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 짜장면과 볶음밥도 기본에 충실하면 맛이 다르다


 

 

나로도항, 전남 고흥

 

이곳은 전남 고흥 나로도. 우주발사센터로 유명해진 나로도는 원래 섬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연륙교가 놓여 차로 다닐 수 있지만, 지리적으로 보면 해남 땅끝마을보다 더 외지고 '외해(外海)'와 인접된 섬이기도 합니다.

그런 곳의 항만에서 작은 수산시장 외에는 인적이 드물고 조용하지요. 한 마디로 촌동네입니다.

 

낚시를 위해 나로도항을 찾았는데 마땅히 밥 먹을 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항구 앞 횟집 몇 군데가 고작인데요.

이런 곳에서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던 중 함께 간 일행이 이곳에서 꽤 맛있다고 소문난 중국집이 있다며 저의 소매를 잡아끌었습니다. 

항구의 중국집에 대한 기억은 많지도 않지만, 한두 번 가서 먹었던 기억으로는 심히 좋지 못하여 반신반의하였습니다.

어쨌든 저는 일행의 미각을 믿어보기로 하고 따라갔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항에서 무슨 대단한 음식을 바랄까?' 생각도 하겠지만, 체력 소진이 많은 갯바위 낚시를 목전에 두고 있어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는

아니더라도 엉터리 음식은 피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우주센터의 고장에 걸맞은 이름 우주반점.

내부는 촌동네 중국집의 허름함이 있었지만, 시골의 중국집치고는 꽤 청결해 보입니다.

 

 

메뉴판

 

메뉴판도 예스럽네요. 덕지덕지 붙은 테이프는 이런 시골의 중국집도 그간의 가격 변동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장 기본이 되는 짜장면은 4천 원. 그전에는 3천 원, 2천 원, 아마도 이 집이 상당히 오래됐다면 한 그릇에 500원 하던 시절도 있었겠지요.

4천 원으로 한 끼 식사할 수 있는 곳은 요즘 학교 근처 분식집 말고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데 역시 시골은 시골인가 봅니다.

여기서 우리는 간짜장 2인분과 군만두를 주문해 봅니다.

 

 

기본찬

 

간짜장 2인분(10,000원), 군만두(5,000원)

 

주문하자 주방에서 웍 볶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습니다. 그와 동시에 맛있는 냄새도 흘러나오고.

그 냄새가 다른 중국집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달달 볶는 냄새가 굉장히 고소합니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 서빙되는데 저 간짜장에서 불향이 느껴지네요. 

 

 

간짜장 면

 

면발에는 흔히 보이는 오이채 대신 반숙된 달걀 후라이가 턱 하니 올려졌습니다.

그런데 달걀 후라이는 단골손님에게만 준다고 합니다. 함께 간 일행은 단골손님이 아니지만, 워낙 넉살이 좋아 '단골인 척'을 해대니 대략 아래와 같은

분위기에서 달걀이 나왔다고 보면 됩니다.

 

"이모 요새도 달걀 넣어주나요?"

"아니. 평소에는 안 넣어요."

"지난번에는 달걀 넣어주던데 그래서 엄청나게 맛있었어요."

"...."

 

이러면 달걀이 올라온다는 ^^

 

 

앞에 놓인 간짜장을 들기도 전에 냄새부터 훅하고 들어옵니다. 달달 볶은 간짜장에서 진짜 불향이 난 것입니다.

이런 향을 짜장면에서 맡아본 적, 실로 오래간만입니다. 지금은 불향을 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스파이스를 첨가하는 시대라 화력 좋은 가스 불에서

궁중팬을 들썩이며 볶아낸 짜장이 그리운 시대가 됐습니다. 대부분 전분을 많이 넣었는지 아니면 볶다 만 것인지 짜장이 찐득하지요.

먹다 보면 내가 입에다 풀 먹이러 왔나 싶을 정도입니다.

 

인지도 좀 있는 OOOOO같은 프렌차이즈의 짜장면이 어째서 시골구석에 있는 이런 짜장보다도 못 한 걸까요?

음식의 본질을 알고 기본에 충실해야 할 요식업체가 허투른 메뉴만 개발하고 계산기만 뚜드리고 앉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집이 사용하는 춘장이야 공장제품인 사자표 아니면 진미춘장 등 대략 그 정도 선일 것입니다.

우리가 밖에서 사 먹는 짜장면은 다 이러한 제품으로 맛을 냅니다. 그러니 맛도 비슷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이 다르게 느껴졌던 것은 역시 '기본에 충실함'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웍 볶는 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설마 웍 볶는 소리를 녹음해뒀다가 손님이 오면 틀어주는 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봤지만 ^^;;)

제 앞에 놓인 5,000원짜리 간짜장 앞에는 눈에 보이지 않은 불향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있었습니다.

 

 

군만두(5,000원)

 

이 집 군만두는 다 같이 쓰는 제품으로 기름에 튀긴 튀김 만두인데도 다른 중국집과는 조금 다르네요.

기름을 최소화하여 튀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편입니다.

 

 

만두 찍어 먹는 간장

 

볶음밥(5,000원)

 

다음날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데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어 다시 이 집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볶음밥을 주문했는데요. 주문이 들어가자 잠시 후 웍 볶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립니다.

 

 

이번에도 일행이 넉살을 부리는 바람에 달걀 반숙이 턱 하니 올려집니다. (평소에는 안 내준다고 해요.)

차라리 그냥 달걀은 기본으로 좀 내주시지. 그게 작은 차이지만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손님에게 꽤 큰 차이로 다가올 텐데 말입니다.

어쨌든 어제의 간짜장이 맛있었기 때문에 볶음밥에도 기대를 해봤으나..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맛.

들어간 재료는 어느 중국집과 다를 게 없는 단출한 구성이지만,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고슬고슬함에 불향까지.

볶음밥이라는 음식의 기본이 제대로 잡혀 있었습니다.

 

 

함께 내어온 계란국도 달걀의 보들보들함을 보니 미리 끓여 놓은 게 아닌 주문 받고 새로 끓인 것으로 보이고.

 

 

나로도에서 유일한 중국집, 우주반점 중화요리

네비주소 :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878-252

주차시설 : 따로 없지만, 근처에 댈 곳은 많음

영업시간 : 문의(사진의 전화번호 참조. 지역번호는 061)

참고사항 : 일행의 말로는 짬뽕이 좀 약하다고 함

 

#. 기본에 충실하면 웬만한 음식은 다 맛있다.

제가 사는 동네(은평 뉴타운)에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중국집이 없을 만큼 망가져 있었는데(게다가 가격 단합까지) 이 집의 반의 반만 배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분명, 서울과 나로도의 물가 차이는 실로 엄청납니다. 임대료도 비싸고. 가게 유지비가 이곳 촌동네와는 비교할 수 없겠죠.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음식 맛과 경제 논리는 별개입니다. 그냥 음식 만드는 사람의 마인드 문제겠지요.

 

"이렇게 볶지 않으면 맛이 안 나서 안 돼"

"저요? 국산 도미가 저렴해서 몇 달간 써 봤는데 역시 살이 물러 일산으로 바꿨습니다."

(역자 주 : 도미 품질은 일산이 월등히 앞섭니다. 단가도 비싸고 맛도 훨씬 낫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떤 식재료를 쓰든 손님은 크게 관심을 안 가집니다. 특히, 술장사하는 곳은 더욱 그러하겠지요.

좋은 재료 써봐야 알아주는 손님도 없고 그만한 미각을 가진 분도 드물고 하니 대부분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저렴한 재료를 사다 씁니다.

그래도 이와 중에 음식 맛, 재료의 품질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자기가 만든 음식에 손님이 만족해도 자기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더 나은 재료를 사들이고 맛을 연구한다.'는 점이겠지요.

이 집은 보잘것없는 재료, 다 같은 공장표 춘장을 쓰고 있음에도 '기본에 충실'했기에 맛이 달리 느껴졌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면 웬만한 음식은 다 맛있는 법. 하지만 요즘 세상에 기본에도 못 미치는 음식을 얼마나 많이 보았습니까?

 

그리 기대하기 어려운 메뉴인 짜장면과 볶음밥조차도 기본에 충실하면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는데 그 맛을 서울 대도시의 번지르르한 차이나

레스토랑에서 느끼기 보다 이런 촌동네의 중국집에서 느꼈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사실입니다. 

단순해 보이는 짜장면, 볶음밥도 기본에 충실한 맛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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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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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03 17: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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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짜장면맛은 잘 모르겠는데, 볶음밥은 잘 하는 집인지 아닌지 확 구분이 되는 거 같아요.
    볶음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잘하는 집은 정말 밥이 고슬고슬하고 달짝지근한 기름맛이 나는 게 자꾸 먹게 되더라고요ㅎㅎ
    • 2014.10.06 1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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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장면은 사용하는 춘장 브랜드가 다 거기거 거기라 맛에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다만, 전분의 양 조절, 면발이 얼마나 불었는지,,
      센불에 잘 볶아졌는지(간짜장의 경우) 대략 그 정도 선이 아닐까 싶어요. 참.. 돼지고기 들어간 양과 그것의 누린내 정도도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겁니다.
  2. 2014.10.03 22: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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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맛깔나게 보이네요~ 불냄새는 맡을 수가 없으니 아쉬울 따름ㅜㅠ
    기본에 충실한 음식이 제일 맛나는 음식이죠~^^
    • 2014.10.06 1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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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인터넷은 4D로 발전해 냄새도 맡을 수 있도록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3. 횽횽
    2014.10.04 03: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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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게 생겼네요. 요즘에 중국요리 시키면 거진 후회하죠. 오죽하면 저희 동네서 배달 시켜서 기본 짜장 짬뽕 한그릇을 다 먹을수만 있다면 맛있는 집이라고 생각 되어 지는군요. 요새는 맛있는 짜장면vs맛없는짜장면...이 아니라 먹을수 있는 짜장면vs먹을수없는짜장면 이라고 할까요...ㅇㅁ튼 저희 동네서 짜장면 시티면 다먹기가 곤욕스럽습니다. 그래도 가끔씩 새로운 집을 찾아서 시키지만...거의 대부분 실망...
    • 2014.10.06 1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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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집 찾기가 그만큼 어렵지요.
      저도 뭐 포기하였습니다. 가끔 여행갈 때 그 지역에서 호평받는 중국집을 가는 게 정신건강상 좋더라고요.
      제주에 몇 군데, 군산에 몇 군데, 전주에 한두 군데, 서울에 몇 군데 정도일 겁니다.
  4. 2014.10.04 08: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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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5. 2014.10.06 12: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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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 고슬고슬 볶음밥 맛나겠네요.
    입질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기본에 충실하자!! ^^
    • 2014.10.06 15: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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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든 정도를 지키고 유혹과 타협하지 않으면 훌륭한 곳이 되는 듯합니다. ^%^
  6. 2014.10.06 13: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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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음식점은 맛있는곳을 찾는게 쉽지가 않은것 같아요
    제가 사는 동네에서도 저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 2014.10.06 15: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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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깔끔하고 현대적인 분위기의 차이나 레스토랑이 생겨서 갔는데 정말 이 집의 반도 못 따라오는 맛이었습니다.
  7. 2014.10.06 14:1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짬뽕 기가막힌집 찾았습니다
    담엔 글로한번 가시죠~
  8. 체체팔
    2014.10.06 16: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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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우주반점..

    지난 겨울 나로도 갔을 때 올라오는 날 당일에 가서 문 열기 기다렸다가 짜장, 볶음밥 두 개 혼자 다 먹고 올라왔지요.^^

    정말 맛있습니다. 불맛이 제대로입니다.
    • 2014.10.07 10: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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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 그 외진 곳을 어인일로 다녀왔나요. ㅎㅎ
      지금 최필님이 나로도에서 감성돔 몇 마리 잡았다네요 ^^
  9. 헤르
    2014.10.06 21: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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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저냥 대도시에서는 임대료, 인건비, 생활비, 아이들 교육비 등등 많은 요소들이 순수함의 의미를 찾을 수 없게 하는 것이 겠죠.
    티비에 나오는 정직하게 만들어서 잘사는 사람들은 가뭄에 콩나듯 복권당첨되는 그런 한두명의 사람이 겠구요. ..

    이래서 서울의 미분양아파트 감소수량 만큼 귀농귀촌 또는 귀향 가구수와 거의 비슷하나 봅니다.
    욕심을 버리고 "적게 벌어 적게쓰기(아마도 아이없는 부부들만?) 2013년에 3~4만?
    • 2014.10.07 10: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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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도 맞는 말씀입니다만, 결국은 요리사의 마인드, 자질 문제가 복잡적으로 엉켰다고 봅니다.

      꼭 보면 있는 집이 더 해요.
      가격은 비싸게 받으면서 재료는 형편없고..
      반대로 가격은 그의 절반 수준인데 모든 걸 수제로 만들고..
      한 예가 착한 카레집인데.. 대도시 인도음식 전문점의 반 값에 팔면서
      모든 향신료를 직접 공수해 분쇄하여 향을 살리더라고요.

      그 요리사 마인드 자체가 손님은 곧 가족이라고 생각하니. ^^
  10. 2014.11.14 19: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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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하는 말입니다. 제가 일하는 곳 근처에도 짬뽕을 맛있게 하는 집이 있습니다. 냉동이 아닌 해물을 가지고 그때 그때 바로 볶아서 육수를 넣어 끓이니 맛있습니다. 그런데 짬뽕이란 이렇게 만드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기본 아닌가요? 어떤 중국집은 사골처럼 몇날 며칠을 끓인 국물에 내용물도 냉동이니 맛이 날 수가 없지요. 당연한 맛을 보기 힘든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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