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비행으로 지친 우리 가족은 드디어 공항을 나서 두바이 여행의 첫 목적지인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로 이동합니다. 부르즈 할리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빌딩으로 유명, 두바이 여행의 필수 코스이기도 하지요. 124~125층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전 세계 그 어느 빌딩에서도 보기 힘든 높이 감과 스케일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저는 새벽의 야경과 일출까지 보려고 했는데 전망대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선라이즈 상품은 동절기에만 운영하는 것 같습니다. 에미레이트 항공을 이용해 인천 두바이 구간을 이용하면, 보통 새벽 4시 30분에 도착하고 서둘러 입국장을 나와 부르즈 할리파로 향하면, 일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어서 그렇게 계획했는데, 아쉽게도 5월 1일부터는 해가 빨리 뜨는 관계로 폐지된 것 같습니다.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볼 수 있는 핑크 택시

 

제가 예약한 부르즈 할리파의 전망대 상품은 첫 개장 시간인 9시 30분. (오전 8시로 알고 있었는데 때에 따라 9시 30분이 첫 개장 시간인 날도 있나 봅니다.) 이 때문에 공항에서 뜬 눈으로 3시간을 기다렸다가 7시 30분이 돼서야 택시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부르즈 할리파가 있는 두바이몰까지는 택시로 20분 정도 소요.

 

공항을 나서자 고온다습한 기후가 훅하고 느껴집니다. 택시 정류장의 안내인들이 우리 일행을 보더니 핑크 택시를 타라고 합니다. 공항에는 공항 전용인 레드 택시와 핑크 택시가 들어오는데 이중 핑크 택시는 여성 전용입니다. 운전기사도 히잡을 쓴 여성분인데요. 일행 중에 남자가 한 명 정도 있어도 핑크 택시를 이용할 수 있나 봅니다. 

 

 

두바이 시내로 향하면서 드러나는 마천루

 

택시를 타고 두바이몰로 가자고 했습니다. 근데 이 아가씨가 내비게이션을 키더니 목적지를 입력하더군요. 두바이몰 같은 유명한 곳은 내비의 도움 없이 갈 줄 알았는데 탈 때부터 느꼈던 분위기는 택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년생 같았다는 것. 어쨌든 우리는 두바이 시내 중심으로 향하면서 우리와 다른 이국적인 풍경과 특유의 꼬불꼬불한 아랍어 이정표를 감상합니다. 슬슬 중심가로 들어서면서 쭉쭉 뻗은 고층빌딩이 한둘씩 드러나니 사막 위에 지은 도시란 사실이 실감 나려 합니다. 택시 안에서 소심하게 작은 소리로 우아~ 하면서 두리번거렸는데, 뭔 시골에서 상경한 촌놈도 아니고 말이죠. ^^;

 

 

두바이몰 입구

 

기사는 두바이몰 입구에 우릴 내려줍니다. 부르즈 할리파의 전망대 입장까지는 아직 1시간 반이나 남아서 그사이 두바이몰 좀 구경하려는데 문이 닫혀 있습니다. 근처 인공 호수나 부르즈 할리파를 배경으로 사진 찍으며 시간을 보내려 한 제 계획이 틀어지는 순간입니다. 바깥 기온이 상당히 높아 어디라도 들어가 있고 싶은데 길도 모르겠고. 그러다 8시쯤 되니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가더니 일반 손님도 입장하는 것 같아 우리도 따라 들어갑니다. 

 

 

두바이몰을 가로질러 다시 밖으로 나오자 그 유명한 인공 호수가 똭 하고 나오는데요. 매일 밤, 이곳에서 펼쳐지는 분수 쇼는 두바이 여행의 주요 관광 코스로 유명합니다. 아쉽게도 우리는 4시 20분 비행기라 분수 쇼 감상은 다음을 기약해야 합니다. 그나저나 사진에 전부 들어오지 않는 저 건물.

 

 

광각 렌즈를 달고서야 전체를 담을 만큼 우뚝 솟은 건물이 사진으로만 보았던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 군요. 보통은 영어식 발음인 버즈 칼리파라 부르지만, 두바이에서 부르는 원발음은 '부르즈 할리파'입니다. 원래는 버즈 두바이라 지었는데 개장을 앞두고 두바이 통치자의 이름을 따서 할리파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이 할리파란 이름을 두고 국내에서는 외래어 표기에 대한 이견이 있었는데 결론은 현지 발음을 존중해 부르즈 할리파로 표기하는 것이 합당. 여기서도 버즈 칼리파가 아닌 부르즈 할리파로 표기하겠습니다.

 

 

이 건물에 대해 알아보니 세계 최고층 빌딩답게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더군요. 3일에 1층씩 올리는 공법으로 착공한 지 38개월 만에 거의 다 지었다고 합니다. 우리 딸이 이제 31개월이고, 지금 생각해 보면 태어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와 비슷한 기간이면 저런 건물도 떡 하고 세우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어쨌든 이 건물은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참여해 더욱 유명해졌죠. 우리나라 건설업체가 이 건물을 다 만든 것이 아니고, 해외 유수의 몇몇 시공사 중 하나로 참여했다 정도가 맞을 것 같습니다. 총 높이는 829.84m이며, 160층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입니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북한산 백운봉이 836m 이니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건물의 주 용도는 호텔과 고급 주거 공간, 사무실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그 아래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쇼핑몰인 두바이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고 들어와 가벼운 아침을 들기로 합니다. 두바이몰에는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인 쉑쉑버거와 파이브가이즈가 있는데 아직 문을 열지 않아서 팀홀튼의 맥모닝 같은 메뉴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팀홀튼은 캐나다의 국민 브랜드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도 보니 반갑네요.

 

 

사전에 인터넷으로 예약한 바우처를 출력해 왔습니다. 직원에게 주면 입장권으로 바꿔줍니다. 현장 구매는 3배 정도 비싸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사전 예약을 권합니다. 자세한 예약 방법은 관련 글을 참고하세요. (관련 글 :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 티켓 예약 방법)

 

 

이 빌딩은 항공 수준의 보안 검색대를 거쳐야 합니다. 인터넷 검색에 의한 정보는 백팩과 노트북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며, 보관함에 맡기고 입장할 수 있다고 나와 있는데 이날 우리가 백팩과 노트북을 모두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차하면 맡길 생각으로 전부 꺼내서 통과시켰더니 그냥 가지고 들어가라고 하네요? 어느 정도 선에서는 융통성 있게 하는가 봅니다.

 

 

124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전망대 전용 엘리베이터는 두 대가 운영되고 있는데 정말 엄청나게 빠릅니다. 124층을 2분 만에 주파한다는 군요. 주변에 보이는 건, 엘리베이터가 고속으로 올라가고 있음을 표시해주는 LED 뿐입니다.

 

 

잠시 후 124층에 도착합니다. 문이 열리고

 

 

나가자마자 찍은 첫 장면이 바로 이 사진. 건물 안이 후끈후끈 덥습니다. 360 전망대 중 절반은 실내이고, 나머지 반은 야외 전망대라 햇볕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따라서 에어컨이 없으며, 두바이의 고온다습한 온도를 온몸으로 받기에 잠시만 있어도 후끈후끈해요. 빨리 찍고 실내로 들어가고 싶지만, 사막 위에 지은 기적의 도시는 제 발걸음을 한참 동안 묶어둡니다.

 

 

 

저 아래는 인공호수인데요. 좀 전에 제가 건물 외관을 찍을 때 섰던 장소를 표시해 두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정말 까마득해 보이지요.

 

 

호숫가에 설치된 분수 장치가 보이고, 바로 위로는 다리가 하나 있는데요. 다리를 중심으로 왼쪽은 전부 두바이몰이고 오른쪽은 부르즈 할리파의 건설을 발주한 중동 최대의 부동산기업인 '에마르(EMMAR)'의 이름을 딴 쇼핑몰과 전통 수크(시장)이 있습니다.  

 

 

페르시아만이 보인다

 

반대편 모습(흐릿하지만, 저 멀리 7성급 호텔인 버즈 알 아랍도 보인다.)

 

장시간 비행으로 초췌한 모습. ㅎㅎ 기내에서 찍은 사진을 제하면, 가장 높은 곳에서 찍은 가족 사진으로 기록 될 것 같습니다.

 

 

전망대 실내

 

실내로 들어오면 몇 가지 컨셉으로 재미있는 사진을 찍어주는 부스가 있고요. 완성된 사진에는 아찔한 배경이 합성되어져 나오겠지요.

 

 

125층으로 올라갑니다.

 

 

125층에서 내려다 본 124층 야외 전망대입니다. 일 년 중 비오는 날이 손에 꼽겠지만, 야외 전망대라 비가 오면 다 젖을 것 같습니다. 125층까지 올라왔으니 두바이가 사막에 어떤 식으로 세워지고 있는지 좀 더 자세히 담아보기로 합니다.

 

 

 

 

 

 

 

 

7성급 호텔로 유명해진 버즈 알 아랍(왼쪽 상단)

 

페르시아만의 인공섬들. 그 위에 지어지고 있는 호텔과 호화 주택가

 

 

 

 

석유로 부를 축적한 나라는 언젠가 바닥나게 될 자원을 걱정해야 합니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모래뿐이었던 이곳에 세계적인 관광 도시를 세워 미래를 대비하는 모습이 지금 이 시각에도 곳곳에 펼쳐집니다.  

 

 

한쪽은 바다, 다른 한쪽은 끝도 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사막입니다. 주변이 전부 사막이라 늘 뿌연 상태.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더욱 심해지겠지요.

 

 

원래가 사막인 터라 곳곳에 모래가 보입니다. 식수는 두산중공업의 담수화 기술로 바다에서 끌어 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처럼 물을 끓여 먹는 문화가 없고 대부분 생수로 소비되는데 물이 귀한 나라라 생수가 비쌀 것으로 생각하지만, 에비앙 같은 외국 제품이 아니고선 대략 1디르함(약 300원) 정도로 저렴합니다. 앞서 썼듯이 두바이는 바다와 인접해 있고 물을 끌어다 담수화하기 때문에 생수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은 것이겠죠.

 

 

어느 빌딩의 건설 현장

 

이날은 금요일(아랍권에선 휴일)이라 쉬는가 봅니다. 5월인 이때의 한낮 최고 기온은 32도(최저 기온이 29도로 별반 차이가 없음)로 우리의 여름 날씨와 비슷하지만, 다가오는 여름에는 50도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지금도 더운데 그때는 어떻게 공사하는지 생각할수록 대단하군요.

 

 

 

 

경기장 건설 장면

 

고급 빌라 단지

 

두바이는 초호화 주택이 많아 헐리웃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별장을 마련해두는 곳이기도 합니다.

 

 

 

신호 대기 중인 차들은 꼭 미니어처 같습니다.

 

 

이쪽은 두바이의 구도시입니다. 아브라로 불리는 목선은 지금도 강을 건너는데 효과적인 대중교통 수단입니다. 꽃보다 할배에서 나온 금시장이나 각종 수크(전통 시장) 등이 있어, 경유 시간이 넉넉한 분들에게는 권할만한 곳입니다.

 

우리는 여기까지 둘러보고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 중 하나인 두바이몰로 내려갑니다. 여기서 첫 식사를 하고 좀 더 둘러 본 뒤 그리스 아테네로 향합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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