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질의추억, 홍콩에서 낚시하다 망신당한 사연


    이 날은 홍콩에서 고대하던 낚시를 하게 된 날 ^^
    제 꿈이 있다면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지구촌 모든 바다에서 낚시대를 담궈보는 것과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그 나라의 낚시문화를 체험해 보는 것. 홍콩에서의 낚시시간은 겨우 세시간 가량. 
    이것으로 홍콩의 낚시 문화를 전부 알 수 없지만 여기까지와서 짠물에다 제 낚시대를 담궈봤다는 것 자체만
    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설레임을 안고서 이른 아침부터 홍콩 앞바다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선 시련의 그림자가 기다리는데..






    사실 홍콩에서의 낚시를 생각한 건 처음이 아닙니다.
    홍콩과 중국은 대만, 일본과 마찬가지로 갯바위 낚시가 활기를 띄고 있는 낚시 강국.
    역시 섬이 많은 나라다보니 한국과 일본에 이어 갯바위 낚시가 활발하게 이뤄지는데요. 대표적인 꿈의 낚시터는 중국 최남단인 '하이난'.
    홍콩도 갯바위 낚시가 있긴 하지만 선상 트롤링이 활성화되어 있어 재방어(잿방어와 다릅니다.)와 부시리 그리고 대형 참돔등을 낚는걸
    본적 있습니다. 저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여건도 허락되지 않아 항만에서 가벼운 낚시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물이 깨끗한 지역이니 뭐라도 잡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말입니다.^^



    스타의 거리, 홍콩 구룡반도

    오전 6시 기상. 간단하게 조식을 마친 저는 집에서 가져온 낚시대와 가방을 매고 지하철로 향합니다.
    낚시를 위해 찾아간 곳은 침사추이역에서 도보로 15분 가량 떨어진 홍콩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스타의 거리"
    일전에 검색으로 이곳에서의 생활낚시 풍경을 본적있기에 숙소(몽콕)에서 비교적 가까운 이곳을 택했던 것입니다.



    홍콩에서의 바다낚시. 어떤 어종이 나를 반겨줄까?
    여기에 대해 아무런 정보 없어 제 머리는 백지나 다름없는 상태. 그래서 더 설레였나.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관광객도 별로 없고 날씨도 화창하니 여유부리며 낚시하기엔 딱 좋아보입니다.
    지금 빨리 서둘러야 해요. 이제 막 7시 반을 넘겼습니다. 뭐라도 물고 늘어질거 같은 최고의 타임입니다.
    그런데 낚시대를 펴고 채비를 할려는 찰나..

    "소품통을 안가져왔네.."

    구슬과 바늘이 든 소품통을 두고 온 것입니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 
    숙소에서 안가져 온건지 아예 한국에서 안가져 온건지 조차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어쨌든 낚시바늘이 없으니 낚시가 불가능. 지금 이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숙소로 가야합니다.
    여기서 숙소까진 최소 40분 이상 걸리는데(역에서 많이 걸어야 하는 관계로)


    아까부터 기둥을 살펴보니 밀물이 차오르는 중입니다.
    계산을 해보자. 숙소 갔다 거기서 택시타고 나오면 만조가 되겠네. 입질 확률 조금이라도 높일려면 만조 타이밍에라도 맞춰서 와야겠네..
    그리하여 헐레벌떡 숙소에 갔더니 다행히 소품통이 있더군요.
    얼른 가지고 나와 택시타고 다시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낚시를 하려는데 옆을 보니 "낚시금지" 푯말이 있네요.
    힘들게 왔것만 낚시금지라니.. 그럼 어디가서 하지? 시간은 벌써 10시를 가리키는데 이러다 오늘 홍콩에서의 낚시 종치겠구만 ㅠㅠ


    스타페리 선착장, 구룡반도

    한참 걸어오니 나온곳은 스타페리 선착장.
    스타페리는 홍콩인들의 대중 교통수단으로 구룡반도에서 홍콩섬이나 마카오를 이어주는 선박입니다.
    탑승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600원 정도 할꺼예요. 10~15분이면 건너편에 있는 홍콩섬으로 갑니다.


    스타페리를 타고 홍콩섬에 도착하자마자 찾아간 곳은


    홍콩 컨벤션센터, 홍콩섬

    홍콩 컨벤션센터 앞 완차이 피어, 홍콩섬

    홍콩 컨벤션센터 앞엔 이렇게 낚시피어 비스므리한 곳이 있습니다.
    물론 낚시하라고 만든 장소는 아닌거 같은데 이곳에 오니 이미 몇몇 낚시꾼들이 자릴 잡고 낚시중입니다.


    난간에 낚시대를 거치할 수 있는 기구가 인상적이다.

    홍콩인들의 생활낚시 채비
    홍콩 현지인들은 어떤 채비를 쓰는지 궁금해서 살펴봤는데 다름아닌 원투채비입니다.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채비로 구멍봉돌과 외바늘을 달아 도다리나 보리멸과 같은 바닥 어종을 잡을 때 쓰는 채비.
    아침부터 낚시한거 같은데 아직까지는 딱히 잡은 게 없나 봅니다.


    캐스팅하는 홍콩 현지인

    저도 옆쪽에다 짐을 풀고 서둘러 낚시대를 폅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원투낚시를 하는거 같은데 저 혼자 찌낚시를 하니 옆에서 힐끗힐끗 쳐다보더라구요.
    찌낚시 하는건 처음 보나요 ^^;
    아무튼 그리하여 홍콩에서의 첫 낚시는 시작되었는데 일단 채비 설명부터 하자면 이곳 수심대가 얼마인지 전혀 모릅니다만 항만이니
    그리 깊을거 같진 않구요. 유속도 완만하게 흐르고 있어 B찌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낚시대는 1-530대에 2.5호 원줄, 1.5호 목줄을 사용, 찌는 자중이 좀 나가는 B찌에 스텔스 SS2를 달았습니다.
    구멍찌 위에 형광구슬은 밑걸림을 파악하기 위해 끼웠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미끼문제. 어떻게 해결했느냐 ^^


    후훗.. 낚시하는 분들에겐 매우 친숙한 각크릴.
    어디서 구했냐구요? 집 냉동실에 있는걸 봉다리에 잘 싸매서 가져왔지요.
    저 크릴을 산건 2년 전. 홍콩가기 전날 미끼 문제로 고민하다가 집 냉장고를 열어보니 다행히 있더군요. ㅎㅎ


    홍콩바다로 날리는 첫 캐스팅!

    그리고 올라온건 왠 쏨뱅이?
    얼마전 황제도에서 이 녀석들로 열댓마리 이상 잡았는데 걔네들이 언제 홍콩에 왔지 ^^;
    방생하구요. 계속해서 낚시하는데 계속 요런 사이즈의 쏨뱅이만 물고 늘어집니다.



    홍콩에서 낚시하는 입질의 추억, 홍콩 컨벤션센터 앞


    일단 몇 번의 캐스팅으로 수심파악은 대충 되었습니다.
    발 앞쪽으론 4~5m, 조금 멀리 치면 6~7m까지 나오구요. 조류가 상당히 방방하게 흐르기 시작.
    왠지 감성돔이 나올거 같은 분위기. 하지만 여긴 홍콩이라 뭐가 나올진 모르겠습니다.
    조류가 우에서 좌로 횡으로 흐르는데 중간층엔 입질이 없고 바닥까지 내리면 쏨뱅이가 무는 그런 형식.
    그래서 채비를 반유동으로 바꿉니다. 조류가 좀 쎄져서 0.8호 찌를 달고 던집니다.



    전방 15m 언저리를 공략해서 채비를 흘려봅니다.



    옆 바람이 계속 불어재끼는 바람에 원줄이 날리는 상황입니다.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초릿대를 물속으로 담궈서 낚시합니다.
    중간에 아주 희한한 장면을 봤는데 바다 한가운데서 엄청난 숫자의 물고기 떼가 수면에서 춤을 추더군요.
    점핑을 하는 것도 아니고 대가리만 수면 위로 치켜들면서 마치 싱크로나이즈를 연상케하는 동작을 수십마리가 연출하더니 사라지던데
    멀리서 봐서 자세힌 모르지만 크기나 모양은 숭어 비슷한 느낌입니다. 이런 고기를 본적이 없어서 그런데 아시는 분?



    찌를 주시하고 있는 입질의 추억

    참고로 홀몸이라 촬영은 삼각대를 펼쳐놓고 했습니다. ^^;
    옆에서 낚시하던 현지인이 계속 힐끔힐끔 쳐다봅니다. 좀 이상했을 꺼예요.
    왠 보라색 옷 입은 사람이 나타나서 삼각대를 펼쳐놓고 카메라 두대로 셀카를 찍어가며 낚시하고 있으니..
    지나던 관광객들도 제가 현지인인지 관광객인지 햇갈렸을듯. 카메라를 보면 관광객인데 낚시하는걸 보면 현지인같고 ㅋㅋ
    하여간 그런 저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고 가는 분들도 꽤 있고.. ^^

    이제 시간은 정오를 가리킵니다. 해가 중천에 뜨니 그마저 이어졌던 쏨뱅이 입질도 끊겼습니다. 
    홍콩낚시, 이대로 끝나는걸까? 다소 실망한 표정을 하고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찌가 들어가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기를 반복하는데..
    찌가... 찌가 들어갑니다.

    "이건 확실한 입질이닷!"

    찌가 계속 들어가네요. 그리고 시야에서 사라지자 흥분된 마음으로 "챔질"! 그런데..
    앗.....!
    꿈쩍도 안하는 낚시대. 분명 입질인거 같은데 뭔가가 덜커덕 합니다.
    에잇.. 홍콩을 걸었나 싶어 낚시대를 이리저리 휘둘러 보는데 그 순간

    "빠~~~악!"
    귀청 떨어지는 소음이 주변을 강타했고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저에게 쏠렸습니다.


    지금까지 낚시하면서 이렇게 낚시대를 두동강 내본적은 처음입니다. 저도 제 낚시대의 탄성이나 강도를 어느정도 알기에 적당히 휘둘렀는데
    아주 쉽게 부러집니다. 낚시대 부러지는 소리 생각보다 크더군요. ^^;;
    저쪽에서 삼삼오오 모여 낚시하던 홍콩 현지인들이 "오우~~노!!" 를 외칩니다.
    얼굴이 화끈거린 나. 차마 그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 없었습니다.
    근처를 지나던 관광객, 사진찍던 관광객들은 동작이 올 스톱된 채 저를 쳐다봅니다.
    식사중으로 보이는 낚시꾼들은 입안에 뭔가를 잔뜩 넣고 우물우물 거리면서 저를 주시하고 있었고 웃음소리도 간혈적으로 들렸습니다.


    두동강 나버린 나의 소중한 낚시대 ㅠㅠ

    부러진 낚시대, 제가 낚시 입문하고 처음 산 갯바위 릴대입니다. 바낙스 대도 FX 1-530
    그간 갯바위와 방파제를 오가며 파트너가 되어줬던 낚시대였는데 초보시절 숱하게 초릿대를 해먹다 보니 지금는 20cm 가량 줄어든..
    그래서 더 애착이 갔던 릴대였어요. 이걸로 감성돔, 벵에돔 여럿 낚았는데 이 날 홍콩에서 운명하네요.
    오랜기간 써오다 보니 아마도 스크래치 부분에서 힘을 받아 부러졌나 봅니다.
    어쨌든 저는 더 이상 낚시할 수 없었고, 창피해서라도 서둘러 짐을 챙겨 빠져나옵니다.


    홍콩섬에서 구룡반도를 바라본 모습


    접은 낚시대는 홍콩의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슬프지만 안녕, 나의 첫 낚시대여!
    이제 그만 내가 널 놓아줄께..

    두동강 난 낚시대는 그렇게 버려졌습니다. 그래도 잘 접어서 버렸어요.
    어쩌면 누가 이걸 집어 갈수도 있겠습니다. 대를 뽑기 전까진 멀쩡해 보이니깐요. 푸푸픕 ㅋㅋ
    하지만 대를 뽑아든 순간 낚였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어쩌면 그 주인공이 아까 날 보고 웃었던 홍콩 낚시꾼이 될 수도 있겠지요. ㅎㅎ
    홍콩에서의 짧은 낚시는 그렇게 굴욕으로 끝났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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