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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정 방파제 삼치 루어낚시] 수면에서 물고 올라온 광어
부제 : 도시남 낚시꾼의 하루
#. AM 3:00
알람 소리에 눈을 뜬 저는 밀려오는 졸음을 참고 옷을 주섬주섬 입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자고 싶었지만, 이날은 서천으로 삼치 루어낚시를 가기로 했던 날.
만약, 홀몸으로 갈 생각이었다면 나도 모르게 알람 버튼을 끈 채 '낚시고 뭐고'하며 꿀잠을 청했을지도 모릅니다만, 일행과의 약속이 있었기에 하루
일과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 시각, 단잠을 자는 중인 배불뚝이 아내가 잠시 부럽기도 하지만, 임신 막달에 접어든 아내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부러움도 잠시.
저는 아내가 잠에서 깰까 봐 조심스레 옷을 입고선 그대로 집을 빠져나왔습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는 이날 함께 낚시하기로 한 블로그 독자분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서둘러 차에 짐을 옮겨싣고선 서울을 빠져나옵니다.
충남 서천 동백정 갯바위
#. AM 6:00
우리는 곧장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서천 동백정에 도착했습니다. 이날은 수요일이었고 한 사람 외에는 낚시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서천은 제가 낚시에 입문했던 시절 자주 찾았던 곳이지만, 동백정 화력발전소 앞 배수구 포인트는 처음입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라 침침한 눈으로 어디에 서야 할지 갈피를 못 잡다가 근처에 갯바위가 있어 그곳에서 낚시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날 저와 함께하신 분은 지난여름, 덕우도에서 서른 시간 논스톱 야영 낚시의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그룹 엑시트의 리더이자 베이스 보컬을 맡은 영준씨. 그룹 구성원 중 유일하게 품절남이 아닌 관계로 많은 소녀팬(?)을 보유한 동시에 미래의 바다낚시계를
짊어질 낚시마니아 정도로 정리해 두겠습니다. ^^
그간 스푼을 이용한 루어낚시는 몇 차례 했지만, 아직 삼치를 낚아본 적이 없다는 영준씨. 아니 스푼으로는 입질다운 입질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하기에
이날 반드시 손맛을 보여주고자 이 새벽에 멀리까지 달려온 것입니다.
라기보다는 마침 물때가 좋고 얼마 전 이곳에서 삼치를 타작했다는 소식이 있기에 저는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 마지막 출조를 감행하였습니다.
첫수로 작은 우럭 한 마리가 자기 몸집만 한 스푼을 물고 올라옵니다. 방생하고요.
아직은 영준씨에게 반응이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던지고 감고 해야 합니다. 특히, 삼치를 노린 스푼 루어낚시는 릴링을 조금 빨리해줘야 하기에
롱캐스팅에 이은 빠른 릴링으로 수십, 수백 번을 반복해 줘야 하는 노가다 낚시이기도 하지요. 그러니 나이 드신 분에게는 취향상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동백정 화력발전소 방파제
#. AM 8:00
하다 보니 갯바위는 영 아닙니다. 수심이 너무 낮은 데다 주변에 웬 지뢰밭(간출여)이 이리도 많은지 포인트를 이동합니다.
장소를 옮긴 곳은 화력발전소 배수구 자리. 이곳은 발전소에서 더운물이 흘러나오므로 주변보다 수온이 높아 다양한 어종이 꼬입니다.
특히, 가을에 절정을 맞는데요. 감성돔, 숭어, 학공치, 삼치, 농어 등이 잘 낚이며 물때와 시간만 잘 맞추면 재미가 쏠쏠한 곳이기도 합니다.
사진에서는 저 멀리 까치여와 동부섬, 홍원항 방파제 등대가 차례대로 보입니다. 그곳은 제가 낚시에 입문할 당시 놀이터였을 만큼 자주 찾았던 곳이죠.
그리고 이곳 테트라포드는 모양이 독특한데요. 작고 오밀조밀한 맛은 있지만, 경사진 곳에 오래 서 있다 보면 발이 불편하더군요.
어쨌든 이곳은 서해에서 몇 안 되는 도보권 감성돔 포인트이기에 내년에는 집중적으로 공략해 볼 계획입니다.
그나저나 자리를 옮기는데 낯익은 얼굴이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인낚에서 닉네임 '솔머리'로 활동하는 분으로 이곳에서는 터줏대감입니다.
도보권 포인트에서 6짜를 포함해 대물 감성돔을 수차례 잡아내는 실력자이지만, 글에서는 겸손이 묻어나오기에 제가 개인적으로 본받고 싶은 분입니다. ^^
한편, 영준씨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가운데 학공치 훌치기(?)를 하고 있습니다.
수면에 학공치가 얼마나 많은지 배며 옆구리며 사정없이 꼿혀 오는 게 아니겠어요. 이때는 10월 중순이라 학공치가 정말 많았는데 씨알도 부쩍 커서
작정하고 잡으면 세 자릿수는 너끈하겠습니다. 가을에 오징어살과 학공치 채비를 준비해 오면 마릿수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내게 걸린 삼치 한 마리
#. AM 8:30
보통 아침에 만조가 걸리면 수면에 보일링이 일어나면서 삼치가 걸려들기 마련인데 이날은 그런 분위기가 전혀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날을 잘못 잡은 듯싶네요. 아홉 시가 되도록 입질 한 번 없자 철수를 결정하려는데 드디어 삼치가 걸려들었습니다.
그런데 낚아 올린 삼치가 좀 이상합니다. 겉보기에는 멀쩡한 시장 사이즈의 삼치 같지만.
"읔"
알고 보니 누군가에 의해 한입 베어 문 것 같은 삼치였습니다.
세상에! 살아있는 삼치에서 삼치회가 보인다. ㅠㅠ
자세히 보니 상처가 깊어도 너무 깊네요. 저런 상태임에도 삼치는 먹고 살고자 스푼을 물었다는 사실이 믿기 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측은한 삼치가 더 측은해 사진만 찍고 곧바로 방생했습니다. 살아서 물속으로 들어가긴 했습니다만, 과연 저 상태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비늘과 껍질이 벗겨졌고 속살은 훤히 드러났기에 세균 감염이나 기생충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어떤 고기가 삼치를 저 지경으로 만들었을까요? 삼치는 시속 80km로 헤엄치는 물고기입니다.
그런 삼치를 쫓아가 날카로운 이빨로 아작 낼 수 있는 물고기는 서해에 흔치 않을 것입니다.
물어뜯긴 자국으로 보아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지 않은 농어와 부시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삼치가 동종을 공격했을까요?
해마다 이맘때면 서해에 청상아리가 곧잘 출몰하므로 상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웬만한 크기의 상어였다면, 반통가리가 났지 저런 상처는 생기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역시 동종의 소행일까요? 대삼치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니 저는 그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만, 진실은 공격당한 삼치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스푼 루어로 첫 입질을 받은 영준씨가 천천히 릴링하고 있다.
제가 삼치 한 마리를 낚아서 처리하는 동안 영준씨의 낚싯대는 여러 번 허공을 갈랐습니다.
던지고 감고 던지고 감고. 수없이 반복하는 동안 학공치 몇 마리만이 옆구리에 꽂혔을 뿐, 삼치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아직 삼치를 낚아본 경험이 없기에 어신이 전해질 때의 느낌 역시 오로지 상상력을 동원해 받아내야 할 것입니다.
그러던 중 영준씨의 낚싯대에 두두둑하는 반응이 왔습니다. 휨새를 보니 확실히 뭔가가 물었나 봅니다.
뭔지 몰라도 꽤 힘쓰는 이 녀석. 감는 릴 손잡이에도 힘이 제법 실렸군요. 움직임으로 보아 삼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스푼에 감성돔이라도 문 걸까?
다름 아닌 광어였다.
영준씨는 발 앞으로 끌고 오기까지 상당한 저항감을 느끼며 묵직한 손맛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끌고 오는데 웬 널찍하고 시커먼 게 올라오나 싶더니 예상 밖에도 광어였네요. 어떻게 수면을 가르던 스푼을 광어가 공격할 수 있을까?
바닥층에만 사는 광어가 수면까지 올라와 입질했다는 사실이 신기할 수도 있지만, 얕은 여밭에서 농어 루어낚시를 해본 이들이라면 납득할 것입니다.
이곳 동백정 방파제 앞 수심은 3~4m이고 그마저도 안 되는 곳이 많습니다. 지형의 굴곡이 심해 가까운 곳보다 먼 곳에서 밑걸림이 생기기도 하지요.
이렇게 수심이 낮은 여밭에는 광어와 쥐노래미가 서식할 확률이 높으며 수면을 가르는 스푼이나 미노우를 덮치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그리 무리한 현상도 아니겠지요. 광어가 꼬리지느러미를 한 번 차면, 2~3m 정도는 단숨에 치고 올라올 만큼의 추진력이 생기기 때문에
얕은 여밭에서 스푼 루어낚시는 삼치 외에도 공격성이 강한 어종을 한꺼번에 노릴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습니다.
그런데 위 사진을 보면 흥미진진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보이십니까?
처음에는 작은 우럭이 스푼을 물었고 광어가 연달아 물면서 우럭은 떨어져 나간 모습입니다.
애초에 광어는 스푼에 걸린 우럭을 공격하려 했던 걸까요? 아니면 스푼을 먹으려고 했을까요? 아무렴 어때요.
스푼 루어 입문에서 첫수로 광어를 낚는 영애를 안았다.
이날 잡힌 광어는 영준씨에게 있어 스푼으로 낚은 1호 조과가 되었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영준씨는 저와 함께했을 때 이런저런 기록을 세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세워야 할 기록이 수두룩하게 남아있겠지만요.
출조할 때마다 자신이 세운 기록을 계속해서 넘어선다는 것. 낚시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조과에 대한 기록 말고도 특이한 진기록이 있었습니다.
지난번 덕우도에서는 서른 시간 동안 낚시하며 저와 함께 사상 최장 시간을 갯바위에서 보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도 경험하지 못했던 30시간 논스톱 낚시를 당시 갯바위 낚시 경험이 거의 없었던 영준씨가 세웠으니 말입니다.
반대로 이날은 고작 3시간이라는 최저 낚시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30시간과 3시간이라는 극과 극 체험을 공교롭게도 저와 함께했군요. ^^
내게 꽂혀 온 학공치
아! 학공치 채비를 준비해 왔더라면, 정말 200~300마리는 잡을 수 있었을 텐데. 그 정도로 수면에는 물보다 학공치가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공치 낚시를 하게 된다면, 식가위를 꼭 준비하세요. 잡은 즉시 대가리를 잘라 쿨러에 넣으면 집에서 손질 시간을 줄여줍니다.
제가 학공치와 노닥거리는 동안 영준씨가 추가 입질을 받았습니다.
"드디어"
"드디어 잡았습니다."
만약에 생활낚시를 전문으로 하는 잡지가 있다면, 요건 표지 감이 아닐까 싶다. ^^;
결국, 잡아내는군요. 시간은 오전 9시를 훌쩍 넘겼는데 거의 끝물에 한 마리 잡아냄으로써 미련없이 철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올라온 삼치도 상처가 있나? 살펴봤지만 다행히 멀쩡합니다.
사실 광어 한 마리, 삼치 한 마리 조과는 누군가에게 아주 소소한 성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영준씨에게는 스푼 루어로 스타트를 끊었다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요.
첫 수는 뜻밖에도 광어를 낚았고 이어서 삼치까지 낚으면서 한을 풀었습니다.
올해는 시즌이 끝났기에 내년을 기약해야 하지만, 다음에도 물때와 시간을 잘 맞춰서 꾸준히 공략하다 보면 언젠가는 삼치를 타작할 날이 올 것입니다.
이날 동백정 방파제 조황은 매우 안 좋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삼치는 낱마리. 농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똑같은 물때 똑같은 시간에 삼치 타작이 있었던 것과는 완전히 대조적인데요. 그래서 바다낚시는 해보지 않은 한 섣불리 예상할 수 없습니다.
멀리 감성돔 일급 포인트인 오력도가 보인다.
수면에는 뒤늦은 보일링이 일고 있었다.
#. AM 9:00
오전 9시가 되자 철수를 결정하였습니다.
정확히 세 시간만 낚시하고 대를 접는데 먼 곳에 보일링이 일면서 삼치와 학공치 간에 먹고 먹히는 전쟁이 한바탕 일어났습니다.
진작에 그랬으면 얼마나 좋아. 하지만 지금은 보일링 위치가 갯바위에서 100m나 떨어져 있어 공략 불가입니다. 이제는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할 때.
솔머리님은 간단히 식사라도 하자며 우리를 인근 칼국수 식당으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맛있게 얻어먹었습니다. ^^
바지락 칼국수가 아주 맛있더군요. 저는 지금까지 이 음식을 맛있게 먹어본 기억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현지인이 안내한 식당은 다릅니다. 함께 제공된 꽁보리밥에 열무를 넣어 쓱쓱 비벼 먹는 맛도 일품이었고 무엇보다도 바지락 칼국수가
시원해 다음부터는 개인적으로 이용할 식당이 될 것 같습니다.
같은 날 저녁, 서울 홍대에서
#. PM 6:00
집으로 돌아온 저는 개인 업무를 보다가 아내와 함께 홍대로 나왔습니다.
이날은 모 샐러드 뷔페 레스토랑에서 할인행사가 있던 날이라 놓치면 서운하죠. 이때가 아내가 출산하기 보름 전쯤이었습니다.
한때는 갯바위에서 여전사 이미지를 풍겼던 아내였지만, 홍대에서는 파스타와 샐러드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성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영락없는 새내기 엄마가 되어 있고요. ^^
새벽 3시부터 시작된 제 일과는 서천 동백정에서 삼치 낚시로 시작해 홍대 샐러드 뷔페를 거쳐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마무리하였습니다.
홍대 물가 무섭네요. 뷔페는 할인 적용받아 3만 얼마밖에 안 나왔지만, 카페에서 커피 두 잔에 케잌 하나 주문하니 2만 원이 넘어갑니다. (헐~)
어쨌든 이날은 비린내 풀풀 나는 낚시꾼으로 시작해 도시의 된장남 스타일로 마무리하였는데요.
이날 이후 저는 출산 전, 둘이서 오붓하게 외식할 몇 안 남은 기회를 살리고자 매일같이 외식을 감행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빠져나가는 카드 값이 장난이 아닙니다. 게다가 글감으로도 살리지 못해 (가는 곳마다 변변치 못하여) 서너 식당 정도만 지면을 통해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그랬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낚시'랍니다.
거짓말하지 말고 제대로 답해보라니까 정말 낚시가 하고 싶다네요. 어떤 낚시가 가장 하고 싶으냐고 물으니 긴꼬리벵에돔 낚시라고 합니다.
반드시 긴꼬리임을 강조하는 그녀. 긴꼬리벵에돔이 입질하는 순간, 원줄이 KTX 뺨치는 속도로 풀려나갈 때의 그 느낌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답니다.
우리 아내, 언제 그런 손맛 한 번 보게 될까요?
당분간 저의 계획은 릴 찌낚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요즘 들어 감성돔 낚시가 가장 그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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