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칸에서 2박 3일. 그리고 문어의 섬 히마카지마에서 반나절 투어를 하고 나온 우리는 곧장 나고야시로 향했습니다. 예약해 둔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서자 오후 4시. 섬 하나 다녀왔을 뿐인데 갑자기 피로가 몰려옵니다. 아무래도 섬에서 주어진 두 시간의 자유 시간에서 체력 소모가 컸나 봅니다. 다른 분들은 그늘이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우리는 그 불볕더위에 얘를 안고 마을과 해변 등 곳곳을 돌아다녔으니 지칠 만도 하겠지요. 

 

제가 A형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여행지에서 계획 없이 우왕좌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분명 휴양지였더라면, 몸과 마음이 가는 데로 했겠지만, 이곳은 복잡한 도시죠. 몇 개의 지하철 노선이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남은 짧은 시간 동안 어디를 어떻게 둘러봐야 하는지 동선을 짜지 않으면 의미 없는 시간만 허비할 것 같아 나름대로 준비한 일정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일정도 22개월 된 딸내미와 함께라 행동의 제약이 있고요. 그런데 폭신한 호텔 침대에 등을 대고 있으니 상체를 일으키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 가까이 쉬고 나서야 움직일 수 있었는데, 우선은 생각해둔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그 전에 오스시장부터 둘러보기로 합니다.

 

 

나고야 간코 호텔

 

우리가 묶은 숙소는 나고야 시내 중심가에 있는 간코 호텔. 여기서 '간코'는 관광이란 뜻. 다시 말해, 나고야 관광호텔이란 뜻이니 이름 한번 멋없죠. 

 

 

창가 커튼을 젖히면 이런 풍경입니다. 료칸에서 본 바닷가 풍경과 너무 대조되는 삭막한 회색 도시 느낌. 왼쪽에는 한창 빌딩을 올리고 있고, 오른쪽에는 힐튼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좀 전에 대절 버스를 함께 타고온 분 중 일부 팀은 5성급인 힐튼 앞에서 내리고, 일부는 우리처럼 4성급인 관광호텔에 내리면서 뭔가 묘한 기분이 든 것은 왜일까요. 단지 별 하나 차이일 뿐인데 여기서도 약간의 계층 차이가 느껴지는구나 싶습니다. ㅎㅎ   

 

사실 관광호텔에서 7~8만원을 더 주면 힐튼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습니다만, 커다란 차이가 아니라면 그 돈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 편이 낫지 않을까?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저의 가치 판단은 그렇습니다. ^^

 

 

호텔에서 쉬는 동안 눈에 띈 캡슐 커피. 물론, 무료 이용입니다. 캡슐 커피는 이날 처음 접했습니다. 사람들은 캡슐 커피가 맛이 좋다고 하던데요. 것도 캡슐 커피 나름인지 혹은 평소 핸드드립 커피에 입맛이 길들어서인지 맛과 향에서는 썩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어쩌면 너무 스폐셜한 원두로만 내려 먹어 버릇하니 입만 고급이 된 것인지도요.

 

 

히마카지마에서 팔던 과자입니다. 옆 일행이 새우 맛 과자라며 한 봉지 사다줬는데 처음에는 허여멀그레한 비주얼에 눈이 가질 않다가

 

 

하나 꺼내보니 진짜 새우가 붙어 있네요. 맛을 보는데 새우의 향과 맛이 오롯이. 거기에 짭잘하기까지 해 잘못했다간 이걸로 배 채울 뻔.

 

 

이제 호텔 밖으로 나갑니다. 이곳의 지리와 교통을 모르면 황량하고 낯선 도시에 내던져진 노숙자 신세와 다르지 않아요. 그래서 자유 여행에는 그곳에 대한 약간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 공부가 귀찮고 싫으신 분들은 패키지여행을 하면 되겠고, 저 처럼 즐거우면 자유 여행을 하면

되겠지요. 호텔 근처에 파란선의 지하철역이 있습니다. 이제부터 이것을 타고 오스시장이 있는 오스카논 역으로 갑니다.

 

 

지하철 패스를 끊을까 하다가

 

 

'도이치에코킷뿌'라는 일일 승차권을 구매했습니다. 우리가 이날 저녁에 지하철을 타는 횟수를 계산해보니 총 4회. 1회당 200엔이니 1인당 800엔이 듭니다. 그런데 일일 승차권의 가격은 600엔. 단순한 셈으로 뭐가 이득인지 답이 나옵니다. 단지, 일일 무제한 승차권을 조금밖에 사용하지 못한 것은 아쉽습니다. 우린 지하철이 끊기도록 밤새 돌아다닐 계획은 없으니까요. ^^;

 

 

오스카논 역을 나와 출구로 나와서 찍어본 계단입니다. 중간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반절까지 올라왔는데 이왕 에스컬레이터를 올릴 거면 끝까지 올리지, 뭔가 어정쩡한 느낌의 출구 풍경에 웃음이 나옵니다. 그리고 역사의 출구를 보면, 계단이 너무 많고 높아요. 근처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지팡이 짚고 다니는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런 건 우리나라가 더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오스카논 신사

 

역을 나와 조금 걸으니 커다란 신사가 보입니다. 야스쿠니 신사 같은 그런 신사 말고, 여러 신을 믿는 일본의 풍습상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신사를 볼 수 있습니다.

 

 

저렇게 두 손을 모으곤 가족의 건강이라든지 개인적인 소원을 비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선 앞에 놓인 커다란 댕기 줄을 잡아당겨 종을 울리고 퇴장하는 모습입니다.

 

 

딸은 비둘기 구경 삼매경입니다.   

 

 

일본어를 잘 모르니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대충 읽어보아 50엔에 뭐를 이용할 수 있는데 사용 후에는 반드시 문을 닫아달라는 정도. 이건 신사와 관련된 것 같은데 말이죠.

 

 

동전을 사서 여기로 던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이런 간판과 식당 풍경을 보니 배가고파옵니다.

 

 

오스시장 입구로 들어가 봅니다. 오스시장은 눈에 띌 만한 관광지가 없는(?) 나고야 여행에서 활력을 불어다 줄 명소. 사실 나고야 여행지가 일본의 다른 여행지보다 심심한 편입니다. 볼 것이라고는 겨울에 화려한 루미나리에가 있는 나바나노사토, 봄에는 벚꽃 축제, 그리고 나고야 성, 나머지는 미식 여행 정도. 그 와중에 오스시장이라는 아케이드 지붕이 처진 시장은 우중에도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한 번쯤 다녀가 볼 만합니다. 입구로 들어서면 곧장 2km까지 이어진 제법 규모가 큰 시장입니다. 시장의 끝에는 지하철 역이 있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때도 편리하죠. 

 

 

오스시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길거리 음식. 그중에서도 이 집은 타이야끼(도미빵)과 당고가 맛있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여기는 팝콘 치킨으로 유명한 '킨노토리카라'. 평소엔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던데 식사 전에 배부르면 안 되기에 참을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여기도 가라아게(닭튀김) 전문점인데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군요. 궁금해서 혼나는 줄 알았음. ^^

 

 

역시 일본은 자판기 천국. 저는 담배를 끊은 지 이제 십 년이 넘어 이런 걸 봐도 별 감흥은 없지만, 담배 자판기 자체는 조금 신기하긴 합니다. 당연히 성인 인증 정도는 하고 팔겠지요?

 

 

갈증이 나서 포카리스웨트 같은 이온음료를 뽑았습니다. 그것을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딸. 너무 맛있어서 혼이 빠져나가는 중. ㅎㅎ

 

 

여긴 엘리스를 컨셉으로 하는 액세서리 가게. 난장이족이 이용할 것 같은 입구가 특이하긴 합니다. 문을 열고 허리를 숙여 들어간 다음에는 내부가 너무 좁고 사람들로 북적대 촬영할 엄두가 안 나지만, 여성 분들은 반드시 좋아할 만한 아이템이 많아요.

 

 

오스시장, 일본 나고야

 

 

여기서부터는 의류 및 각종 잡화 매장이 이어집니다.

 

 

도대체 이런 옷은 누가 언제 입는 것인지. 혹시 입혀지는 것은 아닌지..

 

 

옷가게를 둘러보면, 여긴 완전히 다른 세상 같은. 옷 스타일 하며, 생각 자체가 우리와 다른 듯

 

 

양말도 평범함을 거부하는.. 세상 모든 패키지 디자인을 양말에 바른 느낌입니다. 쯔리겐은 이런 양말 안 만드나. ㅎㅎ

 

 

젊은 애들이 신는 발가락 양말인가요. 왼쪽에 생와사비 양말. 가운데는 낫토인가요. 유난히 먹는 것으로 치장된 양말들 ㅎㅎ

 

 

이젠 슬슬 배도 고프니 빨리 오스시장을 벗어나 당초 점찍어 둔 식당으로 가려는데 중간중간 이런 간판들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이런 곳에서 초밥도 먹어봐야 하는데 끼니는 한정되어 있고.

 

 

떡집.

 

 

날도 선선하니 노천에서 식사하는 분위기도 괜찮을 듯.

 

 

카라아게(닭튀김), 돈까스 정식 등을 파는 나고미도리. 여기도 먹을 만하다고 들었습니다.

 

 

하나같이 궁금하게 만드는 식당 간판과 조명들

 

 

여긴 지하철역 안 식당인데 입구가 재밌군요.

 

 

지하철에 붙여진 이곳에서는 흔한 벽보. 오른쪽 미연시 만화 같은 벽보는 17세부터 헌혈을 시작하자는 뜻인지.

 

 

마쓰자카야 백화점 남관 10층, 호라이켄의 대기 줄 풍경

 

오스시장 끝 지하철에서 한 정거장을 이동하면, 야바초역이 나오는데 마쓰자카야 백화점으로 연결됩니다. 이곳 10층에는 유명 식당들이 입점해 있는데 대표적으로 130년 전통의 장어 덮밥집인 호라이켄이 있습니다. 마침 저녁 시간이라 줄이 엄청난데 이곳은 내일 나고야를 떠나기 전에 들리기로 하고요.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야바톤으로 들어갑니다. 나고야에서 한 번쯤 맛봐야 한다는 미소 돈까스. 돼지고기에서 우려낸 육수와 숙성한 콩 미소를 함께 푹 끓여 낸 특제 미소양념장이 뜨거운 철판 위에 부어집니다. 아내는 이곳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철판 미소가츠를 주문.

 

 

저는 이곳의 시그니춰 메뉴인 와라지 돈카츠를 반반으로 선택. 음식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조만간 따로 하겠습니다.

 

 

나고야의 중심 사카에

 

다시 지하철로 한 정거장을 이동해 나고야의 중심지인 사카에로 왔습니다. 여기서 호텔까지 지하철로 또다시 한 정거장. 600엔 짜리 일일 승차권으로 계속되는 한 정거장 투어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 딸이 있어 걷기에도 애매한 거리를 지하철로 한 정거장씩 이동하니 은근 체력이 부칩니다. (이곳 지하철의 출구 계단은 정말..ㅠㅠ)

 

 

나고야의 명물, 사카에 스카이보트

 

다음 편은 우리의 명동과 비슷한 나고야의 사카에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 코스를 쭉 훑어볼 생각입니다. 우선 대관람차인 사카에 스카이보트로 나고야의 야경을 감상하다가, 도보로 이동해 닭날개 튀김으로 유명한 세카이노타바사키에서 튀김을 포장하고, 오아시스21로 이동해 옥상 정원에서 놀고 난 다음, 호텔로 들어가면 아주 스무스하고 무난한 동선인데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차질이 생겨버립니다. ^^; (다음 편 계속)

 

<<더보기>>

나고야 료칸 여행(1), 어린 딸과 함께한 전통 료칸 여행(프롤로그)

나고야 료칸 여행(2), 처음 간 일본 료칸은 이런 느낌

나고야 료칸 여행(3), 분위기로 압도하는 가족 온천탕

나고야 료칸 여행(4), 서서 먹는 료칸의 특이한 저녁 식사

나고야 료칸 여행(5), 료칸의 정갈한 아침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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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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