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길포의 명물, 우럭백숙을 아시나요? (그리고 우럭 마늘구이)


 

 

이날은 자연산 우럭과 양식산 우럭의 비교 취재를 위해 낚시를 잠깐 즐기고 항으로 돌아왔습니다. 낚시 결과는 썩 좋지 못했습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기 시작하면 입을 닿는다는 우럭. 이날이 꼭 그랬습니다. 선장님은 연신 포인트를 옮기며 전전긍긍했지만, 전체 조황은 낱마리. 그마저 씨알도 잡니다. 취재를 마친 저는 삼길포항으로 돌아와 우럭 백숙과 우럭 마늘구이를 맛보기로 하였습니다.

 

 

우럭백숙과 마늘구이를 위해 수조에서 산 우럭을 몇 마리 꺼냈다.

 

수조에서 건진 우럭이 싱싱해 보이죠?

우럭백숙을 취재한 다른 글을 찾아보니 이것을 앞바다에서 낚은 자연산 우럭으로 묘사했지만, 사실관계의 확인 없이 넘겨짚은 내용이 좀 있습니다.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자연산은 날씨 변동에 따른 수급 불안정을 늘 안고 있습니다. 그러니 항구 앞 횟집이라고 해서 무조건 자연산만 팔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제는 자연산 우럭과 양식산 우럭을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관련 글 : 국민횟감 우럭, 자연산과 양식산 한눈에 구별하는 방법)

산 우럭을 꺼내 눈앞에서 비교했더니 두드러진 차이를 알 수 있었죠. 회를 떠보니 또 다른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수조 속 우럭으로도 그것이 양식인지 자연산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양식 우럭은 30~36개월 정도 키워 출하하므로 그 길이가 30cm 내외로 균일합니다. 만약, 수조 안 우럭이 대체로 검고 다들 비슷한 크기라면 양식일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자연산 우럭이 든 수조는 무늬 입자가 거칠고 작은 우럭부터 큰 우럭까지 크기가 제각각이겠죠.

참고로 위 사진의 우럭은 모두 양식산입니다.

 

 

먼저 통마늘 구이를 위해 우럭을 손질합니다. 손질은 일명 '등 따기'라 하여 등으로 칼집을 넣고 살을 펼치는 방법입니다.

이때 따로 피를 빼지 않으며 산 우럭을 움직이지 못하게 꽉 잡은 뒤 다짜고짜 등부터 칼집을 넣습니다.

그렇게 넣은 칼은 꼬리까지 밀어준 뒤 대가리도 반으로 쪼개줍니다. 딱딱한 대가리를 반으로 쪼개려면 칼이 잘 들어야겠죠?

포를 뜰 줄 아는 분이라면, 등 따기 손질법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내장을 빼고 깨끗이 씻는다.

 

등 따기로 손질된 활우럭

 

손질은 아주 빠르게 이뤄졌습니다. 비록, 양식산 우럭이긴 하지만 이렇게 산 우럭을 잡아다 탕을 끓이고 구이를 하는 것은 그래도 이곳은 포구의 횟집이고

산지에서 양식산 우럭을 바로 받아쓰기에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이 상태에서 소금을 치고 통마늘을 마리당 네 개씩 올려 오븐에 굽습니다.

 

 

우럭이 적당히 구워지면, 가운데 척추를 발라줍니다.

 

 

오븐에 손이 댈 수 있으니 아예 꺼내서 제거하는 편이 낫겠네요.

잘 익은 우럭은 저렇게 척추를 잡고 올렸을 때 아무런 저항감 없이 벗겨져야 합니다. 마무리는 가위로 잘라 척추를 제거하고요.

 

 

다시 오븐에 넣어 마저 구우면 척추가 가리고 있던 부분까지 잘 익습니다.

 

 

한편, 주방에서는 우럭 백숙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적당량의 물에 무를 넣고 끓이다가

 

 

맛의 핵심은 화력이다.

 

손질한 우럭과 통마늘을 넣고 가장 센 불로 푹 끓입니다. 마늘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화력'입니다. 모름지기 생선 매운탕, 맑은탕(지리)은 화력이 강해야 비린내가 적으면서 국물이 푹 우러납니다.

돌돔이나 다금바리, 붉바리 같은 고급 어종으로 곰국을 끓이면 하얗게 우러나는 국물이 특징인데요. 역시 센 불로 끓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물론, 가정에서는 화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좀 더 오래 끓여 뼈에서 육수를 내도록 하지만, 손님이 몰리는 영업장에서는 들어오는 주문을 단시간에

소화해야 하므로 이런 우럭백숙이나 맑은탕(지리)을 끓일 때는 센 불로 빨리 끓여내야 합니다. 미리 끓여 놓은 걸 손님상에 내지 않는다면 말이죠. ^^

 

 

어느 정도 끓이면 대파, 양파, 미역을 넣고 좀 더 끓입니다. 이때 된장을 조금 넣어 잡내를 잡아줍니다.

 

 

마무리로 팽이버섯을 올려 우럭백숙을 완성한다.

 

우럭 통마늘 구이

 

일반적으로 우럭구이는 칼집 내고 소금만 뿌려 굽거나 혹은 버터구이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마늘을 얹어 굽는 것은 방법도 간단하고 마늘 향이 살에 배 먹는 내내 마늘의 풍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용된 마늘은 서산에서 유명한 육쪽마늘이라고 합니다. 탄 부분을 살짝 벗겨 통째로 씹어 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우럭 특유의 쫀득한 살점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

  

 

보양식으로 손색없는 우럭백숙

 

자연에서 오는 감칠맛에 온몸이 녹아든다.

 

펄펄 끓는 국물을 한술 뜹니다. 놀랍게도 혀에 착 감기는 감칠맛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조리과정을 지켜본 바 분명, 이 우럭백숙에는 그 어떤 조미료도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일반 닭백숙처럼 푹 끓이지도 않았습니다.

집에서 닭백숙을 자주 끓여 먹는 저는 보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를 푹 삶습니다. (두 마리 기준)

요즘 어지간한 삼계탕 집에서는 그리 삶을 시간이 없기에 결국 조미료로 국물 맛을 보강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우럭백숙은 약 15분에서 20분 가까이 끓였을 뿐입니다. 그 사이에 이런 깊은 맛이 날 수 있었던 것은 저는 세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1) 화력

2) 미역

3) 된장

 

화력은 앞서 설명했듯이 단시간에 끓이면 국물도 우리면서 비린 맛을 억제합니다.

사실 비린 맛을 가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습니다. 사용한 재료는 수조에서 갓 꺼낸 활우럭이었으니까요.

 

미역과 다시마를 물에 넣고 끓이면 L-글루탐산이 다량 쏟아져 나옵니다. 글루탐산은 조미료에 든 성분과 99% 일치하지만, 자연계에서 얻을 수 있는

핵산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화학조미료와 약간의 차이는 있습니다. 

이렇게 단시간에 우럭백숙이나 맑은탕(지리)을 끓여 국물을 우려내고자 할 때는 미역이 탁월한 선택이 되겠죠. ^^

 

마지막으로 약간의 된장은 생선 특유의 잡내를 없애주면서, 국물에 감칠맛을 더해 줍니다.

물론, 시판하는 된장을 사용한다면 그 안에 인공 조미료가 들어 있을 테니 이 부분은 논외로 하더라도 된장 자체가 주는 감칠맛이 있으니 이 역시

국물 맛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국물 색 예술이다.

 

국물 색이 저렇게 된 것도 들어가는 재료의 면면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

우럭에서 맛있는 육수가 나오고 미역과 된장이 합쳐지니 저런 국물 색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한술 뜨자 따듯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감이 느껴지면서 경직되었던 몸이 일순간 노곤해집니다. 

 아무래도 찬 바람에 수 시간 동안 노출됐는지라 제 몸은 이런 따듯한 국물을 원하고 있었던 찰나였습니다.

 우럭백숙의 맛은 한 마디로 무의 시원한 맛, 미역의 감칠맛, 통마늘이 들어가 개운한 맛, 그리고 우럭이 내준 구수한 국물이 모두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그 진하고 시원한 국물에 밥도 밥이지만, 소주 몇 잔 들이켜 몸에서 즉석에서 해장 되는 기분을 느끼고 싶군요. ^^

 

 

삼길포의 밥상은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권할 만한 보양식이다.

 

혹자는 우럭백숙과 일반 생선 맑은탕(지리)과의 차이에 관해 물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삼길포의 우럭백숙은 단순히 맑게 끓여내는 생선 맑은탕(지리)과는 그 차이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백숙이란 말은 사람들에게 보양식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재료는 닭이지만, 동해에는 해천탕이라 하여 닭백숙에 문어를 포함한 온갖

해산물을 집어넣은 음식도 있습니다.

 

우럭백숙이 지향해야 할 포인트라면 역시 '몸 보양이 된다는 것.'에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것은 백숙이 아니고 그냥 맑은 탕일 뿐이겠지요.

맞춰나가야 할 포인트에는 통째로 넣은 우럭과 통마늘, 미역, 버섯 등 원기 회복에 필요한 재료를 갖췄습니다.

여기에 좀 더 업그레이드하자면 버섯은 표고나 송이로 바꾸고 전복을 넣어도 될 것이며, 문어와 각종 해산물을 넣어 끓이면 새로운 형태의 보양식이

될 것입니다. 재료가 싱싱하니 재료 간에 벌어지는 맛의 균형이나 간극의 차는 그만큼 적을 것입니다. 

월동을 준비하는 우럭의 영양분이 고스란히 우리 몸에 들어오는 우럭백숙은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꼭 한 번 먹어 볼 만한 보양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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