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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했던 2박 3일간의 여수 갯바위 낚시.
생각보다 큰 고기를 낚지는 못했지만 많은 마릿수로 잔손맛을 봤고 이제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철수시간이
임박해 옵니다. 낚시대를 접은 저는 아쉬운 맘이 가득합니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반면 아내는 아직까지도 낚시대를 놓지 않고 있습니다. 끝까지 한번 해보자는 심산입니다.
그렇게 3일 동안 죽도록 낚시를 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좀 가관이네요.
이제 모든 짐 정리가 끝났습니다. 건너편 여에 계신 두 조사님도 짐을 정리하고 낚시 자리를 청소하며 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대를 놓지 않고 끝까지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있으니 다름아닌 아내입니다.
철수배는 거문도 방향에서 오므로 제가 수시로 남쪽 수평선을 바라보며 아내가 낚시대 접을 시간을 볼 생각이였습니다.
포인트 상황은 아까와는 달리 중들물로 넘어서면서 왠지 고기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이 날은 여름의 한낮이지만 먹구름이 끼면서 쾌적한 낚시를 즐길 수 있었어요. 예보대로라면 곧 날궂이가 시작되면서 파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이며 그 틈을 타서 2박 3일 출조를 했는데 정확히 우리가 여수에 있었던 시간만 날씨가 좋았고 이제 철수를 앞두고 파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니 타이밍 한번 절묘합니다.
이제 아내는 마지막 밑밥까지 모두 뿌린 상태입니다. 지금도 조류가 밖깥으로 뻗어나가고 있어 어떻게든 직벽 가장자리에 채비를 붙이려고 낚시대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 포말 속 바닥층에 어슬렁거릴 씨알 좋은 돌돔이 한마리 물어주리란 희망이 있었을 겁니다.
한동안 침묵하는 아내.
언제는 이정도로 집중하며 낚시를 했었나 싶을정도로 풀려나간 원줄과 찌에서 눈을 떼지 않습니다.
잠시후 살며시 릴을 감는데..
챔질하자마자 올라온 녀석은 역시 뺀찌급 돌돔.
지금 12시간째 낚시를 하면서 중간에 회 먹을 때 말곤 한번도 앉지 않았던 아내. 몸도 마음도 피곤할 터인데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슬슬 다리가 후들거린다"며 바위에 살짝 기대는 모습입니다.
곧이어 다시한번 입질이 전해집니다!
낚시대를 세우는데 좀 전 보단 씨알이 좋아진듯한 휨새를 보입니다.
"이야 손맛 좋겠다."
"좀 수상한데"
"에잇~ 망상어네"
비록 망상어지만 씨알이 좋아 손맛은 좋다더군요.
하지만 한여름의 망상어는..
그녀의 대상어가 아니였나 봅니다.
철수시간이 임박했지만 계속해서 들물이 받히고 있어 입질은 끊이질 않습니다.
좀 전에 밑밥을 소량이나마 쏟아 부은 탓일까? 집어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가운데 또 한번의 입질이 들어옵니다.
이번에도 뺀찌급 돌돔.
아내의 휘둘림에 공중으로 날라오네요. ^^
낚시에 몰두중인 아내, 전남 여수 평도에서
지금 아내의 채비는 아까의 B 전유동에서 0.8호 반유동으로 바꾼 상태.
왜냐면 직벽 가장자리를 노린다곤 하나 들물에 포말로 인한 반탄류가 있어 채비가 직벽에서 멀어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이곳 양가린여에서 딱 한번 밖에 낚시를 해보지 못했지만 12시간 동안 해본 결과 잘은 몰라도 직벽에 바짝 붙이는 게 답인듯 싶습니다.
조류에 태워 참돔을 노릴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반탄류에 채비가 휘말리지 않도록 밑채비를 바짝 잡아주는 게 관건일듯 싶습니다.
이제 아내는 직벽에서의 낚시는 도가 텄다 해도 될 정도로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찌가 직벽에서 멀어지니 채비를 다시 끌어와 바짝 붙이기를 반복합니다.
이곳 수심은 발밑에 채비를 붙이면 10m~11m가 나오고, 앞에서 좀 더 떨어지면 15m이상 급격하게 깊어집니다.
아내의 찌밑 수심은 10m로 셋팅되어 있지만 바닥에 입질이 없으면 낚시대를 들어올려 8~9m층에서 입질을 유도하는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찌를 보고 어신을 판단하기 보단 초릿대에서 전해지는 느낌으로 챔질한다고 하네요.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완전 꾼이 되는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
아내가 말 없이 뒤도 안돌아보고 낚시한지 40분.
놀고 있던 한쪽 손이 다시 릴 손잡이로 갑니다.
FTV 모방송에 이런 구절이 생각나는데 조금 변형을 시켜보겠습니다.
"그녀가 집중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좀 웃기네요. ^^;
잠시후 슬며시 감더니 챔질!
끝까지 열심히 했지만 나오는 건 다 고만고만한 씨알이네요.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들물 조류에 들어오는 35~40cm급 돌돔의 입질을 받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제가 쉬는 동안 혼자서 돌돔이 줄돔 씨알이지만 여러수 하였습니다.
저 멀리 수평선에 철수배가 보이자 낚시대를 접는 아내
이렇게 2박 3일 여수에서 갯바위 낚시는 아쉬움을 남긴 채 마무리 하였습니다.
저희 부부가 12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낚시를 하다 보니 갯바위가 많이 지저분해 졌습니다.
물 청소하고요. 뜨거운 햇빛에 밑밥이 눌러붙어 솔로 문질러야 떨어져 나갔지만 100%는 아니더라도 90% 이상 흔적을 지웠습니다.
보는 저도 속이 다 후련해요.
아쉬운 철수길에서, 전남 여수 평도
철수 때가 되니 너울이 심해지고 있다
속속들이 철수하는 꾼들, 평도 양가린여
아듀! 평도 양가린여
이곳에서 비박 낚시를 하며 웃고 울었던 즐거운 추억들..
직벽에 바짝 붙여서 낚시하기를 좋아한 아내. 이곳 양가린여가 너무 맘에 들었나 봅니다. 또 오자고 하네요.
하지만 또 언제 내려볼 수 있을지..
우리는 철수하자마자 피로 회복용 드링크를 마신 후 그길로 거침없이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의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도착하니 저녁 8시.
2박 3일 동안 대물을 잡는덴 실패했지만 자잘한 마릿수로 쿨러를 채워 올 수 있어 마음만은 가볍습니다.
감성돔만 잡았다면 4대 돔이 한자리에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도 들었고..
그런데 이 녀석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몸은 천근만근 피곤한데 이제부터 이것들을 손질을 하려니 참으로 갑갑합니다.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싱크대에 부어 봅니다.
이렇게 보니 가관이네요. 어종 백화점이 따로 없습니다. 그 넓은 싱크대가 비좁아 보이네요. ^^;
잡을 땐 좋았는데 지금은 한숨이 푹푹 나옵니다.
우선 낚시 도중 우릴 내내 괴롭혔던 쏨뱅이 녀석들.
잔씨알은 모두 놔주고 그나마 매운탕 꺼리가 될 만한 것들로 챙겼습니다. 배를 가르고 내장만 후딱후딱 뺀 뒤 포장.
나머지 어종도 제깍제깍 손질하는데 아무리 제가 손이 빨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래도 이것들을 손질하고 자야지 안그럼 내장이 썩어서 말입니다. 손질하고 나니 내장만 크게 한봉지가 나오네요. 어욱 ㅠㅠ
이렇게 하면 주방에 비린내가 몇 일 갑니다. 아내는 완전범죄를 꿈꾸듯 세재로 주방을 두번씩 닦아 비린내를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잡아냅니다.
이렇게 구이용, 매운탕용, 조림용으로 나눠서 이중으로 포장한 후.
냉동실과 김치 냉장고에 넣어 두고 남은 것들은 이웃, 친척들에게 나눠줬습니다.
그렇게 낚시는 마무리가 되었네요. 근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제부터 이 녀석들을 매 끼니마다 먹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네요.
행복한 고민이라고요? ^^; 그 이야기는 조만간 들려드리겠습니다. 이것들을 이용한 요리 말입니다.
보잘것 없지만 지금까지 여수 조행기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조만간 거제도편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꾸벅(--)(__) 다음 조행기를 보실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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