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에돔이 일본에서 주요 바다낚시 대상어라면, 감성돔은 우리나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바다낚시 대상어입니다. 때문에 국내의 갯바위 릴 찌낚시는 그 특성과 제원이 대체로 감성돔에 맞춰지면서 표준이 되었습니다. 감성돔은 미식가들 사이에서도 참돔이나 농어보다 한수 위로 쳐주는 고급 횟감으로 인식됩니다.

 

제 블로그 카테고리인 <현대판 자산어보>에는 일전에 감성돔을 다룬 적이 있지만, 내용을 좀 더 보강하여 초보 낚시인들의 꿈의 대상어이자 애증의 대상이기도 한 감성돔의 재미있는 생태에 관해 알아봅니다.

 

 

 


#. 감성돔에 관하여
표준명 : 감성돔(농어목 도미과)

방언 : 감시(전국), 감생이(전국), 남정바리(어린 감성돔), 비드미(어린 감성돔), 살감시(어린 감성돔), 베데미(어린 감성돔)
영명 : Black Sea Bream
일명 : クロダイ(쿠로다이), チヌ(치누, 방언)
최대 몸길이 : 70cm
분포 : 한국의 전 해역, 일본 훗카이도 이남, 베트남, 타이완
음식 : 회, 초밥, 소금구이, 조림, 탕
제철 : 10~3월(가을에서 늦겨울까지)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누구나 아는)

 

#. 특징과 생태
어린 감성돔은 무리 지어 다니다가 일정 크기로 자라면 몇 마리씩 그룹을 형성하고, 완전한 성체로 성장하면서 단독으로 생활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감성돔은 몸길이 1년생이 약 21cm이고 40cm까지 자라는 데는 약 7~8년이 걸립니다. 이후로는 성장 속도가 둔화해 1년에 1~2cm 정도만 자라며, 총 수명이 15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55cm 이상인 대물은 최소 10년생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대물 감성돔은 대부분 암컷
감성돔은 몸길이가 약 30cm만 되어도 산란에 참여하는데 이때만 해도 암수 한몸이었다가 성체로 자라면서 개체 수의 약 70%가 암컷으로 성전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몸길이 40cm 이상인 감성돔이 대부분 암컷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죠. 해마다 5~6월 산란철이면 알배기 감성돔(암컷)을 잡지 말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현재 어업관리 규정에는 산란철 감성돔을 잡으면 안 된다는 금어기가 없는 상태입니다. 낚시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산란철에 알밴 감성돔은 손맛만 보고 방생하자는 의견이 많은데 이에 못지않게 귀한 수놈도 잡아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산란이란 것은 암수가 한 쌍이 되어 알을 낳고 수놈이 방정(정자를 뿌리는)을 해야 수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산란에 참여하는 전체 감성돔 중 약 30%에 불과한 수놈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습니다.

 

- 깊은 바다를 건너지 못하는 감성돔
감성돔은 기본적으로 바닥의 지형지물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어류입니다. 수심 50m 이하의 해저 면을 삶의 터전으로 삶기 때문에 먹이 활동으로 잠시 떠오르더라도 결국에는 바닥의 자갈밭이나 암초를 반드시 끼고 다니면서 수심 100m 이하의 깊은 수심에는 서식하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깊은 해저가 자리하는 대륙붕과 대륙붕 사이는 건널 수 없게 되죠. 만약, 대륙붕과 먼바다의 섬 사이가 수 100m 이상으로 깊다면, 그 섬에는 감성돔이 서식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감성돔은 융모가 발달하고 턱 힘이 강해 껍질이 딱딱한 게와 따개비를 부셔서 먹기에 좋은 구조다

 

- 뭐든 먹는다
감성돔은 잡식성입니다. 낚시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크릴은 물론 게, 홍합, 따개비 같은 딱딱한 생물도 먹고, 김과 옥수수, 수박도 잘 먹습니다. 그런 감성돔이 갈수록 쉽게 잡히지 않아 꾼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감성돔 낚시는 예전부터 행해졌지만, 본격적으로 낚시가 유행하게 된 시기는 1990년대입니다. 

 

20년 이상 릴 찌낚시가 인기를 끌면서 감성돔은 낚시꾼이 뿌리는 밑밥에 무뎌졌거나 경계심이 강해 갯바위에 잘 붙지 않는다는 설이 있고, 여기에 뻥치기 처럼 불법 조업에 의한 남획으로 개체 수가 감소한 탓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감성돔이 잘 먹는 먹잇감은 주로 낚시를 통해 밝혀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미끼인 크릴을 비롯해 원투 던질낚시에서는 참갯지렁이(혼무시), 갯가재(쏙), 멍게 미끼가 특효로 알려졌습니다. 가을철 잡어가 많이 설칠 때는 크릴 경단과 민물 활새우(줄새우), 깐새우, 마트에서 파는 알새우까지 새우는 종류를 떠나 만능 미끼로 통합니다.

 

 

새눈치

 

오스트레일리아 감성돔


#. 감성돔의 종류
우리나라에는 감성돔과 새눈치 등 두 종류만이 서식하지만, 그 영역을 일본과 대만, 홍콩과 베트남의 남중국해로 확장하면 최대 여섯 종까지 불어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잡히는 ‘새눈치(キチヌ)’를 비롯해 일본 남부와 홍콩, 대만에 서식하는 ‘미나미 감성돔(ミナミクロダイ)’과 ‘남양 감성돔(ナンヨウチヌ)’, ‘오스트레일리아 감성돔(오키나와 키치누, 백돔, 바이라 オキナワキチヌ)’, 그리고 홍콩에서 ‘헤이라’라 불리는 덩치가 크고 색이 검은 감성돔까지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이들 감성돔 종류는 생김새가 비슷하고 미묘한 차이만이 있어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이 어렵지만, 측선에서 첫 번째 등지느러미 가시 사이에 배열된 비늘 개수와 몇 가지 특징으로 구분이 됩니다. 

 

감성돔은 측선에서 첫 번째 등지느러미 가시 사이의 비늘 배열 수가 5.5열, 미나미 감성돔과 오스트레일리아 감성돔, 헤이라는 4.5열, 새눈치와 남양 감성돔은 3.5열입니다. 이중 새눈치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을 좋아해 우리나라 남동부 지방의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종종 출몰하며, 고수온의 여파로 예전보다 자주 출몰하는 추세입니다.


 

 

 

대물급 감성돔을 낚은 필자


#. 감성돔과 낚시
바다낚시의 영원한 대상어종인 감성돔. 지금까지 수많은 조법과 채비가 개발되었지만, 조황은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에 있습니다. 어족자원을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치어 방류 행사를 하는가 하면, 어떤 지역에서는 '베데미(20cm 전후 어린 감성돔)'를 수십 마리씩 잡은 조황이 올려지기도 합니다.

 

또한, 해마다 봄이면 산란 감성돔을 잡기 위한 선상낚시가 이뤄지면서 한 배에 적게는 5~10마리에서 많게는 30마리 이상 잡아들여 논란이 되었고, 뻥치기 불법 조업에 의한 폐해가 확인된 만큼 개체 수 보존을 위한 금어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감성돔은 바다낚시에 입문한 초심자라면 꼭 한번 낚아보고 싶은 꿈의 대상어이기도 합니다. 갯바위 릴 찌낚시란 장르를 활성화하고, 관련 산업을 부흥시켰으며, 바다낚시 전반에 대한 저변 확대를 가져왔습니다. 감성돔 낚시는 삼면이 바다인 국내의 거의 모든 바다에서 이뤄지지만, 가장 많이 행해지는 곳은 남해이고, 서해와 동해는 중부 이남을 중심으로 행해집니다. 특히, 벵에돔이 잘 잡히지 않는 서남해에서는 감성돔이 주 대상어로 인기가 높죠.


 

쫄깃하고 고소한 감성돔 회

 

감성돔으로 지은 도미솥밥

 

구수한 감성돔 맑은탕(지리)

 

배지근한 국물 맛이 일품인 감성돔 매운탕


#. 감성돔의 식용
감성돔은 벵에돔과 달리 연중 회 맛의 변화가 큽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먹이활동이 왕성해지는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최고의 맛을 선사해 제철도 늦가을부터 겨울 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산란철인 5~6월은 물론, 산란을 마친 여름까지는 배가 홀쭉해 볼품이 없고, 지방도 빠진 상태여서 다른 계절보다 맛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오죽하면 '오뉴월 감성돔은 개도 안 먹는다'란 말이 있을까요?

 

실제로 산란기 때 잡은 감성돔으로 매운탕을 끓여보았는데 겨울 감성돔으로 끓인 매운탕보다 기름기와 감칠맛이 부족했습니다. 겨울 감성돔으로 탕을 끓이면, 따로 다시마나 멸치 육수를 내지 않고도 충분한 맛이 났죠.

 

감성돔은 지역별로도 회 맛의 차이가 있는 생선입니다. 개인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그간 출조하면서 배테랑 꾼과 선장, 여기에 제 경험을 종합해 보면 남해 동부권과 가거도 산이 가장 맛이 좋았고, 그다음이 남해 서부권과 추자도권, 그다음으로 동해권을 꼽습니다.

 

아쉽게도 서해권 감성돔은 덩치가 좋으나 채색이 약간 노랗고 기품이 떨어지는 편이었으며, 상대적으로 맛도 떨어지는 편이었습니다. 가장 맛이 떨어지는 지역은 연중 수온이 높은 제주도와 대마도라 생각합니다. 횟집과 수산시장으로 유통되는 감성돔은 대부분 중국산 양식입니다. 포를 떠보면 자연산과 달리 근육이 탁하며 검은 실핏줄이 많습니다.

 

감성돔은 생선회 외에도 찜과 솥밥 재료로 훌륭하며, 맑은탕과 매운탕이 모두 어울리는 생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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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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