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겪은 황당한 에피소드


    여행을 다니다보면 예기치 못한 에피소드들 한두가지씩 있을거예요. 시간이 지나게 되면 추억이겠지만 그 당시엔 참 난감했던 에피소드들.. 오늘은 세부에서 겪었던 황당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 에피소드 #1
    이번 세부여행은 "준비를 가장 소홀히 했던" 여행으로 남을거 같은데요. ㅠㅠ 참 웃긴게.. 언어도 안되면서 무슨 깡으로 자유여행을 선택했는지 모르겠다는... ㅎㅎ 근데 그렇게 다녔던 네번의 해외여행이 모두 자유여행이였는데.. 이쯤되니 패키지 여행의 추억이 없는 울 부부.. ㅠㅠ   한번쯤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편안하게 다니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첫 날부터 출발이 삐거덕 했는데요. 그러니깐 리조트에서 처음으로 여행길을 나선 순간부터 당황스러운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로비에서 콜택시를 불러 막탄에서 세부로 이동중이였어요. 세부로 가는 다리를 건너 도심지로 진입을 하자마자 갑자기 택시가 퍼져버린 거예요. 그것도 도로 한복판에서 퍼지는 바람에 뒤에선 차들이 빵빵대는 상황.. 기사 아저씨가 내리더니 그대로 차를 밀어 도로 가장자리로 이동시켰구요.

    살짝 당황한 기사 아저씨는 본네트를 열어 속을 살펴보고 있었는데요. 한가지 놀라웠던 사실은 고장난 차량이 보이자 누가 뭐랄것도 없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와서 차를 고치는데 다들 협조적이더라구요. 첨엔 기사 아저씨와 아는 사인가 싶을 정도였는데 그건 아닌거 같았구요. 날이 무진장 더워 차가 퍼진건지 모르지만 계속해서 시동이 안걸리는 상황입니다.



    그런 와중에 제 앞에서 몸매 자랑하시는 아저씨..



    마침 근처엔 포장마차가 있어 물을 구할 수 있었는데 냉각수가 떨어진건지 물을 붓기 시작했고 그래도 시동이 걸리질 않자 근처에 있던 아저씨들이 "이 택시는 힘들다" 라고 말하는거 같았어요. 그리곤 다른 택시를 잡아주더라구요. 그리곤 그 택시를 타려는 순간 옆에서 시동이 걸리기 시작합니다. "부르릉~ 탈탈탈~~!" 


    잡아 놓은 택시는 그냥 보내고 우린 고친 택시를 탔는데 동네 사람들이 떠나는 우릴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이곳은 관광객은 없고 현지인들만 보이는 동네였는데 이방인에게 택시까지 잡아주는등 매우 호의적인 태도에 작은 감동을 받았어요.^^



    기사 아저씨와 동네 사람들이 차를 손보는 동안 저는 택시에 내려 주변 풍경을 찍고 있었는데 낮선 이방인을 신기한듯 보고 있는 꼬맹이와 엄마입니다. 이 꼬맹이가 처음엔 택시안에 타고 있던 제 아내랑 눈이 마주쳤는데 순간 부끄럼을 타더니 엄마를 불러왔대요. 그리곤 엄마도 쫄쫄 따라오더니 우리 아내가 손흔드는걸 보더니 막 웃고 그러더라구요. 이방인을 대하는 순진난만한 모습이 아이나 엄마나 똑같습니다. ^^

    ◐ 에피소드 #2


    여긴 막탄에 위치한 가이사노 그랜드몰 아직 비행기가 출발할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어 여유있게 커피 한잔 즐기고 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건물 전체가 정전사태 발생.. 순간 WWE 언더테이커가 등장할거 같은 분위기가 연출... 여기저기 비명소리가 나오고 음악도 빛도 모두 꺼진 암흑상태 ㅠㅠ 들리는 소리라곤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 우린 영문도 모른 채 한동안 꼼짝않고 있어야만 했어요. 저는 눈치없이 키스타임이야~ 라고 했다가 한대 맞을뻔 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불이 들어오는데 것도 다 들어오지 않고 비상용 조명만 켜진거 같습니다. 들어오겠지~ 들어오겠지~ 하며 앉아있기가 20여분.. 아직 비행기 시간이 많이 남아 이곳에서 시간 좀 때우려 했더만 주변은 너무 어수선한 분위기~ 언제까지 이러고 앉아 있어야 할까.. 결국 밖으로 나갔더니..


    뭐 밖같세상도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이는 ㅠㅠ


    세부여행시 밤거리 조심하라는데 그런 생각할 틈이 없었구요. 곧바로 택시를 잡아 타고선 "에어포트 프리즈~"를 외쳤더만 아니 이눔의 택시기사가 흥정을 하려고 하는데 250페소를 달라는 겁니다.


    "미터기 켜라!" 라고 했더니 영어로 쏼라쏼라~~ 어쩌고 저쩌고 무쟈게 빠르게 말해대는데 뭔 말인진 못알아듣겠고.. "그럼 내가 50페소 더 줄테니 미터기 켜라!" 라고 하니깐 "안된다며 250페소 내던가 아니면 다른 택시 타" 이러네요~ 순간 열이 확 받는데~ 아내가 "그냥 내자~ 얼마 하지도 않는데" 라고 하네요.


    창 밖을 보니 거리는 무쟈게 복잡한데 분위기는 어두침침하니 그냥 250페소 내고 갔습니다. 250페소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6300원 정도예요. 결국 미터기는 끄고 갔지만 막상 공항까지 달려보니 거리상 200페소는 충분히 나오겠더만.. 이 양반 바가지를 크게 씌울것도 아니면서 뭐하러 나랑 흥정한건지 ㅎㅎㅎ

    ◐ 에피소드 #3

    오늘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이곳은 막탄에 있는 어느 재래시장인데요. 관광객은 없고 전부 현지인들만 있는 재래시장입니다. (저는 이런 분위기를 원했다는ㅎㅎ) 나중에 이곳 재래시장을 따로 소개하겠만 여기서 살짝 허걱스러운 일을 당했는데..


    어시장쪽으로 가서 상인들 표정을 담고 있던 중 어떤 사람이 내 옆을 지나가더니 렌즈를 손으로 툭~ 때리고 가는게 아닙니까. 기다란 망원렌즈를 장착하고 있었고 셔터를 누르는 와중에 손으로 때리니깐 카메라가 제 얼굴이 부딪혔어요. 뭔가 해서 보는데 그 분이 다가오더니 삿대질을 하면서 필리핀 언어로 뭐라고 막~ 말하는데 무슨 말인진 못알아 듣겠고 하여간 적대감을 표시 하는거 같았습니다. 아마도 "사진 찍지마!" 이런 표현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슬쩍 웃어 넘겼죠.


    아까 시장에서 렌즈를 때리고 간 이후로 약 30분이 지났습니다. 재래시장 촬영을 마치고 길거리로 나온 이곳은 어느 한적한 동네...아내와 함께 워킹을 하며 지나가는 행인들과 손을 흔들며 촬영을 하는데 뭔가 뒷통수가 쭈볏쭈볏한거예요.


    혹시나 싶어 뒤돌아 봤더니 아까 시장에서 렌즈를 손으로 때렸던 사람이 우리 뒤를 밟고 있었다는... --;; 저는 아내에게.. "뒤돌아보지 마라" 라고 말한뒤 일단 촬영을 접고 그냥 걸었습니다. 근데 계속 따라오시네~ 그냥 우리와 같은 방향일지도 몰라 그 분 먼저 보내고 가는게 편할거 같아 가던길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우리 곁을 지나가는듯 하다 멈추더니 결국은 시비를 거네요.

    "어베허 으리ㅏ써누소꽶뙎똘쪌흉ㅇㄹ얼어라 ㄴ러ㅣㅏ꽶뫃ㅓㅇ니솰라솰라~ 필리피노~? 꼬레아 ~어쩌구 저쩌구"

    삿대질을 하면서 눈을 부라리는데~ 아..진땀 나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필리핀엔 왜 왔냐~ 너희 나라로 돌아갓!" 뭐 이런 의미 같은데.." 그래서 그냥 웃으면서 먼저 가세요~^^ 라고 손을 내밀었더니 돌아서려는 그 사람, 또 다시 인상이란 인상은 잔뜩 쓰고선 다가옵니다.


    아내가 옆에서 "대꾸하지마~!"라고 말하는 도중 잘못하면 한대 때릴것처럼 팔을 들어올리는데 어어어~~ 오케이~오케이~! 쏘리쏘리~~! 노픽쳐~노픽쳐~라며 손을 들었고 그걸 지켜보던 동네 아저씨가 오더니 그 사람을 향해 "저리가~"라며 쫒아냅니다. 그리곤 자신의 귀에다 손가락을 빙빙 돌리더니 "저 사람 미친 사람이니 신경쓰지 말라~"더군요.


    아까 시장에서 구걸하는걸 봐선 걸인처럼 보이는데 차라리 돈을 줬더라면 반응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어쨌든 걸인은 우리를 째려보다 가던 길을 갑니다. 저는 슬며시 카메라를 들어 걸인의 뒷모습을 향해 촛점을 맞춥니다. 아내가 옆에서 찍지마~ 그러다 들키면 어쩔.. 했지만 개의치 않고 찍어봅니다.



    앞모습을 찍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그랬다간 진짜로 한대 맞을거 같아 슬며시 뒷태를 담아봅니다. 한참 걸인을 향해 몇 장 찍고 있는데 흠칫하며 뒤돌아보네요..;;


    "휙~!! "

    찍던 카메라는 갑자기 하늘을 향합니다. 그리고 저는 카메라에 때꼈나~ 이리저리 살피면서 딴 시늉을 합니다. 곁눈질로 슬쩍 보니 걸인은 다행히 가던 길을 계속 갑니다. "휴~;;"

    외국나가 현지인을 촬영하는건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일정부분 용기가 필요하구요. 그나마 이곳은 시골에 속하고 필리피노들은 한국인들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편입니다만.. 촬영하다 눈이 마주치면 슬쩍 웃어주고 그들의 표정도 괜찮다 싶음 상관 없는데 가끔 얼굴을 찍히는 것에 대해 불쾌함을 내비추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을 순 없으니깐요.

     

    하지만 현지인을 촬영할 땐 "웃는 얼굴" 로 교감하며 손을 흔들어 보세요. "나 관광객인데 한방 찍어봤어~^^" 라는 뉘앙스로 말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그들도 손을 흔들거나 웃어줄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북적이는 도심지나 재래시장에선 늘 조심해야 할거 같아요. 잘못하면 이날 저 처럼 험한 꼴 당할 수도 있으니깐요 ^^;

     

    정기구독자를 위한 즐겨찾기+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82)
    유튜브(입질의추억tv) (590)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4-25 00:54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