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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이 만드는 짬뽕, 제주 비바리 짬뽕
제주 비바리 짬뽕
이곳은 제주도 애월의 퓨전 중국요리 전문점.
2013년 1월에 오픈한 이후 지금까지 늘 화제가 됐던 짬뽕집입니다. 관광객은 물론, 제주도민까지. 입소문 듣고 찾아온 손님에 매장 안은 늘 북새통.
저 역시 그중 한 사람이고 소문대로 맛이 있는지 확인차 들렀습니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소위 잘나가는 맛집 반열에 올랐기에 굳이 제 블로그에서 글을
쓰지 않아도 '비바리 짬뽕'으로 검색하면 올라온 글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게 중에는 맛집 블로거들이 올린 글도 있지만, 개인 블로그를 가지고 있고 스마트폰이 있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씩 기념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가 많이 올라옵니다. 이러한 형태의 리뷰는 상업적인 맛집 홍보를 거의 배제하고 블로그와 SMS를 통하여 '개인적인 후기' 형태로 급속히
전파되므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홍보 수단의 가장 바람직한 롤모델이 될 것입니다.
어쨌든 이 집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소위 '잘 나가는 맛집'일 테니 딱히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들 찍어서 올려주니 그야말로 땡큐.
그 수많은 사람 중 이 글을 쓰는 저도 한몫했으니 '더는 홍보하지 않아도 잘 굴러가는 식당'에 대기순번만 늘어나게 생겼습니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좋은 정보는 공유하고 좋지 못한 정보도 공유(?)해야 한다는 제 블로그의 철학에는 변함이 없으니 특별히 통 건물로 운영하는
기업형 식당이 아닌 한 이 블로그의 지면에는 언제든 소개될 수 있음을 알리면서 짜장, 짬뽕이 얼마나 다른지 알아봤습니다.
속이 비치는 주방
비바리 짬뽕의 주인장은 은어 낚시꾼이자 다이와 정공 필드 테스터.
저 역시 쯔리겐 필드 스텝으로 활동하고 있기에 같은 낚시꾼으로서 동질감도 느끼고 있고 아마 음식과 식재료에 대해 자부심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집에 사용되는 모든 식재료는 국내산. 특히, 큼지막한 오징어가 통째로 들어간 비바리 전복 오징어 짬뽕은 14,000원으로 이 집에서
가장 비싼 만큼 대표 메뉴라 인기가 높습니다.
동네 중국집도 아닌데 칠레산 대왕오징어를 썰어 넣은 저기 마라도의 모 짜장면집과는 여러 가지로 비교되고 있죠.
씹으면 스펀지처럼 푹 꺼지고 맛도 없는 대왕오징어를 넣고선 열심히 호객해서 지나가는 뜨내기 관광손님을 붙잡고 장사하는 저속한 장사치들.
이런 건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인드 문제겠지요. 내 음식이니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맛집에 기준을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많지만, 알고 보면 간단하죠.
"내가 만든 음식을 우리 가족과 친지에게 권하고 싶으냐 그렇지 못하냐의 차이"
어쨌든 비바리 짬뽕에서 비바리는 해녀를 뜻하는 제주 방언인데 그것과 상관없이 이 집 주인장은 전직(현직일 수도) 낚시꾼입니다.
음식 맛을 잘 아는 사람. 그리고 맛을 낼 줄 아는 사람은 대게 미식가일 확률이 높습니다.
살기 위해 밥을 먹는 것이 아닌, 먹기 위해 밥을 먹는 사람. 맛있는 음식이라면 약간의 수고로움도 감수해가며 찾아 먹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음식을 만들면 대체로 맛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입질의 추억 같은 사람. 앗 죄송 ^^;;)
낚시꾼의 입맛은 낚시꾼이 잘 알지요. 입맛도 보통 이상으로 까다롭습니다.
특히, 생선과 수산물 쪽은 맛의 기준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늘 자연산을 먹어왔고 제철 생선을 먹어왔으며 싱싱할 때 좋은 것으로만 골라 먹었기 때문에 물이 안 좋으면 대번에 알아차립니다.
갓 낚은 은어회. 그 삼삼한 수박 향이 나는 은어회 맛을 도심지 사람들이 어디 가서 먹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낚시꾼은 낚아서 먹는 일상입니다. 맛의 기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만드는 음식 질도 높다는 것. 이곳 비바리 짬뽕은 어땠을까요?
가격대가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일반 중국집의 짬뽕 가격과 비교하면 2~3천 원가량 비쌉니다.
물론, 비싼 만큼 메뉴도 평범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주변에서는 흔히 맛볼 수 없는 퓨전 형태의 짬뽕을 개발한 듯 보입니다.
주문은 그래도 가장 기본이 되는 해물 짜장(7,500원)과 해물 짬뽕(8,000원)으로 했습니다.
기본 찬
로즈마리를 넣은 생수
생수에 로즈마리를 넣어 향긋한 물을 제공한다는 것. 작은 부분이지만, 차별을 두었습니다.
해물 짜장(7,500원)과 해물 짬뽕(8,000원)
파채가 듬뿍 올려진 비바리 해물짬뽕
국내산 오징어, 조개, 홍합, 꽃게, 새우, 그리고 돼지고기가 들었습니다.
들어간 해산물의 구성은 평범하나 원산지가 좋은 편.
그런데 홍합 정확히 말하자면, 진주담치의 살에서 개운치 못한 비린 맛이 난 건 조금 아쉽습니다.
제주도니까 극상의 선도겠지라고 기대했다면, 해물의 평범한 선도에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평범하다곤 했습니다만, 나쁘지 않은 선도입니다.)
특히, 홍합(진주담치)은 이 시기(6월 말)에 패류 독소가 잔류할 가능성이 높을 때라 함부로 갖다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홍합을 넣어야 하는 음식점에서는 냉동을 쓰는 편이지요. 이곳도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해산물의 선도를 일률적으로 지키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고 정확히 어떤 루트를 통해 식재료를 공급받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넘어갈까 합니다.
면발은 적당히 부드러워 대체로 무난한 편. 매우 쫄깃쫄깃한 면발을 기대했다면, 그러한 기대치에는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쫄깃함을 위해 여러 화학성분이 든 첨가물 면발보다는 낫겠죠?
이따금 소비자의 편중된 선호도가 요식업의 집단적 폐해를 부르는 경향이 있음을 지각 있는 이들이라면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국물 맛에서는 살짝 불향이 났고 적당히 우러나온 해물 육수의 맛도 났습니다.
입안에서 적당히 알싸한 고추기름에 부드러움을 더한 육수 맛이 저한테는 어필이 되었습니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몇 가지 해산물로 육수를 만들어 놓고 그것을 조리에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네요.
분명한 것은 단시간에 끓여서 낼 수 있는 국물 맛은 아니었습니다.
짬뽕과 같은 종류의 해물이 들어간 해물 짜장
일행이 먹은 거라 자세한 맛 평은 생략합니다. 맛을 한 젓가락 보기는 했습니다.
제가 들어갔을 때는 오픈하자마자 세 번째 오더였는데 주문 후 웍 볶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고 거기서 나온 불향이 제법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당시 메모도 하지 않았고 기억이 제대로 안 날 때는 말을 아끼는 편이 낫겠네요.
이운의 비바리 짬뽕(약도는 아래 지도 참조)
네비 주소 : 제주시 애월읍 하귀 1리 138-1
문의 : 064-743-7090
주차 : 여유있는 편
영업 시간 : 오전 11시~오후 3시까지,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배달 안 함)
#. 낚시꾼이 만드는 제주 비바리 짬뽕, 소감 한마디
해물 짜장, 해물 짬뽕으로 유명한 마라도가 이 집의 반이라도 따라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맛본 이 집의 짜장과 짬뽕은 기본에 충실해 보였습니다. 그 기본이란 게 대단한 노하우는 아니라고 봅니다.
짜장, 짬뽕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조리 과정(좋은 재료로 육수를 내고 웍에다 볶는 것) 조차도 실종돼 버린 기존의 짜장, 짬뽕집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던가요? 그들이야 동네 장사니 그런갑다 하고 안 시켜 먹으면 그만이지만, 국토 최남단 짜장면 섬의 찐득하고 붙어버린 짜장 면발에 쉬이 질리는 국물은
얼큰하고 개운한 맛의 해물 육수 앞에서 또 한 번 음식에서의 기본이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해줬습니다.
저는 이 집의 독특한 메뉴를 젖혀두고 기본이 되는 두 가지 메뉴만 맛봤기에 다른 메뉴의 창의력과 개성은 잘 모릅니다.
그러나 가장 기본이 되는 짜장, 짬뽕만으로도 이 집의 다른 메뉴에 기대감을 갖게 하네요.
흠까지는 아니지만, 이집의 무생채는 사실 특색도 없고 손이 잘 안 가게 되는 기본찬이었습니다.
메뉴판에는 크림 소스나 볶음 짬뽕도 있어 매콤한 반찬도 필요해 보였는데요. 그냥 짜사이를 만들어 올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먹을만한 짬뽕'으로는 제주도에서 몇 안 되는 가게 중 하나일 테니 애월을 지나는 길에 한 번쯤 들러보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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