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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낚시와 더불어 주요 취미로 자리잡은 여행사진 촬영. 불과 2년전엔 친구가 권유해도 관심밖이였던 사진이였는데 이젠 사진이 없으면 생활과 블로깅이 안될 정도로 저에겐 중요한 표현수단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 표현이란게 아직은 어설프지만요 ^^;
하지만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낚시와 여행을 통한 사진촬영에서 제 나름대로 인생의 쓴맛, 단맛을 느끼며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이날은 세부를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길거리 사람들의 표정을 담아봤습니다.
#. [세부자유여행] 여행사진을 찍으며 인생을 배우다. 철없던 내 마음을 찡하게 했던 한장의 사진
저는 아직 세부를 다녀온 이후 "여행기"를 쓴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깐 예전엔 1일차에 뭐 했고, 2일차 뭐 했고 이런식으로 꼭 시간순으로 "여행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이미지 하나에 글 한줄씩 넣어도 좋고 방문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여행지 정보를 상세하게 넣어주는것도 좋습니다.
그것은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할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 세부를 방문하면서 제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던건 비슷한 테마끼리 묶거나 단편적이긴 하나 여행을 통해 느꼈던 점들을 여행사진을 통해 나름대로 스토리를 풀어나가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꼭 시간순으로 이어지는 여행기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열심히 찍었던 사진들을 쭉~ 살펴보며 거기서 특이점을 찾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며, 스토리텔링을 할만한 요소를 찾는다면 굳이 여행기 방식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만족스런 시리즈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이미 세부여행에 대한 정보들은 인터넷에 넘쳐나니깐요. ^^
저는 이번 세부여행의 관광포인트를 현지인과 거리의 풍경에 맞췄습니다. 물론 주요 관광포인트도 갔었고 투어도 체험했지만요. 실은 이번 세부방문의 하이라이트는 초콜렛힐과 안경원숭이가 있는 "보홀섬"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약이 된 줄만 알았던 보홀섬 투어가 배편이 없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취소가 되면서 3일차는 그야말로 공중부양을 하며 붕 뜬 스케쥴이 되버렸습니다.
"오늘 뭐라도 해야하는데"
저의 강박관념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이성을 잃기 시작했지요. 결국 3일차 보홀섬 투어가 취소되자 상심한 끝에 내린 결론은
"묻지마 트래킹"
그리고 카메라에 담았던 것은 마을을 쏘다니고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찍었던..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기엔 부족한 사진들이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현지 사람들의 표정이 촬영당시의 제 마음을 대변해주는듯 하였습니다.
세부막탄의 어느 재래시장에서
트라이시클을 끄는 현지인
세부막탄 재래시장의 어느 정육점
손을 흔들어도 눈을 마주치려고 해도 초점없이 저렇게 누워만 있던 상인
어느 마을의 옷 수선집
공사현장
어느 상인의 무료해 보이는듯한 표정
전통무용을 연습중인 필리핀의 여고생
세부막탄의 저소득층 마을에서
사실 저는 전날 저녁 택시를 타고 리조트로 돌아오면서 길거리의 풍경에 매료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마을사람들로 북적이는 장터, 그리고 활기찬 거리풍경하며 아이들이 거리로 나와 뛰어놀고 여러 상점들은 이때부터 간판에 불을 켜고 장사를 하는데 그 모습들이 마치 우리나라의 60~70년대를 연상케하지만 그 시대를 살아본적이 없는 제 눈엔 그저 다른 문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인 것입니다. 그런 모습들이 너무 좋아 시간만 된다면 당장이라도 내려서 촬영을 하고 싶었을 정도니깐요. 하지만 몸은 피곤했고 옆엔 아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날 터졌습니다. 마지막날 이미 예약이 되어 있을 줄 알았던 보홀섬 투어가 배편이 매진되어 갈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순간 상심에 휩싸였습니다. 상심에 휩싸인 저는 마지막날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빈둥거리며 숙소에 있었습니다. 체크아웃 시간까지 연장해가며 오후 1시까지 그야말로 리조트에서 꼼짝달싹 할 수 없었던 것이였습니다.
여행 준비의 부족을 뼈져리게 실감하며 오늘 뭐라도 해야할텐데란 생각만 가졌었고 마치 뭐라도 홀린것 마냥 30도가 넘나드는 뙈약볕 아래 3시간 동안 워킹 촬영을 강행하였습니다. 그것은 마치 먹이를 찾아 해매는 하이애나마냥 포스팅꺼리를 찾아 싸돌아다니는 방랑자의 모습이였습니다.
막탄 슈라임에서
그런 저는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었으니.. 강렬한 햇빛이 내려쬐는 대낮부터 현지 마을을 걸어다니고 있었는데 전날 저녁, 택시에서 바라본 활기찬 거리풍경은 온데간데 없고 텅텅 빈 거리만이 있었습니다. 가끔 어쩌다 지나가는 행인과 인사를 나누고 그늘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들이 있었을 뿐 제가 원하는 그림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현지인의 삶을 담아보고 싶은 욕심에 포스팅꺼리를 쫓아 마을로 나온 제 계획은 어설픈 욕심에 산산조각 나는 순간입니다.
생각해보니 이곳 세부막탄의 현지인들은 한낮엔 너무 뜨거워 밖에 잘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촬영이 마무리되어가는 오후 5시가 되니 그제서야 스믈스믈 거리로 나오며 노점상이 문을 여는등 활기를 띄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와 아내는 이미 지쳐있었고 이제 곧 공항으로 가야 합니다.
막상 좋은 그림을 담아보겠다고 3시간 동안 발벗고 나서봤으나 딱히 원하는 그림을 찍어오는덴 실패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제 옆엔 묵묵히 말 없이 걸어주던 아내가 있었습니다. 30도가 넘는 그늘도 없는 뙤약볕에서 3시간 동안 함께 걸어주며 불평불만 하나 없었던것을 이제서야 알아차립니다. 가방에서 렌즈를 꺼내 바꿔 껴주면서 말입니다. 순간 아내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날 저는 깨닭았습니다.
"이건 여행이 아니다"라고
소재꺼리를 찾는게 우선인가? 여행이 우선인가?
저는 이번 세부여행이 전자에 해당되었던거 같습니다. 뭔가 강박관념에 시달리면서 마치 특종이라도 잡아야 하는 심정으로 말입니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습니다. 마지막 날 보홀섬 투어 취소로 인해 저는 현지인의 마을로 나왔고 아내는 옆에서 고생만 했습니다.
해안가의 어느 빈민촌
여행은 포스팅이 아닌 여행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이번 세부여행에서 느낀 점이라면 맨 처음 거창하게 말했던 것처럼 찍어온 사진들로 스토리텔링을 하는것도 좋고 또 내가 어떤것을 찍길 원해 그것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는것도 좋지만 여행이란 여행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아프지 말고 힘들지 말아야 하며 무엇보다 신나게 놀고 편히 쉴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고 포스팅꺼리는 그렇게 놀다 온 다음에 따라오는 추억이 되어야 함을 말입니다. 포스팅꺼리를 쫓아 사방팔방 해매고 다니며 고생을 해봤자 남은건 고생한 흔적 뿐이라는 것을.. 어차피 우리땅이 아닌 외국땅이기에.. 내가 아무리 여행준비를 철저히 하더라도 현지인이 아닌 한 생각했던것관 또 다를 수 있기에.. 내가 무언가를 찾아 억지로 떠나는것 보단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만 충실해도 충분한 여행이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여행할 당시엔 몰랐지만 이렇게 사진들을 정리하며 그때의 심정을 되새기니 여행사진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다신 이런 시행착오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해봅니다. 그리고..
저는 몇 일간의 고민끝에 이 사진을 올려봅니다. 그간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른채 이 사진 하나 가지고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해보려고 했던 제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사실 이 사진이 주는 의미가 뭔지 저는 모릅니다. 이 사진을 보면서 스스로 한심했다 생각이 드는건 "아무 생각없이 찍은 막샷"이기 때문입니다. 찍을 당시 나무아래 사람이 있었다는건 알았지만 이러한 모습인지는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말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는데 제 눈에 보인 저 사진속 모습은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입니다. 그것은 배경이 되는 장소가 주는 느낌 때문일지도 모르나 주체가 되는 두분에게서 슬픈 사연임이 느껴집니다. 계속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찡해져옵니다. 강박관념에 휩싸여 눌러댔던 사진속에서 자신에 대한 슬픈 자화상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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