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음식만 찾아먹는 아내, 왜 못나보일까?


그것은 남편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라기 보단 본인이 스스로 말하길 원채 입맛이 저렴해서라며 차라리
비용만 축내고 미식 좋아하는 아내보단 이런 싸구려 입맛을 가진 내가 더 낫지 않냐며 웃고 있습니다.
이는 먹기 위해 사는 남자와 살기 위해 먹는 여자가 만나 결혼했을때 생기는 현상이라고 해야 할까?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 찾아서라도 먹는 남편과 눈앞에 놓여져 있어야만 먹는 아내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서로 입맛이 달라서 생겨난 문제이기도 합니다. 
 

 

 

어제 이야기(먹으면 절로 눈이 감겨, 천상의 쏨뱅이 회)에 이어 오늘은 작은 에피소드 하나 올려볼께요.
쏨뱅이 회를 먹으며 즐거운 낚시중에 있지만 아직도 첫수를 못한 상태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냐만 그래도 선상낚시인데 아침시간에 한마리도 못잡고 넘어가려니 참 아쉽습니다.
그러다가 옆쪽에서 뭔가를 낚아서 바늘을 빼는 장면을 보니 오잉? 

"멍게가 다 낚이네.."

뭔가 묵직해서 걷어 올렸더니 고기는 안나오고 대신 멍게가 빼꼼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허탈함도 잠시 잡으신 분도 웃음이 나나봅니다. 
그리 흔한 일은 아닐꺼 같은데 하여간 이런건 득템이라고 봐야죠. ^^


회는 방금 먹었으니 입가심할게 생겨서 곧바로 손질 들어갑니다.
저 멍게, 불과 1분전만 해도 수심 60m의 바위에 붙어 살았는데 이제는 1분만에 해체되고 있는 것입니다.
주변에는 이미 이슬이를 들고 한젓가락 하실 준비를 하네요.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멍게 맛은 어떨까요?
아무리 멍게의 신선도가 엇비슷하고 맛도 거기서 거기라지만 지금과 같이 갓 뽑아올린 멍게만할까?
이런 멍게는 한점 당 소주 반컵은 술술 넘어가죠. ^^

그런데 아내의 반응이 맘에 걸립니다.
갓 뽑아 올린 멍게, 또 언제 먹어볼 기회가 오겠어요. 하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아내입니다.

"아니 멍게가 얼마나 맛있는데"

참고로 제 아내는 멍게와 해삼을 평생동안 입에 안대겠다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맛있는 걸 못먹다니 갠적으로 참 안타깝지요.
이유는 멍게에서 나는 독특한 향 때문이랍니다. 보통은 그 향 때문에 멍게를 먹지만 아내를 비롯해 일부 멍게를 못드시는 분들은 그 비릿한 향이 
거슬려서겠지요. 아내 왈 "나는 이런거 평생 안먹어도 상관없으니 너무 속상해 하지마"라며 과자봉지를 찾습니다. ㅡ.ㅡ;

"딱 한번만 속는 셈 치고 먹어봐라. 갓 잡은건데 이런거 먹기가 쉽지 않아~"



그런데 멍게는 죽어도 못먹겠다던 아내가 이 날은 왠일로 고분고분 받아들이네요.
저는 너무나 기쁜 맘에 멍게 한점 초장에 예쁘게 찍어서 입가에 넣어줬습니다. 그리고 그 반응을 살펴보는데 행여나 뱉으려나 조마조마하기도 했죠.
아내는 잠시동안 잘근잘근 씹다가 살포시 삼키고선 하는 말..

"후레쉬하네"
"어때? 멍게 먹을만하지?"
"이거는 괜찮네, 하나도 안비려~"

아마도 자연산이라서 그런걸까. 지금껏 생각했던 멍게의 비릿한 맛은 없고 순도높은 싱싱함만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한입 먹어봤는데요. 이건 시중에서 파는 멍게의 맛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싱싱함이 느껴졌습니다.
아내가 표현한 그대로였죠. 이 정도의 싱싱함이면 못먹는 사람도 먹게 만드는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였습니다.

제 아내는 미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어떤 남편들은 먹는 것 좋아하고 막 찾아다니면서 먹는 아내때문에 등골이 휠 정도라고 하던데요.(등골브레이커는 노스페이스에만 있는게 아닌듯 ^^)
저는 다행히도(?) 반대입니다. 싸구려 입맛을 가진 아내 덕택에 제 지갑사정은 그나마 괜찮습니다. ^^;

값나가는 민물 장어, 줘도 안먹는 그녀
비싼 견과류(호두, 캐슈넛등)을 싫어하는 그녀에게 주전부리 감으로 오감자 한봉지 쥐어주면 되요.
쇠고기 보단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그녀, 그것도 값나가는 삼겹살, 오겹살 보단 저렴한 목살이나 앞다리살을 좋아하는 그녀입니다.
값비싼 일식집은 안가도 되요. 시중에 파는 우럭회만 사주면 좋아하는 그녀입니다.(낚시하기 전까진 우럭회가 최고였다네요)
스팸보단 영세민 소세지를 좋아하는 그녀.
자연산 송이보단 새송이를 더 좋아하는 그녀..;;
참치집가도 그 비싼 뱃살부위(오토로)는 느끼하다며 안먹고 저렴한 부위만 골라 먹는 그녀.

그런 그녀가 있기에 제 등골이 펴지긴 하지만 때로는 그런 맛을 몰라도 상관없다는 아내가 왠지 못나보입니다.
서로 식성이 다르니 더는 뭐라고 못하지만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아내와 함께 먹으면서 그 맛에 대해 공유하고 싶거든요.
그런 제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그녀의 옷장안엔 혼자 먹다 꿈쳐놓은 과자봉다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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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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