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추억의 맥주, 코로나와 라임


    1990도 초반, 레스토랑에서 주방보조를 맡았을 때입니다.
    당시엔 꽤 비싼 음식점 축에 들었는데요. 김치볶음밥(4,500원), 함박스테이크(6,000원)등을 팔고 있을 때 수입맥주로는 주로 버드와이저(3,000원),
    밀러(3,500원), 미켈럽(4,000원)과 함께 이 코로나 맥주(4,000원)를 팔고 있었죠.
    학생 신분이던 제가 이걸 돈을 주고 먹기엔 무척 비쌌던 기억이 있는데요. 한번은 특별한 기념일(아마 졸업식때)때 이 집에서 코로나 맥주를 시켜다
    먹었습니다. 그땐 라임이 아닌 레몬을 껴서 나온 걸 손가락으로 밀어 넣어 빠트린 후 마셨는데 맥주가 참 산뜻했던 기억이 납니다.

    요새는 수입 맥주가 물 밀듯 밀려와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지만 저에겐 이 코로나만큼 애착이 갔던 맥주도 없었답니다.
    코로나 맥주 컨셉이 구수한 보리향과는 거리가 먼 라이트한 목 넘김을 갖고 있지만 특유의 레몬, 라임과의 조합이 잘 어울렸던 산뜻한 맥주였지요.^^
    누군가 그러더랍니다. 코로나는 레몬보다는 라임이 진리다...라고

    그래서 얼마전에 큰 맘먹고 마트에서 라임을 샀답니다. 라임은 레몬보다 크기도 작은 것이 6개 들이 무려 8천원에 육박한 걸 눈물을 머금고(?) 샀는데요.
    요게 레몬보다는 좀 더 상큼한 것이 코로나의 산뜻한 맛을 돋구기엔 아주 그만이였어요.
    라임즙을 좀 짜서 넣어도 되고요. 저렇게 꼽아서 손가락으로 밀어서 떨어트린 후 마시면 된답니다.



    상큼한 라임즙, 라이트한 맥주에 몇 방울 떨어트리고 드셔보세요. 청량한 맥주가 더 청량해지는 느낌이 들 겁니다.^^
    짜서 입안에다 넣어 볼까요? 지금 이 사진을 보시는 여러분. 갑자기 침이 울컥 나오셨나요? 그럼 지셨습니다. ㅋㅋ
    저는 요걸 얇게 슬라이스해 껍질 채 씹어 먹는데 왠지 이렇게 먹으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될 것도 같아요.


    우리부부에겐 가끔 있는 야식입니다. ^^
    바쁘다보니 자연 음식을 지향할 순 없고요. 그저 냉동만두 몇 조각에 샐러드면 훌륭한 안주꺼리가 됩니다.
    좌측에 그라탕은 800원으로 만들었는데요. 마트에 수입 냉동식품 코너에 가보니 냉동 "매쉬 포테이토"를 팔더군요. 그 가격이 단돈 800원입니다.
    보통은 이것을 전자렌지에 녹여 우유를 섞어줌으로서 감자 샐러드가 되는건데 여기에 아내는 치즈를 뿌려 그라탕을 만들었습니다.
    저렴하게 만들었지만 결과물은 나름 부티나네요. ^^;

    요새는 짬 날 때마다 만화를 시청(?)하고 있어요. 저는 좀 심오한 내용을 좋아하다 보니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류쪽 보다는 비주류를 선호합니다.
    얼마전에는 "더 파이브스타 스토리"를 책으로 빌려다 보는 중인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게 내용이 상당히 난해하다 못해 난잡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1권을 여섯번이나 읽고선 내용을 이해했는데 현재는 3권째 읽고 잠시 보류중이고, 아내는 6권까지 읽고 GG를 선언하였습니다.

    최근에 보고 있는 작품은 OVA로 나온 "은하영웅전설"
    일전에 소설로 읽은 적이 있는데요. 애니로 보니 새롭기도 하고, 디테일한 스토리 전개는 높이 살만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문제가 참 많아 보이네요. 일본 작가라서 그런지 몰라도 "우주 평화와 은하 통일"이라는 제법 그럴싸한 명분으로 전쟁과 살육을
    미화시키거나 합리화시킨 점은 역시 약소국을 강제 침탈해 점령한 일본의 침략주의 정신과 크게 다를 바 없어 씁쓸함을 주게 됩니다.
    역시 그 밥에 그 나물인가요. 인상적인 여운을 남긴 작품임엔 틀림없지만 한편으로는 영 개운치 못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쓰다보니 말이 딴데로 샜네요.
    아무튼 코로나는 저에게 추억의 맥주였습니다. 지금은 마트에서 한병에 2,300원이면 구입할 수 있더군요.
    자주는 못 사먹더라도 가끔씩은 애용해 볼까 합니다.(갠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맥주는 하이네켄 다크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맥주를 미식의 음료로 보지 않고 취하기 위한 술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배부를 때까지 먹고, 취할 때까지 마시고, 또 다른 술과 섞어 마시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하지요. 우리나라 맥주 맛이 너무 없어서 일까요?
    저는 맥주야 말로 기분을 가장 좋게 만드는 마법의 음료라 봅니다. 저런 병맥주로 1~2병 마셨을 때가 딱 적당하더군요.^^
    또 가장 맛있게 음미할 수 있는 주량이기도 하고요. 제 아무리 고급 맥주라도 3~4병이 넘어가면 고유의 맛에 대해 감흥이 떨어지더군요.
    가장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처음 한 병! 그리고 아쉬움을 달래 줄 두번째 병! 여기까지가 제 주량이 아닌, 제가 가장 맛있게 음용할 수 있는 양인가 봅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오늘 뭐라도 한병 마셔야 겠습니다. 내일 글은 알코올 포스팅으로 진행해 볼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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