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지세포에서 벵에돔 낚시 포인트 탐사


    지난 편(여수 가막만 봄 감성돔 낚시)에 이은 조행기 입니다.
    주말에 계획에도 없는 여수, 거제도를 종횡무진 하고 왔습니다. 그것도 여섯 명이라는 대군과 함께 말이지요. 이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낚시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계획이 수정되거나 지역을 옮겨서 할 때가 있습니다. 어제는 여수에서 낚시를, 오늘은 거제도로 무대를 옮겨 지세포
    옥림 일대 갯바위에서 아직은 이르지만, 벵에돔 낚시 포인트를 탐사하고 왔습니다. 여러 가지 정황을 미루어 보아 조과에 큰 기대를 걸 만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탐색전을 한다는 데 만족해야 했던 암울한(?) 출조였지만, 소소한 목표를 달성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일행 중에는 생애 처음으로 벵에돔 낚시 데뷔전을 치른 꾼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봄 감성돔 포인트로 잘 알려진 여수 가막만 까막여

    여수 가막만에서 오전 내내 감성돔 낚시를 했지만, 작은 볼락과 쥐노래미만 여러 수 하고 아쉽게 전반전을 마쳤습니다.
    시간은 오후 한 시, 물때는 간조를 넘어 초들물로 돌아섰습니다. 우리는 서둘러 들물 포인트로 옮겨 후반전을 맞습니다.


    모자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모자섬으로 포인트 이동

    자! 후반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대상어는 감성돔.
    사실 자리가 없을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막상 와 보니 텅텅 비어있네요. 오전 내내 낚시하던 꾼들이 전원 빈손으로 철수한 것.
    이제는 오후에 들물을 노려 보기 위한 몇 분만이 남아 있습니다. 채비는 2B 전유동으로 하다가 갑자기 바람이 심해져서 1호찌로 교체하였습니다.
    오늘따라 날씨가 변덕을 부리네요. 어느 순간 쏴~~~~아 하더니 바람이 정면에서 터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불평할 시간이 없습니다. 바람이 안 불면 안부는 대로 낚시하면 될 것이고, 바람이 터지면 터지는 대로 낚시하면 됩니다.
    조업의 궁극적인 목표가 고기를 낚는 것이라면, 낚시는 주어진 상황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게 아닐까?


    모자섬에서 바라본 한적한 봄바다

    파트너인 밥곰팅님, 베도라치를 낚아 올립니다.
    엊그제 포스팅을 통해 말씀드렸지만, 우리가 밑반찬으로 먹고 있는 뱅어포의 주재료가 바로 베도라치의 치어(실치)입니다.
    진짜 뱅어로 만든 뱅어포는 요새 귀해서 보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베도라치 치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죠.


    낚시하던 중 배 한 척이 오더니 우리 일행을 떨궈주고 갑니다. 오전에 선상낚시를 하다 몰황을 쳤던 최필, 산소맨님.
    산소맨님은 지난번에 몸개그를 보여주며 우리를 즐겁게 해주셨던 분이셨죠. ^^ (관련글 : 낚시갔다 겪은 리얼 시트콤)
    이번엔 기어코 손맛을 보겠다며 선상낚시를 택했었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이러다가 징크스 생기는 게 아닌지 몰라요.
    입질의 추억과 함께라면 꽝의 추억을 떠올리게 될 런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
    어쩜 가는 날마다 조황 없는 날만 골라서 가는지. 일부러라도 힘들겠습니다.


    고요하던 봄 바다가 또다시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바람 자체는 따듯해서 춥지는 않았는데요.
    정면에서 부는 바람은 점점 더 강해지더니 이제는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세졌습니다. 
    2B 채비로는 더는 내릴 수 없다고 판단. 1호로 반유동으로 채비를 교환하여 몰밭 주변을 탐색해 봅니다. 
    이곳은 전방 10m 부근에 해조류가 많이 발달해 있어요. 그래서 캐스팅은 채비가 밀려오는 거리를 고려해 30m 이상 던져서 서서히 당겨오는 체제로
    낚시에 임하고 있습니다. 몰밭이 꽤 멀리까지 뻗어 있으므로 30m 이상 장타를 칠 수 있는 게 관건입니다. 히트 지점은 몰밭을 넘긴 전방 20m 정도지만
    횡조류를 타고 채비가 안으로 들어오게 적절히 견제해 주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섬에 부딪혀서 나가는 조류에 멀리 뻗어 나가게 됍니다.
    그래서 지금 시기의 감성돔은 항상 몰밭 주변을 노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해는 늬엿늬엿 기울고, 바람은 그칠 줄 모른다.

    다른 일행은 맞바람을 피해 반대쪽에서 낚시 중입니다. 그쪽은 바람막이가 되고 따가운 햇빛을 막아주는 그늘까지 있어 언뜻 보기엔 명당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리를 옮길 수 없었어요. 그동안 들어간 다량의 밑밥도 밑밥이지만, 봄 감성돔을 공략할 때는 그늘 진 곳이나 일조량이 부족한 북쪽은 
    아무래도 확률이 낮을 우려가 있어서 저는 제 소신대로 맞바람을 맞으면서 공략하였습니다.


    이날은 저의 넉넉한 인내심을 시험하네요. 중간에 낚시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졸리지는 않지만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달려왔기에 머리가 묵직합니다. 
    좀 전에 접질린 발목도 편치 않으니 빨리 철수해서 자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여기에 맞바람까지 터지자 간간이 이어졌던 
    잡어도 쏙 들어갔습니다. 속으로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철수 시간이 오기 전까지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요.

    남은 시간은 20분. 일행은 이미 낚싯대를 접고 정리 중입니다. 저는 철수 배가 들이닥치기 전에 마지막 캐스팅을 하였습니다.
    방금 미약한 입질이 왔는데 바늘이 벗겨졌기에 다시 새 크릴을 끼워 전방 30m에 안착. 조류가 없어 살살 끌어당기면서 몰밭 가장자리로 찌를 들어오게
    합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에요. 그런데 방금 그 자리에서 또 한 번의 입질이 들어옵니다.

    "이젠 정말 마지막이군."


    그 입질이 대물 감성돔이길 기대하며 찌가 잠겨 들어가길 기다리는데.
    찌가 수면에서 한 뼘치 정도 들어가더니 그대로 정지. 혹시 노래미인가 싶은 불안감이 엄습해 옵니다.
    낚싯대를 살살 뽑아주니 찌가 스믈스믈 잠기면서 그대로 들어가네요. 이때다. 챔질!

    순간 턱하고 걸리는 느낌이 전해오니 저도 모르게 "왔다!" 를 외쳤습니다. 짐 정리하던 일행은 모두 저에게 시선 집중. 막판에 만루 홈런을 치나?
    그런데 뭔가 투둑거리는 느낌이 전해지더니 처음에 왔던 둔탁한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탈탈탈~
    아. 이것은 아니 돼 옵니다. ㅠㅠ


    마지막으로 몰밭에 숨어 있던 쥐노래미를 뽑아 올리며 낚시를 마무리 지었다.

    챔질하는 순간 전해졌던 둔탁한 느낌은 감성돔이 아니고. 노래미랑 같이 해초에 걸렸기 때문.

    "아~ 정말. 허무하도다!"

    이 허무함을 혼자 느끼기엔 왠지 억울합니다. 괜히 긴장감 고조시켜 글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허무함을 나눠 주는 못된 입질의 추억. ㅋㅋ
    이 녀석아! 근처에 감성돔 없디? 네 없답니다. ^^;

    철수 후, 낚시점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데 몇몇 분들이 인사를 건네 옵니다.
    한 분은 낚시점 사장님의 형님되시는 분. 다른 한 분은 손님인 것 같은데요. 평소 팬이라며 반겨주시니 고기는 못 잡았지만, 하루종일 갯바위에 선 피로가
    순식간에 가십니다. 결과를 놓고 본다면 이날 가막만 전체에서 확인된 감성돔 조황은 단 두마리. 그 두 마리의 주인공이 못되서 아쉬운 건 없습니다.
    이는 너무나도 비좁은 바늘 구멍 같은 확률인지라.


    전라도 백반으로 요기를 때우고 찜질방에서 여정을 풀었다.

    여수 시내로 이동해서 맛깔나는 전라도 백반을 먹은 후, 우리 일행은 국동항에 있는 찜질방으로 향했습니다.
    찜질방은 지금까지 한 번밖에 안 가봐서 좀 어색했지만, 피곤함에 지친 몸을 풀기엔 이만한 곳도 없더라고요.
    저는 지금까지 아내와 낚시하러 다니면 모텔이나 민박을 주로 이용했는데 요즘은 이 민박도 최소 3만원이고, 모텔은 4~5만원씩 하니 부담이었습니다.
    그런데 찜질방은 단돈 만원 안에서 해결되고, 아늑한 맛은 없지만 씻는 거 하나는 확실해 다음부터는 적극 이용해 보렵니다.

    이날 저와 블로그 독자님 세 분, 그리고 최필님과 친분이 두터운 여수, 나로도 현지꾼 두 분과 함께하면서 내일 출조에 관해 긴급회의를 했습니다.
    감성돔 조황이야 오늘 안 좋아도 내일은 좋을 수 있으므로 오늘 꽝 쳤던 자리에 다시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불황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면, 결국 내일도 기약 없는 출조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런 걸 떠나 산란 감생이 낚시 자체가 저에게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일행도 최근 감성돔 낚시의 부진에 지친 터라 뭔가 새로운 대상어를
    찾아 떠나고 싶어하는 눈치도 있었습니다. 저는 거제도 지세포에 계시는 김정욱 프로에게 전화를 걸어 현지 조황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거제권도 별반 다르지 않나 봅니다. 벵에돔 시즌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시즌 초반이어서 그런지 조황이 들쑥날쑥하답니다.
    날 되는 날은 마릿수 타작, 아니면 황! 그래도 여수에 남아 오늘 같은 일을 반복하느니 꽝 치더라도 벵에돔 낚시를 하기로 했습니다.

    "벵에돔을 노리고 거제도로 한번 떠나봅시다!"


    새벽 5시, 거제도 지세포항

    찜질방에서 거의 실신했던 우리 일행. 5시에 출항하는 배를 타기 위해선 적어도 40분 전에 도착해서 밑밥을 개야 합니다.
    새벽 1시에 일어난 우리는 밤새 차를 몰고 거제도로 향했습니다. 여수에서 거제도까지 소요시간은 약 2시간 30분.
    중간에 편의점에서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고 도시락을 사고 서둘러 밑밥을 개어 출발합니다.


    여명이 트기 시작하는 거제도 앞바다

    여수 찍고 거제도 찍고 바라보는 일출

    일행이 6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조 편성을 하여 갯바위에 내렸습니다.
    전날 저의 파트너였던 밥곰팅님은 산소맨님과 조를 이뤄 벵에돔 공략에 나섰고, 저는 최필님과 여수에서 오신 현지꾼과 함께 내렸습니다.
    나머지 한 분 나로도 현지꾼은 벵에돔이 아닌 감성돔 포인트에 홀로 내려 낚시를 시작합니다.


    벵에돔 공략을 위해 00(투제로)찌를 세팅하였다.

    그렇게 낚시를 시작하려는데 작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실 이번 출조는 감성돔만 생각하고 와서 벵에돔 채비는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그건 저와 함께했던 일행들도 마찬가지. 2호 이하의 얇은 줄을 써야 하는 벵에돔 낚시를 2.5~3호 줄로 공략하려니 앞이 캄캄합니다.

    다행히 저에겐 2호 줄이 감긴 릴이 있었는데 문제는 찌. 가방을 뒤지다 겨우 찾아낸 투제로찌. 오늘 벵에돔 낚시를 가능하게 해 줄 유일한 찌입니다.
    다른 일행은 벵에돔용 찌가 없어 낚시점에서 급히 샀습니다. 대부분 감성돔 낚시만 해오던 터라 벵에돔 낚시는 이제 입문자입니다.
    본의 아니게 제가 가르쳐야 할 처지가 되었으니 함께 내린 일행은 제가 알려주는 채비를 보며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두 분에게 수중쿠션을 하나씩 나눠드리고, 목줄은 다행히 1.2호가 있어 그걸로 직결매듭을 해줬습니다.
    최필님의 경우 '벵에돔' 말만 들었지 실물도 본 적도 없고, 무엇보다 회 맛이 궁금하다며 오늘 필승을 다짐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제와 같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벵에돔이 부상하지 않을 것이란 강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낚시가 잘해야 '한 마리'가 될 것이라는 매우 부정적인 예측을 하였습니다. 물론 그 예측이 빗나가길 바랐지만, 현실은 냉정한 법.

    첫 번째는 물때가 엇박자입니다. 이 좋은 시간에 들물이 아닌 중날물이 진행 중입니다. 다시 말해 간조를 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이곳 옥포 일대 갯바위의 평균 수심이 3m~4m. 전방에 몰밭이 있고 주변 지형이 벵에돔 포인트임을 말해주고 있지만, 이렇게 수심이 얕은데
                   물때가 중날물 - 간조를 향해 간다면, 40m가량 장타를 쳐서 잡아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쓰는 장비가 벵에돔 전용이 아니어서 장타 공략이 될른지 모르겠네요. ㅎㅎ
    세 번째는 포인트 앞에 수달 한 마리가 얼쩡거리고 있습니다. 아. 수달이 온 바다를 헤집고 다니는군요. 망했다. ㅠㅠ

    "훠이훠이 저리 가~!!"

    시간이 조금 지나자 낚싯배며 유람선이며 쉴 새 없이 다니기 시작합니다.


    수달이 물러간 후 강하게 원줄을 잡아당기는 입질이 왔습니다. 올려보니 용치놀래기가 바닥층에서 물고 올라온 것.
    깜짝 놀랬네요. 베일을 열고 뒷줄을 잡고 있는데 확 가져가니. 이 놈아 벵에돔인줄 알았잖아!

    처음엔 무봉돌 체제로 채비를 내렸는데 중층까지 반응이 없어 지금은 g5번을 물려 수심 4m까지 내린 상황.
    이곳 수심은 3~5m 권으로 매우 얕은 해초밭입니다. 포인트 주변을 둘러보면 앞쪽에는 해조류가 무성히 자라 있고 그 사이사이는 사니질로 되어 있습니다.
    그 뒤로는 수심이 4~5m로 일정하게 이어지는데 시즌 초, 수온이 오락가락할 때는 이런 얕은 곳이 벵에돔 포인트로 손색이 없을 겁니다.
    아무래도 봄에는 수온이 관건이기 때문에 너무 깊은 곳보다는 일조량에 의해 수온이 금새 올라가는 얕은 여밭이 좋습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포인트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었지만, 크릴을 만져보니 완전히 얼음장이네요. 
    전날 여수에서 낚시할 때보다도 수온이 훨씬 차갑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는데 옆에서 "왔다!" 를 외칩니다.


    뭔가를 입질 받고 파이팅 중이다, 거제도 지세포에서 벵에돔 낚시 포인트 탐사


    "와우. 뜻밖에 벵에돔이네?"
    "처음엔 큰 고긴 줄 알았어요. 이 조그마한 게 힘이 상당하네요."

    비록 방생 사이즈지만, 최필님은 생애 첫 벵에돔 낚시 도전에서 대상어를 봤습니다.
    낸생 처음 보는 벵에돔이 마냥 신기한지 이리 살펴보고 저리 살펴봅니다. 그래 벵에돔이 예쁘게 생기긴 했지. ^^ 



    잡어의 입질에 굴하지 않고 쉴새 없이 벵에돔을 공략하는 일행

    보통은 한 마리의 벵에돔이 올라오면 마릿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만, 이때는 물때가 간조를 향하고 있어 기대감이 많지 않았습니다.
    이후로 물고 늘어지는 건 은상어, 용치놀래기와 같은 잡어들뿐. 벵에돔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시간은 9시. 감성돔과 달리 벵에돔은 지금부터가 노리기 좋은 시간대인데 수위가 많이 낮아 전방에 나 있는 몰밭 부근은 고작 2m 남짓한 수심대를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방 20m 권 안쪽으로는 벵에돔을 낚을 확률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채비를 바꿔 멀리 공략하고 싶지만 준비해 온 찌가 없으니 그냥 하기로 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쯔리겐 정흑찌로 최대한 원투하니 40m까지는 날아갑니다. 이때부터 30~40m 권을 집중적으로 노려보지만 올라오는 건 가끔 용치놀래기.
    아니면 크릴이 살아서 올라오는 게 다반사.


    거제도 지세포에서 벵에돔 낚시

    도대체 벵에돔이 어디에 숨었을까?
    저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 편광안경을 쓰고 쭉 살펴봅니다. 주변에 있는 꾼들은 다들 세월만 낚고 잡어랑 노닥거리기만 하네요.
    아 답답하도다. 제대로 준비해서 온 출조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날이 안 받쳐주나.


    한편 먼저 내린 밥곰팅, 산소맨님 팀도 상황은 비슷했나 봅니다.
    밥곰팅님이 잔 씨알이나마 벵에돔 한 수를 올렸고, 그 외엔 잡어들. 그래도 이곳엔 자리돔이라도 올라오네요.


    간조를 지나 초들물이 받히고 있습니다. 초들물에 벵에돔 공략을 해보려는데 해녀님 출현.
    낚시자리에서 한참 작업 중이세요. ㅠㅠ  해녀님은 우리가 던진 찌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까이 접근. 잘못했다간 해녀를 걸지도 몰라 채비를 거뒀습니다.

    "더 이상은... 이대로 낚시 종료"

    의욕이 완전히 꺾인 저는 높은 자리로 올라가 잠이나 청했습니다. ^^;
    한 시간가량 자고 일어나 잠시 낚시를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질 않아 그대로 철수 준비를 합니다.



    속속들이 철수하는 일행에게 조과를 묻자 모두 기준치 이상의 대상어를 보지 못했답니다.
    홀로 감성돔을 치겠다며 내린 나로도 현지 조사님은 감성돔 채비로 잔씨알의 벵에돔 5마리 잡고 방생했답니다.
    그래도 그 포인트에선 벵에돔이 수면 가까이 부상했다고 하네요. 우리가 섰던 옥림 일대는 꾼들의 조황이 전멸이었습니다.

    제가 섰던 포인트는 지난주 20여 마리 타작했던 곳입니다. 이 날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볼 수 없었지만, 요즘같이 조황 편차가 심한 계절. 
    복불복 낚시에서 이틀 연속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이맘 때는 날씨가 좋다고 해서 잘 낚이는 것도 아니고, 물때가 좋다고 해서 잘 낚이는 것도 아닐 겁니다.
    원도권은 조황이 살아나고 있지만, 내만권은 역시 수온의 등락에 따라 많이 좌우되니까요. 안전빵으로 출조하려면 경비를 들이더라도 욕지도나 국도,
    거문도, 추자도권이 나을 것 같고, 그렇지 못하다면 내만권의 복불복 낚시를 해야 할 겁니다. ^^;

    이렇게 여수와 거제도 조행기가 맥없이 끝나버렸네요. 낚시를 마치고 나니 여수 현지에서 58cm 감성돔이 낚였다는 소식이 들어옵니다. 하하.
    그렇다고 해서 엇박자 출조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58cm 감성돔은 당초 가려고 했던 까막여에서 나온 게 아니라 다른 포인트에서 나왔답니다. 
    우리가 다시 들어갔더라도 별 볼일 없었을지도.(라면 애써 위로해 봅니다.) 

    집에 도착하니 어복부인이 고생했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네요.
    정확히 노리고 떠난 출조가 아니어서 조황이 부진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여러 사람과 함께 하며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즐거운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어 
    저는 개인적으로 즐거웠습니다. 지금은 꽝조행기를 쓰면서 스트레스를 약간 받았지만. ^^;

    다음주 출조지는 제주도입니다. 그간 아내가 매우 바빴는데 이제는 일도 거의 마무리 되어 가고 하니 이제부터는 어복부인과 함께 출조합니다.
    여기에 돌돔 전문 낚시꾼인 자환이아빠님, 뒤늦게 항공권을 끊고 합류하신 산소맨님과 함께 할 예정이고요.
    저희 부부는 벵에돔과 함께 대물 돌돔을 노리고자 목포에서 참갯지렁이(혼무시) 1키로(10만원 상당)을 주문해 놓은 상태입니다.
    일요일 오후 고속버스 편을 통해 지렁이를 공수받을 예정이고요. 담날 새벽 비행기로 떠납니다.
    동해 잠수부인 자환이아빠님은 앞바다에서 채취한 성게를 10kg가량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돌돔 꼼짝마!!!
    아내와 함께 출조하는 만큼 이번 제주도 낚시에선 어복이 팍팍 붙기를 바라면서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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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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