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황제도에서 감성돔 낚시 조행기(채비, 공략)


    오늘의 부제가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겨울 낚시"라고 한 만큼 낚시를 즐기지 않는 분들의 시선도
    고려하여 글을 작성해 보겠습니다. 겨울철 낚시, 비단 감성돔 뿐 아니라 다른 낚시를 한다고 해도 고행
    의 연속이 아닐까 싶은데요. 대물 감성돔 한마리를 낚기 위해 살이 애리는 듯한 강풍과 추위에 맞서가며
    싸우는 꾼의 의지는 대단합니다. 저 역시 감성돔 얼굴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그 멀고도 먼 섬, 전남 완도
    군에 위치한 황제도로 감성돔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지금부터 그 과정들을 여과없이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실 서울과 수도권에 살면 바다낚시를 즐기기가 어렵습니다. 서해권은 지금 같은 시기에 수온이 매우 낮아 낚시가 안되 고기다운 고기 좀 잡으려면
    남해권을 가야만 합니다. 그런데 운전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유류비는 또 어떻구요.
    그래서 서울, 수도권 조사님들 입장에선 출조점 버스를 이용해 다녀오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차비+선비+밑밥+미끼+식사 3끼가 패키지 상품화 되어있기 때문에 다른거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버스는 저녁에 출발해 새벽같이 달리며, 또 낚시를 마친 뒤에 곧바로 서울로 올라와 피곤할 법도 하지만 운전을 안하니 버스안에서 잠을 청하면 됩니다.



    황제도로 떠나는 선실 내부

    이 날은 제가 주로 이용하는 출조점(인천피싱클럽)을 이용해 전남 완도권에 위치한 황제도를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해남을 거쳐 완도 선착장까지 버스길로 4시간 반~5시간 가량 소요되지요.
    거기서 다시 낚시배를 타고 한 시간 가량 망망대해를 달려야 닿는 섬이 황제도입니다.
    왜 이렇게 멀리 다니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는 오로지 하나 때문이지요.

    "대물 감성돔 한 두마리 잡으려고"

    낚시를 하지 않는 일반인들이 보기엔 선뜻 이해가 가질 않을것입니다.
    하지만 추위속에서 낚아내는 감성돔 한마리의 찐한 손맛과 성취감은 경험해 본 자만이 아는 낚시의 묘미입니다.
    또한 제철에 중심에 있는 감성돔은 회맛이 오를대로 올랐는데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에게 회를 쳐 주겠다는 일념하나로 오신 분들도 적잖습니다.
    사실 겨울철 감성돔 낚시는 '모'아님 '도' 입니다. 지금 시기보다는 영등철(음력 2월 정월 대보름을 전후로 한 시기)에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데요.
    입질이 온다면 대물일 확률이 큰 시기지만, 반대로 꽝 확률도 가장 많은 시기가 바로 겨울철입니다.
    위 사진은 제가 앉으면 더 이상 앉을 곳이 없을 정도로 선실이 꽉 찬 풍경입니다. 대물 감성돔 한 두마리 잡겠다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오신 조사님들이
    이렇게나 많습니다.

    그리고 아래 동영상은 제가 최초로 공개하는 "갯바위 하선 장면"이예요.
    사실 이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상하로 요동치는 뱃머리에서 갯바위로 건너뛰는 순간, 안전사고가 많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꾼들은 짐을 들고 내리지 않고 맨 몸으로 내린 다음, 뱃머리에서 하나씩 짐을 건네 받는 방법으로 하선하고 있습니다.
    저는 카메라를 켜논 상태에서 내렸습니다. 칠흙같이 어두운 망망대해에서 갯바위 하선,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시기 바랍니다.




    첫 장면은 모든 꾼들이 황제도에 내려 선실이 텅텅 빈 상황입니다.
    보통 갯바위 낚시는 2인 1조로 내리는데요. 일행이 있으면 함께 내리고, 일행이 없으면 없는 분들끼리 짝을 짓습니다.
    저는 꾼들이 다 내릴때까지 남았다 맨 마지막에 내렸습니다. 옆에는 저와 함께 내릴 파트너(맨땅의 헤딩님).

    지금 시각은 새벽 3시 30분 경입니다.
    새벽 2시에 출항해 한시간을 달렸고, 20여명의 꾼들을 차례대로 하선하고나니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났습니다.
    사실 이 지역의 감성돔은 밤에 입질을 잘 하지 않습니다.(황제도에선 볼락도 잘 안나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일찍 출조하는 이유는 '좋은 포인트를 선점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고생은 꾼들이 합니다.
    가뜩이나 해가 늦게 뜨는 요즘인데 출항을 새벽 1~2시에 해버리면 해뜰때까지 4시간 가량을 갯바위에서 떨어야만 합니다. 
    황제도는 이 배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주변의 포구에서 여러척이 들어갑니다. 당연히 포인트 선점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다들 자기 손님들 손맛보게 해주기 위해 몇 분이라도 일찍 출항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요. 이 날은 무려 밤 11시에 출항한 배가 있었다고 합니다.
    황제도에 도착해 보니 명당은 이미 그들 손님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그 손님들은 밤새도록 낚시를 하겠지만 제대로 된 감성돔 낚시를 위해선 해가 뜨는
    아침 때까지 추위와 싸워야 합니다. 도대체 어느 누가 이러한 현상을 자처한 걸까요? 손님일까요? 11시에 출항한 선장일까요?
    어쩌면 우리 꾼들의 잘못인지도 모릅니다. 고기 욕심 많은 손님들이 출항을 일찌감치 부추긴 탓도 있을테고, 거기에 동조하는 선장 탓도 있을테고..
    아무리 감성돔 손맛이 좋다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습니다. 다른 지역을 보면 서로간에 출항시간을 합의해 일괄적으로 지켜나가는데 이곳 완도권은 그런
    모습이 전혀 안보입니다. 관할 해양 경찰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포인트 선점을 위해 전날 밤 11시에 출항하는 것에 대해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지금은 동절기라 해가 늦게 뜨니 모두가 함께 새벽 5~6시에 출항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새벽 4시, 추위를 피하기 위해 파트너께서 번개탄을 지핀다

    이 날 황제도 낚시는 아내가 춥다고 낚시 거부하였습니다. 무리도 아니지요. 한파의 끝자락이고 기온은 -3도입니다.
    그런데 예보와 달리 강풍이 불어재끼는 상황이라 체감 온도는 -8도 이상입니다.
    바람 때문에 불 붙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신문지를 챙기지 못해 순간 번개탄을 못붙이나 식겁했는데요. 다행히 현장에는 갓 배달된 듯한(?) 신문지
    한부가 포장된 채 날라와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조화인지..^^;



    번개탄에 불 붙이고 추위에 떨며 도시락부터 까먹는 처지가 영 폼이 안난다

    이 날 제공된 식사는 도시락 1끼와 김밥 1끼.
    원랜 따듯한 식사를 해야 했지만 이 날 집결지에서 한분이 엄청 늦게 오시는 바람에 식사를 생략하고 출항시간에 맞춰 와야 했습니다.
    그간 낚시 도시락이 형편없어 안먹었는데 이번에 받은 도시락은 나름 고칼로리에 정성도 제법 있습니다.
    사진엔 안나왔지만 조미김과 함박스테이크 소스까지..알고 보니 모 프렌차이즈 제품의 도시락을 사들여서 나눠줬는데 차라리 이게 훨씬 낫습니다.



    하늘에 별이 어마어마 합니다. 마치 외계행성에 착륙하여 낚시하는 기분마저 드네요.
    이 행성엔 어떤 물고기가 살고 있을까? 하는 동화같은 기분으로 이 추위를 이겨보려고 합니다.

    새벽에 딱히 할 일이 없어 별 사진을 찍어 봤는데요.
    겨울철 대표 별자리인 오리온 자리와 큰게자리의 시리우스, 황소자리 알데바란이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리온 자리는 두개의 알파성을 갖고 있지요. 부피가 태양의 수천배에서 수만배로 늘었다 줄었다 하는 희한한 항성인 베텔규우스(수백만 광년)
    25광년이라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푸른 별 리겔, 그리고 북반구에서 관측 가능한 별 중 가장 가깝고도 밝은 항성인 시리우스(약 7광년)까지.

    저는 갯바위에서 별 사진을 자주 찍지는 않지만 이렇게 흐드러지게 선명한 날엔 촬영하기도 합니다. 별 사진 찍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삼각대는 필수지만 없으시다면 일단 주변의 지형지물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입니다. 바윗돌에 괴는 것이 가장 좋구요. 초점링은 수동으로 변환하여
    '무한대'로 맞추고, ISO는 200~400, 조리개는 최대한 낮춘 후 손으로 누르면 흔들리니깐 2초짜리 타이머를 이용해 촬영하면 요렇게 나옵니다.^^

    밥을 먹고 별 사진을 찍어도 동틀 때까지는  2시간은 남아 낚시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행여나 밤 볼락이라도 물어줄까 싶은 기대감에 B 전자찌로 셋팅한 반유동 채비로 옆 홈통쪽을 노려보지만 어두컴컴한 바다는 대답이 없습니다.
    몇 번 던져보고 아니다 싶어 다시 번개탄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시간을 보냅니다.



    오전 7시, 일출이 시작되고


    당초 전유동 낚시를 계획했지만 강한 맞바람에 찌는 중량이 조금 나가는 1호찌를 선택해 반유동 채비로 감성돔 공략에 나서본다

    <<입질의 추억 채비>>
    1-530 낚시대, 2500번 릴, 2호 원줄, 면사매듭, 반원구슬, 1호 구멍찌, -1호 수중찌, 쿠션고무, 도래, 목줄 1.7호 4m, 감성돔 바늘 2호


    사용한 찌는 이번에 나온 신상품으로 쯔리켄의 '한국치누'라는 한국의 갯바위에 맞게 고안된  감성돔 전용찌입니다.
    이 날 맞바람이 장난이 아닌데요. 낚시대는 물론 몸도 휘청거릴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어 찌가 수면 아래로 잠방잠방 할 정도로 여부력을 없애는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표시된 부력 옆에 +2B라고 표기되어 있죠? 이는 잔존부력을 의미하는데 평소같으면 2B봉돌을 달거나 B봉돌 두개를
    분납해 던지면 되겠지만, 이 날은 바람이 워낙 강하게 불어 채비가 앞으로 밀려옵니다. 그래서 저는 B봉돌 두개를 분납한 후 G1 봉돌 하나를 추가로 달아
    (도래 바로 밑에) 찌가 수면에 잠겨 바람에 덜 노출되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바람이 강하게 불면 채비 컨트롤도 되지 않고 원줄이 날려 밑 채비가 뜰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찌가 조류를 타지 못한 채 바람에 밀려 갯바위 가장자리로 밀려와 고약한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날은 플로팅 타입의 뜨는 원줄보다 서스펜드 타입의 원줄이 유리하고 되도록이면 가는 원줄을 사용하는 게 유리합니다.
    저는 2호 원줄을 선택했지만 플로팅 타입의 원줄이라 이것을 물속으로 가라앉히는 방법을 시도하였습니다.
    일단 초릿대를 물 속으로 완전히 담급니다. 그리고 물속에 들어간 낚시대를 내쪽으로 짧고 강하게 당겨줍니다. 이렇게 하면 수면에 뜬 원줄은 표면장력이
    깨져 물속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 시켜 채비가 떠밀리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오전 8시가 되자 건너편에 계신 분이 중칫급 감성돔 한마리를 낚아냈다

    얼굴을 할퀴는 칼바람이 너무나 강하게 몰아 붙입니다.
    다행이 이곳은 채비를 멀리 던져서 낚는 곳이 아닌, 전방 20m 이하에서 입질이 들어오는 포인트여서 캐스팅 하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몸이 밀리는듯한 바람이 불면 캐스팅은 고사하고 몸과 낚시대부터 추스려야 합니다.
    사고나기 딱 좋은 날이란 건 바로 이런 날을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집나와서 이 무슨 개고생인고.."

    갑자기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따듯한 이불속에서 나를 향해 "거봐라 호호호" 하는 웃음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약 한 시간 가량 밑밥을 치자 집어가 되는지 건너편에서 3짜급 후반정도 되어보이는 감성돔을 낚아냅니다.
    바람도 불고 얼어죽을것 같지만 감성돔 잡는 모습을 보니 일순간 추위가 사그라듭니다. 저는 좀 더 바다에 집중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6시간 낚시에서 딱 한번 들어오는 입질이 대물 감성돔일 수 있다."

    겨울철 낚시의 고행이자 백미일지도 모릅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찌를 주시해야만 합니다.
    찌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눈에 불을 켭니다. 아마 일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일입니다.^^;



    일기 예보와는 달리 바람은 더욱 더 거세져만 갑니다. 분명히 6~9m/s로 봤는데 지금 풍속은 14m/s를 정면으로 받는 기분입니다.
    조류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수면은 바람에 밀려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포인트 지형은 감성돔이 충분히 나올만한 자리로 보였지만, 잡어 한마리도
    입질하질 않습니다. 뭐라도 좋으니 생명체 확인을 했으면 좋으련만..

    "이대로라면 꽝치고 만다"

    아직 시간은 남아있지만 제 머릿속엔 이미 부정적인 기운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오죽하면 고기 안잡아도 좋으니 바람을 등지는 곳에서 낚시하고 싶은 생각이 다 들까?
    처음 배타고 왔을 땐 파트너와 함께 OOO포인트에 내리고, 거기가 안되면 OO포인트에 내리고, 거기마져도 안되면 OOO라도 내리자! 라고 전의를 불태
    웠는데 막상 황제도에 도착하니 왠걸요. 아주 속속들이 포인트가 차서 내릴 곳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낚시가 말렸음을 직감했고 아니나 다를까 이런 고비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탄 배나 출조점은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보여집니다. 그렇기에 또 다시 밤 11시에 출항해 포인트 선점한 배가 원망스러운 순간입니다.



    이곳 포인트 지명은 모릅니다. 섬을 돌다가 내리긴 했는데 우측에 적당한 홈통이 있어 상황만 받쳐주면 감성돔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밤새 강한 바람이 불어 물이 뒤집어졌고 그 결과 뻘물로 혼탁해졌습니다.
    바람과 조류도 서로 반대 방향인대다 표층수가 밀려 들어오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감성돔이 제 미끼를 알아볼리 만무합니다.
    그래서 저는 크릴미끼를 한 마리만 꿰맸다가도 두마리, 심지어 여러마리를 꿰어 시각적으로 어필하는 방법을 동원합니다. 

    선장께서 말해준 수심은 8~9m지만 밑걸림이 생기질 않아 저는 10m로 찌매듭을 맞추고 발 앞을 공략하였습니다.
    최대한 원투쳐도 맞바람에 밀려 고작 15m. 조류를 타지 못한 채비는 바람에 떠밀려 발 앞으로 다고 오는데 순간 찌가 쑤욱하고 들어갑니다.
    챔질하는데 꾹꾹~ 하는 힘이 가당치 않네요. 아무래도 감성돔 같습니다.
    저는 릴링을 멈추고 대만 바짝세워 버티는데 엥? 중반을 넘기자 힘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녀석. 뭐야 이건?





    씨알이 괜찮은 광어가 한마리가 올라왔다

    기대와는 달리 광어가 올라오자 저도 모르게 아쉬운 탄식이 나옵니다.
    그래도 지금 시기에 잡히는 광어는 제철을 향해 가고 있어 횟감으로 쓰기로 합니다. 근데 광어가 심하게 다이어트를 했는지 좀 말랐군요.
    지금 시기라면 살밥이 꽉 차야 할텐데..어딘가 모르게 이 녀석은 먹이경쟁에서 소외된 개체로 느껴집니다.
    며칠을 굶었는지 오죽 배가 고팠으면 내 미끼를 덮썩 물까? ^^



    중간에 바람이 잠시 멎었습니다. 바람이 멎으니 조류도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 줬고 채비도 원활하게 태울 수 있었습니다.
    오늘 낚시, 어쩌면 지금이 기회일런지도 모릅니다. 제가 광어를 낚은 자리를 X로 표시하였는데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보지만 추가 입질을 받는덴
    실패했습니다. 크릴을 만져보는데 생각보단 수온이 나쁘지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입질이 없다는 건 뭔가 전체적인 상황이 맞지 않음을 예감하였습니다.
    보통 낚시가 안 될 때면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내가 포인트 공략을 잘못했거나
    2) 전반적인 상황이 좋지 않거나(고기가 입을 닫았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은 경우)


    오늘은 확실히 후자에 가깝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철수하면서 다른 조사님들의 결과를 지켜봐야겠습니다.



    광어는 넓직한 물칸이 있어 거기다 풀어놨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지대가 상당히 높습니다.
    특별히 주의보나 태풍이 몰아치지 않는 한 여기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고일리가 없는데.. 혹시 저 물이 민물이라다면 광어는 금방 죽어버릴 것입니다.
    민물인지 바닷물인지 어떻게 아나. 결국 맛을 봐야 할까?
    행여나 이곳에 누군가가 오줌을 누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저는 손가락을 찍어 물 맛을 봅니다. 짭짤하네.. 확실히 바닷물임엔 틀림없군요.^^;
    그런데 얼음물처럼 차갑습니다. 계속두면 빈사상태에 놓일꺼 같아 광어를 부령망에다 옮겨 담고 바다에 띄웁니다.



    강풍에 온 몸이 으실으실.. 정말 춥다 추워~ ㅠㅠ


    바람이 점점 더 강하게 불자 원활한 채비 컨트롤을 위해 1호찌에서 1.5호로 바꿨다

    오전 11시를 넘기자 예보와는 달리 바람은 점점 더 강해져만 갑니다. 손가락은 얼기 직전.
    어떻게든 동상을 피하기 위해 손가락에 입김도 불어보고, 손을 구명복 안쪽으로 꼽아보기도 하고 제자리에서 뜀박질도 하며 낚시를 이어 나갑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자연앞에선 허사일까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제 집중력은 흐려지기 시작했고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릅니다.

    파트너인 맨땅의 헤딩님, 감성돔 낚시에 일가견이 있는 분이시지요. 하지만 이런 바람 앞에는 장사가 없나 봅니다.
    이미 대를 접고 바람을 피해 들어가 계십니다.



    이제 철수시간이 다가옵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던져보고 대를 접을 생각입니다.
    물때는 중날물로 들어섰는데 조류의 흐름은 미약합니다. 전방 10m 앞쪽엔 거품띄가 흐르고 있는데 그 곳을 넘겨서 흘려봅니다.
    그리고 저는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을 빕니다.

    "더도 말고 딱 한마리만 물어봐라"

    그랬더니 거짓말같이 찌가 잠기네요?
    견재를 해 말어.. 생각하고 있는데 찌가 천천히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찌가 시야에서 사라질 즈음 챔질을 했는데..




    "쏨뱅이여서 죄송합니다.^^;'

    이 날 유일하게 받은 단 두 번의 입질이 광어와 어린 쏨뱅이였습니다 .
    이제 대를 접고 철수합니다. 바람을 하도 맞아 감기 안걸리려나 모르겠네요.



    전방엔 황제도 특급 포인트인 꾸중여가 마주하고 있다

    물이 빠지자 수면위로 드러난 꾸중여에 한분이 하선하여 낚시준비를 합니다.
    그나저나 오늘 다른 꾼들의 조과는 어떨까? 상황이 상황인만큼 쉽지 않으리라 예상해 봅니다.



    빈통으로 철수하는 꾼들


    부푼 설레임으로 부력망을 구입해 들어간 어느 조사님은 포장을 뜯어보지도 못한 채 철수합니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애잔해요. 그렇다고 22명 전원이 몰황을 당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43cm급 감성돔 한마리를 낚은 분도 계셨고요. 안타까운 건 4짜급 감성돔을 두마리나 낚았던 어느 조사님의 사연입니다.
    꿰미에 걸어 바다에 띄워놨는데 그것을 상괭이(돌고래 일종)가 물고 가는 모습을 안타까운 맘으로 지켜봐야 했답니다.
    이따금 해달이 와서 고기를 훔쳐가거나 그 자리에서 우적우적 베어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꿰미에 걸어 놓으실 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52cm급 광어로 황제도에서의 낚시를 마무리한다

    광어는 보호색을 하기 때문에 때깔을 보면 포인트 지형을 볼 수 있겠지요.
    모래에 사는 광어는 모래색을 닮아 누렇고 밝지만, 암반에 사는 광어는 이렇게 짙은 갈색을 띕니다.



    철수하고 먹은 전라도 백반


    낚은 광어는 자연산이 아닐 확률도 있고, 배쪽은 스트레스로 인해 피멍이 생겨 맛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가 되었다

    광어가 생각보다 말라 어떻게 먹을까 고민했는데 이 날 마침 두 처형이 집에 놀러와 계시니 회를 안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만보니 자연산이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일명 "빠삐용 광어(양식장 탈출)"

    100% 양식 광어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치어방류된 개체이거나 혹은 무흑화(無黑化) 기술로 양식된 광어가 탈출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듭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양식 광어는 99%이상 배쪽에 흑화(黑化)현상이 있습니다. 다시말해 이끼같은게 껴 있지요.
    그런데 최근들어 이러한 흑화현상을 없앤 양식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일부 양식 광어에는 무흑화(無黑化) 현상을 보입니다.
    그것을 이용해 일부 업소에선 양식 광어를 자연산 광어로 속이면서 파는 행위도 적잖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가 광어를 잡았던 곳은 황제도로 광어 양식 산지로 유명한 전남 완도군에 위치해 있습니다.
    따라서 저런 특징을 보이는 이유는 두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1) 무흑화(無黑化) 기술로 길러진 광어가 양식장을 탈출했거나
    2) 자연산이긴 한데 먹이경쟁에서 도태되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지금은 광어가 살찌고 맛있어지는 시기임에도 보시다시피 좀 홀쭉합니다.
    무흑화 양식 광어도 늘 사료만 받아먹고 자라왔기에 자연상태에서는 먹이 경쟁에 밀려 도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스트레스" 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미각적'으론 별 볼일 없는 상태가 될 것 같아요.
    무게는 안쟤어봤지만 52cm급 치곤 적게 나올 것 같습니다. 대략 1.8키로에서 2키로 정도.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한번 떠 보겠습니다.



    비늘을 제거하고 내장을 분리한다

    항에 도착해 곧바로 피를 빼긴 했는데 숨이 간신히 붙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피가 원활하게 안빠졌습니다.
    배에 피멍이 든 이유는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혹은 피가 일부 고여 된 좋지 못한 현상입니다. 피를 뺀 광어는 얼음과 함께 수송해 왔습니다.
    광어가 가장 맛있어지는 숙성 시간은 3~6시간인데 완도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는 시간과 얼추 맞아떨어집니다. 덕분에 숙성하나는 제대로 되었는데..





    다섯장 뜨기를 한다(자신의 칼에 믿음이 있으면 세장뜨기를 하세요. 전 믿음이 없어서 ^^;)



    자연산인지 빠삐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광어회를 완성하였습니다.
    살 때깔은 선홍빛을 띄지만 거뭇한 실핏줄이 박혀 있는 걸로 봐선 아무래도 자연산이 아닐 것이다란 확률에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뭐 그래도 처음엔 얼어죽는 조행기로 시작했지만 마무리는 나름 훈훈하네요. ^^;  일단 눈으로 감상하시고..







    그나마 관리는 잘되 선도는 살아있는 편, 저 무지개 빛이 증거이다

    비록 감성돔은 못잡았지만 날이 안좋아서라며 스스로 위안 삼아봅니다.
    대신 길이로는 장원 먹은 이 홀쭉한 광어회와 함께 맥주를 마시는데요. 이 날 따라 맥주가 왜 이리 쓴지 모르겠습니다.
    살밥은 제 기준에 미달이여도 길이가 좋아 저런게 한접시 반이 나왔습니다. 다음에 광어를 잡게 된다면 칠자급 이상으로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 날 시식한 처형내외 분들은 '맛있다'며 한껏 치켜세우셨지만, 아무래도 인사치례인듯 합니다.
    저는 정말 맛이 없었거든요. ^^;
    식감은 쫀득했지만 맛은 숙성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제철 광어라 하기엔 한참 모자른 맛이였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둘러 앉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먹는 야밤의 광어회. 나쁘지는 않지요.^^
    황제도에서의 감성돔 낚시는 아쉽지만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조만간 저는 아내와 함께 또 다른 출조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겨울철 최고의 감성돔 낚시터지요. 우리나라 최서남단 가거도.
    아내를 오짜 여조사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는데 상황이 녹록치가 않아 계속 미뤄왔습니다.
    아직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얼른 다녀와서 멋진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다음 조행기를 보실려면 여기를 클릭!
     추신)
     어제 하루는 여러분들이 남겨주신 댓글 릴레이에 행복한 날이였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여러분!
     이제부터 저는 400여개의 댓글에 대해 일일이 답글을 남길텐데요. 몇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모두에게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제 블로그를 성원해 주셔셔 감사합니다.^^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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