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땡잡았네


    처가집에 가면 의례 하는 게임이 있다. 
    만원빵 걸고 윳놀이도 하지만 게임이 길지 않고 빨리빨리 끝나는 '섯다'를 재미삼아 하는 편이다.
    사실 섯다는 고스톱보다도 중독성이 강한 게임이라고 한다. 고스톱은 재미삼아 할 수 있지만 섯다는 특유의 화끈한 룰 때문에 도박이 된다고
    누가 그러더라. 그런데 가족들끼리 섯다를 하면 돈이 이 안에서 돌고 돌 수 밖에 없다. 따면 괜스레 생색내며 밥이든 술이든 쏠 수 있으니..
    뭐 그런 재미로 섯다를 하는가 보다 싶지만 솔직히 나의 경우는 섯다에 관심이 가질 않았다. 그보다는 조카들 놀아주는 편이 더 재미있다.
    그러다 이번 설날엔 식구들의 권유(?)로 섯다에 참여하게 되었다. 되도록이면 많이 참여해야 게임도 재밌는 법이래나..

    나는 마지못해 섯다에 참여했고 몇 판만 하다 일어날 참이였다.
    그런데 첫번째 패부터 장땡(10, 10)이 나오네.. ㅎㅎㅎ
    섯다를 모르는 나를 위해 식구들이 족보표를 써줬는데 이것이 무려 서열 2위란다. 장땡을 이길려면 3,8광땡 밖에 없다네.. 호오~
    나는 무자비하게 돈을 걸었다. 그런데 다들 죽어버리는게 아닌가? 장땡치고는 생각보다 못 벌었다. 
    심리적인 묘수를 써야겠군. 그래서 섯다가 중독성이 있는 게임인가 보다. 

     

    그래봐야 돌고 도는 돈은 동전 쪼가리들 ㅎㅎㅎ
    백원씩 걸고, 이백원씩 건게 저 모양이다. 따봤자 저금통에나 들어갈 것들..


    그런데 한번은 4,9 가 계속 나오고 같은 서열이 나와 비기는 바람에 판이 몇 번인가 파토가 났다.
    그러다 보니 오천원짜리가 등장하더라. 이번 판은 사활을 걸고 이겨야지 싶은데 과연 8분의 1확률이 내게 돌아올까 싶다.


    좀 아니다 싶음 바로 죽어버려야지 싶어 받은 패를 들춰보는데..



    "또 땡잡았네.. ㅎㅎㅎ"

    그것도 무려 8광이다. 숫자에 약한 나는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가만있자 이걸 이길 수 있는 패는 9땡이랑 장땡이랑 3,8광땡 밖에 없지 않은가? 이건 뭐 거의 이긴거나 다름없는 셈.
    문제는 이를 어떻게 살살 구슬려서 배팅하게 만들까.. 초반부터 약한척하고 나올까? 아니면 오백원씩만 걸다가 누군가 족보 잡은 사람이 있다 싶으면
    조금씩 강도를 높여나 볼까?

    결국 이 판은 내가 먹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이 날 나는 신들린듯 패가 짝짝 붙기 시작했다. 장땡(10, 10)을 세번 기록했고, 수십시간을 쉬지 않고 해도 한번 나올까 말까한 3,8광땡을 무려
    두번이나 받아봤다. 그 외 땡부터 족보까지 쉼 없이 이어졌다. 한마디로 끝빨이 미친듯이 붙은 것이다.

    "초보가 사고친다더만.. 어떻게 땡이 계속 붙을 수가 있지?"

    식구들의 의아심은 점점 더해져만 갔다. 아무리 패가 잘 붙어도 그렇지 우연치곤 너무한거 아냐?
    그러다 한번은 또다시 나에게 엄청난 패가 들어온 것이다.

    "이번판은 무조건 이긴다"

    그런데 이번 판은 상대방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지 계속해서 배팅이 들어왔다. 이 패를 가진 나로선 전혀 두려울 게 없으니 받아줄 뿐더러 할프까지
    쳐버렸다. 내가 할프를 치면 칠수록 상대방은 더 격렬하게 받아주었다. 도대체 무슨 패를 가졌길래?
    이쯤되자 식구들의 이목이 죄다 이 판에 쏠렸다. 그래봐야 몇 만원이지만 이기면 대박, 지면 쪽박이였다.
    결국 패를 까보기로 하는데 상대방에게 무시무시한 패가 나와버렸다. 무려 서열 2위인 장땡(10, 10)이 나와버린 것이다.
    그리곤 양팔을 모아 돈을 쓸어가려는 순간 내가..

    "잠깐만!"

    을 외쳤다. 순간 시간이 멈춘듯한 짜릿함을 느꼈다고나 해야 할까? ㅎㅎ
    내 패를 까 뒤집었다. 그랬더니 모두가 자지러졌다.

    "또 3,8 광땡이야?"



    이때부터 나는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ㅠㅠ

    "혹시 밑장 빼는거 아니냐고..."

    나의 끗빨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주어진 화투는 단 두 장 뿐인데..(버리거나 고르는 방식이 아님)
    땡을 못잡으면 그래도 족보는 계속 나와주었다. 내가 섯다는 완전 초보인데 이렇게 패가 짝짝 붙을 수 있나? 정초부터 완전 땡잡았네. ^^
    그렇게 서너시간의 질주는 막을 내렸다. 딴 자의 여유로 맥주값을 냈지만 그래도 몇 만원이 남았다.
    돈을 잃은 아내는 나에게 손을 뻗쳤는데 그때마다 번번히 잃었다. 결과적으로 그 돈이 내게로 들어온 셈이지만..
    어쨌든 중요한건 작년에 잃었던 걸 전부 만회했다는 것이다. 개평은 못드렸다. ^^;
    그냥 다음에 회나 쏠란다.(사실 그게 더 비싸게 먹힐런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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