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주리 조림과 자리물회 잘하는 집(제주도 오면 꼭 한 번 먹어봐야 할 별미)


 

제주시 연동에는 객주리 조림과 회를 취급하는 식당이 몇 군데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두루두루 식당'외에도 '모살물', '길 객주리'가 있지요.

이들 식당의 공통점은 실내 포장마차 유형의 횟집이면서 객주리 조림, 독가시치(따치) 회 등을 파는 실비 식당.

최근 가격이 올라 저렴하진 않지만, 그래도 객주리 조림으로는 제주시에서 정평 난 곳입니다.

 

하지만 이들 식당 중에서도 맛의 차이는 꽤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선 객주림 조림에 한하여 저의 주관적인 입맛으로 평가하자면.

두루두루 > 모살물 순이었고 길 객주리는 아직 맛보지 못했지만, 인터넷에서 신빙성 있는 평가를 찾아보니 이들 식당 중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편.

자연산 생선 요리에 관심이 많은 저는 조림에 대해 여러 번 고찰을 해 본 적이 있는 바. 이 집에서 맛본 객주리 조림은 저의 짧은 식도락 경험에서는 

넘버 원이 되었습니다.

 

 

객주리와 쥐치

 

횟집을 이용할 때 수조를 살피는 것은 그 집이 어떤 횟감을 취급하고 얼마나 위생적으로 유지하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선 객주리가 어떤 어종인지에 관해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객주리는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는 쥐치과 어종 중 하나입니다. 사진 속 수조에는 세 종의 쥐치과 어종이 모두 들어 있었습니다.

 

a : 쥐치

b : 말쥐치

c : 객주리

 

제주도를 비롯해 남해에서 객주리라고 말하는 것은 c보다 b인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말쥐치의 지역 방언이 '객주리'이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c는 뭘까요?

c는 표준명이 객주리지만, 사실 잘 알려진 어종은 아니며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월남 객주리'로 통하는 대형 쥐치입니다.

그러니 수조에 든 것은 아주 작은 크기이며 저것이 다 자라면 전장 70~80cm에 이릅니다.

(참고로 바닥에 배 깔고 있는 물고기는 제주에서 우럭으로 불리고 있는 쏨뱅이.)

 

이 중에서 쥐포 원료로 사용되는 것은 b입니다. 양식이 되고요. 나머지 a와 c는 양식이 안 되니 전량 자연산입니다.

그러므로 뉴스나 기사에서 쥐치 양식 어쩌고 하는 내용은 모두 말쥐치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공급이 달려 오늘날 우리 입에 들어가는 쥐포 원료는 동남아산 쥐치이거나 대구살, 그외 잡어 모둠(?)이 주를 이룹니다.

 

회 맛은 쥐치가 으뜸이지만, 쥐치가 아주 귀해 쥐치 회를 취급하는 가게에서는 대부분 말쥐치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쥐치과 어종의 '간(애)'은 날것으로 먹었을 때 그 풍미가 어느 생선보다 뛰어나기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급이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흡사 땅콩버터 맛이 난다.'고 표현한 것은 쥐치 간을 두고 한 말인데요.

말쥐치 간도 별미지만, 쥐치 간에 비하면 풍미가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온 바다에 해파리가 기승을 부려 피해 사례가 들려오기도 합니다. 

이유 중 하나는 온난화에 따른 고수온 현상 때문이지만, 해파리를 잡아먹는 천적이 많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쥐치와 말쥐치가 해파리의 천적이지요. 지금은 자원량이 예전만 못합니다.

이 정도까지만 알아두어도 쥐치에 관한 내용은 일단락할 수 있습니다.

 

조림을 했을 때는 이 세 어종의 맛 구분이 어렵습니다. 모두 식감이 단단하며 담백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제주도에서는 b와 c를 구분하지 않고 '객주리'로 통합하여 부르고 있습니다. 이제 객주리 조림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때는 9시 30분. 느지막이 들어왔기에 식사가 될지 확신이 안 섰는데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 줍니다.

이 집 영업시간은 자정까지니 시간이 많이 남았네요. 평일이라 그런지 내부는 한산하였습니다.

 

 

두루두루 식당 메뉴판입니다. 이 집은 벵에돔이 일본산임을 아예 드러내고 장사하고 있군요.

일전에 제가 일본산 양식 벵에돔이 제주도로 들어온다고 포스팅했는데 업계에 몸담고 있는 어떤 분은 '사실관계'에 의구심을 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매장에서는 국내산만 팔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일본산 양식이 들어온다는 사실도 금시초문이거나 혹은 희미하게나마 소문은 들었지만,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았던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식당(횟집)을 운영하는 분들은 매장 유지하랴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많이 바쁩니다.

생선 유통에 도가 트거나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지 않는 한, 직접 취급하는 생선이 아니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든 벵에돔이 자연산만 있을 거로  생각하는 분들은 이번 기회에 양식도 수입되고 있음을 인지해 주셨으면 하고요.

저는 횟집에 가면 첫째로 '수조'를 보고 둘째는 '원산지 표기'를 보는데 이 집은 수조 상태에서 원산지 표기까지 우리나라 음식점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의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두 명에서 자리물회와 객주리 조림 中짜를 시키니 가정식을 떠올리게 하는 밑반찬이 깔립니다.

호박 나물도 주키니가 아닌 애호박을 사용. 집에서 담근 맛이 나는 열무김치와 마늘대 장아찌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한 부분이 없네요.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자리돔 조림이었습니다.

 

 

자리돔 조림

 

조림을 넘어서 적잖은 시간을 달여서 만든 모습이 맛깔나 보입니다. 맛은 어땠을까요?

사진을 일일이 찍을 순 없었지만, 고춧가루가 섞인 간장 양념이 장조림 못지 않을 만큼 살에 배여 맛이 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과하게 짜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조림 내공이 보통이 아닐 거란 생각. 이런 솜씨라면 본 음식(객주리 조림)에 대해 기대감도 높아집니다.

 

 

달걀부침

 

이어서 나온 부들부들한 달걀부침. 본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이걸로 소주 몇 잔 비웠네요. ^^

안에 파릇한 건 부추인지 마늘대 끝 부분인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마늘대를 사용하는 집이니 대파 사용하듯 활용했을 듯.

 

 

호박잎 냉수제비

 

도시에서는 자주 맛보기 어려운 호박잎. 그것을 된장 육수에 풀어 냉 수제비를 만들었군요. 거참.

 

 

호박잎의 쌉싸래함과 순한 된장 육수에서 왠지 건강한 맛이 느껴집니다.

밑반찬도 맛깔났지만, 달걀부침과 호박잎 냉수제비만으로 소주 한 병이 동날 태세입니다.

참고로 냉수제비는 기본으로 내어주지만, 어떨 때는 말해야 내어줄 때도 있습니다.

이때가 그랬는데 아주머니가 우릴 보고 도시 사람이라 넘겨짚고선 입맛에 안 맞을까 봐 안 냈다는군요.

 

 

자리물회 2인분(20,000원)

 

이제야 비용이 들어가는 본 음식이 나왔습니다. 2인분에 이만 원. 그렇다면 1인분에 만 원꼴.

다른 여느 관광 횟집의 자리물회보다 2~3천 원 저렴하지요? 조금 극적인 예를 들겠습니다.

지금 울릉도에 가면 오징어 물회 한 그릇을 15,000원으로 단합하여 팔고 있습니다. 그것도 울릉도 산이 아닌 육지에서 가져온 게 많지요.

그곳에 가면 어떤 음식을 먹어도 둘이서 기본 25,000~30,000원이 나옵니다. 울릉도는 먼 섬이니 물자 조달이 어려워 물가가 비싸다는 게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백령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백령도도 울릉도 못지 않을 만큼 외딴 섬인데.

품목은 다르지만, 직접 재배한 메밀로 빻아 만든 평안도 냉면 한 그릇이 5~6천 원.

그 밖에 자연산 홍합과 해산물을 곁들이고 역시 자연산 회를 썰어 내지만 5~6만 원선.

 

외딴 섬이라 물자 조달이 어려워서 비싸다는 건 핑계일 뿐. (지금 시대에 고속 훼리가 수시로 다니고 있는데 물자 조달이 왜 어렵나)

관광객이 몰리고 돈맛을 알게 되다 보니 초심을 잃고 바가지 장사를 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죠.

그에 비해 백령도가 순수한 이유는 비교적 소외된 관광지이므로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것이고.

그러므로 식당 물가란 '수요'와 '마인드'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물자 조달이 어려워서라는 궁색한 변명은 이제 안 했으면 합니다. 

이 집은 제주 도민을 상대로 꽤 오래 장사한 가게입니다. 그럼에도 여태 이 가격을 지키고 있었던 것은 주인장 마인드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양이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하기 위해 풀샷으로 올려봅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전통 자리물회 맛을 보았다.

 

맛은 화들짝 놀랄 만큼 토속적이네요. 초피(제피)가루 향이 물씬 나는 전형적인 제주도식 물회.

중문 단지나 보목리에서 맛본 자리 물회는 아무래도 관광객 입맛에 맞추려다 보니 맛이 순화돼 뭔가 미적지근했는데 이 집 물회는 그 청량함과 상큼함에서 

일반적인 자리 물회와는 많이 다르네요. 물론, 초피향에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스타일이지만, 저는 제주도에 왔다반드시

제주도식 자리 물회를 맛보고 갈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집 자리물회는 하루의 고단함이 확 달아나는 강렬한 향과 순한 된장 육수가 일품이었다고 봅니다.

 

 

객주리 조림 中 25,000원

 

제 눈에는 객주리가 한 마리하고도 반 마리가 더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中짜 사이즈는 둘이서 먹기 좋은 양.

들어간 재료가 제주도답습니다. 익히 알려진 무나 호박으로 조린 게 아닌 포실포실한 감자가 들어갔습니다.

조린 무는 밥반찬에는 좋지만, 여기는 술집이라 양념이 잘 밴 감자가 낫겠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단맛을 내기 위해 양파는 필수로 들어간 듯 보였으며 특이한 건 여기도 마늘대가 빠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 집은 마늘대를 대량으로 구매해 일부는 장아찌를 담고 일부는 이렇게 조림에 활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처음에 나와주었던 달걀부침도 마늘대 끝 부분을 잘라 넣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군요.

 

 

이 집 객주리 조림에서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는 '콩'입니다.

마늘대의 슴슴함과 콩의 씹는 식감이 매콤한 양념과 잘 어우러졌으니 주연인 객주리가 오히려 소외된다고 하면 오버일까요?

그 정도로 부재료 먹는 재미가 쏠쏠한 조림이었습니다. 

 

객주리 자체는 말할 것도 없이 담백하였습니다. 쥐치과 어종은 살이 단단하고 잔가시가 없어 조림으로 먹기에 알맞지요.

가운데 큰 척추뼈만 들어내면 이렇다 할 가시가 없는 객주리. 

그래서 객주리만 구할 수 있다면, 아이가 있는 집에서도 잔가시의 시달림 없이 해 먹을 수 있는 고마운 생선일 것입니다.

 

양념 맛은 조금 자극적이었지만, 매운맛과 단맛의 조화가 좋았습니다. 먹다 보면 밥을 비벼 먹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이 집의 인기 메뉴는 객주리 조림 국물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이랍니다. 사진은 찍지 못했습니다. 왜 사진을 안 찍었을까요?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먹느라 사진 찍는 걸 깜빡한 모양입니다. ^^;

 

 

두루두루 식당

네비 주소 : 제주시 연동 291-10

영업 시간 : 오후 4시~자정까지

주차 시설 : 없음(근처에 적당히 주차해야 함)

휴무일 : 명절 당일 외에는 없음

문의 : 064-744-9711

 

#. 제주도식 객주리 조림과 자리 물회가 인상적

이곳에서 보여준 객주리 조림은 제가 생선 요리를 하는 데 있어 새로운 영감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기존의 조림 레시피는 잊고 싶을 정도로 말이지요.

그 비법을 아주머니께 물었습니다. 하지만 다 알려주지는 않았고 그러고 싶지도 않은 눈치였습니다. 당연한 일이겠죠?

다만, 가정에서 이러한 조림을 할 때는 '화력'이 관건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센 불에 빨리 조려내야 하는데 가정에서는 그게 어렵다는 것.

불을 은근히 낮추고 조려야 했던 기존 방법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지요.

 

자리 물회는 새콤달콤 자극적인 맛보다 구수한 된장 육수에 초피 향을 강조한 토속적인 맛이었습니다.

 

관광지 식당에서나 맛보던 물회는 사실 육지 사람 입맛에 개량된 거여서 제주의 토속적인 맛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제주도의 토속적인 맛을 보려면 역시 현지인을 상대로 장사하는 식당에 가야 하겠지요.

그렇다고 그러한 식당들이 모두 훌륭하다고는 볼 수 없을 겁니다. 결국, 내 입맛에 안 맞으면 말짱 도루묵이니까요.

 

원산지의 투명성, 식재료의 착함은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 내지만, 그 맛이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는 '맛없는 음식'이 돼버립니다.

이 집 음식에서 화학조미료가 얼마나 쓰였는지는 제 미각으로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수조 상태, 원산지 표기의 투명성, 들어간 재료의 신선함으로

미루어 보면 훌륭한 음식의 범주에 들며, 맛은 자리 물회의 경우 토속적인 요소가 강해 호불호가 갈릴 듯하고 객주리 조림은 육지 사람 입맛에도 착착

감기는 음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제주도에 오면 고등어나 갈치조림, (중국산)옥돔구이 정식, 실속 떨어지는 전복(새끼) 뚝배기를 성지순례처럼 드시곤 하는데요.

이제는 내게 익숙한 음식만 찾을 게 아니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어도 '훌륭한 음식'을 찾아서 먹는 외식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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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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