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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 황제도에서 아내의 활약상에 이어 2부 입니다.
12월의 겨울 감성돔 낚시를 위해 우리부부는 황제도를 찾았습니다. 지금부턴 연중 수온이 꺽이면서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슬슬 대형급 감성돔이 활동하는 시기입니다. 여기에 날씨와 물때까지 받쳐준다면 마릿수 호조
황까지 노려볼 수 있기 때문에 갯바위 감성돔 낚시를 좋아하는 꾼들에겐 결코 놓쳐선 안될 시기!
오늘은 전남 완도군에 소재한 황제도, 그 부속섬인 알매섬으로 여러분들을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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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질의 추억의 겨울 감성돔 낚시, 황제도 알매섬 편
사실은 이날 낚시 계획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기상예보를 보니 겨울치곤 너무나도 평화로운 바다날씨가 예보되어 있었어요.
풍속 5~8m/s에 파고가 고작 0.5m~0.5m에 구름조금.
이날 중부지방은 섭씨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한파의 시작을 알렸고 남해안도 영상 4도 정도 되었던거 같습니다.
영상 4도면 바닷바람을 감안해 5도 정도는 빼면서 체감온도는 -1도 정도를 예상, 추위 타는걸 싫어하는 아내에게 옷 단디 무장시키고
서울에서 출조점 버스를 타고 출발하였습니다.
게다가 이날 물때가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어지간해선 안가려던 아내도 물때와 기상을 보고 가게 될 정도였으니
물때는 10물(간조와 만조의 수위차가 3m로 사리물때의 영향을 받습니다.)에 오전 5시 30분에 간조, 오전 11시 40분이 만조 타임입니다.
그야말로 새벽에 갯바위에 내리자마자 초들물이 받치면서 철수타임(오후 2시)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될 그런 물때였습니다.
계산을 해본 결과 7시에서 9시 사이에 한 2~3마리 정도 잡으면 될거 같고 중간에 잠시 물이 빨라질 때 쉬었다가 만조가 있는 12시를 전후해서
1~2마리 잡으면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하하하..
그런데 낚시가 계산대로 될리가 있나요? ^^;
아무튼 오늘은 들물(물이 들어오는 타이밍에)낚시를 해야 하므로 중간에 밥먹을 시간이 없음을 감안, 모처럼 아내와 함께 전투낚시 태세에 돌입!
출조점엔 갯바위 도시락을 빼주십사 요청을 했고 우린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커피우유만을 딸랑 싸들고 갑니다.
솔직히 낚시하는데 밥먹을 시간 어딨어요. 요즘같은 시기엔 끝까지 열심히 해도 한마리 잡을까 말까인데..^^;
새벽에 밑밥 개는 현장, 전남 노력항
아무튼 그렇게 밤새 달려 도착한 곳은 전남 마량에 있는 노력항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체험 삶의 현장"을 떠올리게 하는 저 삽질하는 모습들..
이렇게 갯바위 낚시는 많은 꾼들의 삽질로 시작됩니다. 이 삽질이 허무한 삽질이 되지 말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이분들 모두 수도권에서 고생해가며 내려오셨는데 못해도 굵은 씨알의 감성돔 한두수 정돈 해가야 하지 않겠어요.
다들 집에는 토끼같은 마누라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이 아빠가 잡아올 자연산 감성돔 회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
밑밥의 비율 어떻게 해야 할까?
그간 아무 생각없이 해왔던것도 사실. 이제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거 같습니다.
오늘 사리물때라 조류도 쎌테고 해서 압맥을 몇 봉지정도 추가로 구입해서 때려 붓습니다.
이 암맥이 제발 감성돔 뱃속으로 들어가야 할텐데 하는 맘으로..
이제는 늘 마주치는 반가운 얼굴들입니다. 새벽에 찍어 많이 흔들렸어요. 양해해 주시구요.
맨 왼쪽엔 지난번 저와 함께 내려서 좋은 활약을 했던 건강이아빠님, 나이스가이님, 어쭈구리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즘 페이스가 오를대로 오른 금발의 전사(?) 맨땅의 헤딩님.
출항직전 심심해서 별도 찍어봤습니다. 역시 손각대라 흔들림을 피할 수 없더군요 ^^;
촛점도 수동으로 한 다음 무한대로 맞춰놔야만 찍히는 밤하늘의 별들..
제가 한때는 별자리와 이름을 죄다 외우고 살았습니다. 이래뵈도 낭만파였다는.. ㅋㅋ
지금은 다 까묵어서 요 정도만 압니다.
물이 엄청 빠졌을 때라 배타는데 약간 애먹었다.
갯바위 하선중, 황제도 땅콩여에서
#. 낚시에서 나비효과
노력항에서 약 한시간 30분 가량 타고 포인트에 진입. 예상대로 바람도 세지 않았고 너울도 많지 않았습니다.
전부 2인 1조씩 짝을 맞춰 포인트에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총무님께서 갑자기 저를 부르더니..
"지금 땅콩여가 비어있는데 한번 내려보지 않을래요?" 라고 하네요.
아시다시피 땅콩여는 황제도 최고의 포인트!
제가 지난번에 내려서 했던 곳인데 그때는 꽝을 쳤습니다. 대신 함께 내렸던 분들은 죄다 감성돔을 잡았던 곳.
그 뒤론 땅콩여를 공부해서 이제는 지형지물도 파악했고 또 다시 내린다면 잡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땅콩여가 비었다고 내려보실래요? 라고 하니 그 순간 어찌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내려서 진정한 복수전을 치뤄야 할지 아님 다른 포인트를 탐색하는게 좋을지 0.5초 동안 판단을 내려 답변해야 할 상황!
순간 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말았습니다.
"황제도 최고의 포인트를 마다해 버린 입질의 추억"
이것이 가져올 결과가 어떠할지 곧 알게 되겠지요.
기회를 준건데 마다한건지 아님 물때에 따른 적절한 판단인지는 모르지만 이 날 왠지 땅콩여는 예감이 안좋았습니다.
분명 땅콩여는 최고의 포인트임엔 분명하지만 지난번 13물이였을 때도 시냇물같은 조류에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오늘은 사리물때라 물이 더 쎌 텐데
하는 생각도 순간 들었구요.
그리하여 내린 곳은 황제도 부속섬인 알매섬으로 현지에선 낮은자리라고 불리는데 갯바위 선 자리에서 오른쪽으론 자그마한 홈통이 있는 지형.
원랜 이 자리에 잘 안내려준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전방에 수중여가 크게 자리잡고 있어 낚시어선의 접근이 힘들다네요.
지난번에도 이 자리에 꾼들을 내려줬다가 어선 스크류가 나갔다고 합니다. 이 곳의 공략편은 조만간 따로 올려드릴까 합니다.
이 날은 돌다돌다 내려줄 곳이 마땅치 않자 하는 수 없이 내려줬다고 하는데 수중여에 스크래치라도 날까봐 조심조심 접근해서 갯바위에 접안을
시도했고 우리부부는 무사히 내릴 수 있었습니다.
황제도에서 맞이하는 일출
쏨뱅이
동이 트자 아내는 망상어를 저는 작은 쏨뱅이를 낚음으로 낚시는 시작되었습니다.
계속해서 이런 쏨뱅이들이 물고 늘어지는데 크기라도 컸음 매운탕 감으로라도 쓸텐데 씨알이 너무 작아 다 방생을 하고..
그러다 바늘이 사라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아내의 목줄이 잘려서 올라온걸 보니 복어들이 들어온 모양이예요.
잠시 밑밥치는걸 중단하고 낚시를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복어가 물고 옵니다. 절 보더니 성난 눈빛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습니다. 그대로 방생
그리고 드디어 입질을 받았습니다!
우오오오~!!!! 둥그렇게 휘어지는 낚시대. 드디어 최고의 순간이 온걸까요?
죄송합니다. 황제도를 걸고야 말았습니다. ㅠㅠ
채비 터트릴 각오로 땡기는데 다행히 바늘까지 딸려오네요. 근데 바늘은 펴진 상태라 새로 묶고 심기일전해서 다시 시작!
일단 수심체크도 할 겸 일부러 밑걸린거라 보심 됩니다.(핑계는...)
반면 제 아내는..
어복부인께선 진지하게 낚시 중이다.
물색이 꼭 감성돔이 나올것만 같은 그런 색을 보이는 가운데 나오라는 감성돔은 안나오고
오~ 이거슨.. 서울 감성돔이 아닌가요? ㅋㅋ
그 옛날 서울에서 온 꾼들이 감성돔을 백마리나 잡았다고 으시대길래 확인해 봤더니 죄다 망상어를 잡아놓고 감성돔으로 착각하고 있는 모습에서
유래됐다는데..크크크 아무튼 겨울이라 그런지 망상어 씨알도 제법입니다.
물때상 참 기대를 많이 했는데 나오는건 쏨뱅이, 망상어, 복어, 학공치 그리고 숭어까지..
오늘도 왠지 감성돔만 빼고 다 낚는 현상이 벌어지나 봅니다. 이쯤에서 생각나는 한가지..
"아까 땅콩여에 내리라 했을 때 내릴껄 그랬나.. 거기 나 대신 내린 분들 지금쯤 얼마나 잡으셨을까" 하는 생각만이 스쳐지나가고...
그렇게 오전 내내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하자 기분은 우울해지기 시작합니다.
오늘도 꽝인가.. 물때도 좋고 조건도 좋고 다 좋은데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수심도 맞게 했는데 왜 안잡힐까..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런걸까.. 다른 사람들은 지금쯤 얼마나 잡고 계실까..등등등
여러 복잡한 생각들이 머릴 스치고 지나갑니다.
황금같은 오전물때를 허무하게 보내고 시간은 어느덧 12시를 가리킵니다. 물때는 만조에서 초날물로 돌아서는 타임.
해도 중천에 떴고 밑밥도 이젠 얼마 없습니다. 그냥 이대로 있다가 철수할것이 뻔해보이는데 그럼에도 낚시대를 놓지 않는 이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일까요? 왠지 저 찌가 지금이라도 푹~ 하고 들어갈것만 같습니다.
저 빨간찌를 뚫어지게 쳐다보면 마치 "레드썬"같은 효과랄까.. 찌가 물속에 잠겨드는 듯한 착시마저 느끼게 됩니다.
시간은 12시 30분을 가리키고, 이제 한시간 뒤엔 철수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
그냥 이대로 꽝을 받아들여야만 하나 봅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찌가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물속으로 쭈욱 빨려 들어갑니다.
천신만고 끝에 감성돔을 잡은 입질의 추억, 전남 황제도에서
추운 겨울철 이른 새벽에 아내와 함께 내려 열심히 했지만 오늘도 꽝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열심히 했더니 결국은 한마리 하네요.
오랜만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힘들게 잡아서 그런지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이때야 말로 "최고의 순간" 이 아닐까!
찌도 손쌀같이 빨려 들어간 만큼 급하게도 먹었나 봅니다.
챔질을 그리 늦게 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삼켜버렸어요. 새로 구입한 바늘빼기로 테스트겸 사용해 봅니다.
올 가을부터 유난히 어복이 없었던 제가 4전만에 겨우 한마리 걸어냈어요. ^^;
감성돔 잡기 참 힘드네요. 이것으로 올해 4호 감성돔입니다. 40cm, 45cm, 51cm 그리고 이녀석은 4짜에서 1cm 모자란 39cm..
씨알면에선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빵은 맘에 듭니다. 얘가 뭘 먹고 컸는지 아주 통통하네요. ^^
철수하며 바라본 마량 앞바다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죽기전에 피를 빼고
이 날은 총 19명의 조사님께서 12마리의 감성돔을 잡아내셨습니다.
그중에 대박은 젊은 아드님과 함께 오신 부자 조사님께서 6마리를 하셨어요. 조과가 부익부 빈익빈 입니다.
이쯤되니 저 대신 내리신 땅콩여의 조황이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총 6분이 내리셨는데 올꽝이셨다고 합니다. ㅠㅠ
아마 제가 내렸어도 꽝일 가능성이 컷겠죠. 그래서 낚시의 나비효과란 무서운거 같습니다. 한순간의 판단이 이런 결과를 가져오네요.
우측 맨 아래 감성돔은 때깔이 정말 좋았습니다. 영등철 감생이같은 느낌..
맨 아래 각 얼음 2개 집어넣고 중간에 부력망을 깐 다음 고기를 얹어서 집으로 가져옵니다.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 ㅠㅠ
피곤한 몸이지만 그래도 생선은 손질하고 자야 합니다.
이렇게 포를 뜨고
남은 것들은 매운탕 내지는 튀김용으로다가 위생팩에 넣어 냉장실로 직행.
못해도 2~3일 내엔 먹어야 제맛입니다. 그리고 난 후 수분을 없애기 위해 면보에다 감싼 횟감을 30분간(제가 샤워하고 장비 씻는 동안)
냉장실에다 숙성을 시켜 놓고선 조심스레 꺼내듭니다. 지금이 아니면 쫀득쫀득한 회를 먹기 힘들어지기에..
처형네 식구를 부를까 하다 시간이 너무 늦어 그냥 단둘이서 조촐하게 한잔하기로 합니다.
포를 뜬 감성돔과 숭어는 딱 2인분만 빼서 이렇게 회를 쳤습니다. 나머지는 좀 더 숙성시켜다가 내일 먹기 위해 넣어둡니다.
앞쪽이 감성돔 회, 뒷쪽이 숭어회
겨울 숭어라 그런지 아주 느끼할 정도로 지방이 든게 맛이 제법입니다. ^^
그래도 감성돔을 못따라갑니다. 제철을 맞은 겨울 감성돔회~ 정말 적당히 찰지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였어요.
고생해서 갔지만 낚시는 역시 이 맛에 하나 봅니다.
새벽 두시에 먹는 자연산 회
몸은 고단했지만 냉장고에 남아 있는 청주 몇 잔에 감성돔 회를 입에 넣으니 아주 그냥 끝내줬습니다. ^^*
"나 따라 낚시한다고 정말정말 고생 많았다. 오늘은 잡지 못해 서운했겠어. 담엔 꼭 대물 잡기 바래~!"
그렇게 황제도에서의 복수전은 어설펐지만 패전은 면했습니다. 다음 조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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