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생선회의 쉬운 구별법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우리 주변의 횟집, 수산시장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횟감인 광어, 우럭, 참돔, 농어, 그리고 고등어와 연어 등 특징이 뚜렷해 조금만 관심을 두고 살피면 누구든지 구별해 낼 수 있는 횟감이 <초급편>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내용을 좀 더 발전시킨 <중급편>으로 철따라 등장하는 횟감이 주를 이룹니다. 이들 횟감은 앞서 소개한 횟감보다 개성과 특징이 좀 더 뚜렷해 구별 포인트만 제대로 짚어낸다면, 육안 구별이 가능합니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초급편>을 못 보신 분들은 <초급편>부터 읽고 이 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초급편>에는 다 썰어진 회를 보고 특징을 잡아내는 매우 기초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혈합육'이나 '껍질막'의 개념을 알면, 본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관련 글 : 생선회, 쉬운 구별 방법은? 초급편)

 

 

전어

 

#. 전어

전어는 청어목 청어과에 속한 어류입니다. 같은 청어과에는 청어와 밴댕이가 있는데 이들 어류는 잔가시가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잔가시가 많으니 젓갈을 담그고 삭혀 먹거나 뼈째 썰어(세꼬시) 먹기도 합니다. 전어의 지방 함량은 늦가을을 기점으로 최고조에 이르며, 가장 많이 잡히는 철은 8~9월 사이이므로 소비도 이때가 많습니다.

 

반면, 초밥용 전어는 어린 전어를 씁니다. 일본에서는 크기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르는 출세어로 신코(5cm 전후), 코하다(7~10cm)를 주로 쓰는데 봄부터 여름까지 나기 시작하므로 이때를 제철로 보기도 합니다. 전어는 같은 철에 나는 것이라도 산지마다 맛의 차이가 나는 생선입니다. 

 

보통 남해>서해>동해(뼈가 억셈) 순으로 맛 평가가 내려지며, 저 또한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전어는 아가미뚜껑 옆에 검은 반점이 있고, 몸통에는 좁쌀만 한 점이 무수히 많이 박혀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잘게 썰린 회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전어회(오른쪽 구석에 몇 조각은 참돔)

 

전어는 껍질째 썰어 먹는 경우가 많아 껍질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고스란히 갖습니다. 붉은살생선답게 회가 전반적으로 붉습니다. 90% 이상은 뼈째, 껍질 채 썰어 먹으므로 껍질과 근육 사이에 분포한 혈합육이라든지 껍질막은 자세히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냥 저 모양만으로도 '이것이 전어구나'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없어서 설명도 이 정도 선에서 넘어가겠습니다.

 

 

<사진 1> 학꽁

 

#. 학꽁치

아래턱이 학의 부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그 이름 '학꽁치'. 학꽁치는 학공치와 함께 복수 표준명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둘 중 어느 말을 써도 상관없습니다. 여기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발음인 학꽁치로 쓰겠습니다. 낚시꾼들에게 학꽁치는 제법 익숙한 생선이지만, 일반인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꽁치와 구별되는 꽁치

 

꽁치는 알아도 학꽁치는 처음 듣는 경우가 많죠. 한 끗 차이긴 해도 꽁치와 학꽁치는 엄연히 다른 생선입니다. 둘 다 동갈치목에 속한 어류지만, 꽁치는 고등어나 청어 같은 등푸른생선에 속하는 붉은살생선이며, 학꽁치는 흰살생선입니다. '치' 자로 끝나는 만큼 성질이 급해 쉬이 죽어버리므로 활어 유통은 어려운 편이며, 선도가 살아있는 선어 상태로 위판됩니다. 

 

 

<사진 2> 막회로 썬 학꽁치회

 

앞서 학꽁치가 활어 유통이 대단히 어렵다고 했는데 그러한 이유로 일식집이나 선술집에서 접하는 학꽁치 회나 초밥은 대부분 선어회로 만들어집니다. 선어회 즉, 죽은 생선이지만 횟감으로 쓸 수 있는 선도이며, 바닷가가 아닌 지역에서는 아무래도 선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싱싱한 학꽁치회는 <사진 2>와 같이 껍질은 은백색으로 빛나야 하며, 근육은 밝고 투명감이 좋아야 합니다. 선도가 떨어진 학꽁치 회는 투명감이 떨어지고 탁합니다.

 

 

<사진 3> 두툼하게 학꽁치회

 

학꽁치는 써는 각도, 두께에 따라 맛과 식감에도 차이가 많이 납니다. <사진 2>처럼 막회로 썬 학꽁치 회는 한 번에 듬뿍 집어서 우적우적 씹어먹는 푸짐함 있고, <사진 3>처럼 두툼하게 썬 학꽁치회는 차지고 달큰한 맛이 일품입니다.

 

그 외에도 <사진 2>와 <사진 3>에는 매우 큰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사진 2>는 껍질을 벗기지 않았고, <사진 3>은 껍질을 벗겨냈습니다. 어느 쪽이든 학꽁치 특유의 패턴이 나타납니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썰면 학꽁치 껍질이 그대로 보이고, <사진 3>처럼 껍질을 벗겨도 한가운데는 적갈색 띠가 길게 그어져 있어 다른 생선회와 구별됩니다.

 

 

학꽁치 초밥

 

보통은 껍질을 벗기고 썰어야 하는데 시장터라 정교한 손질보다는 비늘을 긁어내듯 하는 수준입니다. 시장터 초밥이라 볼품은 없지만, 깔끔하고 담백한 맛은 있으며, 고급 일식당에서는 기다란 학꽁치 모양을 그대로 살려내 가운데 칼집만 살짝 그은 고급스러운 초밥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청보리멸

 

#. 보리멸

표준명은 청보리멸이지만, 보리멸로 알려진 이 녀석은 주로 남해와 제주도의 해수욕장, 모래 바닥에 서식합니다. 순하게 생기만큼 맛도 순하고 담백해 맛을 아는 사람들은 주로 여름에 낚시도 하고, 챙겨 먹기도 하는데 문제는 일반인들이 이 녀석을 먹을 방법이 딱히 없다는 점. 울산, 포항 등 해안가에 인접한 지역의 횟집에는 보리멸을 취급하기도 하지만, 도심지에서는 접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보리멸회

 

보리멸은 깨끗하고 청초한 느낌의 흰살생선입니다. 고급 일식집에서는 초밥으로 냅니다. 보시다시피 가운에 엷은 황갈색의 줄이 특징입니다. 마트에 가면 보리멸 초밥이라고 파는 것도 이와 같은 모양이지만, 원산지가 대만이고 냉동을 해동해서 밥에 올린 것이 대부분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일반 소비자가 국산 보리멸을 맛보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갈치

 

#. 갈치

갈치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렇게 쓰고도 피식할 만큼 갈치 모르는 사람은 없죠. 그런데 이렇게 번쩍번쩍 빛나는 갈치는 마트나 시장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습니다. 주낙이나 채낚기로 잡았다는 제주 은갈치도 시간이 지나면 광택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나마 제주 은갈치가 은갈치란 이름답게 광택을 품지만, 어디 뱃전에서 갓 잡힌 은갈치만 하겠습니까? (위 사진) 갓 잡힌 갈치는 거울이나 다름없습니다. 얼굴을 갖다 대면, 갈치를 통해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갈치를 썰면 이렇습니다. 옆에 고등어도 함께 썰었습니다. 이렇게 썬 갈치회와 고등어회는 다시 갈치를 잡기 위한 미끼가 됩니다. 사람은 안 먹습니다. 만약, 저 상태에 놓인 것을 먹게 된다면, 비브리오 패혈증이나 장염으로 직행할지도 모릅니다. ^^; 

 

 

갈치회(오른쪽은 고등어회)

 

사람이 먹는 갈치회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먹갈치를 회로 쓰는 경우는 잘 없으니 대게 우리가 먹는 갈치회는 은갈치입니다. 갈치 표면에 붙은 구아닌은 광택 성질이 있어 주로 여성용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됩니다. 많이 먹으면 배탈을 일으킬 수 있어 죽은 지 수 시간이 지난 갈치(주로 마트와 시장에서 구입한 갈치)는 대충이라도 칼로 긁어내 조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갓 잡힌 싱싱한 갈치는 그냥 먹어도 상관없습니다.

 

 

청어

 

#. 청어

겨울철 진객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흔하고 저렴했던 청어가 최근에는 되려 귀한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한없이 흔하고 값싼 생선이지만, 최상의 선도로 공수해 맛깔나는 숙성회로 승화시키는 그 과정에는 칼질의 기술과 타이밍,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정성이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청어회

 

청어는 붉은살생선답게 온통 붉습니다. 숙성했을 때의 근육색은 이보다 더욱 붉고 진해집니다. 사진은 활 청어회에 가까운 상태로 시장터 아낙들이 막 썰어 놓으면, 물회나 회무침을 하는 식당에서 많이 사 갑니다. 청어회와 고등어회는 언뜻 봐서 비슷하지만, 청어회에는 고등어회에 없는 껍질막이 붙어나옵니다.

 

그 껍질막은 사진의 화살표가 가리키듯이 검은색을 띠며, 뱃살에 가까울수록 흰 껍질막이 붙어나오게 됩니다. 혈합육은 고등어와 마찬가지로 매우 붉고, 근육 또한 붉습니다.

 

 

청어회에서 주로 나타나는 결

 

결정적으로 청어회는 근육에 독특한 결(근섬유질)이 일정 간격을 두고 분포합니다. 이 결과 함께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이어지는 껍질막이 청어회로 판단하는 근거가 됩니다.

 

 

제주 특산물 자리

 

#. 자리돔

자리돔은 보시다시피 이렇게 생겼습니다. 재래시장에는 이렇게 손질된 자리돔을 구이나 횟감용으로 파는데 값이 저렴한 편입니다. 이렇게 손질된 자리돔을 껍질도 벗기지 않은 채 뼈째 썰면, 그 유명한 자리 물회의 재료가 됩니다.

 

 

손질되기 전, 자리돔의 형태는 이렇습니다. 귀엽죠? 자리돔은 산란철인 5~7월 사이가 뼈가 연해질 시기이므로 뼈째 썰어 먹는 물회를 맛보기에 적기입니다.

 

 

제주도에서 한 번쯤 맛봐야 할 자리 물회

 

자리돔을 뼈째 썰면 이런 모양입니다. 껍질도 연해 따로 벗겨내거나 마츠카와 타이처럼 익히는 것이 아닌, 그냥 썰기 때문에 자리돔 특유의 비늘 털린 패턴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자리 물회는 반드시 '잘하는 곳'에서 드시기 바랍니다. 뼈(가시)가 끊기는 방향으로 써는 것은 기본이고, 잘게 썰어야 입안에서 꺼슬꺼슬하지 않고 부드럽게 씹힙니다. 무엇보다도 5~7월 제철, 서귀포 보목리 일대에서 잡힌 자리를 최고로 칩니다. 이유는 다른 횟감과 달리 이 일대에서 나는 자리의 씨알이 작아서입니다. 씨알이 작을수록 뼈째 썰기(세꼬시)로는 적합합니다.

 

 

뚝지(방언 도치, 심퉁이)

 

#. 뚝지

뚝지는 동해에서만 서식하는 못난이 물고기로 강원도 속초, 강릉 일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특산물입니다. 그런데 이 일대에서 "뚝지 주세요."하면 상인의 90%는 못 알아듣습니다. 표준명은 뚝지지만, 도치나 심퉁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죠. 여기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도치로 쓰겠습니다.

 

 

강원도의 겨울철 별미, 도치회

 

특이하게도 도치회는 익혀 먹는 숙회입니다. 범무늬의 껍질, 그 밑에는 제법 두텁게 분포한 콜라겐이 있는데 아귀의 그것과 달리 물컹하거나 입에 남지 않고, 꼬들꼬들 씹히는 맛이 일품입니다. 그 주변으로 뜨거운 물에 익어 샤브샤브처럼 된 살이 붙어 있습니다. 워낙 특징이 강해 도치회를 맛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먹어보고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정도죠.

 

 

볼락

 

#. 볼락

<중급편>이다 보니 여기서부터 슬슬 난해해집니다. 적어도 경남 일대에서는 볼락 모르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15cm 이하를 젓볼락이라고 하여 젓갈을 담그기도 하고, 한쪽씩 포를 떠서 김장김치와 함께 버무리면 유명한 볼락 김치가 됩니다. 발효되면서 뼈가 삭고 부드러워지는데 볼락 씹히는 맛도 맛이지만, 김치에 감칠맛이 들어 더욱 맛있어지죠.

 

볼락은 다 커도 30cm. 그러나 한평생 볼락 낚시를 즐긴 꾼도 30cm짜리 볼락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도 최대 기록이 25cm 정도) 그러니 손바닥만 한 크기만 잡혀도 "볼락 참 실하네"란 소리가 절로 나오죠. 그 볼락으로 굽거나 회를 썰어 먹으면 일품인데 최근에는 양식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연산 볼락이 주는 맛의 가치가 퇴색한 점이 없잖아 있습니다.

 

볼락은 내륙 지방이나 도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생선입니다. 사촌으로는 조피볼락(우럭)과 불볼락(열기)을 두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그렇게 생소한 어류는 아닙니다.

 

 

볼락회

 

볼락은 크기가 워낙 작아서 막썰기보다는 이렇게 포를 뜬 것 자체가 한 입 거리입니다. 앞서 소개한 보리멸과 빛깔이 비슷한데 포를 뜬 모양이 볼락의 크기와 형태를 고스란히 갖고 있어 잘게 썰지 않은 한 볼락회로 판단할 근거가 됩니다. 이런 모양, 이런 빛깔을 기억해 두었다가 거제, 통영 일대를 방문할 때 한 번쯤 맛보시기 바랍니다.   

 

 

숭어(위)와 가숭어(아래)

 

#. 숭어와 가숭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숭어는 숭어와 가숭어로 두 종류가 있습니다. 둘 다 겨울이 제철이며, 숭어의 경우 봄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먼저 숭어에 관해 알아봅니다.

 

 

<사진 4> 숭어(왼쪽)와 감성돔(오른쪽)

 

숭어는 양식하지 않습니다. 양식이 못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경제적 득실을 따졌을 때 안 하는 것이 맞겠죠. 그도 그럴 것이 숭어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 고루 분포하며 시도 때도 없이 잡힙니다. 워낙 흔한 생선이니 자연산으로 충당해도 충분합니다. 값도 저렴하고 맛도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지역 어민들은 이 숭어를 어감이 별로 좋지 못한 '개숭어'라 부르기도 합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이 숭어를 맛이 좋은 '참숭어'로 묘사하고 있어, 현재 참숭어로 불리고 있는 가숭어와 상충됩니다. 숭어는 해마다 봄이면 서해와 동해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진도 울돌목(진도 대교)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조류가 빠른 해역으로 이곳을 지나는 숭어 육질이 특별히 쫄깃하다고 하여 지역 특산화를 하고 있습니다. 4~5월에 잡힌 숭어를 보리숭어라 하는데 이는 보리싹을 틔울 시기에 잡힌 숭어라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사진 4>는 숭어와 감성돔을 함께 비교한 것입니다. 둘 다 붉은색 혈합육을 가졌지만, 숭어가 더 진하며 자세히 보면, 마치 한우의 꽃갈비살처럼 자글자글 일어나는 마블링 패턴이 특징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숭어의 가장 또렷한 특징은 껍질을 벗겼을 때 붙어나오는 검푸른 껍질막에 있습니다.

 

 

숭어회(오른쪽 흰살은 보리멸)

 

등살은 검푸른 껍질막이 붙어 나오고, 뱃살 쪽은 다른 회와 마찬가지로 은백색 껍질막이 붙어나옵니다.

 

 

<사진 5> 한겨울에 먹는 자연산 숭어회

 

그러나 같은 숭어라도 껍질을 얼마나 꼼꼼히 탈피했는지, 손으로 벗겼는지 기계로 벗겼는지, 혹은 껍질막을 긁어냈는지에 따라 회 모양과 빛깔이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사진 5>도 같은 숭어지만, 숭어의 특징인 검푸른 껍질막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검붉은 혈합육에 꽃갈비살 같은 마블링이 이것이 숭어임을 확인시켜주는 유일한 단서가 됩니다.

 

그래서 생선회는 같은 생선이라도 조리사의 칼질 여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크기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결국, 이런 것을 제대로 구별해내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접해보고 눈에 박히도록 익힐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의 숭어회는 제가 지금까지 먹은 숭어회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때는 12월이었고 낚시로 잡은 거제도산 숭어입니다. 감성돔 회도 한 접시 나왔지만, 이날 꾼들은 감성돔과 숭어를 한 자리에 놓고 먹으면서도 구별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회를 먹을 때 "맛이 들었다."로 표현하는데 여기서 맛은 숙성했을 때 느껴지는 감칠맛도 있지만, 활어회의 경우 숙성회에서 나타나는 감칠맛이 부족하니 해당 어종이 그 철에 품고 있는 본연의 맛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그랬을 때 위 사진처럼 누런 근육색을 보이면 보일수록 단맛이 좋았음을 경험적으로 느껴왔습니다.

 

 

가숭어(방언 밀치, 참숭어)

 

지역에서는 참숭어로 잘못 불리고 있는 가숭어입니다. 가숭어를 양식해 지역 특산화하려는 과정에서 가숭어의 어감이 좋지 못해 참숭어로 개명한 사례죠. 실제 표준명은 가숭어이며, 부산 등 경남 일대에서는 밀치라 부릅니다.

 

가숭어는 숭어와 달리 동공이 노란색이며, 대량 양식이 되고 있습니다. 겨울이면 횟집 수조를 빼곡히 채운 가숭어를 볼 수 있는데 크기가 일정하다면 대부분 양식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사진 6> 가숭어회(방언 밀치회, 참숭어회)

 

가숭어를 썰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앞서 숭어회와 비교해도 확연한 차이가 있죠. 가숭어는 숭어에서 나타나는 검푸른 껍질막이 없습니다. 혈합육도 숭어처럼 검붉지 않은 밝고 진한 선홍색이면서 표면에는 허옇게 지방이 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지방이 낀 것으로 맛이 들었다, 들지 않았다고 판단해도 될 만큼 겨울철 가숭어회는 지방의 고소한 맛이 중요합니다.

 

- 표준명 숭어 = 개숭어 = 보리숭어

- 표준명 가숭어 = 밀치 = 참숭어(잘못된 방언이지만)

 

지역마다 수산시장에서 부르는 말도 제각각이니 위의 사실을 고려한다면, 숭어와 가숭어의 차이는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을 겁니다.

 

 

방어

 

#. 방어

겨울이면 빠지지 않는 방어회에 관해 알아보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방어는 양식과 자연산으로 나뉘며, 자연산은 다시 직접 공수가 있고 해상 가두리로 옮겨져 한 달 동안 몸집을 불리고 출하하는 것도 있습니다. 제주산 방어 중 일부는 곧바로 유통되지만, 일부는 통영의 해상 가두리로 옮겨져 한 달간 천연 성분의 사료를 먹이고 몸집을 불립니다.

 

그렇게 출하된 방어가 서울, 수도권으로 들어오면 제주산이 아닌 통영산이 돼버립니다. 제주보다 방어가 적게 나는데도 통영산이 많은 이유는 이런 유통 구조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방어는 최소 7kg은 넘어가야 비로소 '대방어'란 말을 붙여줍니다. 10kg이 넘어가는 특대는 부위도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을 뿐 아니라 맛도 더욱 좋아 미식가들로부터 인기를 한 몸에 받습니다. 아시다시피 방어는 클수록 맛이 좋으므로 같은 1kg이라도 크기마다 가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사진 7> 다양한 부위로 구성된 대방어회

 

흔히 '겨울 방어, 여름 부시리'란 말이 있습니다. 방어는 겨울에 맛있고, 부시리는 여름에 맛있다는 건데 방어는 확실히 겨울이 아니면 먹기 어려울 만큼 맛의 차이가 있지만, 부시리는 계절에 따른 맛 차이가 크지 않은 편입니다. 그래서 방어와 부시리는 생김새만큼 회도 비슷하게 생겨서 늘 비교가 되는데요. 이 둘의 차이는 한 가지만 보시면 됩니다.

 

<사진 7>에서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은 방어 등살입니다. 이렇게 검은색 껍질막이 붙어나오는 것은 방어의 특징입니다. 등살에 검은 껍질막이 붙어나오면 방어, 붙어 나오지 않으면 부시리. 이 외에도 방어와 부시리는 전반적인 빛깔에서 차이가 나는데 무엇이 다른지 아래 사진을 통해 확인해 봅니다.  

 

 

방어 사잇살

 

사잇살은 최소 7kg 이상인 대방어는 돼야 따로 뺄 수 있는 귀한 부위입니다. 생선은 몸통 한가운데 척추가 지나고 척추가 붙은 살은 대게 붉은 혈합육으로 그것만 따로 뗀 것이 사잇살입니다. 참치로 치면 적신(아카미), 속살 정도 되겠지요.

 

 

방어 중뱃살

 

등살과 뱃살 중간에 있는 중뱃살입니다. 근육의 붉은 순으로는 사잇살 > 등살 > 중뱃살 > 뱃살 순으로 중뱃살은 붉은 살과 흰 살의 중간 정도에 놓여 있습니다. 잘 보면 섬세한 지방질로 구성된 참치 뱃살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붉은 혈합육 끝에는 뱃살의 특징인 흰 껍질막이 붙어 나옵니다. 중뱃살이기 때문에 지방의 고소한 맛과 씹는 맛이 뭐든 적당한 편입니다.

 

 

배꼽살

 

뱃살 그러니까 내장을 감싼 지방질입니다. 참치든 방어든 이 부위가 빠지면 서운한 별미죠. 워낙 모양이 특이해 배꼽살을 알아보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겁니다.

 

 

목살(가마살)

 

목살은 운동량이 많은 옆 지느러미에 붙은 근육입니다. 참치에서는 가마도로에서 도려낸 가마살로 배꼽살보다 좀 더 귀하고 비싸게 취급합니다. 목살은 10kg인 대방어에서 도려내더라도 양쪽으로 작은 덩어리가 하나씩 나올 뿐입니다. 귀하기도 귀하지만, 섬세한 마블링의 고소함에 씹는 맛도 일품이죠. 목살은 삼각살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렇게 썬 단면이 삼각형 모양으로 나올 때가 많고, 섬세한 마블링에 흰 껍질막이 붙어나오는 것도 특징입니다.

 

 

부시리(히라스)

 

방어 사촌이 부시리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방어와 거의 흡사해 이렇게 봐선 이게 방언지 부시린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멀찌감치 떨어져도 한눈에 구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포인트만 안 다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는데 대부분 이 부분을 간과합니다. 방어와 부시리의 구별법은 일전에 쓴 글을 참고하세요. (관련 글 : 바쁘신 분들을 위한 방어 부시리 구별법)

 

 

부시리 등살

 

부시리회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초급편>을 기억하신다면, 참돔보다는 진한 붉은색임을 눈치챘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점성어 혈합육에서나 보이는 빗살무늬, 숭어 혈합육에 나타났던 자글자글한 패턴이 여기서는 없습니다. 참돔과 흡사한 패턴이지만, 좀 더 붉은 정도. 그런데 육색에서 차이가 확연히 납니다. 유백색에서 살짝 노르스름한 참돔 근육과 달리 부시리는 제법 누렇습니다. 방어 등살에서 보인 검은 껍질막도 부시리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사진 7>의 방어 등살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명확해집니다. 물론, 써는 각도와 두께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방어 등살의 경우 진한 적색 혈합육이 삼각형 모양으로 널리 분포한 탓에 살 전체가 붉지만, 부시리는 흰살생선에 가까울 만큼 밝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부시리 뱃살

 

부시리 뱃살은 등살에서 이어지는 붉은색 혈합육에 뱃살의 특징인 흰 껍질막이 붙어 나오는 것으로 정리됩니다. 근육 또한 뱃살에서나 볼 수 있는 지방질이 촘촘하고(씨알과 철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음), 그 사이로 희끗희끗한 근섬유질이 나이테 모양으로 자리잡힌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눈으로 익히고 자주 접해봄에 따라 이와 헷갈릴 수 있는 방어나 참돔, 숭어와 구별할 수 있게 됩니다.

 

회를 구별하는 것은 일란성 쌍둥이를 구별하는 것과 같습니다. 척 보고 형, 동생을 구별하는 엄마가 있듯이, 매일 활어를 잡고 포를 뜨고 썰어내는 조리장이야말로 자기가 취급하는 회의 특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만큼 자주 접했기 때문이고 눈에 완전히 익은 만큼, 비전문가라 할지라도 관심이 있고 다양한 회를 많이 접하게 된다면, 적어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횟감에 한해서는 구별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다음 편에는 서로 엇비슷한 돔 종류가 등장할 예정입니다. 생선회 구별법 <고급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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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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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정수
    2017.02.13 13: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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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죽도시장에 가면 한접시에 15,000원 정도면 3명이 충분히 먹을 만큼 청어, 학공치 등 섞어서 구매할 수 있답니다. 지난 주에도 아이들과 구경 가서 사다 먹었는데... 먹다가 오히려 좀 남았습니다. ^^;;; 바닷가에 집이 있으니 주말마다 저렴한 가격으로 싱싱한 생선을 실컷 먹는 재미가 있네요.
  2. 쩡이
    2017.02.13 15: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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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우연히 글을 보고 링크 해 뒀다가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어렸을 때 너무 재미없었던 기억 때문에 낚시라는 자체를 너무 싫어했는데 신랑 만나서 신랑보다 더 낚시를 잘하게(?) 됐습니다.
    (그래봐야 초보로 거기서 거기입니다 ㅎㅎ 제가 아주 조금 더 어복이 있는 듯..ㅎㅎ)
    지역이 경남이라 경남권으로 낚시를 가는데 초보와 어린애들까지도 잘 잡을 수 있는 포인트가 남해에 있더라구요!
    애들 있는 집이랑 같이 놀러가서 숭어, 도다리(꽤 많이 컸습니다.), 가지메기(어린농어), 보리멸, 망둥어, 게르치 등등 엄청 잡았는데
    잘 할 줄을 몰라서 도다리만 회로 먹고 전부 매운탕으로 했었죠..
    그런데 오늘 포스트를 보니 보리멸도 회로 먹을 수가 있다니요! 그 작은 보리멸을.. 한 번 맛보고 싶네용!!
    다음에 가면 전부 회로 먹어봐야겠습니다 ㅎㅎ
    좋은 내용 포스트 감사합니다 ^-^
    • 2017.02.14 10: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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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가족이 함께 낚시 나들이 가시고 저도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흐믓합니다.

      지금이야 아내가 육아로 인해 낚시에 잠시 손을 뗐지만, 지금 우리 딸도 30개월이 다돼 가니.. 조만간 함께 바다에서 가족 낚시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ㅎㅎ
  3. 2017.02.14 14: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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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부럽습니다....입이..그냥..식욕이 깡패네요...ㅠㅠ
  4. 2017.02.15 08: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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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먹기만 했는데 이런 특징들이 있었군요~

    알고 먹게되면 더 맛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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