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감성돔 낚시] 누구나 꿈꾸는 짜릿한 감동의 순간


 

 

 

대마도 낚시 3일 차부터는 줄곧 갯바위 낚시를 하였습니다.

사실 이번 방문은 벤자리 때문이라고 해도 될 만큼 목적이 분명했는데 어느 정도 달성하자 나머지 일정은 여유가 생겼습니다.

반면, 이번에 함께한 독자님들은 갯바위 낚시가 주목적이었는데 7월의 대마도 갯바위 조황은 이렇다 할 대상어가 없어 썩 좋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물량 확보차 선상을 했던 것이고 또 시즌이 시즌이다 보니 대부분 벤자리 낚시를 위해 온 손님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갯바위는 정말 한적했고 조황 확인이 안 된 곳이 지천이었죠. 

 

갯바위 낚시는 대상어를 뭐로 정해야 할지 고민이 좀 됐습니다. 전날 오후, 아내가 들어갔다 꽝을 치고 나온 '타카이' 포인트도 한 번쯤 들어갔다가

나와야 할 테고요. 다만, 너무 벵에돔 일변도로 나가면 재미가 없으니까 감성돔 낚시를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의 대마도 방문은 이번이 네 번째인데요. 아직 감성돔을 만나본 적이 없었습니다. 최근 들어 유독 감성돔과 인연이 닿지 않았던 입질의 추억.

이날 만나러 갈까 합니다. 때마침 우리가 오기 바로 전날, 많은 비가 내려 미네만 여기저기서 토사가 많이 흘러 내려왔습니다.

비록, 감성돔 낚시 시즌은 아니지만, 이때는 비에 의해 물색이 흐려진 상태이고 산에서 내려온 토사물에 작은 벌레나 찌꺼기들이 섞여 내려와 감성돔의

먹성을 자극할 확률이 높으리라 판단. 미네만에서는 처음으로 감성돔 낚시를 시도해 봅니다.

 

 

감성돔 낚시로 출조하기 전날 밤

 

벤자리로 마릿수를 거둔 그 날 저녁. 일본인 선장이 회를 치고 있습니다.

 

 

낚시 후에 기다려지는 화기애애한 술자리. 아내는 자랑스럽게 꽝을 치고 와서 지금 웃을 기분이 나는지 ^^

저는 아직도 이해가 안 돼 "왜 못 잡았느냐'며 거의 추궁하다시피 했지만, 되돌아오는 답변은 "들어가 보면 알게 돼"였습니다.

아내가 꽝 친 타카이 포인트는 일정 중에 한 번은 들어갈 생각입니다. 도대체 전갱이가 얼마나 많길래?

아무튼, 이날 저녁은 바비큐로 식사가 제공되었습니다.

 

 

꼬치로 시작

 

술은 각자 준비해 와야 합니다. 이곳은 시골 중의 시골이라 마트가 없어요.

오면서 한 번은 마트를 들리게 될 텐데 그때 술과 간식거리를 사오면 됩니다. 

저는 일본 술에 대해 잘 몰라 그럴싸한 녀석 하나를 집어왔는데 사케가 아닌 일본 소주였네요. 

알콜도수 25도는 둘째치고 목 넘김이 심히 어려울 정도로 씁니다. 맛을 내기 위해 들어간 첨가물(사카린 등)이 아예 없으니 좋게 말하면 순수하네요.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 소주에 얼마나 많은 첨가물이 들어가는지 모를 일입니다. 

어쨌든 이 녀석은 한 잔 먹고 도저히 넘어가질 않아 패스. 지금은 집으로 가져와 각종 육류와 생선 요리에 쓰이고 있습니다.

 

 

벤자리 회

 

지난번에는 벵에돔 회가 빠지질 않았는데 시즌이 시즌이다 보니 벤자리 회는 매 끼니때마다 등장합니다. 역시 차지고 고소한 회.

 

 

벤자리 구이

 

엄밀히 말하면 도중에 죽어버린 녀석으로 구웠기 때문에 '활 벤자리 구이'는 아닙니다만, 신선함은 최고입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주먹밥. 그 위에 간장을 뿌려 구워 먹으면 살짝 짭조름하면서 달짝지근한 게 좋습니다.

 

 

벵에돔 맑은탕

 

배추와 무가 들어간 시원한 탕입니다. 어쩜 국물이 이렇게 뽀얗게 우러나는지.

맑은탕(지리)에 배춧잎이 들어가니 탕이라기보다 국의 느낌이 좀 더 드네요. 제주도에서 맛본 갈칫국이나 각재기 국처럼 말이죠.

탕이 될 것이냐 국이 될 것이냐를 결정하는 기준.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딱히 없는 것 같은데도 배춧잎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느낌이 이리도 다릅니다.

 

 

 

벵에돔

 

한 마디로 벵에돔 맑은탕은 보약과 다름없었습니다. 임산부에게도 좋지요.

 

 

가리비와 삼겹살

 

벤자리 곤이

 

벤자리 알입니다. 참고로 생선 알의 올바른 명칭은 '곤이' 즉, 난소입니다.

그런데 주변에는 수컷의 정자 주머니 다시 말해, 정소를 가지고 곤이라 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명칭이나 정리해 볼까 합니다.

예를 들어, 동태찌개에 들어가는 구불구불한 것(정소)를 우리는 '곤이'라고 부르는데 와전된 명칭으로 '이리'가 바른말이 되겠습니다.

 

알집 = 곤이 = 난소

정자 주머니 = 이리 = 정소

 

그러거나 말거나 이곳에서는 맛과 흥이 중요한데 벤자리 알 구이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질 좋은 소금을 살짝 뿌려서 구우면 감칠맛도 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맛있는 알과 이리를 버리는 손님이 있더군요. 어디 가서 구하기 어려운 재료입니다. 손질할 때는 이런 것도 잘 챙겨가야 집에서도 좋아하지요.

 

이번 식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은 닭 날개, 삼겹살, 벤자리 알 구이였습니다.

회는 언제나 맛만 보는 수준. 다른 음식이 입에 들기 시작하면 회를 먹어도 무슨 맛인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회는 위장이 텅 빈 상태에서 몇 점 집어 먹는 애피타이져가 돼버렸습니다. ^^

 

 

이날 오후에 들어온 팀이 40여 마리의 벤자리를 낚아 손질을 마친 장면입니다.

 

 

먹다 보니 회가 모자라 추가로 뜨러 간 최필님.

지금은 횟감이 풍족하다 못해 철철 넘칩니다. 우리 팀에게 할당된 물칸이 두 개였는데 벤자리, 벵에돔이 우글우글 돌아다니고 있거든요.

이중 아무 녀석이나 걸리길 바라며 뜰채질해도 몇 마리는 걸려오는데 그중 한 마리만 골라 회를 뜨고 있습니다.

 

 

피빼기와 손질

 

식사를 마치고 한바탕 손질했습니다. 우선 피부터 뺀 다음 넷이서 역할 분담을 하는데 두 명은 비늘을 치고 두 명은 배를 갈랐습니다.

 

 

손질을 마친 벤자리

 

이렇게 처리하는 데는 한 시간 정도 걸린 듯. 각자 스티로폼 박스에 1/n로 나눠서 담고 대형 냉동고에 넣어 둡니다.

 

 

손질하고 나온 알과 이리가 이렇게나 많이 나옵니다. 이것도 넷이서 1/n로 나눠서 챙겨둡니다.

 

 

다음 날 아침, 출조 준비 중인 일행들

 

새벽부터 일찌감치 출조길에 오른 사람은 총 여섯 명. 

전날 밤, 대상어와 포인트에 관해 상의하다가 낸 결론은 감성돔 낚시였습니다.

저와 상원아빠님은 숙소에서 3분 거리에 있는 갯바위에 내렸고 최필님과 밥곰님은 어제 아내가 꽝을 치고 나온 타카이 포인트에서 벵에돔 낚시를

그리고 부산에서 오셨다는 두 분도 역시 벵에돔 낚시를 하게 됩니다. 아내는 임산부의 몸이라 무리하지 않기 위해 불참했고요.

 

 

우리가 낚시하게 될 포인트

 

이곳은 숙소에서 뱃길로 3분이면 닿은 아주 평평한 포인트로 딱히 이름이 없어 현지에서는 1번 자리라 부릅니다.

부산에서 온 두 분이 어제 이 자리에서 30~35cm급 감성돔 두 마리와 상사리 한 마리를 낚은 걸 보고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대물 벵에돔 포인트인 타카이로 들어가는 일행에게 선전을 빌며 낚시를 준비합니다.

 

 

포인트 환경은 어촌 마을 앞에 있는 소박한 분위기

 

비록, 이곳은 미네만 안쪽에 자리한 깊숙한 포인트지만 엄연히 바다이고 물때의 영향을 받습니다.

오전에는 들물이 이어질 예정이므로 철수시각이면 수위가 이보다 높아질 겁니다. 낚시 짐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한곳에 모아두고요.

먼저 포인트 주변부터 살폈습니다. 배에서 내리면서 들은 정보로는 포인트 평균 수심은 6~8m. 멀리 장타를 쳐야 잘 잡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우리밖에 없는 한적하고 조용한 갯바위

 

이날 상원아빠님은 갯바위 낚시 데뷔전을 치르게 되는데요. 그 장소가 다른 곳도 아닌 대마도입니다.

물론, 그래도 호락호락하지는 않겠지만, 첫 데뷔전치고는 장소가 아주 화려하지요. 

 

 

0c(제로씨) 채비로 감성돔을 노려본다.

 

#. 나의 장비와 채비

낚싯대 : 시마노 베이시스 이소 1-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2호 (서스펜드 타입)

어신찌 : 쯔리겐 슈퍼 익스퍼트 0c호 → 전유동 XB 4-2-4 B호로 교체,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쯔리겐 제로 알파 1.7호

바늘 : 감성돔 바늘 4호 

봉돌 : g7 → B g3

 

대마도에서 감성돔 낚시는 반유동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물이 맑고 감성돔 입질도 예민하다 보니 고부력에는 이물감을 느낄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이곳의 감성돔은 밑밥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활성도가 좋은 날에는 상층까지도 부상하지요.

심지어 무릎 높이인 50cm까지 부상해 밑밥을 주워 먹기도 하고 어떨 때는 등지느러미를 상어처럼 물 밖으로 내밀고 다니기도 합니다. 거짓말 같죠? ^^

그것을 증명할 만한 사진을 찍었는데 그것은 다다음 편에 보여드리겠습니다.

 

어쨌든 대마도의 감성돔 낚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바닥층 낚시가 아닙니다.

그래서 0호 g2호 정도를 많이 쓰며 0c나 00호를 이용한 천조법도 먹힙니다.

특별히 감성돔이라고 해서 낚시 방법이 다른 것은 아녀요. 일반적인 벵에돔 채비로 하다 보면 감성돔도 걸리고 참돔도 걸리는 식입니다.

그만큼 부상력이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좋다는 것. 대마도에서 감성돔 낚시를 하실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첫 수로 벵에돔이 올라왔다.

 

채비를 던져놓고 상원아빠님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초릿대를 확 빨아 재끼는 강력한 입질이 옵니다.

깜짝 놀란 나머지 반사적으로 대를 드니 25cm가 될까 말까 한 벵에돔. 녀석 배가 무진장 고팠나 보네요.

아니면 근처에 몇 마리가 더 어슬렁거려 서로 경쟁이라도 했던가. 이 녀석은 집으로 돌려보내 주고요.  

 

 

갯바위 데뷔전 첫 수는 복섬으로 당첨됐다.

 

이어서 상원아빠님의 첫수는 복어의 일종인 복섬. 이 복어는 가장 흔하면서도 맹독성입니다. 살려주고요.

 

 

이번에는 아가야 벵에돔이 낚였다.

 

낚시는 원하는 방향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밑밥인데 완전히 죽이 됐습니다.

10m 이상 날리기가 어려울 정도네요. 밑밥은 직접 갰어야 했는데.

 

게다가 이날은 물색과 조류까지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틀 전, 비가 많이 내려 토사물이 만으로 흘러들었고 이 때문에 감성돔 낚시가 될 것 같아 시도했는데요. 지금은 물색이 탁해도 너무 탁합니다.

서해에서 볼 수 있는 흙탕물 수준. 이런 물색에서 대상어의 시야가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아무리 채비를 잘 꾸려도 대상어가 내 미끼를 발견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니 말이지요.

 

또 하나는 생각지도 못한 조류의 변화였습니다. 애당초 0c 부력을 선택한 이유는 이곳 포인트 수심이 6~8m로 낮았기 때문입니다.

조류가 약하다는 가정하에서 0c 부력에 g7봉돌 하나면 수면에서 바닥층까지 천천히 훑을 수 있는데요.  

이는 어디까지나 조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이야기입니다. 만 안쪽이라 호수처럼 잔잔한 곳에서 조류가 세면 얼마나 셀까 했던 생각.

그것이 저의 오산이었습니다. 조류를 충분히 살피지 않고 낚시를 시작했더니 시냇물처럼 콸콸 흐르는 조류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미네만에서 낚시 경험이 적다 보니 이런 경우도 있구나 싶었죠. 단순히 횡으로 흐르는 조류는 아닙니다.

채비를 던지면 몇 초 안 돼 발 앞쪽으로 붙어버리다가 갯바위 벽면을 따라 나가 바깥으로 흘러가 버립니다.

이런 급물살에 0c부력과 g7번으로는 상층만 간신히 훑고 말겠지요. 밑밥과의 동조도 매우 어렵겠고요.

 

 

 

채비를 0c에서 B로 교체했다.

 

조류가 발 앞으로 빠르게 와 닿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대한 원투할 생각으로 무게가 있는 찌로 바꿨습니다.

조류가 워낙 빠르니 바늘 위 40cm 부근에 B봉돌 하나를 물리고요. 그리고나서 던지니 약 40m까지는 날아가는데 문제는 채비는 멀리 나가도 밑밥이

죽이 돼서 나가질 않는다는 것. 이것 참 고약한 상황이네요.

그렇게 허당 임을 알면서도 낚시해야 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 흘러 어느새 오전 8시 40분이 되었습니다.

아침 황금 물때를 이런 식으로 허비하자 슬슬 꽝의 기운이 우리를 옥죄이며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날 바다는 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위풍당당하게 흐르던 조류가 느슨해질 시점.

이제는 B봉돌 하나로 내리기에는 6~8m 수심이 얕은 감이 있어 g3 봉돌로 교체했을 때였습니다.

죽이 된 밑밥을 최대한 날리려고 애쓰니 약 15m 전방에 몇 주걱 떨어집니다. 곧바로 전방 40m 지점까지 롱캐스팅하고 기다리자 이번에도 채비가

발 앞으로 들어오는데 느슨해진 조류 덕에 채비가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전방 15m 지점에 뿌린 밑밥띠에 동조될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지점을 지나면서 찌에 반응이 옵니다.

시원한 입질은 아닙니다. 살짝 잠기는 정도라 몇 초를 기다렸는데 순간 찌가 사라지면서 원줄이 미끄러지듯 풀려나갑니다.

 

"왔다!"

 

 

정체 모를 고기를 걸고 파이팅에 들어간 필자

 

뭔지는 모르지만, 씨알이 상당한 듯. 초반부터 쿡쿡 처박는 모습이 감성돔인가 싶었습니다.

 

"휴~드디어 한 마리 했습니다."

 

오 그런데. 중간까지 끌려오자 갑자기 처박으니 LB 브레이크를 두 번가량 쏴주고 다시 끌어 올렸습니다.

이 정도면 감성돔 오짜와 견줄만한 힘. 제 감성돔 기록이 51cm인데 이번에 경신이 되려나?

 

 

들어가면 들어가는 대로 놔주고 힘이 풀렸다 싶으면 한 치의 틈도 주지 않고 바짝 세워 올리기를 반복.

녀석이 수면에서 발버둥 치며 끌려옵니다. 어디 보자 은빛 찬란한 감성돔이여~! 참 여기 감성돔은 시커멓겠지. 그런데 엥?

붉은빛이 선명한 이 녀석. 순간 나의 기록은 날아가 버리고 대신해서 올라온 녀석은.

 

 

씨알 굵은 참돔 한 마리가 품에 안겼다.

 

선상에서 그렇게 노리다 못 잡았던 참돔이 갯바위에서 나와주네요. 이런 잔잔한 마을 어귀 앞에 이런 참돔이 나올 줄이야.

그런데 전반적인 때깔도 그렇고 꼬랑지 모양을 보니 반자연산으로 보입니다. 모서리가 뾰족해야 100% 자연산인데 저건 약간 라운드가 졌죠.

이 근방에 참돔 양식장이 있다고 얼핏 들었는데요. 아마 거기서 탈출해 줄곧 이곳에서 자란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듭니다.

꿩대신닭으로 잡은 참돔. 사실 꿩대신닭치고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요.

 

 

그래도 때깔은 영락없는 바다의 미녀일세

 

참돔의 입질 수심층은 약 4~5m 정도. 확실히 밑밥에 부상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우 밑밥만 좀 더 멀리 날아갔더라면 제대로 공략했을 텐데. 게다가 이날 저의 채비 선택에서도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씨알은 쟤 봐야 알겠지만, 느낌상 고기가 붙은 것 같아 사진만 찍고 바로 채비를 던졌습니다.

 

똑같은 품질, 똑같은 거리로 캐스팅하자 좀 전에 받은 지점에서 똑같은 패턴의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이번에도 찌를 시원하게 가져가지 않고 있다가 느슨해진 줄이 펴질 즈음 챔질했는데 그 타이밍이 너무 빨라 초반에 3초가량 꾹꾹하는 손맛을 보고

허무하게 털렸습니다. 올려보니 바늘이 벗겨졌는데요. 그것이 참돔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입질 패턴이 똑같았고 참돔치고는 입질이 시원하지

않았다는 점. 혹시 그것이 내 채비의 밸런스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당시 저의 채비는 B찌에 B봉돌이 아닌 g3번 봉돌을 채웠기에 여부력이 남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참돔처럼 시원하게 물어주는 물고기가 겨우 g3~g4번 정도의 여부력에 물었다 뱉었다 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결국, 못 잡았으니 낚시꾼으로서는 생각이 많아지게 되네요. 힘의 크기로 봐서는 좀 전에 낚은 참돔과 비슷했거나 그보다 작았을 듯 한테 아무튼

얼굴을 보지 못하고 터트렸으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어서 잠잠하던 상원아빠님도 쪽 빨고 들어가는 입질에 대를 세워보지만, 릴링 도중 터트리고 맙니다.

유속이 느려지면서 최적의 환경으로 가는 건 분명한데 어딘가 모르게 채비 밸런스부터 밑밥의 상태까지 원하는 데로 흘러가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후 참돔이 됐든 감성돔이 됐든 열심히 노려봤지만,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면서 아기 벵에돔만 신이 난 상태.

더불어 각종 잡어가 시커멓게 몰리면서 상황은 종료되고 말았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갯바위 낚시에서 챤스는 30분밖에 오지 않습니다. 길어야 한 시간.

이 시간 안에 원하는 대상어를 낚지 못하면 그날 낚시는 그걸로 끝이 나겠죠.

하루 혹은 반나절 낚시하면서 분명 한두 번은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오기 마련입니다. 그 기회를 정말로 잘 살리면 원하는 대상어를 4~5마리 뽑고,

대체로 잘 살려도 2~3마리 뽑습니다. 그런데 그 기회를 못 살리면 한 마리 뽑거나 꽝을 치게 되겠고요.

그런 점에서 미루어봤을 때 이날 저의 낚시는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기회를 못 살린 바보'란 말이 와 닿네요. ^^;

상원아빠님도 첫 데뷔전에서 크게 성과를 못 올려 아쉬웠을 듯합니다.

저도 고전했을 정도인데 상원아빠님께는 탁한 물색, 빠른 조류라는 변수가 더 크게 다가왔을 겁니다.

 

이렇게 짧은 오전 낚시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조과를 확인하는데요. 

앞서 타카이로 들어간 밥곰님과 최필님도 아내가 당했던 것처럼 온 바다를 뒤덮은 전갱이 떼에 두손 두발 들었답니다. (뜻밖에 벤자리를 한 마리 낚아옴)

이때부터 타카이 포인트는 '어복부인의 저주'라는 말이 붙으면서 그곳에 내리는 팀은 계속 몰황을 겪게 됩니다.

 

 

드디어 아내가 나섰다.

 

본인이 만들어 낸 타카이의 저주. 역시 본인이 풀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아내는 그곳을 끝내 거부하고 말았습니다.

밥곰님과 최필님도 다시는 그곳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 이제 아내는 낚시와 이별을 고할 때

10년 동안 저의 낚시 친구가 되어 준 아내. 이제는 잠시 이별을 고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임신 7개월에 접어든 아내는 부쩍 작아진 자신의 구명복을 입고 마지막 고별전을 치르기 위해 갯바위로 나섰습니다.

물론, 이것이 인생에서의 마지막 낚시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는 몇 년간은 바다를 찾지 못하게 되겠죠.

시원섭섭한 심정이라는 아내. 고별전을 치르기 위해 적당한 장소로 미네만 외해권 중 최고의 포인트라는 '도리시마'로 향합니다.

아내의 낚시 고별전,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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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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