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수은주가 오르고 있는 지금, 뜨겁게 달궈진 갯바위에선 그 열기만큼이나 벵에돔 낚시가 한창입니다.
여름낚시 대표어종 벵에돔을 잡기 위해 거제도로 나섰던 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 벵에돔 낚시는 아직 경험도
많지 않은 초보꾼으로서 느꼈던 이야기를 전달해볼까 합니다. 오늘은 전문조행기편으로 낚시를 하지 않는
분들이 보기엔 내용이 다소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기에 벵에돔 낚시를 위한 초보 조사님들은 한번쯤
염두해둬야 할 내용들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은 만큼 아홉시간 동안 벵에돔 낚시를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써볼까 합니다.

 *카테고리 관련 글*

 비맞으며 아홉시간 동안 진흙탕 낚시 결과
 난생 처음 경험한 배낚시, 이렇게 재밌는줄 몰랐어요
 온가족이 찾은 좌대낚시, 해무속 정겨운 낚시풍경
 ☞
특명, 돌돔을 찾아라! 왕등도 갯바위 낚시
 
☞ 황제 부럽지 않은 갯바위에서의 만찬



1년만에 해보는 벵에돔 낚시라 무척 설레이면서도 좋은 조과를 얻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어야 했습니다.
채비부터 운용, 그리고 여러가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까지 나름대로 익혀왔지만 사실 낚시라는건 현장에 서면 또 달라지는
것이므로 늘 어려운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는듯 합니다. 바닥층 공략을 위해 반유동 낚시는 어느정도 익숙해졌으나 오늘같이 벵에돔을
낚기 위해선 평소엔 잘 하지 않은 '전층조법' 내지는 '전유동'을 해야함에 약간의 부담감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낚시란건 조과가 없다고 해서 그것이 '실패'한 조행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만약 제가 다음번 벵에돔 낚시 출조에서 더 좋은
조과를 거둔다면 그것은 분명 오늘의 실패 경험담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낚시에서 이처럼 와닿는 속담도 없을것이라 생각해요. 비록 저는 아홉시간 가량 비를 맞으며 갖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지만
이러한 내용들을 토대로 다음번엔 실패률을 줄이는 탄탄한 낚시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울러 이 글을 보시는 독자님들도 벵에돔 낚시가 아직 서툴다면 분명 도움되는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제가 느낀 벵에돔
낚시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새벽 3시 출항직전, 거제도 해금강
서울에서 모 출조점을 통해 새벽같이 달려 도착한 곳은 거제도 해금강입니다.
이 날 예고된 기상은 강수 확률이 60%로 장마철 끝부분이라 다소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될 것으로 예상.
수중전을 치를 각오를 하고 왔습니다.
하지만 이 날 벵에돔 낚시의 최대적은 '비'가 아닌 '물색'과 '수온'의 영향으로 결정되어 질거 같습니다.


벵에돔 낚시를 위해 찾은 거제도 해금강
꽤 오랫동안 이어졌던 장마의 여파로 낙동강 수문이 개방되어졌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결과 진흙탕 물색을 보이며 민물유입이 늘어난 가운데 전전날 24도를 기록했던 수온 역시 많이 떨어진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벵에돔 낚시는 수온이 너무 올라도 문제지만 전날 대비 수온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활성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것으로 생각되어져
오늘 낚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감한 상태입니다.


이곳 포인트의 정확한 수심은 모릅니다. 어차피 바닥층을 공략할것이 아니기에 따로 수심측정을 하지 않았구요.
선장과 가이드도 수심에 대해선 별다른 코멘트가 없었습니다. 다만 제가 선 포인트는 양쪽으로 홈통을 끼고 있는 여밭지형이기에
배를 댄 자리(정면)이 아닌 양 측면으로 공략하라는 말이 전부였는데, 아마도 홈통에 맞고 돌아나오는 지류를 공략하라는 얘기인거
같습니다. 사진은 거품띄가 앞쪽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장면.


잡어가 많이 설치기 때문에 크릴보단 빵가루만으로 밑밥을 사용할 계획.


만약 잡어 때문에 도저히 크릴로 하기 힘들 경우를 대비, 빵가루 반죽을 미끼로 쓸 생각으로 한봉지 더 챙겨왔습니다.
그 중 반봉지는 그냥 밑밥으로 섞어버리구요.


남은 빵가루는 손으로 한가득 움켜쥐는데, 사실 양손으로 해야 하지만 다른 한손은 카메라를 들어야 하기에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다음은 물에다 약 10초간 담그고나서 건진 후


꽉 쥐어 물기를 어느정도 뺍니다. 그리고 동글동글하게 반죽하면 벵에돔 용 빵가루 밑밥이 완성됩니다.
요것은 나중에 잡어가 극성일 때 새끼 손톱만한 크기로 떼어서 바늘에 매달면 되구요.



오늘 내린 포인트는 해금강 중에서도 도장포 전망대 근처에 떨어진 여에 내렸습니다.
두사람이 내려서 하기에 좋구요. 보시다시피 양쪽으론 홈통이 나 있습니다.


함께 내려서 낚시를 했던 동살풀이님이 선 자리입니다. 정면에서 왼쪽으로 작은 홈통이 나 있지만 이곳 수심은 얼마 되지 않을거 같고,
정면은 아니지만 좀 더 난바다 쪽(대각선 방향)으로 포인트가 형성된다고 합니다.


이쪽은 제가 선 자리로 역시 만곡진 홈통을 끼고 있으며 이쪽으로 조류가 흘러줄 경우 앞쪽에 있는 곶부리를 맞고
홈통을 돌아나오는 지류와의 합수지점을 공략할 수 있는 곳으로 우선은 홈통 입구를 공략할 생각입니다.



비가 내렸다 그쳤다 오락가락하는 상황이지만 그나마 다행인건 바람이 거의 없었다는 점과 반대로 갯바위 주변으로는 파도로 인해
강한 포말이 일어나니 이 포말이 사라지는 부분 즉, 홈통 입구쪽을 공략하기로 합니다.


갯바위에 맞고 부딪히는 파도가 꽤 셌지만 전반적으로 바다 자체는 잔잔한 편이고 조류는 방방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가주는 상황입니다.
오늘 물때는 5물에 오전 7시가 만조로 예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새벽 일찍 보다는 8~9시 정도 초날물이 진행되는 타이밍이 오늘 조과에서
가장 큰 영향을 차지할 피크 타임으로 생각하며 낚시를 시작해봅니다.

오늘 제가 세팅한 채비는 1호대에 2500번 릴을 사용했구요.
원줄은 2호에 목줄은 1호로 3m길이를 사용하였습니다. 채비는 전유동으로 물방울형 제로찌 → 찌멈춤봉(조수고무) → 도래없이 직결
→ 벵에돔 전용바늘 5호를 묶었습니다. 사진은 처음 시도했던 채비에서 채비내림이 뭔가 원할하지 않은거 같아 찌멈춤봉 바로 아래에
g3 정도의 좁쌀봉돌을 물렸습니다.


벵에돔은 흔히 패턴낚시라고도 하죠. 끝까지 패턴을 지켜가면서 낚시를 해야 벵에돔을 만날 확률이 높은데 아침부터 잡어떼의 극성이
상당합니다. 발 앞에다 밑밥을 쳐서 잡어를 묶어두는덴 성공한것처럼 보이지만 그 대부분은 망상어와 간간히 자리돔이 비출 뿐이였고,
멀리 던진 채비에 한주걱을 던져 벵에돔을 노려보지만 밑밥과 동조된 제 채비엔 고등어가 물고 늘어집니다.
지금 온바다에 고등어 천지입니다.


이 고등어들은 밑밥분리도 전혀 안먹히고 채비를 던졌다하면 순식간에 물고 늘어지는데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수심 1~3m 사이엔 고등어떼가 장악을 한거 같았고, 채비가 내려갈래야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일단은 밑밥 치는걸 일시적으로 중단하였습니다.
대신 발 밑으로만 몇 주걱 뿌려서 유인을 해보려고 했지만 고등어는 별 소용없더라구요.


결국 아까 반죽해뒀던 빵가루 미끼를 사용하는데 이걸 사용하면 또 입질이 없습니다.
간혹 고등어가 물어재끼기도 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약한 입질이 중하층에서 오기도 했지만 금새 뱉어버린걸로 봐선
오늘 벵에돔 낚시가 순탄치는 않을거 같아요.


일단 채비 내림은 원할한 편이지만 중하층에서 오는 입질이(저는 이게 벵에돔 입질일걸로 간주를 하고) 상당히 약아서 채비를
투제로(00)로 교체를 하였습니다. 사실 강한 바람이 분다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미약한 입질을 조금이라도 받아내고자
생각한 채비인데 잘 먹힐진 모르겠습니다. ^^


먹구름이 온통 사방을 뒤덮고 흩뿌리던 빗줄기는 점점 강해져 옵니다.


원투성이 있도록 점도를 조절해 논 밑밥이기에 더 이상 비를 맞았다간 안될거 같아 뚜껑을 닫구요.
오늘은 도시락이 없다고 합니다. 대신 과자를 사오긴 했는데 그걸 차에다 두고 왔어요. ㅠㅠ
덕분에 오전까진 생수 한통과 커피우유 먹은게 전부입니다. 고등어 이외엔 입질이 하도 없으니깐 이제는 벵에돔이 문제가 아니라
철수해서 젖은 옷 좀 갈아입고 뭐든 먹고 싶고 쉬고 싶은 기분으로 점점 바뀌어만 갑니다.
애초에 벵에돔 마릿수를 기대하고 왔것만 이제는 벵에돔 얼굴이라도 보고 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렇듯 낚시를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사람 마음이 소박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연은 저를 한없이 작게 만들고 있습니다.

간혹 고기 좀 잡았다고 으쓱대시는 꾼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물론 조력도 저보다 많으시고 실력도 좋으셔서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기상이 안좋거나
바다상황이 좋지 않을땐 아무리 날고 기는 프로꾼들도 잡아낼 방도는 없는게 바다낚시입니다.
그 분들도 옛시절엔 저와 같은 마음으로 시행착오를 겪어오셨으리라 봅니다. 이 시행착오는 낚시를 함에 있어 좋은 겁니까? 부끄러운 겁니까?
낚시는 자연과 인간을 상대로 이길려는 취미가 아니니깐요.


시간은 오전 11시, 물때는 끝날물로 이어지면서 조류가 한풀 꺽인 상황입니다.
이젠 물도 안가고 성화를 부렸던 고등어떼도 자취를 감추었는지 입질 자체가 전무한 고요한 상태.
고등어가 물러간 틈을 타서 다시한번 전의를 불태워 봅니다. 교체한 체비는 투제로에서 다시 제로인데 바다가 잔잔하고 조류가 미약하니
슬림형 제로찌로 바꿨습니다. 그 아래는 찌멈춤봉(조수고무)를 달았고 30cm 아래론 직결매듭을 해서 1호 목줄 2.5m를 달았습니다.
첨엔 3m였던 목줄이 제차 바늘을 묶고 긁힌 목죽은 잘라내면서 길이가 약간 짧아진 상태.
참고로 목줄엔 아무런 봉돌도 달지 않습니다. 그냥 바늘과 크릴새우 무게만으로 천천히 채비 내림을 시도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저 조수고무(오렌지색)가 내려가질 않고 찌 밑으로 붙어 있는데 이것은 채비정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증거구요. 또 어쩔땐 저 조수고무가 앞서가는 찌 뒤로 따라오는 형상이라 채비가 내려가지 않고 뒤쪽으로 엄청나게 넓은 채비각을
연출하며 끌려오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이 부분이 왜 중요하냐면 아마 오늘은 벵에돔이 상층부로 부상하는건 힘들거 같고
그렇다면 중하층까지 채비를 내려서 어떻게든 입질을 받아야 하는데 목줄 3m만으로 수심 3m를 확보한다면 모를까 그것 조차도 정렬이
제대로 안된 목줄이기에 문제가 생기는거 같습니다. 게다가 채비각이 엄청나게 벌어지는 까닭을 눈으로만 봐선 쉽게 파악이 안되는데요.
표층 조류는 미약한데 속조류가 빠른건지 미끼선행이 안된다는 느낌이 들었고..


혹시나 싶어 조수고무 아래로 수중찌 하나를 더 달아봤습니다. J쿠션인데요 부력은 g2 짜리입니다.
이걸 달면 아무래도 속조류를 조금이라도 더 받아서 채비 내림이 진행될 것으로 판단.



저렇게 채비를 바꾸고 나니 드디어 벵에돔이 물어주는 것이였습니다.
어림잡아 중하층인 5m 선에서 입질한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수중쿠션 하나 더 물린 판단이 틀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걸 왜 이제야 깨닭았을까.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몇 마리 더 잡았을텐데.
그러고보면 이 날 벵에돔들은 부상을 하지 않았을 뿐 중 하층에서 먹이 활동을 했을거란 생각도 듭니다.
만약 오늘의 낚시가 8시간 삽질한 끝에 한시간의 깨닭음으로 2마리를 낚았다고 한다면 이 얼마나 억울한 낚시를 했던 걸까..?
하지만 아직도 긴가민가합니다. 둘중 하나인데 판단을 못하겠습니다.

첫째 : 이른아침엔 벵에돔의 활성도가 저조해 입질을 받지 못하였고, 해가 중천에 뜨니깐 입질을 했던 것이다.
둘째 : 사실 이른아침부터 벵에돔은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다만 내 채비가 중하층으로 정렬이 제대로 안되어 입질을 못받은 것이다.

과연 둘중 어느 경우일까요?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제로찌 채비를 사용했을 때 채비내림이 원활한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과, 밑채비의 정렬상태(채비각)를
꼼꼼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래와 같은 조건을 반드시 충족시켜야 할거 같습니다.

 - 벵에돔 낚시에서 원줄은 반드시 2호 이하의 얇은 줄을 써야 한다. 얆은 줄을 써야 채비내림이 좋다.
 - 처음 했던 채비(제로찌에 찌멈춤봉)는 그야말로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를 공략할 때, 그리고 중상층으로 벵에돔이 부상할 때 유리하다.
 - 공략 지점이 멀어지고 조류가 쎌 수록 제로찌에는 찌멈춤봉 보다는 수중쿠션을 물려 조류받는 면적을 넓혀야 한다.
 - 채비가 착수된 후 찌멈춤봉(수중쿠션)이 가라앉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미끼선행(수중쿠션이 앞장서고 어신찌가 뒤따르는)을 위해선 견제는 필수다.

이 날 벵에돔 낚시를 하면서 느낀 핵심사항이였습니다.
이 부분만 확실하게 지켜진다면 아마 다음번엔 상황만 잘 맞으면 벵에돔 마릿수는 할 수 있을것이라 보구요.
그것은 다음주 아내와 함께 낚시를 가게 되면서 증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내와 한달치 설겆이를 놓고 벵에돔 낚시 대회를 하기로 약속했거든요.
ㅋㅋㅋ 요즘 아내한테 많이 미안한지라..
핸디캡 매치라 아내가 져도 상관없지만 만약 제가 진다면 한달치 설겆이를 할 생각입니다.(미리 선포하는 겁니다.ㅋㅋ)

<<더보기>>
대마도 낚시 1부, 아내와 벵에돔 낚시 대결
[대마도 낚시] 아내와 벵에돔 타작 후 민박집 바비큐 파티
[대마도 낚시여행] 전투낚시의 서막, 대마도 남단 갯바위 출조
[대마도 낚시여행] 아내와 함께한 진흙탕 낚시
대마도 낚시 3일 차, 아소만에서 벵에돔 낚시, 환상의 벤자리회 

 

정기구독자를 위한 즐겨찾기+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80)
유튜브(입질의추억tv) (588)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4-17 03:47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