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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 지하철에서 본 황당한 공개 프로포즈


    어느날 지하철에서 있었던 실제 이야기 입니다.
    그때의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데, 생각난김에 얘기를 해볼까 해요
    왜 출근할때면 항상 그 시간대에 타는 분들 몇몇 계시더라구요 ^^
    이름은 몰라도 한달이고 일년이고 출근시간만 되면 지하철의 같은 칸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익숙한 얼굴들..
    그런데 이날은 평소보다 한시간 정도 늦게 나왔답니다.
    출근 시간이 틀어지면 평소 보던 얼굴 대신 새로운 분들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이날은 무려 1시간이나 늦게 나와 부랴부랴 지하철을 탔습니다. 이때가 러시아워가 끝날즈음인 9시 30분
    저는 이어폰 볼륨을 작게 틀어놓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남성의 우람찬 목소리가 들립니다.


    "여러분! 출근길에 갑자기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라면서 승객들 앞에서서 인사를 올리는것이 아닙니까?
    저는 대학생이 모금운동인가 뭔가 하는가 싶어서 눈길도 안주고 있었는데


    "전 지금 옆에 있는 이 사람에게 청혼을 하려고 합니다!  출근길에 소란을 피워서 대단히 죄송하지만
    잠시만이라도 제 얘길 들어주십시요!"

    (옆에 여성분이 남자를 뜯어말리면서 미쳤어? 지금 뭐하는 짓이야;; 하더군요~ )


    전 홀딱 잠이 깨버렸고~ 다른 승객들의 시선도 순식간에 집중~!
    남성분의 인상은 약간 허름하면서 캐쥬얼한 옷차림에 그냥 평범하고 우직해 보이는 인상이랄까요
    그에 비해 옆에 어쩔줄 몰라 서 있는 여성분은 마른체구에 긴 생머리.. 여성스러웠고 얼굴도 상당한 미모였습니다.


    "사실은 제가 이 여자를 수년동안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그녀를 사랑하고 앞으로도 정말 사랑해줄
    자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왜 자꾸 저를 거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입니다.
    한쪽에선 그저 재밌다는듯 바라보고 있었고, 옆에 교복입은 여학생들은 귓속말로 "왠일이야 ㅋㅋㅋ" 하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여성분은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 남자의 팔을 잡고 끌어내려고 했지만


    "이거 놔~! 나 오늘만큼은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 자리에서 꼭 보여주고 싶다.
    지하철에 계신 여러분!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저 이 여자와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요~
    부디 저희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마음속으로라도 기원해주세요! 저 이 여자 정말로 사랑합니다!"



    남성분은 거의 막무가내 였습니다.
    뭔가 지독한 짝사랑끝에 독한 결심을 하고 나와 지하철에서 고백을 하는거 같긴한데~ 
    왠지 저도 모르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
    당사자인 여성분은 얼마나 난감할까 싶었지만 ㅎㅎ  출근길에 아주 보기드문 진풍경을 연출한 두 커플이 
    흥미롭기만 합니다.
    그런데..


    남자가 막무가내로 지하철에서 떠들더니 급기야...
    여자앞에서 무릎을 꿇고 마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허거걱 ㅠㅠ


    "OO야 사랑한다! 나랑 결혼해줘!"


    승객들도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에 순간 조용해지다가도~ 한쪽 구석에선 키득키득~거리는 소리도 들려오는 가운데
    무릎을 꿇은 남자를 앞에두고 여자분 너무 당황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 뻣뻣하게 서 있더랍니다.
    앞 좌석의 한 아가씨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 있는듯 보였고, 나이 지긋한 아저씨 아주머니는
    혀를 끌끌 차면며 마치~  "젊음이 좋지" 라는 뉘앙스로 미소짓기도 합니다.


    "이번 정거장은 월드컵~ 월드컵 경기장입니다. 내리실 문은...." 안내방송이 나오고
    이윽고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남자분은 서둘러 멘트를 마무리 짓습니다.


    "출근길에 제 얘길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OO야 사랑한다! 너의 답변 기다리고 있을께!"


    라는 말과 동시에 월드컵 경기장 역에서 내리고 문은 닫혔습니다.
    그녀만 혼자 남겨둔 지하철안..
    남자분은 승강장에서 손을 흔들면서 유유히 사라졌고 그것을 멀끄러미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떨군채 그대로 서있더라구요
    순간 분위기는 쏴아~~ 합니다.  저도 승객들도 전부 어리둥절.. 
    여성분은 얼굴이 홍당무가 된채 초점 잃은 시선으로 한동안 있더랍니다.
    지하철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된 채  혼자 남은 그녀가 해야할 행동이 뭘까
    전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나 같았으면 다른 칸으로 이동했을꺼야"


    근데 아니더군요.. 그 여성분 그 자리 그대로 서서 손잡이만 잡고 그대로 갔습니다.
    그녀에게 시선을 둔 승객들도 한동안 쳐다보다 어느새 하나둘씩 자기 할일을 하는 분위기..
    오늘따라 유난히 한 정거장이 길게만 느껴지더군요


    "다음역은 2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합정~ 합정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문이 열리자 저도 그 여자도 대다수의 승객들도 다 함께 묻힌 채 내렸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중에 이 상황을 지켜봤던 승객분도 계실 수 있다고 봅니다. ^^;









    전 같은 남자로서 용기내서 공개 프로포즈한 그 분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여성분 혼자 남겨두고 간것이 과연 잘한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세월이 조금 지났습니다. 그 뒤로 아주 가끔이지만 그 여성분을 지하철에서 본적이 있었답니다.
    그때 하도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봐서 그런지 얼굴이 또렷하게 기억나더라구요
    그녀의 약지엔 커플링으로 추정되는 반지가 끼어져 있었던데~ 그 남자분의 것이였을까요?
    괜히 남의 연애사가  궁금해집니다 ^^;
    1년 365일중 300일 이상 출퇴근을 반복하지만 아마 다신 보기 힘든 출근길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어요
    그 두분이 이어졌는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그 두분에게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겠죠 ^^
    어쩌면 잊고싶은 추억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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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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