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료칸 여행(2), 처음 간 일본 료칸은 이런 느낌


 

 

 

여름 휴가란 것을 언제 가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그것도 낚시 말고 마음 편히 쉬다 올 수 있는 여행을 말입니다. 3박 4일의 꿈 같은 여행을 목전에 두고 우리 부부는 느지막이 잠이 들었습니다. 알람에 깨어난 시간은 새벽 4시 30분. 곤히 잠든 딸내미를 업고 집을 나섭니다. 공항버스를 타고 오랜만에 찾아간 인천 국제공항.

 

생후 24개월, 그러니까 만 2세까지는 항공 운임이 무료입니다. 조만간 그리스나 지중해 섬 여행도 계획하고 있는데 딸의 항공 운임을 아끼기 위해  두돌이 되기 전에 다녀와야 할지 어떤지를 고민 중입니다.(이걸로 70~80만원이 절감되기는 한데 차라리 두돌 넘기고 한 좌석 차지하는 편이 우리도 딸에게도 나을 수 있겠고) 어쨌든 생후 22개월 된 딸과 함께 떠나는 첫 해외여행은 기대 반, 설렘 반, 그리고 염려 반입니다.

 

 

어린 자녀를 동반할 때의 좌석 지정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항공사를 이용할 때 충분히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인터넷이든 어디든 비행기 표를 구매한 다음,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좌석을 미리 지정할 수 있는데 이렇게 만 2세 미만의 어린 자녀와 함께 가는 것이라면, 상담원과의 전화 통화로만 좌석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비상구는 안 되고, 대부분 맨 앞이나 뒤쪽에 배치되는데 이왕이면 아이를 위해 창가 좌석을 선택하되 엔진과 날개로 인해 소음에 시달리거나 조망권(?)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맨 앞이나 맨 뒤쪽을 권합니다.

 

저는 뒤쪽으로 좌석을 지정했다가 당일 티케팅시 직원 재량으로 레그룸이 넉넉한 앞 좌석에 앉았습니다. 그 차이를 위 사진에서 실감할 수 있고요. 바로 앞 비지니스 좌석보다도 더 넓군요. 인천 일본 구간이라서 그런지 비지니스 승객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게 2세 미만의 아이가 있으면, 요람 서비스를 받을 수 넓은 자리로 배정해주니 이점을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요람과 아이를 위한 식사는 출발 하루 전, 각 항공사의 서비스 상담을 통해 신청하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전에 신청한 아이용 식사

 

유아용 기내식에 관해 의외로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언급할까 합니다. 어린 자녀를 대동할 때는 아이를 위한 식사를 사전에 주문할 수 있습니다. 인천 일본 구간 등의 단거리 노선은 샌드위치 정도만이 제공되고 저비용 항공사의 경우 제공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장거리 노선은 제법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기선 샌드위치와 여러 간식이 나왔는데 정작 딸내미는 이륙 직후부터 곤히 잠들어버려 제 뱃살만 늘어나게 되었군요. ^^;

 

 

이건 일반 승객을 위한 식사인데 핫도그가 따듯하게 데워져 나옵니다. 

 

 

핫도그의 생명인 소시지에 제법 신경 쓴 제품입니다. 일본 여행이라곤 오사카와 나고야가 전부였지만, 지금까지 먹은 단거리 노선 중 가장 만족스러운 기내식이었습니다.

 

 

나고야 주부 국제공항에서

 

총 비행시간은 1시간 50분 정도. 나고야시에서 한 시간 거리에 떨어진 주부 국제공항입니다. 바다 위 섬에 공항을 건설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때문에 착륙할 때 수면 위로 스치는 듯한 스릴이 있습니다. 바지 색은 어쩌다 보니 트렁크와 깔맞춤이 돼버렸네요. 최근에 흰머리가 많이 나서 탈색과 염색을 좀 했는데 덕분에 젊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ㅎㅎ

 

 

마중 나온 셔틀버스를 타고 료칸까지 40분 정도 달려야 합니다. 다들 피곤한 모습이네요. 특히, 새벽에 일어나 다짜고짜 비행기를 타게 된 딸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겁니다. 물론, 보름 전부터 비행기 탄다고 예고했고 관련 동영상도 많이 보여줬기에 이륙할 때 감탄사를 연발하던 딸이었지만, 지금은 그 모습이 온데간데없고 좀 피곤해 보입니다.

 

 

슈쿠카이후에 도착

 

우리 가족이 2박 3일간 묵게 될 료칸입니다. 일본의 전통 가옥을 생각하고 왔는데 웬 8층짜리 빌딩과 맞닥트리니 어벙벙하군요. 전통의 느낌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그런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바뀝니다.

 

 

포토존인가요? 여기에 앉아 사진 찍으면 사진발 잘 받는다던데 그건 100% 거짓말이었습니다. 조명 효과 때문인지 허벅지와 다리가 엄청나게 굵게 나와 흡사 사진 왜곡 어플로 조작한 느낌마저 듭니다. 그래서 차마 올리진 못하겠고요. 체크인을 하고 기모노를 입은 직원을 따라갑니다.  

 

 

 

 

1층 로비는 전통적인 느낌을 살린 다양한 인테리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곳은 꼭 집 안에 집이 있는 느낌.

 

 

들어와 보니 적절히 배치된 깨알같이 기념품 샵이랄까. 료칸도 관광 상품이라 역시 이런 게 빠질 순 없을 듯 ㅎㅎ

 

 

대략 이런 것을 구비해 놓았습니다.

 

 

나갈 때 선물용으로 사 가라는 거겠죠.

 

 

처음엔 저리 들어갔다가 식당 주방이 나오면 어쩌나 싶었는데 가보니 화장실이고

 

 

1층 식당으로 안내받자 점심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새우와 채소를 함께 튀겨 밥에 올려냈는데 작은 새우를 튀겨낸 가끼아게동과 유사한 형태입니다. 한입 깨무는데 읔...

 

 

정말 맛있군요...

 

미리 세팅된 돈카츠는 식을 대로 식어서 온기가 없었다는 점이 아쉽지만, 식어도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는 안 나는군요. 근데 한 사람당 세 점만 주어지니 감질맛 납니다.

 

 

딸내미가 들고 마시다시피 한 된장국. 이곳 주변에서 난 뱅어(시라스)가 들어갑니다. 나중에 따로 글을 올리겠지만, 이곳은 파스타부터 된장국까지 뱅어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점심을 먹은 뒤 방을 배정받았습니다. 우리가 묵을 곳은 3층의 어느 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미로 같은 방 구조가 반깁니다. 왼쪽과 가운데 오른쪽으로 나뉘는데


 

 

왼쪽은 화장대를 겸한 세면대가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화장실이 나옵니다. 이곳은 곳곳이 온천탕이라 당연히 샤워실은 없고요.

 

 

가운데는 좁은 드레스룸입니다. 귀중품을 넣어두는 금고가 있고, 갈아입을 가운처럼 생긴 옷이 있습니다. 이것을 보통 유카타라 부르는데 야외활동에 적합한 유카타보다는 파자마에 가깝습니다. 이곳 료칸 문화는 파자마 같은 유카타를 입고 건물 내부 어디든 돌아다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잠옷 같은 옷을 두르고 돌아다니는 것이 다소 어색하지만, 이곳 문화가 그러하다니 거기에 맞춰보도록 하죠 뭐. ㅎㅎ

 

 

오른쪽 공간으로 들어서자 제법 넓은 방이 하나 나옵니다. 오른쪽에 이불장이 있길래 처음에는 여기서 이불 깔고 자는가 싶더니만 아니랍니다. 그럼 여기는 뭐하는 공간인가 궁금하다가 정면에 보이는 미닫이문을 여는데.

 

 

다시 넓은 방이 나옵니다. 양옆의 공간 배치가 꽤 복잡해 보이죠.

 

 

이제야 기운을 차린 딸은 전화 놀이를 시작하고

 

 

근처에는 무드 등도 보이고

 

 

옆에 방이 하나 더 있는데 이곳은 TV를 볼 수 있는 공간이고

 

 

또다시 세면대가 나와 어리둥절했는데 세면대라기보다는 가볍게 손 씻는 정도. 그 아래는 냉장고가 있고.

 

 

방 안에 있는 여러 시설물을 차근차근 살펴봅니다. 옆에 미니 밥통처럼 생긴 것은 커피포트로 보이고.

 

 

여기는 각종 차 재료들이 들어 있습니다.

 

 

냉장고에는 맥주와 음료가 들어있습니다.(유료)

 

 

그나저나 이 넓은 회의실 같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다시 드레스룸으로 가서 그 잠옷 같은 유카타로 갈아입는데 그 옆에 이상하게 생긴 양말이 있어 신어봤더니 으아 이건 좀..;;

다시 넓은 응접실 같은 곳으로 와서 테이블 의자에 앉아보다가 정면에 보이는 미닫이문을 응시. 아까부터 그쪽에서 들어오는 밝은 빛줄기가 궁금하여 열어보는데

 

 

바로 앞에 바다가 있을 줄이야. 나는 단지 동생이 예약한 것만 믿고 왔기에 이곳 료칸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생각해보니 이곳 주변은 전부 바다였지 참.

 

 

발코니로 나서자 이상하게 여행보다는 낚시가 하고 싶어지는 풍경. (물론, 지형 조건으로 보아 낚시는 불가 ㅎㅎ) 지도상으로 나고야를 찾아보면 굉장히 큰 만의 안쪽인데도 이렇게 테트라포드를 높게 쌓은 것으로 보아 쓰나미를 대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면에 보이는 만을 통과해 밖으로 나가면 곧장 남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망망대해이니 충분히 그럴 만합니다. 보시다시피 이때는 간조로 보이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저 아래로 내려가 볼까 합니다.

 

 

오른쪽은 해안가를 낀 리조트가 보입니다.

 

 

저녁때까지 시간이 넉넉해 옷을 갈아입고 해안가로 나가봅니다.

 

 

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서 주변에 해수욕장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뭐 이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어차피 해수욕을 할 것도 아니고.

 

 

계단 따라 내려가 좀 더 가까이서 바다를 구경합니다. 예전에도 딸과 함께 바다를 찾은 적이 있었지만, 맨정신으로 바다를 접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출렁이는 파도가 신기한지 연신 "우와~ 와다다(바다다)."를 외치는 딸. 낚시를 하고 싶지는 않으냐고요? 같은 바다지만, 환경이 다르니 전혀 그런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만약, 주변에 수심 깊은 갯바위가 보인다면 몰라도. ^^ 

 

 

다시 료칸으로 돌아와서 건물 내 시설물을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마침 가족탕이 있다길래 가보려다 다른 팀이 사용 중이라 어째 남녀혼탕까지 와버렸습니다. 정면에 보이는 건 남성 탈의실인데 비록, 혼탕이라곤 해도 탈의실은 남녀 구분되어 있고요. 나고야 료칸 여행 시리즈를 쓰면서 조만간 남녀 혼탕 문화도 한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저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춰섰습니다. 한 번쯤 둘러보고 여력이 되면 목욕도 하고 싶지만,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 혼탕이라고 해서 남녀가 옷을 다 벗고 함께 목욕하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겠지만 말입니다. 다음 편은 프라이빗 가족 온천욕과 료칸에서의 첫 저녁 만찬으로 이어집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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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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