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쓴 글 때문에 횟집 사장님 장가갔네요. 경사경사^^


    여러분은 '글'의 힘을 믿습니까? 
    하루에 몇 백만건의 기사와 문서가 쏟아지는 요즘, 순수한 정보를 글에서 얻는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대부분 정보를 위장한 기사와 스팸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지요. 그러니 글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건 어찌보면 참 피곤한 일일런지도 모릅니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아직까지 포탈 사이트가 건재한 이유는 여전히 방대한 양의 "검색 정보" 제공한다는 점.
    아직까지는 검색을 바탕으로한 정보가 신뢰성을 갖고 있구나란걸 세삼 느낍니다.

    저는 3년 동안 바다낚시와 생선회 분야로 글을 써온 블로거입니다.
    바다낚시도 즐기지만 잡은 생선을 탐구하고 또 우리가 먹는 수산물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생선회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지요.
    그렇게 써온 이야기가 1,100건수를 넘겼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토요일 저에게 매우 뜻깊은 일이 생겼습니다.
    3년전 이맘때 제가 쓴 글로 인해 어떤 커플이 결혼까지 골인했다면 여러분들은 믿으시겠습니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던 것입니다.
     

     

    이날 주인공인 신랑 신부 사진들, 강남의 모 예식장에서

    얼마전 자주가는 단골 횟집 사장님으로부터 뜻밖에 청첩장을 받았습니다.

    "이게 뭐죠?"
    "저 이번주 토요일 결혼해요. 덕분에..."
    "덕분에? 그렇다는 것은 혹시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네 맞습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부담갖지 마시고 그날 꼭 오세요"
    "당연히 가야죠. 어찌 안갈 수 있겠어요."


    주례사가 이어지고 있다

    주례가 끝나자 재치발랄한 축가가 이어졌다

    요즘 결혼식은 식장에서 프로포즈를 한번 더 시키나 봅니다. 이 커플의 결혼식을 보고 있자니 남다른 기분이 드네요.
    왜냐하면 3년전에 제가 썼던 글로 인해 두분의 만남이 이뤄졌다 해도 과언은 아니였기 때문입니다.

    자초지종은 그렇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제가 단골로 이용하는 횟집 사장님인데요. 3년전 우연히 알게 됐다가 지금까지 단골이 되었습니다.
    낚시를 통해 자연산 횟감을 접하고, 생선회 칼럼을 쓰는 제가 이 사장님의 음식과 소신에 반해 제 블로그에 소개글을 올렸던 것입니다. 
    그때 당시 제 글을 보고 찾아간 여성 손님이 계셨는데 나중에는 단골이 되었다고 해요. 이후 사장님과 교제를 시작해 연인으로 발전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몇 개월 전 사장님으로부터 교제 소식을 들었었지요.
     
    "어쩌면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수도 있다고.."

    그리고 엊그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런데요. 더 놀라운 사실이 있었습니다. 
    결혼식을 올린 날은 2월 23일 토요일. 바로 제 결혼기념일와 똑같다는 사실입니다. 엊그제 저희부부는 5주년을 맞이했답니다. 
    2008년 2월 23일 토요일에 결혼식을 올렸는데 날짜까지 같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 사실을 안 사장님도 무척 신기해 하시더군요. ^^

    이제 사장님의 음식은 서울 각지에서 찾아 올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제 글도 촉진제가 되었지만 한번 맛을 본 손님들은 또다시 찾게 되어 단골이 되었지요. 손님들 중 간혹 열에 하나 정도는 동네횟집과 마트초밥에 입맛이
    길들여진 탓인지 입에 안맞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엄지를 치켜 세우곤 합니다.

    저는 제 글로 인해 손님이 많아졌다는 사장님의 말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이 집은 생선회에 대해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있으며 올바른 먹거리와 생선회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요즘 먹는걸로 장난치는 집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특히 생선회 쪽은 식재료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믿고 먹는 수 밖에 없지요.
    이 와중에 저단가, 저질 재료와의 협상을 포기하면서까지 좋은 식재료를 고집하는 집들이 더러 있습니다.
    저는 이런 집들이 업계에서 '바보'소리를 듣는 게 아닌 '인정'받는 집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장가가시는 사장님의 솜씨, 모둠 해산물(3인분) 

    장가가시는 사장님의 솜씨, 모둠회(3인분) 

    장가가시는 사장님의 솜씨, 참돔 뱃살

    회 좀 드셔본 분들은 사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를 느끼실 겁니다. 회가 상당히 두툼하죠?  
    이렇게 두툼하게 썰려면 광어는 최소 3키로 이상, 참돔 4키로 이상이 되어야 저 두께가 나옵니다.
    쉽게 말해 일반 횟집의 탈을 쓰고(?) 고급 일식집에서 사용할 만한 식재료를 쓰는 것입니다. 
    일반 동네횟집에서 갖다 쓰는 활어보다도 단가가 훨씬 비싼대도 말입니다. 그렇다고 손님들이 "사장님, 광어를 좋은거 쓰시네요"라고 알아봐 주느냐.
    100명 중 1명이 알아봐 줄까 대부분 손님들은 그런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개불을 예로 들자면 동네 횟집은 물론 서해안 포구의 바닷가 횟집에서 나오는 개불조차도 중국산을 씁니다만 이 집은 구태여 국내산만을 고집합니다.
    서울시내 횟집, 일식집 통틀어 95%가 중국산 농어 쓸 때, 이 집은 국내산(통영) 농어를 갖다 씁니다.
    물론 그렇게 해도 손님들이 알아주지는 않습니다. 가끔 저 같이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이나 원산지 확인하지 ^^;

    혹자는 '단골이니깐 이렇게 나오지'라고 말하시는데 알고보면 단골이나 일반손님이나 나오는 반찬과 구성은 똑같습니다.
    어디서 차이가 나냐면 횟집과 일식집은 단골들에게 좀 더 맛있는 부위를 서비스로 챙겨줍니다.
    이를테면 똑같은 참돔회를 주더라도 등살 대신 뱃살을 좀 더 챙겨주고, 회도 몇 점 더 넣어줄 때가 있는 것이지요.
    매운탕에 들어가는 서더리도 큼지막한 대가리를 넣는 등 신경을 써줍니다. 사실 그것 뿐입니다.
    물론 그 차이는 적으면 적고 많으면 많은 차이이기도 합니다. 기분상의 차이도 있고요.
    얼마전에 찾았을 땐 우리쪽 테이블 보다 옆 테이블에서 나온 초밥이 더 좋아보였습니다. 우리는 광어와 새우 초밥을, 옆 테이블은 참치 뱃살 초밥이
    나오던데요. 다 사장님이 알아서 손님들과의 형평성을 맞추고 있다란 걸 느꼈습니다.

    어쨌든 횟집은 단골 확보와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식업입니다. 그것을 융통성있게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영업에 성패가 갈리기도 하지요.
    만약 여러분들이 횟집을 운영하는데 VIP손님이 왔다고 하면 과연 일반손님과 차별없이 대우할 수 있을까요?
    이는 어느 횟집에 가더라도 당연한 현상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골이 아니여서 차별 대우를 받는다며 불평 불만 늘어놓는 진상들이 더러 있습니다.
    자기가 먹은 서비스는 생각안하고 남의 떡만 커 보이는 심리이지요.

    어쨌든 사장님은 장가를 가면서 제게 '덕분에'라는 표현을 종종 씁니다. 그러고보면 나비효과란게 참 무섭고도 기이하네요.
    글 하나로 인해 다른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말입니다.
    만약에 제가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이 커플의 운명은 과연 어찌되었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도 서로가 모른 채 각자의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어찌됐든 지금은 글 하나로 인해 커플이 탄생되었고 결혼까지 골인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계기만 되어줬을 뿐, 무엇보다도 두분이 노력하여 사랑의 열매를 맺은 결과라고 봅니다.
    지금 이 순간 두 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달콤한 허니문을 즐기고 계시겠죠.^^
    두 분 다시한번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지금까지 성실하게 가꿔온 횟집, 앞으로도 쭉 이어졌음 좋겠고요.
    무엇보다도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서 '진짜 회맛이란 이런거야'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추신 : 이 글은 두 분의 결혼을 축하하는 글입니다. 횟집 상호를 묻는 질문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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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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