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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여러 음식에 대해 맛집 비평을 남겼지만, 유독 횟집이나 일식 쪽은 잘 올리지 않았습니다.
제게 있어 이야기를 풀어가기에는 생선회만큼 수월한 분야도 없을 텐데 횟집을 자주 올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낚시로 자연산 횟감을 잡아먹고 있기에 굳이 돈 주고 먹을 필요성은 못 느끼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친목, 회식 등 제 의지와 상관없이 횟집을 방문해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제 찬바람이 불면서 어지간한 회는 맛있어지는 계절이 왔으니 될 수 있으면, 횟집 소개에 관한 비중을 높여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 곳은 제주시에서 꽤 유명한 횟집으로 알려진 '모살물'입니다.
모살물은 제주시 연동에 소재한 '더 호텔' 건물 뒤편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술집이 많고 골목길이 복잡해 차를 가져오면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발목을 잡지만, 적당히 눈치껏 노상 주차를 할 수는 있겠습니다.
예약은 안 받는 걸로 알려졌으며 저녁이 되면서 근방의 직장인, 도민들로 북적이는 횟집입니다.
그래서 관광객 이용은 드문 편이에요. 관광객은 저기 중문이나 용두암 일대의 비싼 횟집을 이용하겠죠. ^^;
이 집에서 추천하는 메뉴는 '객주리회', '객주리 조림'입니다. 객주리가 뭐냐고요?
횟집에 왔으니 재료의 신선도와 위생을 가늠할 수 있는 수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객주리(표준명 : 말쥐치)
사진에 보이는 얘들이 객주리입니다. 객주리는 남해와 제주에서 부르는 사투리이며 표준명은 말쥐치가 되겠습니다.
실제 객주리는 60~70cm 이상 자라는 대형 쥐치로 따로 있습니다. (정확한 명칭은 월남 객주리라 불리며 흔히 유통되지 않음)
그러므로 대게 상인들이 '객주리'라고 부르는 어종은 위 사진과 같은 '말쥐치'를 의미합니다.
말쥐치와 쥐치
40cm 이상 자라는 말쥐치(객주리)와 달리 쥐치는 30cm를 넘지 않는 소형 어종입니다.
지역에서는 이것도 객주리라고 부르기도 하며 참쥐치라고도 불립니다. 맛은 쥐치가 더 좋으나 최근 개체수 감소로 흔하지 않게 되었어요.
원래 쥐포에 사용되는 원료가 쥐치였는데 남획으로 인해 개체수 감소로 공급이 달리자 말쥐치를 많이 사용했고 그마저 여의치 않자 수입산 명태나 기타
잡고기 등으로 쥐포를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개체수 회복이 되는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고는 있습니다.
최근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파리가 극성을 부려 어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데 이 해파리를 잡아먹는 귀신들이 바로 쥐치과 어종입니다.
쥐치과 어종이 많아져야 해파리를 견제할 수 있고 어족 자원의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쥐치와 말쥐치의 생간은 흡사 땅콩버터 맛이 날 정도로 풍미가 고소하고 부드러워 고급 식재료로 사용합니다.
아귀, 홍어와 함께 '생간'이 맛있기로 좋은 몇 안 되는 생선이죠.
그런데 이 집에서 맛보았던 쥐치회와 조림에는 간을 볼 수 없었습니다. 어디로 빼돌리는 건지 궁금하네요. 설마 버릴 리는 없을테고. ^^
다른 수조에는 한치가 헤엄치고 있고
이 집은 특이하게도 어린 강담돔을 많이 넣어 두었습니다.
강담돔은 돌돔 사촌으로 횟감의 가치는 돌돔과 비슷할 만큼 고급입니다. 서식해역은 돌돔보다 남방계여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인근 해역,
남해 먼바다 등지에서만 볼 수 있고요. 주요 서식처는 대마도, 큐슈, 오키나와 제도 등입니다.
이 강담돔이 수산시장에서는 '범돔'이란 이름으로 잘못 불리고 있기도 하죠.
시세를 물었더니 2~3명이 적당히 먹을 양으로 회를 치면 10만 원 정도 나온다고 합니다. 강담돔은 계절 횟감이므로 늘 있지는 않아요.
또 다른 수조에는 작은 부시리와 참돔(제주에서는 황돔으로 부름)이 있습니다.
참돔은 양식이고 통영산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참돔을 보고 이것이 양식인지 자연산인지, 혹은 일본산인지 국내산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는 콧구멍 모양, 꼬리지느러미, 채색 등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정리해서 포스팅하도록 할게요.
원산지는 착실하게 표기되어 있으니 신뢰가 갑니다. 우럭과 황돔(참돔)은 통영산으로 보이고요.
벵에돔은 예상대로 일산과 국내산을 섞어 쓰고 있군요. 제주도 횟집들은 기상, 계절의 변수로 제주도 근해에서 잡히는 자연산 벵에돔이 부족할 경우,
일본산 양식 벵에돔을 가져다 사용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것들로 국내산, 자연산이라고 파는 업소들이 있는데요.
벵에돔이라고 해서 무조건 자연산이라고 맹신하지는 마십시오. (관련글 : 제주도 횟집에서 파는 벵에돔의 비밀)
모살물 차림표
우리 일행은 세 명이라 객주리회 대짜를 주문하였습니다. 가격은 대짜가 3만 원.
주문하자 객주리를 잡는 장면
모살물은 부요리 개념보다 밑반찬 개념이 강해 보입니다. 여러 가지 반찬들이 깔리는데요.
눈에 띄는 건 가운데 세 접시. 한치회, 갈치회, 그리고 회무침입니다. 우선 밑반찬부터 소개하자면.
때깔 고운 갈치회
한치회
회무침
회무침 재료는 철에 따라 다르지만, 이때는 붕장어(아나고)로 나왔습니다.
한치회는 귀부터 한 입 ^^
은갈치회는 양념 된장에 찍어 먹고
객주리회 등장
이렇게 한 상이 3만 원밖에 안 합니다. 아직 맑은탕(지리)가 나오지 않았어요.
2만 원 짜리 잡어 모둠회를 시켜도 저리 나옵니다. 모둠회와 반찬으로 나온 횟감은 계절에 따라 수시로 바뀝니다.
객주리(말쥐치)회
대짜로 시키니 이렇게 나오는데요. 보아하니 두 마리 뜬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쥐치의 생간도 한 점씩 내 주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사실 객주리(말쥐치)나 쥐치회는 개인적인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
숙성한 돔 위주로 먹어버릇하다 보니 아무래도 갓 잡은 쥐치회의 밍밍함은 싱겁다고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생선회 맛을 결정하는 성분은 IMP(이노신산)인데요. 놀랍게도 이것은 '조미료' 성분과 같습니다. 이 천연 조미료 성분은 즉살 후 2~3시간 뒤부터
생성되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많아지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고 정점에 서게 되면 더이상 많아지지도 줄어들지도 않습니다.
정점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종에 따라 다릅니다. 흰살생선회일수록 IMP(이노신산)이 최고치에 달하는 시점이 길며, 붉은살생선일수록 시간은
앞당겨집니다. 어쨌든 쥐치 계열은 '소형 어종'이므로 장시간 숙성보다는 이렇게 활어회로 먹는 게 좋고 숙성해도 2~3시간이 알맞을 겁니다.
그랬을 때 살의 탄력은 쥐치 특유의 쫀쫀함이 발군(대게 쥐치회는 쫄깃한 맛으로 먹는다지만)이지만, 살 자체의 풍미는 여타 어종에 비해 적은 편이어서
좋게 말하면 '담백'하고 나쁘게 말하면 '싱겁다.'로 느낄 수 있는 횟감이 객주리회나 쥐치회입니다.
객주리회와 쥐치회의 강점이라 한다면 어느 소스에서도 곧잘 어울린다는 것.
이렇게 고추냉이와 간장에 찍어도 좋고, 양념 된장이나 초고추장도 좋습니다. ^^
담백한 흰살은 기품이 있고 미세한 결에서 오는 탄력은 가히 최고여서 단단하기로 소문난 돌돔과도 견줄만합니다.
어쩌면 돌돔 이상으로 쫄깃할지두요. 엄밀히 말하자면 그 쫄깃함의 성질이 약간 다르기는 합니다.
돌돔은 약간 서걱거리면서 씹히는 치감이 있지만, 객주리회나 쥐치회는 쫀쫀한 탄성이 상당히 강한 횟감입니다.
이게 또 질깃거리는 것과는 다르고요. 하여튼 객주리회를 못 드셔 봤다면 일단 드셔보시기 바래요. 그럼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상추와 깻잎으로 객주리회를 감싸 입에 넣어 본다.
개인적으로 쌈에 사서 먹지는 않지만, 이러한 취향을 갖으신 분들을 위해 연출 샷 한번 날려줍니다.
여기까지 먹고 나면 식사보다는 술안주로 충분할 테고요. 식사를 하지 않았다면, 무언가 배에서 허전함을 느낄 시점입니다.
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객주리 조림을 주문해 봅니다.
객주리 조림 소짜, 20,000원
세 명이면 객주리 조림 소짜가 알맞습니다. 푹 익은 무와 감자가 별미.
양념은 가정에서 만든 맛처럼 친숙하며 다소 칼칼하니 이 또한 소주 안주로 궁합이 좋고.
설탕의 단맛과 조미료 맛도 느껴지지만, 그래서 더 맛있었던 객주리 조림.
지금 하고 있는 스테이크 시리즈를 끝내면, 조림을 연구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그러려면 맛있는 설탕부터 점 찍어놔야 하겠는데요.
요리 고수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설탕을 대신해 사용되는 올리고당으로는 맛을 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놓고 설탕을 사용했을 때가 맛은 있더군요. ^^
이 두툼한 살점 보소~ 희생당한 객주리에게는 미안하지만 ^^
제법 내공이 느껴지는 양념 맛은 밸런스가 좋았고 단단한 객주리 살과 국물은 밥 한 공기 해치우기에 충분합니다.
남은 밥 위에 객주리 조림 양념을 얹고
쓱쓱 비벼 먹으면 비록 나트륨 섭취는 많아질지 몰라도 순간의 혀는 즐거우니 ^^;
만약 점심을 느끼한 메뉴로 했다면, 입안을 매콤하게 정리해 주는데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싶습니다.
마무리는 미역을 살살 풀어 끓인 맑은탕(지리).
뽀얀 국물에 취할 새가 없을 듯. ^^
제주도 맛집, 추천 횟집 모살물 위치 : 아래 지도 참조
네비주소 : 제주시 연동 291-10
주차 : 어려움(인근에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적당히 눈치껏 대야 함)
#. 저렴한 객주리회와 조림 맛이 발군인 모살물
분위기가 왁자지껄하고 북적북적하므로 가족 외식 장소로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친구, 직장 상사, 그리고 커플 등이 식사겸 음주가무로 찾는 곳이므로 분위기, 느긋한 서비스에 대한 기대는 접으시고요. 잡담을 안주 삼아 삼삼오오
모여 술 먹기 좋은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수조의 청결도, 횟감의 신선도, 저렴한 가격이 장점으로 보입니다.
지리를 모르면 찾아가기가 조금 망설여지지만, 제주도에서 저렴하면서 싱싱한 회가 생각난다면 당장 떠오르는 곳은 이 집이 될 것 같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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