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낚시] 서이말 갯바위에서 참돔낚시


    2박 3일 거제도 낚시는 서이말 갯바위에서 참돔 낚시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최근들어 저와 아내는 낚시에 대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고기가 안잡혀도
    "내 채비와 공략엔 이상없다"라는 무한한 신뢰감이 들면서 입니다.
    예전에는 낚시가 안될 때 마다 스스로의 문제로 탓을 돌렸는데 지금은 입질이 안될 때 이것이
    스스로의 문제인지, 바다 상황이 안좋아서인지 구분되기 시작하더군요. 지난번 여수 출조때는
    전자에 가까웠지만 이번 거제도 출조는 후자라 할 정도로 전반적인 거제권 조황이 좋지 않았을
    때여서 마지막 날 또한 벼랑끝에 몰린 심정으로 낚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체크아웃을 위해 짐을 싼 우리는 풀이 죽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이 날 오후 출조를 하고 난 후 느즈막히 서울로 돌아오는 것이였는데 창밖을 보니 가관입니다.
    바다는 허연 거품을 물며 으르렁댔고 바람은 강해 빗방울이 사선으로 떨어지고 있었지요. 
    아무래도 거제도에서의 낚시 일정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너무나 아쉽네요. 거제도에 와서 회 맛도 못보고 이렇다할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집으로 가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틀전만 해도 고기를 낚으면 즉석으로 회무침을 만들어 기네스 맥주와 함께 촬영하겠다며 바리바리 싸들고 왔지만 지금 제 쿨러엔 시들해져 버려야
    하는 채소와 함께 아직 개봉도 하지 못한 기네스 맥주캔이 덩그라니 뒹굴고 있습니다.

    "그래. 나는 이것을 먹을 자격이 없다. 그냥 집에가서 까묵자" 

    우리는 서울로 출발하기 전 낚시점에 잠시 들렀습니다. 잠시 인사나 하고 가자는 생각이지요.
    그런데 그 순간 하늘이 열리더니 해가 뜨는게 아니겠습니까. 예보상에는 분명 오후에 비가 올 것이라던데..
    이것이 오보인지 일시적 현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눈앞에 비와 바람이 멈추고 햇살이 드는 것이 확인되자 또 다시 낚시본능이 꿈틀거리기 시작.
    몇몇 꾼들도 하나 둘 씩 모이는 걸 보며 출조를 결심했습니다. 실로 꺼져가는 불에 떨어지는 한방울의 기름이랄까..
    서울로 올라가기 바로 직전 '회심의 일타'를 날릴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밑밥 준비를 위해 낚시점을 찾은 아내

    "그래.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올라가자!"

    이 날 저는 야심차게 준비한 서이말식 밑밥(?)을 들고 현장에 나섰습니다.
    낚시점주께서 추천해주신 배합법인데 크릴 5장에 참돔 파우다, 학공치 파우다(이건 처음 봄), 감성돔 파우다를 조금씩 섞은 밑밥을 준비해 서둘러 오후
    출조를 감행하였습니다. 예보상으론 비올 확률 70%인대다 파고가 0.5~1.5m로 다소 유동적이며 풍속은 7~9m/s로 나타났습니다만 지금은 쨍쨍하다는 거. 


    지심도 뒷편의 어느 곶부리 자리

    이 날 우리가 내릴려던 자리는 지심도 뒷쪽에 위치한 부시리 포인트였지요. 마지막이니 손맛이라도 보자 싶어 주 대상어를 부시리로 정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왠걸요. 막상 현장에 도착해 보니 파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만약 저기서 낚시했다면 큰일났을꺼예요.
    선장님은 부시리를 포기하고 안전한 곳으로 가자고 합니다.


    도착한 곳은 서이말 삼각여

    그래서 도착한 곳은 거제 본섬 서이말 부근에 있는 '삼각여'라는 갯바위 포인트.
    왼쪽엔 직경이 50m나 되는 커다란 홈통이 있었고 우리가 선 곳은 돌출된 곶부리 자리입니다. 
    이곳도 너울이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좀전의 그곳에 비하면 천국입니다.

    우리부부가 갯바위에 내릴때 이곳에서 오전 낚시를 하셨던 세분은 철수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 조황은 오전내내 몰황이였다네요. ^^;
    아. 슬금슬금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낚시인 여러분 제발 이러지 맙시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삼각여는 이곳에선 상당히 유명한 포인트라고 합니다.
    쓰레기를 보니 유명 포인트임을 실감했지만 이내 코끝을 스치고 가는 악취에 인상이 구겨집니다.
    썩은 크릴과 생선으로 인해 온 사방에 악취가 진동합니다. 어쩌면 오늘 악천후 대신 악취와 싸워야 하는 건 아닌가 몰라요. 
    이런건 대부분 현지꾼들 소행일텐데 제발 좀 자신이 가져온 쓰레기는 되가져 옵시다. 
    오늘은 오후 7시에 철수를 한다니깐 이것들은 나중에 치우기로 다짐을 하고 채비 준비를 서두릅니다.



    이 날은 30m가량 원투를 치기 위해 무게가 있고 여부력이 많은 쯔리켄 M16 1호를 세팅하였다

    이 날 대상어는 상사리급 참돔입니다.
    대상어 특성상 넓은 반경을 탐색해야 하고 또 30m가량 멀리쳐서 흘려야 하는 낚시를 해야 하므로 찌는 무거운 걸 세팅하였습니다.

    <<입질의 추억 채비>>
    1호대 - 2500번 LB릴 - 3호 원줄 - 소형구슬 - 1호 구멍찌 - O형 쿠션 - -1호 수중찌 - V형 쿠션 - 도래 - 2호 목줄 3m - 감성돔 바늘 4호

    <<아내의 채비>>
    1호대 - 2500번 드랙릴 - 3호 원줄 - 소형구슬 - 1.5호 구멍찌 - O형 쿠션 - -1.5호 수중찌 - V형 쿠션 - 도래 - 2호 목줄 3m - 감성돔 바늘 4호

    시간은 오후 2시, 중날물이 진행중이고 조류는 좌에서 우로 방방하게 흘러가는 상황이여서 작은 봉돌 두개를 목줄에다 분납하였습니다.
    그렇게 첫 캐스팅을 시작하는데..


    수심 10m를 주고 30m가 조금 안되는 곳으로 흘리자 상사리가 첫 선을 보입니다.


    1타로 때깔 좋은 상사리급 참돔이 얼굴을 내민다

    하필 눈을 감아버렸네요. 편광안경을 썼으니 망정이지 ^^;
    그런데 이 날은 왠일일까요. 지난 이틀동안 새벽시간에 아무리 쪼아봐도 입질 하나 없었는데 묶였던 바다상황이 이제서야 풀리는 걸까.
    사이즈는 작지만 초반부터 입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타로 씨알이 아주 약간 좋아진 참돔, 그러나 또 눈감은 입질의 추억 ^^;

    3타는 깻잎 사이즈 참돔(방생), 계속 눈감은 사진만 찍힘

    세번째 잡힌 참돔은 너무 어려 귀가 조취를 시키며 아내를 보는데 아직까진 신호가 오리무중.
    제게만 연속으로 입질이 전해지자 아내 입이 슬슬 나오기 시작합니다.

    "저쪽 말고 이쪽으로 흘려야지"

    잔소리까지 이어지니 아내 급 삐짐 모드로 들어가네요. 낚시할 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 듣는 게 젤 싫다는 아내. 
    잡든지 못잡든지 혼자 하게 내버려 두라며 고집을 피우더만 지금은 은근슬쩍 제가 하는 걸 커닝하네요. ^^

    "거봐 입질 없잖아. 그쪽으로 던지면 안된다니까.."
    "아 냅둬~ 내가 알아서 할께. 나도 생각이 있단말야"
    "생각은 무슨 생각? 밑밥을 이쪽으로 쳤는데 그리 던지면 돼냐? 백날 그리 던져봐라 무나"
    "그냥 내가 알아서 할께. 계속 그러면 나 다시는 낚시 안간다"

    요즘 걸핏하면 "낚시 안간다"로 협박하는 아내. 이제는 부부싸움의 90%를 갯바위에서 하네요.
    제가 져줘야지 별 수 있겠습니까. ㅠㅠ
    근데 이 날 따라 아내의 플레이가 좀 불안했던건 사실입니다. 제가 밑밥을 치면 그 라인을 따라서 같이 흘렸음 좋겠는데 말예요.
    저렇게 가까이 흘리면 백발백중 밑걸림이 생길텐데 나중에 채비 터자먹고 또 무슨 소릴 할런지..쯧쯧

    순간 "왔다!" 합니다.
    엥. 오긴 뭐가 와?



    뺀찌급 돌돔을 낚은 아내

    "됐고..이제 그쪽으론 그만 흘리자. 내 찌 보이지? 저기까지는 던질 수 있어야 해"
    "알았어 해볼께"

    이미 예견된 일이였습니다. 아내는 장타 치는걸 굉장히 싫어하지요. 
    스스로가 비거리가 딸린다고 생각하니 장타엔 자신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니 맨날 가까운 쪽만 공략하려들고..
    그러면 백날해도 낚시실력 안는다고 했더니 누가 낚시 실력 올리고 싶어서 왔냐고 그럽니다.
    제가 18g에 가까운 찌를 아내더러 세팅하라고 준 이유도 이번 기회에 장타 포인트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으면 싶었거든요.


    어쨌든 그리하여 둘다 같은 라인으로 던지며 흘리고를 반복하는데 이제 조금씩 집어가 되는지 심심치 않게 입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려보니 산전수전 다 겪은듯한 전갱이다

    이어지는 입질에 고등어 형제가 나란히 올라온다, 거제도 서이말에서 참돔 낚시

    이번엔 아내와 제가 동시에 입질을 받아 동시에 올린 랜딩샷입니다. 어째 크기까지 똑같네요. ^^
    하지만 아직까지 원하던 참돔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한번은 아내에게 강력한 입질이 왔습니다.


    대물과 잠시동안 파이팅을 했지만 이내 벗겨져 버려 허탈한 표정을 짓는 아내

    얘기하던 중 아내의 낚시대가 쭉~ 하고 뻣쳤고 반사적으로 챔질을 하여 낚시대를 세우는데..
    순간 감당하기 힘든 파워가 전해졌는지 양손을 붙잡은 아내의 손이 벌벌 떨리는 걸 봤습니다.
    '어떡해~어떡해~'를 연발하며 버텨보지만 갑자기 팅~! 채비를 회수해 보니..뭐야?
    허무하게 도래 매듭이 풀려버렸네. 도대체 매듭을 어떻게 맸길래!!!

    목줄이 나갔다면 모를까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보내버렸으니 본인도 허무하긴 했나봅니다. 
    부시리일 수도 있겠지만 아랫쪽으로 꾹꾹 처박은 모션이 부시리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굴을 보지않은 그게 뭔지는 이상 알 수 없지요. 


    하여간 얼굴도 못 보고 터트린 녀석을 뒤로한 채 낚시는 계속 진행됩니다.
    목줄을 갈고 바늘도 새로 묶고.. 아내도 두번은 당하기 싫었는지 이번에는 좀 더 신중하게 매듭을 묶습니다.
    그 후 날물이 한참동안 이어졌지만 입질 또한 끊이질 않으니 모처럼 지루하지 않은 낚시가 이어지네요. ^^


    그리고 찾아온 또 한번의 입질.
    찌가 어찌나 쏜살같이 사라지는지 이를 미처 캐치하지 못한 아내.

    "찌 들어간다~~ 빨리~~"

    수면에 늘어진 원줄을 서둘러 정리하고 챔질해 보는데


    올라오는 건 상사리급 참돔. 
    사이즈는 어쨌거나 이 시점에서 대상어를 봤다는게 중요하지요. ^^


    서이말 삼각여 포인트를 공략중인 아내, 거제도 참돔낚시

    이곳 포인트 수심은 가까운 곳은 6~7m, 20m 이상 떨어진 곳은 9~10m권을 형성.
    최대한 장타쳐서 본류대로 흘리는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전방 100m 부근에 작은 배가 떠 있는데 그쪽에 참돔이 붙어 있다며 밑밥을 많이 쳐서 가까운
    곳으로 불러들여야 한다는 게 현지 선장님의 조언입니다. 그래서 채비는 30m가량 멀리 쳐서 안착시키고,  밑밥은 그보다는 좀 더 조류 상류쪽으로 쳐서
    함께 흘리다가 X지점에서 동조가 되는 방식으로 하고 있는데 이 방법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그렇게 하였습니다.
    아내의 롱 캐스팅 실력도 많이 늘었네요. 시도를 안하려고 하니깐 못하는거지 자중이 괜찮은 찌를 세팅해 주니 30m까지는 잘 던지고 있습니다.


    아내의 힘찬 챔질이 이어졌다

    제가 잠시 딴청을 피운 사이 아내가 입질받은 모양입니다.
    대 휨새를 봐선 일단 잡어는 아닌거 같은데..


    갯바위 가장자리로 파고드는 녀석을 살살 구슬리는 아내

    "그래 바로 이거야!" 

    대를 보니 제법 탈탈거리는 손맛에 재미가 좋은가 봅니다. ^^




    "바다의 미녀 참돔 획득! 경험이 레벨 5가 추가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

    참돔이 정확히 얼굴을 가려주니 그렇게 초상권을 외치던 아내가 좋아할 만한 사진이 나왔네요.
    계속해서 이어지는 입질에 정신이 없습니다. 저도 입질이 이어지고 있으니 좀 찍어달라니깐 낚시하기 바쁘다네요.
    그래서 제 조행기는 언제나 아내 사진이 많습니다. ^^;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어 갑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금 이 포인트엔 참돔과 여러 잡어들이 들어와 있는 것 같습니다.
    흘리면 사정없이 찌를 가져가니 실로 오랫만에 재미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채비는 전방 30m에서 25m~20m 앞쪽으로 붙으면서 횡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 저와 아내는 호흡을 맞추며 캐스팅을 하고, 나란히 찌를 흘리고, 동시에
    채비를 거둔 후 다시 캐스팅하며 일사분란하게 플레이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호흡이 착착 맞네요. 이후 약 2m 간격으로 나란히 흐르던 두개의 찌 중 하나가 갑자기 사라집니다.
    누구 찌였을까?

    "야야~ 왔다! 왔어"
    "알아."

    서둘러 뒷줄을 정리한 아내는 그야말로 회심의 일타를 날리겠다는 심산으로 힘찬 챔질을 합니다.


    화끈한 손맛을 만끽하는 아내, 거제도 서이말

    이 날 물 제대로 만났습니다. 최근 잃어버린 어복부인 타이틀을 다시 회복할 생각인지 녀석을 다그치는데 잠시도 고삐를 내어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녀석은 힘을 꽤나 쓰네요. 참돔이였음 좋으련만 움직임을 보니 참돔은 아닐꺼 같단 생각이 들어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참돔? 감성돔?"
    "엄청 큰 고등어 같아"
    "에이 설마.. 저리 휘어지는데?"

    아내의 낚시대를 이리저리 흔들어 놓은 녀석은 수면 가까이 올라오더니 갯바위 가장자리를 타고 여뿌리 쪽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낚시대 반대로~ 반대로!"

    다시 고개를 튼 녀석. 슬슬 수면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1호대로 부시리를 들어뽕하는 아내

    역시 부시리네요. 문제는 뜰채가 없다는 거.
    얼마전 안경섬에서 잃어버린 이후 "설마 뜰채 댈 일이 있겠어?" 싶어 뜰채없이 하고 있는데 결국은 뜰채 댈 일이 생기고 마네요.
    이를 어째야 할까. 너울이 치는데다 지형상 목줄 잡고 올리기도 애매하여 할 수 없이 들어뽕을 해야 할 처지.
    아가야 부시리지만 그래도 40cm급은 넘어 보여 1호대로 들어뽕을 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 
    할 수 없이 파도가 치는 타이밍에 부시리를 싣고 질질 끌고 올리듯 해서 겨우겨우 올렸습니다.
    처음엔 조금만 무게가 나가면 어려워했던 들어뽕도 이젠 가차 없이 하네요. ^^;


    생애 첫 부시리를 낚아 올린 아내

    아가야 부시리라 그닥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겨울 방어, 여름 부시리가 아니겠습니까. ^^
    저는 부시리와 인연이 없지만 아내는 몇 년 전 추자도에서 70cm정도 되는 녀석을 걸고 수면까지 띄운 상태에서 터트려 먹은 적이 있었지요.
    당시엔 바늘 개념이 서지 않아 천원짜리 금침을 사용했는데 바늘이 쫙 펴진걸 보고 난 후 천원짜리 금침은 절대 안쓰게 되더군요. ㅠㅠ


    낚시자리 전방에는 노무라입깃 해파리가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이때가 3시 30분.
    지금까지 약 2시간 가량 낚시를 했습니다. 사실 참돔 씨알은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물때도 물때지만 벌건 대낮이니 말입니다.
    지금 보다는 이따가 오후 6시부터 7시의 피팅타임이 더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때는 30~40cm급 참돔이 마릿수로 쏟아진다는데 지금도 계속해서
    입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잔뜩 고무되어 있는 우리부부. 모처럼 얼굴이 펴졌습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철수배가 들이닥치더니 확성기로 말하기를 "3시 기준으로 주의보 발령됐어요. 어서 철수준비하세요"라며 지심도에 내려준 손님을 태우러 가버립니다.
    그리고 몇 분 후..


    갑자기 들이닥친 폭우

    평온했던 바다가 갑자기 돌변합니다.
    하늘에서 구멍이 났는지 한치앞도 안보일 정도로 굵은 빗방울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고 그간 잠잠했던 바람도 터지기 시작합니다.
    너울도 갑자기 높아졌습니다. 그나마 물이 빠지고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안경을 쓰고 있던 나. 쏟아지는 빗방울에 아무것도 안보이자 안경을 머리위로 재끼고 서둘러 짐정리를 합니다.

    이 모든게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입니다. 바다는 이렇게 몇 분사이에 변하는가 봅니다.
    이런 무지막지한 폭우, 저는 갯바위에서 처음 맞아봅니다. 순간 무섭긴 하더군요.
    옷도 순식간에 다 젖어버렸습니다. 속옷까지도 전부..

    이윽고 철수배가 왔고 우리는 무사히 항으로 철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안경이 없네요. 아무래도 머리위에 올리고 짐 정리를 하다 갯바위에 떨어트린 듯 합니다.
    지금부터는 서울까지 운전을 해야 하는데...
    운전에 지장이 있을 시력은 아니나 멀리 있는 간판은 뿌옇게 보일 정도여서 아무래도 운전하기가 불편합니다.


    이 날도 어김없이 토치를 꺼내들었다.

    어찌어찌하여 서울 집에 도착하니 저녁 8시.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저녁 7시까지 낚시한 후 서울에 도착하면 새벽 2시를 계산했는데 이 날은 조기철수하는 바람에 그만큼 일찍 도착하였습니다.
    지금은 가까운 곳에 사는 형님 부부를 부르고 잡아온 참돔으로 안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벵에돔 잡으면 갯바위에서 사용하려고 사둔 토치인데 벵에돔은 얼굴도 못보고 잡은 참돔 중에 그나마 쓸만한 녀석으로 회를 떠봅니다.




    마지막 날은 그나마 유종의 미를 거두고 와 뒷풀이를 할 수 있었다

    현지에서 피빼고 내장까지 다 빼왔기 때문에 적당히 숙성된 횟감들. 집에서는 손질 없이 포만 뜨면 되니 이보다 간편할 수가 없습니다.
    6시간이 지나 다소 물러진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숙회(마스까와)를 하니 고소한게 먹을만 하더군요.^^


    오븐에서 꺼낸 전갱이와 참돔 구이도 술도둑이다


    달근하면서 고소한 참돔 뱃살 한조각에 서울꾼의 피로가 샥 가신다

    비록 주의보 발령으로 인해 2시간 남짓밖에 못했던 낚시였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아내도 그간의 부진을 털어낸듯 보였고 무엇보다 뿌듯했던 건 30m 장타를 쳐야하는 포인트에서도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비록 회심의 일타가 쌩뚱맞게도 부시리로 마무리 되었지만 부시리면 어떻고 참돔이 아니면 어떻겠습니까.
    이번 출조로 우리부부는..

    - 안경섬에서 14시간 동안의 야영낚시를 하며 체력의 한계를 경험했고..
    - 다음날 감성돔을 낚지는 못했지만 소나기를 맞아가며 30m 떨어진 수중여를 공략했으며..
    - 그 날 오후, 의미있는 에깅낚시 데뷔전으로 좋은 경험을 했고..
    - 마지막날, 폭우가 쏟아져 조기철수해야 했지만 2시간 남짓 짧은 시간동안 부시리를 비롯하여 상사리와 고등어, 전갱이 마릿로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이번 거제도 낚시는 매번 실험과 고난의 연속이였습니다.
    유난히 까다로웠던 필드 상황과 변화하는 기상에 대처하며 철저히 낚시 훈련을 하고 왔다는 기분입니다.
    비록 뜰채와 밑밥통, 여기에 안경까지 잃어버려 손실이 컸지만 지난 여수 출조때와는 또 다른 경험으로 내실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무엇보다 고생이 컸던 건 다름아닌 제 아내입니다.


    남들은 부부가 함께 낚시를 다니니 좋겠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번 거제도 낚시는 "돈주고 못할 짓"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였습니다.
    바다낚시야 말로 돈은 돈대로 쓰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해야하는 악취미.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것도 좋다고 선택한 길인데..

    10년간 함께 낚시를 해오며 인생의 동반자이자 낚시친구가 되준 아내.
    이 자리를 빌어 폭우에 파도까지 뒤집어 쓰면서 열심히 낚시해 준 아내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올립니다.
    지금의 아내가 저에겐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제가 어떻게 하늘의 뜻을 100% 예상할까 싶지만, 그래도 다음에는 좀 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낚시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그동안 좌충우돌 거제도 낚시 편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편은 블로그 독자님과 함께 떠난 격포 내만권의 가을 감성돔 낚시에 이어 2달 동안 OOO에서 이어질 '입질부부의 OOO도전기'로 이어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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