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낚시] 낚시 징크스를 이용, 가거도에서 받은 단 한번의 입질


    가거도에서 감성돔 낚시 이틀날.
    전날 대다수가 꽝을 쳤기 때문에 가거도에서 대물 감성돔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하지만 시즌이 시즌인지라 전국에서 몰려든 낚시객들로 깜깜한 새벽의 항구는 인산인해.
    이렇게 많은 꾼들 속에서 과연 맘에 드는 포인트에 내릴 수 있을까? 또는 감성돔을 잡을 수 있을까?
    서울에서 힘들게 내려왔는데 아무런 소득도 못거둔 채 올라갈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복잡해 집니다. 
    가거도에서 감성돔 낚시, 짧지만 굵은 여정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새벽6시 40분 가거도 항

    약한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꾼들의 승선이 한창입니다.
    내항인데도 꽤 강한 바람이 느껴질 정도니 저 먼 바다에선 얼마나 많은 바람이 불까.
    가거도에서의 마지막 낚시. 벌써부터 예감이 좋지 못합니다.
    전날 강한 너울과 저수온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은데다 오늘은 낚시객들도 많아 포인트 선점도 어려워 보입니다.
     

    가거도의 낚시 유어선들은 동 트기 한시간 전에 동시 출발을 하겠다는 약속이 되어 있기에 그것을 깨고 먼저 출발하는건 금기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각각의 어선들은 순번제로 출항하는듯 보이는데, 하필 이 날은 다른 어선들이 먼저 출발했고 우리배가 젤 늦게 출발.
    좋은 자리는 다른 배들의 몫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에게 돌아갈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기 마련.
    그렇게 갯바위 하선은 한시간 가량 진행됐고 저는 다른 꾼들이 다 내리고 나서야 막바지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젤 먼저 내리는게 좋긴 한데 전에 보니깐 또 그렇지도 않은거 같고. (젤 늦게 내려도 어복이 있으면 잡는거 같아요)


    이번 가거도 초행 낚시는 포인트가 이렇게 잡혔습니다. 첫날은 성건여쪽에서 낚시를 했고 마지막날엔 지명을 알 수 없는 홈통 포인트, 거기서 몇 시간 하다가 
    자리를 이동해서 둥글여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대부분 가거도 2구쪽에서 낚시 한 셈.


    먼저 지명을 모르는 홈통 포인트에 내려서 채비를 준비하고 던지니 이때가 벌써 8시.
    오늘은 정말 마음 비우고 낚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곳은 지형도 가파른데다 발판도 안좋아 신경도 쓰였는데 몇 번 캐스팅 해보니 물이 아예 가질 않습니다.
    일단 포인트를 어떻게 잡을까 망설이다가 들물이라 홈통 입구쪽으로 가닥을 잡고 그곳에다 밑밥 품질을 하며 쪼아보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오늘 저와 함께 낚시 해주실 파트너는 어제와 동일합니다.
    홈통에 물이 가질 않자 파트너께선 좀 더 난바다 쪽으로 흘려보는데 이쪽도 조류가 미약하긴 마찬가지.


    조류는 미약하게나마 우에서 좌로 흐르는데 찌가 곶부리를 넘겨 흘러가면 여지없이 밑걸림이 발생.
    전방에 여뿌리가 나 있으니(흰 점선) 흘리면서 주의를 하고 수시로 견제해야 합니다.
    저도 처음엔 홈통 입구를 노렸다가 여의치 않자 파트너와 함께 곶부리를 공략했는데요. 바다는 여전히 묵묵무답입니다.
    감성돔 낚시는 어지간해선 포인트를 안옮기는데 파트너께서 옮기고 싶어했고 제 생각도 이곳은 그렇게 메리트가 없어 보여 옮기기로 합니다.


    포인트를 옮기면서 우리가 섰던 자리

    포인트를 옮긴 곳은 성건여 뒷편 둥글여(맞나요)라 불리는 곳

    어제에 비해 너울도 확실히 잦아졌고 물색은 환상이고 바람도 안불고 모든 조건이 OK, 그런데 수온은 여전히 8.5도

    파트너께서 도시락이나 까묵자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물돌이 타임이라 그래도 낚시는 하면서 먹을까 했지만 파트너께서

    "에이~ 낚시 얼마나 한다고. 걍 밥먹고 해요"
    "그..그럴까요 ^^;"

    이번엔 과감하게(?) 낚시대를 세워두고 밥을 먹기로 합니다.(저는 원래 밥 먹을때도 찌 보면서 먹는 스탈인데..^^)


    대신 밥 먹는 동안 집어는 해야할 것 같아 밑밥 20주걱 정도 뿌려놓고..


    배달되어 온 따끈한 도시락을 먹습니다.
    반찬이 그나마 어제보단 낫네요. 어젠 계란후라이에 김치가 전부인데


    밥을 먹다가 난바다 쪽을 보는데 조류가 서로 부딪히고 있군요.
    이제 물돌이 시작했나 봅니다. 지금 아니면 타이밍 안나올거 같아 얼른 낚시대를 들고 찌 입수!


    조류도 아주 예쁘게 흘러주는데 왜 입질이 없을까?
    저렇게 가다가 쏙 들어갈 것만 같은데 잡어새끼 하나 입질이 없네.
    아~진짜 가거도 왜 이런거야. 오늘 생명체 구경을 못하네요. 생명체 구경 못해도 좋으니깐 찌 들어가는 모습이라도 좀 보여주련..
    이럴땐 밑걸림도 안생겨요. 수심을 좀 더 줘볼까.

    이대로 하다간 꽝이 보인다. 무슨 면목으로 어복부인에게 말을 해야 할까..
    정말 기분이 찹찹 하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입질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러다 문득 생각 난 아이디어?"

    아마 낚시인들은 공감할까 싶은데요. 입질이 하도 없으니깐 기껏 생각한 방법이란게

    "딴 청 피우기 ^^"

    아시죠? 이거 무시 못합니다.^^
    일종의 역발상이랄까..
    그렇게 낚시에 집중할 땐 입질 하나 없더니 딴 청 피우면 이상하게 입질이 오는 징크스를 역이용~ㅎㅎ
    누구랑 통화할 때, 소변 눌 때, 밑밥주걱 집으려고 고개숙일 때, 아니면 먼산이나 바라보고 있을 때 등등..
    이때부터 저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딴청을 부리기 시작했으니..
    괜히 낚시대 눕혀놓고 소변 한번 누고 그러면서 곁눈질로 찌 안들어가나 보면서 아는 지인이랑 통화도 해보고.(행여나 초릿대 안끌고가나 보고 ^^)


    뒤에 있는 여쪽으로 흘리면 어떨까 싶어 흘려도 보고 잔존부력도 다시 체크하고 하여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얼음장 같은 바다는 대답이 없네요.
    철수시간 두시간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마지막으로 어복부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뭐 좀 잡았어?"
    "나 지금 꽝인데 어복 좀 불어 넣어줄래?"
    "으이그 몬 살아~"

    이제는 찌도 안봅니다. 찌를 보고 있으니 낚시가 더 안되는거 같은 (하도 낚시가 안되니 별의 별 망상을 다 하게 됩니다. ㅎㅎ)
    감성돔 입질이면 초릿대가 펴지든 낚시대를 끌고가든 알아서 신호가 오겠지 싶어 계속 딴청을 부리는데 갑자기 파트너께서

    "찌가 잠겨요"


    어..정말 그러네..
    이미 찌가 한뼘치 정도 잠기고 있었습니다.
    이거 밑걸림 아니다. 입질이다 싶어 릴을 한바퀴 반 정도 감고 기다리는데 찌가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챔질"

    콕콕 처박는 느낌이 낚시대에서 팔로 전해지는 가운데 갑자기 머리속에서 불현듯 스치는 예감.
    제법 처 박는데 이번에도 감생이가 아니고 씨알 좋은 우럭 같단 느낌이 듭니다.
    수면위로 찌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 아래로 고기가 보여야 할 시점에서 은색이냐 흑색이냐가 관건...
    근데 수면 아래 뭔가 번쩍하네요. 아 이것은 은색이구나!


    가거도에서 잡은 첫 감성돔이자 올해 첫 감성돔

    "아이고 이노마 반갑다. 근데 너무 지각했다 아이가~"


    근데 가거도 씨알이 왜 이래요. 이거 잘해야 3짜 중반밖에 안될 거 같은데.
    어쨌든 얼굴을 봤다는게 중요하구요. 이제 고기 나오기 시작했으니 열심히 해서 한 두마리 더 한다면 후회없는 가거도 낚시가 될 것 같습니다.
    느슨했던 갯바위 분위기도 슬슬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으니..


    가거도에서 처음으로 띄워보는 부력망

    방방하게 흐르는 조류에 대물의 꿈을 안고 파트너와 저는 나란히 찌를 흘립니다.

    "한마리만 물어봐라"


    결국 추가로 입질 받는덴 실패. 파트너께선 먼저 낚시대를 접고 정리하는 분위기.
    밑밥통 씻을때 저렇게 매달아 놓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작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심코 밟은 곳에 하필 이게 있을 줄이야.
    살짝 밟은거 같은데 힘없이 부러져 버리네요. 나름 비싸게 주고 산 뜰망인데 고쳐 쓰기도 애매하게 부러졌어요.
    이걸 또 사야 할 생각에 미챠부리네요. ㅠㅠ (생각해 보니 망태기는 빼서 가져올껄 왜 같이 버렸지. 바본가봐요 ㅠㅠ)
    가거도에서의 설레였던 낚시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철수하는 꾼들의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지난 해 태풍으로 만신창이가 된 방파제 테트라포트, 가거도 항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생각보다 빨리 도착했어요.)
    뒤늦은 계측을 해보는데 첨엔 3짜나 되나 싶었는데 막상 재보니 38cm네요.(살아있을 때 쟀더라면 39cm란 얘긴데..^^;)
    어떤분께서 "오늘 유일한 감성돔이네요"라고 말해주셨지만 재차 확인해 본 결과 이 날 27명의 꾼들 중 세마리 나왔다네요.
    그와중에 한마리 낚았으니 이걸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 몰황이라 중간에 얼음도 사지 않고 그냥 올라왔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피만 빼고 얼음 없이 담아 오면서 살짝 걱정을 했는데


    날씨가 춥다보니 자연숙성이 되버렸네요. ^^;
    포뜨고 씻고 낚시짐 정리하니 새벽 1시.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길래 회를 떠먹기로 하였습니다. 지금 아니면 회를 못먹고 잘해야 선어로 보관하면 담날 초밥이나 해먹을 순 있겠지만 지금은 왠지
    어렵사리 잡아온 감성돔 회가 그리웠습니다.


    오늘따라 회 뜨는 손이 벌벌 떨리네..
    체력적으로 힘든 하루였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으리..


    새벽1시에 난데없이 벌어지는 회 파티.
    눈 비비며 나오는 아내.

    "뭐 좀 잡았어?"
    "한마리 헤헤헤"



    "이 맛에 낚시한다?"
     
    늘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이것만 오늘만큼은 이런 말 할 기분이 아닌..
    조금 과장해서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가거도에서의 1박2일 이였습니다.

    "제철의 중심에 선 감성돔 회맛이란"

    힘들게 낚아서일까. 오늘따라 맛이 왜 이리도 쓸까?
    혀로 느끼는 미각은 아주 달콤한데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허무함이랄까.
    마~그래도 몰황 분위기에 혼자 낚았음 됐지 뭘 또 바래야 할까 싶기도 하고.



    생 고추냉이에 간장 콕 찍어 올린 뱃살 한 조각

    "그래도 그 와중에 한마리했으니 선전했네"

    아내도 애써 위로해 줍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뱃살 한 조각.
    저기엔 한마리 낚아 볼려고 애쓴 어느 낚시 블로거의 애환이 담겨 있었습니다.
    다음 조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PS : 낚시 블로그 운영하면서 저를 가장 곤혹스럽게 만든 건 다른 블로거들의 고민과는 달리 대상어'를 잡지 못할 때,
           아무것도 잡지 못했을 때가 가장 곤혹스럽습니다. 최근 한파의 영향으로 이렇다할 출조도 못가고 대상어도 못 낚다보니 그것으로 포스팅을 할 생각에
           오죽하면 꿈속에서 감성돔 못잡았다고 사형선고를 다 받을까. 요 몇 일간 여기에 대한 부담감이 저를 옥죄였었나 봅니다.
           올해 겨우 한마리 잡았습니다. 이제 꿈속에서 사형선고는 안받았음 좋겠어요.
           당분간 감성돔 낚시 그만합니다. 잠시 벵에돔으로 외도 좀 하겠습니다. ^^; 담주 제주도 출조가 있는데 좋은 결과 가져오도록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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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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