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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료칸 일정을 마무리하고 버스로 15분 거리에 있는 항을 찾았습니다. 우릴 포함한 료칸 이용객이 단체라 버스는 대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히마카지마는 문어로 유명한 섬으로 이곳에서 뱃길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앞에 보이는 분홍색 배를 비롯해 몇몇 배가 수시 운항 중입니다.
배 구조가 독특하네요. 계단을 밟고 내려갔다가 다시 선실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조타실
출항하면서 제일 먼저 보이는 장면입니다. 바닷가라 어딜 가더라도 생활 낚시꾼들이 있습니다.
항만을 빠져나오자 배가 속력을 높여 달려나갑니다. 선실에 앉아있어도 되지만, 모처럼 달리는 배에서 바닷바람을 만끽하고자 갑판으로 나왔습니다. 마침 날씨도 환상적인 가을 날씨를 보이고요. 낚시 등 해양 관련 레포츠를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입니다.
22개월 된 우리 딸이 삼촌 품에 안겨있는데요.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배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은 모양입니다. 배 타는 게 재밌었는지 이후 틈만 나면 "아빠 배 타러 가요."라고 말하는 딸. 하루는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했는데도 배 타러 가자며 울고 떼쓰는 바람에 혼났다죠. ^^; 횟집 수조만 보면 한동안 붙들려야 하는 현상도, 아쿠아리움에선 너무 좋아서 춤까지 추고, 이제는 집에 있는 어류도감을 보면서 이건 돌돔, 이건 넙치라고 말할 정도니 아무래도 장래에는 바다와 친한 직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ㅎㅎ
출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도착했습니다.
날이 좋으니 낚시하는 풍경도 여유로워 보이는데 저분들 뭘 잡을까? 하는 궁금증이. 지금은 간조라 방파제 구조물이 많이 드러났는데 보시다시피 일본의 방파제 구조물은 안쪽으로 구멍이 나서 벵에돔같은 암초로 파고드는 대상어를 걸면 낚싯대가 안쪽으로 휘어져 들어가 버립니다. 행여나 대물이라도 걸게 되면, 저 구멍 속으로 파고들기 때문에 강제로 제압하지 못하면 끌어올리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인 거죠.
도착해서 내리자마자 둘러본 풍경은 선착장 앞 식당가들이 즐비한 전형적인 관광지였습니다. 문어섬 답게 문어 조형물이 눈에 띄고요. 특별히 이 섬에는 독특한 관광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서도 전국적으로 찾는 그런 섬은 아닌 듯합니다. 근방에 사는 현지인들이 찾는 관광지 섬 정도로 면적은 제법 넓은데 선착장 주변을 제하면 대부분 농경지와 주택가라 섬 구석구석을 둘러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가 들린 곳은 '용녀(오토히메)'란 글자만이 심플하게 박힌 횟집입니다. 현지 관광객들이 줄 서가며 먹는 곳인데 우리는 단체로 예약했기 때문에 바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용녀란 횟집이 현지인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이유는 신선한 제철 수산물을 비교적 저렴하게 낸다는 점입니다. 여러 가지 단품 요리부터 회 정식, 풀코스 메뉴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오징어와 감성돔 같은 제철 생선회, 여러 채소와 새우를 함께 튀겨낸 카끼아게, 대합 찜(3개에 400엔), 그리고 히마카지마 하면 문어가 유명한데 산 문어를 잡아 찐 숙회도 소량씩 저렴하게 내고 있어, 여럿이서 이것저것 시켜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하지만 위 메뉴는 사이드 개념이라 이것을 위주로 먹으려는 손님보다는 이 집 주력 메뉴인 1,000엔짜리 생선회 정식을 먹기 위한 줄이 대부분입니다. 1층은 이런 손님들로 북적이고.
2층은 코스 메뉴를 주문하는 예약 손님이 이용하나 봅니다.
한쪽에서는 코스로 낼 요리 준비로 분주합니다.
입구부터 찬찬히 둘러봅니다. 유명 방송인 정도 되는 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액자에 걸려있고.
식당 입구와 2층 계단에는 박제한 복어 장식물이 눈에 띕니다. 이건 표준명 까치복인데 자세히 보니 붙인 눈알이 떨어져 엉뚱한 곳에 붙어 있군요. 오며 가며 손님들이 만지니까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반면에 유리관에 고이 모셔둔 가시복은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붙인 눈알과 머리 장식물을 제하곤 모두 실물입니다.
테이블 기본 세팅.
달짝한 간장에 절인 김입니다. 주변에 선물용으로 사 가는 사람이 많더군요. 저도 몇 개 샀는데 맛이 짭조름하면서 달기까지 해 계속해서 젓가락이 가는 중독성이 있지만, 이 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서빙되는 음식은 6인 1 테이블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첫 번째로 나온 메뉴는 다름 아닌 광어회입니다. 회는 계절에 따라 다른데 겨울에는 복어회가 나온다고 합니다. 광어라서 조금 실망할 수도 있는데 일단 맛을 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광어회와는 차원이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 다른 음식으로 혀가 둔해지지 않을 때 내는 첫 번째 음식이 생선회라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지요. (우리네 일식집과 비슷한 코스로 진행됩니다.)
광어가 양식인지 자연산인지는 제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만, 테이블에 합석한 분들이 묻길래 들춰본 결과로는
양식 광어입니다. 등과 지느러미 채색으로 보아 제주도산 수입 광어는 아니고, 근방에서 양식된 것으로 보입니다. 회는 활어를 손질해 충분히 숙성해서 나온 상태입니다. 선어회를 즐기는 일본이라도 일부 섬 지역에는 활어를 즐기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 집은 1층에 커다란 수조를 두고 참돔과 광어를 넣어뒀는데 우리나라 일반 횟집과 다른 점이라면, 잡아서 바로 썰어서 내는 것이 아닌, 충분히 숙성해서 낸다는 점입니다. 대게 일식집이 영업 시작 3~6시간 전에 활어를 손질해 미리 숙성해 두는데 이 집도 그렇다고 보면 됩니다.
얼마나 숙성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정도 크기(약 1.8~2kg)면 길어야 3~6시간 정도 숙성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긴 시간 숙성한 것이 아니므로 식감은 활어회와 엇비슷하나, 숙성을 거쳐야만 나오는 감칠맛이 씹을수록 배어 나와 회가 맛있게 느껴집니다. 젓가락으로 들어보면 탱글탱글한 탄력과 조직감이 느껴지고, 탈수가 잘 된 표면은 혀로 받아들일 때 기분 좋은 느낌을 줍니다.
씹어보면 자잘한 섬유질이 저항에 받치면서 꼬득한 식감을 주고 갈기갈기 찢어진 살이 침과 함께 섞여 목구멍으로 넘어갈 즈음에는 진한 여운이 혓바닥에 붙으면서 젓가락질을 재촉합니다. 마치 활어회같은 숙성회 맛이랄까요. 진한 감칠맛의 여운과 쫄깃한 식감이 함께 공존하기 어려운 생선회 불변의 진리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이 집은 오랜 경험을 통해 올바른 선처리와 적정 숙성시간을 찾아낸 것입니다.
광어회를 접하면서 의외로 이 부위를 홀대하는 경우를 봅니다만, 아마도 이 부위(광어 지느러미)가 가진 맛을 몰라서겠지요.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도 아닌데 특별히 초고추장 서비스를 해준 것인지 다소 의아합니다. 맛도 우리네 초고추장과 똑같습니다.
제 앞접시는 늘 이런 상태입니다. 절대로 간장과 고추냉이를 섞지 않습니다. 취향의 차이를 떠나 대부분 사람은 따로 먹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이 둘을 섞곤 합니다. 주변에서 그렇게 하니 따라 하는 것도 있지만, 따로 먹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인 점도 있습니다. 생선회에서 고추냉이의 역할은 미각적인 자극성에 두기도 하지만, 살균 효과도 있습니다. 미각의 자극으로는 고추냉이 특유의 톡 쏘는 향인데 그것이 간장에 섞이는 순간 살균 효과와 함께 희석되기 때문에 적어도 좋은 고추냉이를 드실 때는 따로 드시길 권합니다.
맥주는 아사히 생맥(병). 일본 맥주는 개인 취향과 거리가 멀지만, 목마를 때 시원하게 한 잔 마시기에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어서 나온 것은 통문어 숙회. 크기로 보아 600~800g 정도 되는 작은문어를 삶은 것으로 보입니다.
문어는 손님이 직접 잘라먹는데 집게도 안 주고, 저 뜨거운 문어를 손으로 잡고 자르려니 애 좀 먹었습니다. 맛을 보는데 문어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하는 일행의 눈들이 차례대로 번쩍 뜨이고. 저 역시 얼마 전 포항에서 공수한 1kg짜리 활 문어를 삶아 먹었던 기억으로 비교해 보는데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 집 문어가 훨씬 맛있군요.
두툼이 썰어도 질기지 않은 야들야들함도 좋지만, 이렇게 즙이 풍부한 문어는 정말 오랜만에 맛봅니다.
이어서 나온 것은 대합조개와 소라(뿔소라)찜. 개인당 한 접시씩 서빙됩니다.
서대 조림으로 보이는데 정확한 어류 명칭이 궁금해 물어보자 사실 그것을 정확히 알 리 없는 주방 아주머니로부터 '스타베라메'란 답변을 받았습니다. 스타베라메는 서대를 총칭하는 일어 명입니다. 결국, 일본 어류도감을 찾아낸 결과로는 지느러미가 까만색을 띤 서대과 어류로 '히레구로겐코(ヒレグロゲンコ)'. 직역하자면, '검은 지느러미 서대' 정도가 되겠군요. 살점이 생각보다 무르지 않았고, 고소한 지방의 풍미도 느껴지는 서대 조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어획되지 않는 서대과 어류인데 이 지역에서는 지금이 제철인가 봅니다.
커다란 접시에는 여러 채소와 새우 따위를 섞어서 튀겨낸 카키아게(かきあげ)가 나옵니다. 1인당 한 개씩인데 이렇게 봐선 크기가 가늠이 안 돼
개인 접시에 옮겨봅니다. 상당한 크기인데 갓 튀겨내 뜨거운 상태라 맛이 없을 수 없겠지요. 새우가 제법 실하게 들어갑니다.
밥과 장국이 나옵니다. 우리네 횟집처럼 탕으로 마무리하지는 않네요. 맑은탕(지리)이라도 나오면 좀 더 좋을 뻔했습니다. 밥에 대해서 말을 안 할 수가 없는데 일본은 어딜 가도 밥맛이 상향 평준화입니다. 햅쌀의 사용도 그렇지만, 우리처럼 공기에 미리 퍼담아 뚜껑을 덮어놓는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식당 규모가 크든 작든, 자기 지역의 쌀 품종과 밥맛에 자부심이 있어 우리네처럼 뚜껑을 닫고 습기가 차서 밥이 눅눅해지지 않는 것입니다.
천편일률적인 공깃밥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밥을 푸며, 밥그릇에도 신경 씁니다. 다른 건 몰라도 밥만큼은 배울 점이 많습니다.
찬은 단무지 하나라 심심합니다. 별 생각 없이 맛만 보고 치우려 했는데 그만 서너 번 리필하고 말았습니다. 오독오독 씹히는 무 식감에 시소 향이 은은히 나는 이 단무지는 이제껏 먹어본 단무지 중 최고였습니다. 고작 단무지일 뿐인데도 계속해서 젓가락질이 가면서 기분은 왜 그리 무겁고 우울한지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단무지 하나로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도 더 먹고 싶어져야 하는 걸까요? 우리네 식당 단무지와 차이가 나도 이렇게 날 수 있음에 조금 화가 납니다.
마무리는 우뭇가사리로 보이는데 특별한 맛은 없습니다. 전에 시장에서 사 먹었던 우뭇가사리와는 달리 비린 맛이 없었다는 정도.
다 먹고 내려오자 줄은 전보다 더 늘어나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곳에서 맛 본 음식의 가격은 이곳 히마카지마 여행의 단체 투어비에 포함된 사항이라 정확히 모릅니다. 제가 이용한 투어비가 1인 7만원인 점을 고려했을 때, 교통료(선박 왕복), 버스 대절, 여행사 이윤을 고려해 아마도 1인 4,000엔 정도가 아닐까 추정할 뿐입니다.
식당을 나오자 두 시간 정도 자유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남은 시간은 이곳의 명물인 빙수를 맛보고, 마을 골목을 돌아다니고, 해변가를 산책하는 시간으로 보낸 뒤 나고야 시로 향합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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