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단백질 육향이 소고기의 진짜 참맛이다.


 

50일간 건조숙성(드라이에이징)한 채끝 등심

 

 

한우 2등급

 

한우 2등급 채끝 등심입니다. 2등급에 걸맞게 마블링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마블링이 많아야 육질이 부드럽다고 믿는 이들에게 이 고기는 아주 질길 것이라는 편견을 주기에 딱 알맞습니다.

고기를 웰던으로 익히면 익힐수록 더욱 뻣뻣하고 질긴 식감을 가진다는 저등급 소고기. 과연 그럴까요?

 

비록 태생은 저등급이지만, 수일간 숙성을 거치면서 연육작용으로 육질은 매우 부드러운 상태가 됩니다.

더불어 핵산은 분해되고 유리 아미노산을 비롯한 여러 아미노산이 증가하니 감칠맛은 풍부해지겠죠. 

한우 협회에서 강조하는 '올레인산'과 '불포화지방'도 숙성을 거치면 숙성하지 않은 고기보다 수 배나 높아집니다.

당연히 맛도 한층 성숙하니 고기 맛이 훌륭하고요. 이렇게 쓰고 나니 숙성 쇠고기에 대한 적당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니"

 

 

비록 2등급이지만, 잘 보면 근육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마블링이 분명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블링은 도축 후에는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숨어있던 마블링이 올라온 것이죠.

이런 마블링은 곡물(옥수수 사료)로 부풀린 지방소의 마블링과 그 형태가 매우 다릅니다. 

 

 

곡물 사료로 부풀린 마블링(좌), 건초 배합사료 등으로 형성된 마블링(우)

 

위 두 사진의 마블링을 비교해 보십시오. 모양 자체가 완전히 다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왼쪽은 우리가 흔히 최고급 한우라 부르는 1++ 등급입니다. 일부 농가에서는 조사료 등을 섞은 TMR 배합 사료를 먹이며 심혈을 기울이지만, 대다수의 농가는

1++ 등급을 받기 위해 도축 수일 전부터 우리에 가둬 꼼짝 못 하도록 한 다음 옥수수를 먹여 지방을 늘리는 작업을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는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슈퍼 지방소가 됩니다. 

오로지 마블링 양으로만 등급을 매기니 마블링이 많으면 1++ 등급을 받아 비싸게 팔리겠죠.

그러한 정책에 우리 국민도 이미 익숙해졌기에 1++ 소는 좋은 소로 알고 있으며 마블링이 몸에 안 좋은 쇠기름과 같은 성분임에도 불구하고 육질을 연하게

해주니 선호합니다.

 

그러니 아직은 마블링에 의해 다져진 맛이 아직은 익숙할 것입니다. 숙성육에서 느껴지는 '고기 본연의 맛'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올리브유, 천일염, 통후추로 재어놓는다.

 

#. 숙성 소고기에 대한 오해

사람들은 숙성이 서양에서 온 것으로 잘못 알고 있습니다. 숙성은 늘 우리와 함께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사 먹는 정육점 고기도 숙성육입니다. 웻에이징 숙성, 다시 말해 진공포장으로 보관한 고기를 받아서 사용한 것이지요.

숙성 기간에 차이가 있을 뿐. 도축하자마자 바로 잘라서 파는 정육점은 우리 주변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드라이에이징으로 숙성했느냐, 웻에이징으로 숙성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단지, 드라이에이징으로 예를 들었을 뿐, 숙성이라는 근본은 똑같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숙성법이 모두 서양에서 온 것이지 않으냐고 반문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숙성은 늘 우리 생활 곁에 있어 왔습니다.

 

드라이에이징(건조숙성)도 유럽이나 미국에서 온 것이 아닙니다.

과거 냉장 시설이 없었던 시절에도 우리의 선조들은 고기를 푸줏간이나 곳간에다 걸어 놓고 며칠을 뒀다가 잘라 먹었습니다.

그때는 숙성이라는 말 대신 무슨 무슨 보관법이라 했을 텐데, 우리의 선조들도 숙성을 통해 고기 맛이 한층 좋아짐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숙성은 과학입니다. 숙성은 오랜 세월 우리 선조들이 해 왔던 방법이며 오늘날에는 그것을 좀 더 발전한 것일 뿐, 원리나 근본은 같습니다.

 

 

※ 드라이에이징이란?

참고로 드라이에이징이 생소한 이들을 위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드라이에이징(건조숙성)은 통풍이 잘되는 창고에 일정한 온도에서 소고기를 통째로

걸어 두는 숙성법입니다. 이렇게 통째로 걸어두면, 겉면은 마르면서 곰팡이가 피고 효소의 분해가 시작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썩어가는 과정을 거칩니다.

고기는 썩기 전이 가장 맛있다는 말이 여기서 적용되는데 위 고기는 약 50일간 드라이에이징 한 것으로 검게 변한 표면은 잘라내고 속살만 먹습니다.

이러한 숙성법은 설비가 잘 갖춰져야 하므로 가정에서 만들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반면에 웻에이징(습식숙성)은 외부의 공기 접촉을 원천 봉쇄해 수분을 그대로 유지한 숙성법입니다.

진공 포장한 고기를 영상 1도로 맞춘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 되므로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죠.

웻에이징 숙성법은 지금까지 제 블로그에 몇 차례 소개한 바 있습니다.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만들기 위해 펜 프라이드를 하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테이크가 될 고기를 실온에 약 1~2시간가량 방치해야 합니다.

고기가 두꺼우므로 중심 온도가 낮으면 익힘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고기 온도를 최대한 실온과 비슷하게 맞췄습니다.

 

그다음은 올리브유를 바르고 그 위에 천일염과 통후추를 분쇄해 뿌렸습니다. 이런 고기는 그 자체로도 맛이 좋으니 다른 재료가 필요 없습니다.

올리브유를 뿌리는 이유는 고기를 연하게 하고 소금과 후추의 흡착력을 높이는 역할을 갖습니다.

이제 연기가 살짝 올라올 정도로 달군 팬에다 스테이크를 굽습니다. 강한 불에 익혀 표면에 크러스트를 형성합니다.

 

 

그렇게 앞뒤와 양면까지 지저 준 후 불을 낮추고 좀 더 익힙니다. 여기서는 미디엄에서 미디엄 레어로 구웠습니다.

 

 

스테이크를 굽는 동안 가니쉬를 준비합니다.

가니쉬는 심플하게 아스파라거스, 통마늘, 은행알 몇 개로 하였습니다.

 

 

드라이에이징 채끝 스테이크 완성 (2인분)

 

 

 

익힘은 미디엄 레어로 맞췄습니다.

 

 

추가로 미네랄 소금을 살짝 뿌려 맛을 봅니다. 입에 넣으니 소금이 눈처럼 녹는 것처럼 고기도 제 혀에 녹아듭니다.

50일간 숙성하면서 축적된 이노신산(IMP), 글루탐산, 그리고 올레인산 등의 아미노산 성분이 농축되었기에 육향이 진하고 부드럽습니다.

 

 

구운 아스파라거스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이렇게 흘러나온 육즙에 찍어 먹는 맛도 별미입니다.

 

 

이번에는 50일간 드라이에이징한 꽃등심을 웰던으로 구워봅니다.

등급은 이런 마블링에 놀랍게도 2등급. 역시 숙성의 힘입니다.

 

 

숙성에 의한 마블링이 얼마나 풍부한지 떡심에도 마블링이 생기려고 하네요. (이건 농담입니다. ^^;)

우리 국민은 갓 도축한 고기가 싱싱하고 맛있을 거란 인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갓 도축한 고기는 질겨서 못 먹습니다.

아직 핵산의 분해도 없고 이노신산 같은 아미노산도 소량이라 맛이 밍밍합니다. 지금까지 정육점에서 실컷 숙성육 사다 먹어왔으면서 '고기는 갓 잡은 게

최고다.'라고 믿어 온 것은 소고기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깊숙이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방송에서는 '떡심의 색이 흰색일수록 고기가 싱싱하다.'라고 했는데 이것도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떡심은 흰색일수록 도축한 지 얼마 안 된 것은 맞는 말입니다. 이를 숙성하면 점점 누렇게 변합니다. 여기에 핏물이 스며들어 붉게 침착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떡심이 희지 않다고 하여 '싱싱하지 않은 소고기'라고 판단한다면, 숙성육은 전부 싱싱하지 않은 고기일 것입니다. 

떡심의 색은 숙성 정도를 알 수 있는 척도일 뿐, 신선도를 결정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먼저 꽃등심 한 조각 올렸습니다. 이번에는 고기 전용 불판을 사용했습니다.

천일염만 뿌리고 기다리는데 표면에 살짝 땀이 차면 딱 한 번만 뒤집습니다.

 

 

기름기가 적은 고기를 올바른 숙성을 통제했으니 흘러나오는 지방이나 핏물이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아주 깔끔하죠?

 

 

적당히 익힌 다음 썰어서 맛을 봅니다. 다른 말이 필요 없습니다. 풍미가 훌륭합니다.

 

 

이번에는 웰던으로 바짝 구워서 맛을 봅니다. 같은 방법으로 천일염만 뿌리고요.

후추는 어느 정도 익히고 나서 뿌렸습니다.

 

 

아직 붉은 기가 남아 있어 좀 더 바싹 구워봅니다.

 

 

비록, 2등급 한우지만, 숙성했기 때문에 이렇게 바싹 구워도 질기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오히려 육향이 한층 더해져 소고기 특유의 풍미가 넘쳤습니다.

드셔 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바싹 구운 2등급이 부드럽다는 말이 선뜻 와 닿지 않을 것입니다.

 

 

세 번째는 미디엄으로 구워봅니다.

 

 

마블링(지방)이 1+ 이상 등급이 아니어도 속은 아주 촉촉합니다. 이는 단백질에서 나온 육즙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숙성육은 촉촉한 육즙에 부드러운 육질, 여기에 진한 육향이 어우러진 최상의 맛을 낸다.

 

지금까지 우리가 접한 1+ 등급이나 1++ 등급의 소고기 맛은 마블링에 의한 기름 맛이 우리 혀를 지배하였습니다.

아시다시피 흥건한 육즙은 마블링에서 나옵니다. 마블링이 많으면 많을수록 육즙은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것을 엄밀히 말하면 쇠기름이 녹은 지방물입니다. 이를 고소하다고 여기고 먹으면 금새 느끼해집니다.

1++ 등급의 소고기를 많이 먹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컷 먹고 나면 왠지 물리는 감이 있고 속도 불편합니다. 

 

하지만 숙성육에서 나온 육즙은 지방에서 나온 것이 아닌 근육과 단백질에서 나옵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소고기에서 나오는 진짜 육즙이라 함은 기름이 아닌 근육 자체에서 나온 것으로 맛을 봐야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소고기가 주는 참맛도 지방이 아닌 단백질이 주는 맛에 포인트를 잡아야 할 것입니다. 

이노신산, 글루타민산, 올레인산 등의 천연 아마노산 등이 그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우리가 자연계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 조미료' 성분으로 도축 당시에는 그 양이 미미하나 숙성을 통해 점점 많아져 감칠맛이 더해집니다.

한우 협회가 1++에 많이 들었다고 강조하는 올레인산과 불포화지방도 숙성육에는 더 많이 들어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우 협회는 1++ 지방소에 올레인산과 불포화지방이 많이 들었다며 강조하고 있습니다.

올레인산은 다른 식품에서도 쉽게 섭취할 수 있으며 불포화지방산은 고등어 같은 등푸른생선을 통해 얻으면 될 것입니다.

굳이 몸에 좋지 않은 지방소를 통해 올레인산과 불포화지방을 얻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마블링을 통해 올레인산을 섭취하겠다면, 1을 얻고 9를 잃는 격이 될 것입니다.

 

그간 마블링으로 소고기 맛을 본 이들은 숙성육을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기름 맛이 소고기 맛의 전부로 알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맛이므로 지금 제가 지면에 아무리 이러쿵저러쿵 글을 써도 사실 와 닿지가 않겠지요.

 

"여기서는 드라이에이징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숙성을 통한 과학적 효과와 맛의 입증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맛(flavor)'은 익숙함의 산물입니다.

것은 후천적인 학습으로 다져진 기억 데이타이므로 똑같은 맛을 가진 음식이어도 주관적 해석이 들어갈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맛은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맛에는 정답이 없고 기준도 없다고 한다면, 이 세상 음식은 엉망이 될 것입니다.

 

비록, 사람마다 느끼는 맛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어떤 음식을 만들 때 지향하고자 하는 맛의 기준점을 잃게 되면 그 음식은 만족스러운 맛을 내지

못할 테니까요. 그 기준점 역시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그 기본은 '재료 본연의 맛'에 한층 다가가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식품 정책이나 협의는 지양하면서 우리 몸에 이로운 영양소가 고루 들어있는 맛이라면, 맛의 기준으로 자리 잡아도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맛은 다분히 개인의 취향이지만, 만약 다수의 취향이 건강이나 영양상의 균형, 재료 본질의 맛을 무시하고 위에 올라선다면,

그것은 국가 정책의 문제이고 그 나라 식문화가 바른길로 가고 있지 않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국민에게 올바른 맛의 기준을 알게 해주는 것. 그 역할을 쥐고 있는 이들은 각종 식품 정책을 맡고 감시하는 공무원일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한두 달 전, 저는 베트남산 민물 메기로 만든 생선회가 우리 요식업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음을 알고 식약처 수입수산물

담당자와 통화했을 때의 기억이 납니다. 과연 민물 메기가 '비가열(날 것)'용도로 정식으로 승인받고 유통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명쾌한 답변을 주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러한 직책의 공무원들이 오늘날 우리 입에 들어가는 식재료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물론, 드라이에이징이 소고기 맛의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핵심은 따로 있습니다.

드라이에이징이건 웻에이징이건 소고기의 진짜 참맛은 마블링과 지방에 의한 맛이 아니라는 점.

근육과 단백질에서 나는 맛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소고기의 참맛이며, 식재료가 가지는 본연의 맛입니다.

그 맛을 온 국민이 인식하고 올바른 식문화를 형성하려면, 지방소를 양성하고 옥수수 수입국을 배불리는 마블링 등급제가 개선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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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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