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조미료는 정말 나트륨 섭취를 줄여줄까?


 

 

이제는 해묵은 소재일 수도 있는 '화학조미료 논쟁'. 여기서는 아직 판명되지도 않은 '인체의 유해성'을 완전히 배재하고 화학조미료가 우리의 음식문화에 끼치는 영향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화학조미료를 넣으면 넣을수록 소금 섭취를 줄이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조미료를 넣음으로써 음식을 짜지 않게 먹 으니 오히려 안 넣은 음식보다 염분 섭취를 줄일 수 있고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에도 안전할 수 있다는 것. 화학조미료 즉, L-글루탐산나트륨은 글루타민과 수산화나트륨의 결합체이므로 미원과 다시다에는 이미 상당량의 나트륨이 들어있다는 게 이유라고 합니다.

 

 

 

이 말대로라면 화학조미료가 범벅된 한국의 요식업에서 우리는 염분 섭취를 줄여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랬을지 의문이 듭니다. 우리나라 음식은 세계의 다른 나라와 달리 찌개 문화로 대변됩니다.
음식 맛을 좌우하는 육수가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이 사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요.

여기에 우리 국민은 매우 뜨겁거나 혹은 매우 찬 음식을 선호합니다.

조리사가 소금 간을 맞출 때는 이미 펄펄 끓는 음식이거나 혹은 찬 육수인 상태가 많습니다.


"뜨거운 음식이거나 혹은 차가운 음식이거나"

 

이 상태에서 조리사는 얼마나 정확하게 간의 세기를 가늠할 수 있을까요? 
손님도 펄펄 끓는 음식에서는 간의 세기를 잘 못 느낍니다. 음식이 식으면 그제야 내가 먹은 음식이 짰다는 걸 알게 됩니다.

조미료가 다량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거나 텁텁해 물을 많이 마시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사람들은 조미료 탓으로 돌리지만, 실은 나트륨이 과다하게 들어가서 물이 먹히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그러니 어떤 음식을 먹고 그날따라 유난히 많은 물을 마셨다면, 이는 조미료 때문이 아닌 나트륨이 과다하게 들어갔으므로 우리 몸은 농도 조절을 위해

물을 필요로 한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말이란 게 '아' 다르고 '어'다릅니다.

화학조미료가 나트륨의 과다 사용을 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화학조미료로 인해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말도 어불성설입니다.

뜨거운 찌개 혹은 국물 음식으로 간을 봐야 하는 음식 문화에서 과연 조리사는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만큼 계산하여 소금 간을 줄일까요?

 

한국인의 일일 나트륨 섭취량은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며 지금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를 단순히 '찌개 문화'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는 우리의 찌개 문화 뒤에는 '화학조미료로 육수를 만드는 조리법'이 이제는 너무도 당연시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점점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게 되는 한국의 음식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화학조미료의 사용은 비록,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성인병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갈수록 자극적인 음식의 소비가 늘면서 생겨나는 소금 섭취량에는

간접적인 관여를 하고 있음을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화학조미료의 결백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화학조미료를 넣으면 맛의 상승작용을 돕고 여기에 더하여 소금 섭취까지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말이죠.

심지어 화학조미료는 맛의 상승 작용만 도울 뿐, 그 어떤 해악도 부작용도 주지 않은 무결점의 가루라 주장합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식당에서 화학조미료로 냉면 육수를 제조하고 순두부 찌개에 쇠고기맛 다시다를 한 국자씩 넣어도 상관없는 일입니다.

이는 우리 입맛에 맞기만 한다면, 상관없지 않으냐는 식의 무책임한 주장이 아닐까요?

 

화학조미료의 진짜 문제는 선도가 한물간 재료의 나쁜 맛을 가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입맛에 맞는다는 이유로 화학조미료의 사용을 용인할 때, 우리가 알면 문제가 되는 식재료의 사용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될 것이며, 재료의

고유한 맛보다는 그저 쇠고기 다시다 맛에 길들여질 테니 밖에서 파는 음식 맛도 그렇게 천편일률적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화학조미료는 이러한 획일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화학조미료 하나면 음식 맛이 쉽게 해결되니 상인과 업자에게는 식재료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올 것이며 그렇게 모두가 익숙해져 갈 때 한국의 음식문화는

추락과 추락을 거듭해 나갈 것입니다. 그래도 상관없겠죠? 당장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이 중요하니까.  

 

"그 나라 정치는 그 나라의 국민 수준을 대변하고, 그 나라의 음식문화 역시 그 나라의 소비자 안목으로 결정된다." 

 

이게 우리에게 놓인 현실이자 과제라 봅니다. 요식업이 지금보다 발전하고 나아지려면 결국은 소비자의 깐깐한 입맛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 깐깐한 입맛이란 단순히 '내 입에 맞는 음식'이 아닌 재료 고유의 맛을 중요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당장은 해결이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는 조미료 과다 남용에 대해 문제를 직시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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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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