 들면 대마도 결승전에 오를 수 있습니다. 
    거기서 또다시 살아남는 세 명만이 내년 WFG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지는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번 거제 예선전은 18명이 참가했습니다. 1 : 1 넉아웃 방식으로 아홉 명이 살아남으면 2차전에서는 3명씩 1조가 되어 승부를 펼칩니다.
    저는 1차전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벵에돔 한 마리를 낚아 선취득점했지만, 기준치(23cm) 미달이어서 선취득점이라는 의미만 있습니다.
    양 선수 모두 기준치에 해당하는 벵에돔을 잡지 못한다면 선취득점한 선수가 진출하지만, 상대 선수가 기준치 벵에돔을 한 마리라도 낚게 된다면
    선취득점은 사라지며 탈락합니다.

    전반전을 마치고 자리를 바꾼 저는 해가 떠오르는 방향에서 낚시를 이어나갔습니다. 난반사 때문에 찌가 잘 보이지 않자 손끝의 감각으로만 입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미약한 어신을 제대로 캐치해 낼 수 있을는지 의문입니다.
    반면, 옆자리는 태양의 난반사로부터 한결 자유로운 상황이에요. 이제 남은 시각은 10여 분.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제가 올라가지만, 다량의 밑밥을 뿌리며 승부를 걸어오기에 남은 10분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 마리라도 기준치(이왕이면 씨알이 좋은)가 되는 벵에돔을 낚을 수 있다면 좋지만, 입질이 없다면 이대로 시간이라도 흘러주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오늘따라 10분이란 시간이 꽤 길게 느껴지네요. ㅎㅎ 옆자리에서 휙휙~하며 챔질할 때마다 간담이 써늘합니다.
    대부분 작은 잡어의 소행으로 헛챔질이 되고 있지만, 저러다가 왠지 한 마리 물 것만 같습니다. 해가 떠오르고 있어 벵에돔이 잠에서 깨어날 시간인 것도
    불안하게 만듭니다. 그런 생각이 맞았는지 결국은 상대방의 낚싯대가 휘어졌군요. 파이팅 모드로 들어간 것입니다.
    만약 기준치가 되는 벵에돔이라면 저는 탈락의 고베를 마셔야 합니다. 찌는 물 밖으로 나오며 위 아래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벵에돔일까? 들어뽕을 하는데 뭔가 시커먼 게 올라와 식겁했지만, 다행히 길쭉합니다.

    "노래미"

    가슴을 쓸어내린 저는 일부러 시계를 안 보려고 애썼습니다. 5분 가량 남은 것 같지만, 시계를 보면 5분이 5분처럼 안 느껴질 것도 같고.
    마지막 1~2분을 남겨두고 잠에서 깨어난 벵에돔이 상대편 바늘을 물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딱히 없습니다. 제가 가진 한계인 것 같습니다.
    물속에 벵에돔이 있는데 입을 닫은 건지, 아니면 아예 없는 건지는 수중에 들어가 확인해보지 못했으므로 확언할 순 없지만, 이렇게 많은 양의 밑밥이
    들어갔음에도 반응이 없다는 건 역시 후자쪽이 아닐까? 하는 추론만이 있을 뿐입니다.


    양쪽 모두 기준치 벵에돔을 못 낚은 가운데 19.5cm 벵에돔으로 운 좋게 진출했다.

    "경기 종료"

    박범수 운영자님께서 경기 종료를 알렸고 '수고했습니다'라는 인사말로 저의 첫 낚시 대결이 마무리됐습니다.


    다른 조들도 희비가 엇갈린 채 철수하고

    팽팽한 접전 끝에 승부가 갈린 조가 있었는가 하면

    양 선수 모두 벵에돔을 낚지 못해 가위바위보로 운명을 결정짓기도 했다.

    눈먼 고기 한 마리 낚고 진출한 저는 올 12월에 열리는 대마도 결승전 티켓을 놓고 2차전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상대는 경서지구의 김정구 회원님과 영동지구의 석영진 회원님. 제가 개인적으로 피하고 싶었던 동해 분이 우리 조에 들어왔네요.
    특히 영진씨는 전날 정출에서 우승을 거머쥔 동해의 고수로 실력이 출중하다고 들었습니다.
    이분들과 시합해 조 1위를 하지 않으면 결승 티켓은 없습니다. 7월 말에 여수 예선전이 있지만, 가능하면 이 자리에서 끝내고 쉬는 것이 저에게는
    바람직한 시나리오일 것입니다.


    포인트를 옮기고 짐을 정리한 후 가위바위보로 낚시 자리를 정합니다.
    어차피 40분간 로테이션하며 자리를 바꾸겠지만, 그래도 첫 자리가 중요한 만큼 가위바위보도 나름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생애 첫 낚시대회,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가위바위보만큼은 강한 면을 보이네요. ^^;
    여기서 1등 한 저는 고민할 것도 없이 가장 왼쪽에 있는 높은 자리를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그냥 좋아 보여서입니다.
    가 아니고 조류 방향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르고 있는데다 높은 자리다 보니 시야가 넓어 지형지물이라든지 벵에돔이 피어오르는 것을 파악하기가
    쉽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대마도 결승 티켓을 놓고 선택한 채비는 0c 부력의 잠수찌 채비이다.

    <<WFG 예선전 2차전에 사용한 필자의 채비>>
    로드 : 시마노 베이시스 ISO 1-530
    릴 : 해동조구 제니스 2000번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서스펜스(수면에서 살짝 가라앉는 타입) 1.5호
    목줄 : 쯔리겐 제로 알파 1호로 3m 길이를 직결
    어신찌와 수중쿠션 : 쯔리겐 슈퍼 익스퍼트 0c(제로씨), 조수우끼고무 M사이즈
    바늘 : 가마가츠 나노구레 4호
    봉돌 운용 : 수중쿠션 바로 아래 g5 한 개만 물림


    채비는 1차전에서 사용한 채비와 같습니다. 이 자리는 앞서 1차전에서 여러 마리를 배출한 포인트로 해가 중천으로 향하고 있는 시각을 미루어 볼 때
    마릿수 승부가 예상됩니다. 따라서 고기를 갈무리하는 동작과 군더더기 없는 캐스팅, 밑밥 품질의 정확도, 빠른 상황 판단력 등이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0c(제로씨) 부력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0(제로)와 00(투제로)의 중간 형태라 보시면 쉽습니다.
    0(제로)찌는 부력은 제로지만, 실제 여부력은 제품에 따라 g10~g2까지 남아 있기 마련입니다. 00(투제로)찌는 '여부력이 아예 없는' 제로찌입니다.
    그 중간 단계인 0c 부력은 0(제로)찌 만큼은 아니지만 미세하게나마 여부력이 남아 있습니다. 이는 바늘과 크릴 무게로 여부력을 무너트릴 정도로 미세한
    여부력이어서 채비가 정렬되면(수중에서 목줄이 펴지면) 바늘과 미끼 무게로 부하가 걸려 찌는 천천히 잠겨 들며 잠수찌 체제가 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끼가 잡어에게 따먹히면 미끼가 가진 질량이 빠지면서 찌는 더 이상 가라앉지 않고 다시 수면으로 올라옵니다.
    0c찌가 좋은 점은 평상시와 같이 제로찌로 활용할 수 있으면서, 봉돌을 더해 중하층까지의 탐색이 된다는 점과 미끼가 없어지면 찌는 더이상 수중으로
    내려가지 않거나 혹은 떠오르는 현상을 가지므로 미끼 유무를 판단하기가 수월한 부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상층부터 하층까지 두루두루 탐색하기 위해 0c찌를 선택했습니다. 원래는 수면에서 시작해 깊은 곳으로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게 순서지만,
    1차전을 마친 선수들의 조과를 보면서 벵에돔이 쉽게 부상하진 않을 것을 예상, 처음부터 g5번 봉돌을 달고 중하층 탐색을 시작했습니다.
    만약에 벵에돔이 부상하는 게 보이면 봉돌을 떼버리고 목줄을 2m 이하로 짧게 잘라 상층을 노리면 되니까요.
    혹시 몰라 준비해 둔 목줄찌도 있으니 어떤 상황이 전개되든 거기에 발 빠른 대처를 하려고 준비했습니다.


    2차전은 빵가루만 섞은 밑밥(좌)과 크릴을 혼합한 밑밥(우) 두 가지를 준비했다.

    1차전에서 사용하다 남은 밑밥으로 몇 주걱 뿌려보니 발 앞에 복어들이 바글바글합니다.
    그 사이로 비집고 올라오는 녀석들은 망상어 떼. 결승 티켓을 놓고 벌이는 2차전의 최대 복병일 듯합니다.
    저는 1차전에서 사용하다 남은 빵가루 밑밥을 포인트 품질용으로 쓰고, 잡어 유인용 밑밥은 크릴을 잘게 부숴서 빵가루와 혼합했습니다.


    해가 뜨고 날씨가 화창해 지면서 벵에돔이 부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처음 몇 주걱은 복어, 망상어와 같은 잡어들이 반응하더니


    엄청난 개체의 망상어 떼가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저 속에는 분명 벵에돔이 있겠지"

    그렇다고 저렇게 몰려드는 망상어 떼를 뚫을 자신은 없고요. 낚싯대가 끝나는 지점에 지속해서 밑밥을 넣어 잡어들을 묶어두고 저는 15m 전방을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잘게 부순 크릴 밑밥 세 주걱을 세 방향으로 쳐서 잡어를 유인한 뒤 빵가루+파우다만 섞은 밑밥을 15m 전방에다 딱 한 주걱만
    던져 넣습니다. 5초가량 센 후 18m 전방에 캐스팅하고 나서 찌를 끌어다 밑밥이 들어간 지점 위에 둡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시 시간을 셉니다. 몇 초 만에 입질이 오는지 혹은 미끼가 따먹히는지를 알기 위함입니다.


    그나저나 운명의 2차전에서 너무 여유 부리는 걸까? 다들 열심히 하는데 저 혼자 이리저리 사진 찍고 놉니다. ^^;
    그러다가 저 멀리 영진씨의 낚싯대가 허공을 가르더니 파이팅에 들어갑니다. 설마 설마.


    정적을 깨고 첫수를 올리는 석영진 회원님

    이렇게 봐서는 기준치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지만, 어쨌든 벵에돔이 낚여 긴장을 더하네요.
    기준치가 아니더라도 선취득점을 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사진을 찍지 않았기에 기록된 사진은 한 장도 없습니다.
    이후의 상황은 글로만 풀어나가니 양해해 주세요.

    상대방이 선취득점을 하자 저는 들었던 카메라를 놓고 낚시에 집중했습니다.
    잠시 후 저에게도 입질이 들어왔는데 벵에돔입니다. 자로 쟤 봐야 알겠습니다만, 기준치인 23cm가 될까 말까 한 사이즈입니다.
    득점이 되든 안 되든 나중에 감독관에게 맡기기로 하고 보관해 둡니다. 제가 선 자리는 낚시 자리가 매우 높고 협소해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살림통에 물을 길어다 놨을 텐데 그럴 여유가 없자, 두레박에다 물을 길어 놓고 거기다 벵에돔을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발밑에 친 밑밥에 망상어 떼가 바글바글합니다. 그 모습이 마치 시커먼 여 덩어리가 생긴 것 같아요.
    제가 노리는 지점은 망상어 떼에서 약 10m 떨어진 지점입니다. 미약한 조류지만 우에서 좌로 흐르며 갯바위 쪽으로 붙습니다.
    수면에 잠길 듯 말듯 떠 있는 0c찌가 천천히 들어갑니다. g5번 봉돌이 수중쿠션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형광 녹색의 수중쿠션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들어갑니다.

    "입질이닷!"

    '꾹꾹~꾹꾹~' 제법 앙칼진 손맛이 전해지는 걸 보아 벵에돔이 틀림없습니다.
    올려보니 이것도 23cm가 될까 말까 한 사이즈. 고개를 돌려보니 다른 두 선수는 조용합니다.
    이후 입질은 저에게만 집중됐습니다. 옆에서 한 마리 올릴 때 저는 세 마리를 연거푸 올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습니다. 
    입질 수심층은 3m의 목줄이 정렬되고 난 뒤 찌가 약 2m가량 더 들어갔을 때 여지없이 이어진 걸로 보아 4~5m층으로 보고 있습니다.
    2차전에서 0c부력에 g5봉돌을 물린 판단이 맞아 떨어진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벵에돔이 완전히 부상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던지기만 하면 물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잠시 후 옆 선수들은 잠잠한 가운데 저에게 또다시 입질이 닿습니다. 이번엔 씨알이 조금 됩니다. 그래 봐야 25~26cm급이지만, 1호 목줄이다 보니
    낚싯대 놀림이 조심스러워집니다. 그래서 손맛이 더 당찼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저에게 꾹꾹 하며 손맛을 주는 녀석은 대마도에서 낚은 30cm급 벵에돔
    보다도 더 당찬 손맛을 주었습니다. 아무래도 기분 때문이겠지만, 평소 같으면 좀 더 손맛을 즐기고 싶은데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들어뽕을 하자 빵 좋고 시커먼 녀석이 올라옵니다. 이 녀석은 한눈에 봐도 기준치가 넘는 벵에돔. 잘 챙겨야지 하고 바늘을 빼려는데 완전히 삼켜버렸네.

    할 수 없이 목줄을 잘라버리고 두레박에다 넣습니다.
    이 녀석은 다른 녀석에 비해 몸도 크고 기력도 좋은지 두레박에 들어가서도 한참이나 몸무림을 칩니다.
    제 두레박에는 순식간에 벵에돔이 4마리로 불었습니다. 게 중 기준치가 될 만한 녀석은 대략 두 마리. 옆에 두 선수는 여전히 입질이 없으니 자리 이동하기
    전에 몇 마리 더 낚아 승점을 벌려놔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서둘러 바늘을 메는데 벵에돔이 4호 바늘을 삼키고 올라왔기에 이번엔 5호 바늘로 바꿔서 맵니다.

    그러던 중 두레박에 있던 벵에돔 한 마리가 철퍼덕 하더니 밖으로 튀어나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방금 낚았던 녀석입니다. 
    갯바위에 어설피 걸친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있습니다. 저는 발 한번 잘못 디디면 떨어질 수 있는 협소한 공간에서 이 녀석을 집어들어야 했습니다.
    할 수 없이 매던 바늘을 갯바위에다 올려놓고 오른손은 낚싯대를 잡은 상태에서 남은 왼손으로 녀석을 집어 들기로 합니다.
    손바닥을 펼쳐 벵에돔을 집고선 조심스레 두레박으로 가져가는데 순간 '펄떡'

    "아차!"

    제 손아귀에서 벗어난 녀석은 제 신발을 맞고 갯바위에 두 번 정도 부딪히더니 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ㅠㅠ
    상당히 아까운 승점을 버렸네요. 문제의 두레박은 망태기가 깨끗이 벗겨진 상태로 고기가 점프를 하면 무방비였습니다.
    자리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또 편리하다는 이유로 두레박에다 벵에돔을 넣어 둔 것이 화근이었네요.
    옆 선수들도 이 장면을 그대로 보고 말았습니다. 저는 쭈뼛거리며 어설픈 웃음을 지었으나 속으론 아무래도 동요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건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다음 플레이를 준비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 뒤부터는 입질이 이어지질 않습니다. 뭔가 흐름이 깨진 듯한 느낌이네요. 혹시 도망친 벵에돔이 포인트 주변에서 생난리를
    부리며 동요들과 함께 빠져나갔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시간 됐습니다. 자리 이동하시죠"

    40분은 그렇게 지나가 버렸습니다. 자리를 옮긴 저는 두레박에서 살림통으로 바꿨습니다. 여전히 저에게는 네 마리의 벵에돔이 있었고 그 중 두 마리는
    유효 득점이 될 수 있는 사이즈였습니다. 옆에 한 분은 아직 입질을 못 받았고, 영진씨는 한 마리 잡아둔 상태였습니다.
    자리를 이동하자 입질은 저에게 한 번, 영진씨에게 한 번 교차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입질한 녀석, 힘이 가당찮습니다.
    잔씨알이겠거니 하고 낚싯대를 놀리고 있는데 갑자기 확 끌고 들어가더니 전방에 있는 수중여로 박아버렸습니다. 순간 목줄 팅~!

    멘붕은 사실상 이때부터였습니다. 좀 전에 어이없이 떨군 녀석도 씨알이 됐었는데 이번 녀석은 못해도 28~30cm급은 될 만한 힘이었기에 안타까움은
    배가 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1호 목줄을 바꿀 생각은 없어요. 제가 여유를 부린 탓입니다. 아니 이 정도만 당겨도 항복할 거라며, 쉽게 생각했던 게
    잘못입니다. "1호 목줄을 믿고 강제로 진압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해 보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가고 없습니다.

    딱히 평정심을 잃었다거나 하진 않았는데 이후에 들어온 입질도 잔 실수로 놓쳐버렸습니다.
    한번은 생각보다 일찍 들어온 입질에 놀랐습니다. 들었던 주걱을 놓고 시선을 바다로 향하려는 순간 열어놓은 베일에서 줄이 풀려나갑니다.
    풀려나가는 속도로 보아선 베일을 닫고 챔질해도 충분했을 텐데, 대마도에서 낚시하던 버릇이 있었는지 대를 세운 뒤 베일을 닫아 버렸습니다.

    "이건 긴꼬리 벵에돔이 아니지 참"

    잠깐의 꾹꾹 뒤에 밀려오는 허무함. 올려보니 바늘이 벗겨졌습니다.
    그 사이 옆에선 한 마리씩 차곡차곡 낚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관찰해보니 저와 채비는 거의 비슷했습니다. 심지어 찌마저 같은 모델이었죠.
    그런데 목줄이 정렬되고 난 뒤 찌가 수중으로 가라앉는 타이밍은 석영진 회원님이 저보다 빨랐습니다. 당연히 중하층에 빨리 닿은 채비에서 입질이 먼저
    오기 마련이지요. 그 차이는 바로 목줄 길이였습니다. 저는 3m를 쓰고 있었고, 상대는 10m로 천조법을 썼습니다.
    수면에 드리워진 줄도 목줄이기 때문에 가라앉는 비중이 무거워 채비 정렬도 빨랐던 것입니다.


    철수 뒤 계측이 이어지고

    거제 예선을 통과한 세 사람(왼쪽부터 3위 안혁진님, 1위 석영진님, 2위 김수영님)

    실수 투성이었던 40분이 지나고 마지막 40분이 왔습니다. 이때는 입질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뭔가 바다 상황이 바뀐 것 같습니다.
    많은 마릿수는 아니었지만, 한 마리씩 한 마리씩 차분하게 낚았던 영진씨가 다섯 마리로 이날 1위를 했습니다.
    전날 정출에서 우승하고 wfg 예선에서 1위까지 휩쓸어 버린 것입니다.
    2위와 3위는 각각 세 마리를 뽑아내며 각 조에서 1위를 거둔 선수들이 대마도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저는 2마리로 득점이 인정, 아쉽게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고 또 다른 예선전이 있으니 계속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냐?'라는 생각에 위안을 삼았지만, 고기를 잡아서 잘 보관하는 것도 실력의 한 축인 만큼 저에겐 의미 있는 교훈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두레박을 망가트려 이런 일이 벌어지게 한 블로그 독자 최필님, 이 글을 보고 반성하길 바라면서~ 는 농담이고요. (과연?)
    생애 첫 토너먼트 낚시 대회의 소감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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