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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의 탈출, 어쩌면 도피일지도 모를 이번 여행을 위해 지난 몇 달간 손꼽아 기다렸는데 막상 당일 날이 오자 지나간 시간이 왜 그리 아쉽고 야속하게만 느껴졌을까요? 준비 부족이라 여겼던 허탈함과 약간 격양된 긴장감으로 공항에 향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단 며칠이라도 좋으니 이날을 위해 좀 더 기다림을 음미하고 싶었다."였습니다.
여행에 대한 설렘은 여행을 할 때보다도 기다릴 때가 더 컸다는 것. 오랜 기다림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쳤고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이 왔습니다. 그리고 꿈만 같았던 여행. 사람은 누구나 그런 여행을 꿈꿉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좋은 꿈. 그런 꿈을 꿀 때 깨어나고 싶지 않은 그런 간절함으로 잠시나마 일상의 도피를 꿈꿔 봅니다.
따스한 햇볕이 좋아 마냥 늘어지고 싶은 어느 날처럼..
여행지에서 맞닥트린 비현실적인 장면에서 혹여 이것이 조작된 세트장은 아닌지, 어쩌면 내가 꿈을 꾸는 것은 아닌지 볼도 꼬집어 보았던 순간의 기억처럼..
보잘 것 없는 작은 나룻배, 그 아래 흩어진 꽃잎까지 이국적으로 다가왔던 것처럼..
때로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담배 피우는 모습조차도 사랑스러운 그런 여행지를 꿈꿔 온 것처럼..
그렇게 우리 가족은 이국의 낯선 바다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쉿!"
장시간 비행에 지친 우리 가족이 정신을 차릴 즈음에 펼쳐진 이곳은..
"푸른 지중해의 나라 그리스"
리틀 베니스, 그리스 미코노스
찍으면 CF의 한 장면이 되는 그리스 산토리니
지중해 南에게해의 항구 풍경, 그리스 낙소스
플라카 지구, 그리스 아테네
그리스 여행의 하이라이트, 산토리니 선셋 요트 투어에서
꿀맛 같았던 선상에서의 그리스 음식
산토리니 와인 양조장 견학
조카와 고양이, 아테네에서
이번 여행은 개인 자유 여행인 동시에 단체 여행처럼 돼버렸습니다. 우리 가족, 작은 처형, 조카, 여기에 저의 친동생과 후배가 아테네에서 합류해 9박 11일 그리스 여행 일정을 함께 했습니다. 또한, 미코노스에서 만난 동생의 지인들까지..
어린 딸과 함께 장기간 여행이라 힘들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삼촌들이 많이 봐줘서 한결 수월했던 그리스 여행.
산토리니의 해창 아니 선셋..;;
아테네를 비롯해 에게해의 주요 섬을 거치는 긴 여정의 시작. 예전에 두 달간 월세를 주면서 제주도를 여행했던 것과 비할 수는 없지만, 어린 딸과 함께한 9박 11일 그리스 여행은 우리 가족의 인생 여행이 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물론, 당분간은 통장의 잔고를 보며 허덕일 것이 분명하겠지만요.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은 빚을 지면서 가는 여행이란 사실이 믿기 어려울 것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 결정이죠. 하지만 이런 말이 있잖습니까?
"여행을 자주 가면 통장에 돈이 없다. 그러나 여행을 가지 않아도 통장에 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저를 모르는 사람은 경제적인 여유가 많아서 낚시나 여행을 다니는 줄로 오해합니다. 반면에 저를 아는 사람, 또는 조금이라도 국내에서 글쟁이로 먹고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안다면, 절대 그런 오해를 하지 않죠. 중요한 것은 마인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퍽퍽한 우리네 삶은 어차피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갇혀 있습니다.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나가는 것이 통장 잔고라 여행 같은 건 사치라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여행에 의한 삶의 기운을 믿습니다. 그 원동력으로 여행에서 진 빚을 갚는다는 신의도 말입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낯선 장소와 문화를 겪어보는 자극은 굳어진 사고를 전환하게 하고, 더욱 분발하게 합니다. 제게 있어 여행은 그런 기능이자 갇힌 세계관을 넓혀준 통로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대형 여행사를 끼고 패키지 투어로 갔더라면, 1인 350만 원 이상은 족히 들었을 여행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부지런 떨고 공부하니까 그 비용의 절반으로 9박 11일 동안 그리스 여행이 가능해진 겁니다. 동시에 한 가지 일이 늘었죠.
제 여행이 주머니 가벼운 분들에게 표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공유하고 싶다는 그런 일 말입니다. 이번 여행은 총 5,688장, 142GB의 사진을 기록했습니다. 이중 쓸만한 사진은 1/10도 되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에게 좋고 유익한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알찬 여행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해 봅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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