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둠 물회 한상, 제주시 연동 산지물 식당(본점)

 

물회 한 상을 받았습니다. 받기 전까진 고민이 됩니다. 중국집에서 짜장과 짬뽕을 놓고 고민하듯 제주도에 오면 자리물회와 한치물회를 놓고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때(가을~겨울)는 자리돔이 별로고, 한치도 별로일 시기입니다. 제주도에서 물회를 정할 때는 시기와 관련해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뼈째 썰어 말아먹는 자리돔은 뼈가 연한 시기인 5~8월 사이가 적기입니다.

 

가을부터 겨울 사이는 뼈가 억세고 자리돔의 까슬까슬한 식감에 익숙지 않은 외지인은 먹는 내내 곤혹일 수도 있습니다. 한치도 철이 아닙니다. 여름부터 초가을 사이가 아니면, 대부분 냉동 한치를 씁니다. 둘을 한 자리에 놓고 비교 시식하지 않는 이상 활 한치나 냉동이나 맛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어, 차라리 냉동 한치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저는 모둠물회를 주문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나오는군요. 어디 보자. 멍게 몇 조각이 보이고, 다진 것인지 쪼사놓은 것인지 모를 문어(작은 돌문어겠죠.)도 보이고, 그 옆에 붉은색 혈합육은 양식산 참돔이군요. 벵에돔일 수도 있지만, 벵에돔에 물회를 마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수조에는 참돔밖에 없었으니 물어보나 마나. 그래도 이런 건 확실히 해야겠죠.

 

"아주머니 이건 무슨 회예요?"

"황돔"

 

네. 참돔 맞습니다. 제주에서는 참돔을 황돔이라고 부르죠. 좀 더 뒤적거립니다. 물미역도 있고, 광어도 섞었네요. 뿔소라에 많지는 않아도 전복도 좀 보이고, 냉동 한치에.. 그런데 기대했던 성게와 해삼은 안 보입니다. 분명히 이집 검색하고 갔을 땐 들어 있었는데 아마도 그때마다 조금씩 다른가 봅니다.

 

산지물 식당의 물회는 평가가 양호함을 넘어 제법 유명하기까지 합니다. 상호를 검색해 보면, 그 식당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대략 판단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 검색 결과 창에 해당 식당을 리뷰한 글이 1~3일 간격으로 연달아 올려진 것이 보이면, 그 집은 집요한 키워드 공략으로 바이럴 마케팅을 했다는 증거입니다.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리뷰에서 사진 일부가 공유되거나 비슷비슷한 내용이 전개되고 있어도 바이럴 마케팅입니다. 그런 집은 팔아주지 말아야죠. 맛집 바이럴 마케팅은 의뢰한 식당이나, 마케터나, 그걸 1~2만원 받고 옮겨쓴 블로거나 아주 씨를 말라 없애야 합니다.

 

 

#. 해가 갈수록 진해지는 색

이야기가 잠시 딴데로 샜는데 어쨌든 제 앞에는 2만 원짜리 모둠물회가 놓였고 눈으로 감상부터 하는데 국물 색이 기대와 다릅니다. 제주도는 명색이 된장 물회입니다. 집마다 된장 섞는 비율이 조금씩 다를 순 있는데 이 집은 국물 색과 탁도로 보아 된장 비율이 매우 낮습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두루두루의 자리물회와는 상반되는 색감이죠. (관련 글 : 객주리 조림과 자리물회 잘하는 집)

 

국물 맛도 구수하면서 감칠맛 돋는 제주도 느낌은 없고, 그저 육지 관광객 입맛을 의식한 매콤, 새콤달콤함에 빠진 듯한 느낌입니다. 비단 이집 뿐 아니라, 다른 제주도내 식당들도 직면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이 집(산지물 식당)의 2006~2009년 자료를 뒤져보면 그때와 지금의 물회 색에선 적잖은 차이가 납니다. 외지 관광객의 수요와 맞물리면서 된장 비율이 줄어듦에 따라 색은 점점 고추장 색으로 변해갔죠.

 

줄곧 동해식 물회만 먹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제주도식 물회를 접한다며, 내심 기대감을 내비친 일행도 물회를 맛보더니 다소 실망한 눈치입니다. 그간 먹었던 동해식 물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제주식 물회의 특징인 초피(제피) 향도 잘 느껴지지 않으니 그 향을 낯설어하는 외지 관광객들은 환영할 만하겠지만, 해마다 관광산업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과거 제주도만이 가졌던 물회가 개성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염려됩니다.

 

물론, 이 집 하나로 성급한 판단을 내릴 순 없지만,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그 지역 음식이 토속성을 일부 잃어간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합당한 의구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토속성을 살리고 싶어도 외지 관광객 입맛은 또 다르니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야 하는 된장 물회의 고민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분께선 조미료가 들어갔다고 의문을 제기하던데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지만, 제 미각으로 알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미원 몇 톨 넣은 것을 무슨 수로 알겠습니까? ^^;

 

 

그래도 구성이나 양으로는 모둠 물회에 충실한 편입니다. 여러 가지 해산물이 들어가니 씹히는 맛이 다양합니다.

 

 

소면을 말아서 먹으면 배도 든든하고요. 근방에선 제법 유명한 물회 집이던데 아무래도 외지 사람들 입맛에 잘 맞는 측면에서라면 유명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나는 된장 물회가 낯설어. 그냥 새콤달콤한 물회가 좋아"라고 하신 분들에게는 그럭저럭 권할 만하겠네요. 저는 물회를 맛보기 위해 재방문할 일은 없을 듯합니다.

 

#. 산지물 식당

내비 주소 : 제주시 건입동 1388-1

영업 시간 : 08:00~23:00 연중 무휴

연락처 : 064-752-5599

주차 : 협소하지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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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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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운태
    2017.02.10 13: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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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아버지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 중 하나가
    관광객과 군인이 지나간 자리는 초토화다.

    관광객이 끓기 시작하면 뭐든 변한다는 말씀이죠.
    토속적인 인심은 사라지고 관광객 상대로 돈벌이에 빠져들고요
    역시 토속적인 맛도 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쓸쓸한 거죠.



  2. 2017.02.10 14: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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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왕 물회~~~
    너무 맛있겠어요ㅎㅎ
  3. 2017.02.10 17: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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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회 완전 맛있죠!
    제주도 물회 진짜 맛있다고 하던데
    역시 외지 관광객들이 많이 오면 조금씩 맛이 변하거나 하는 것 같아요ㅠㅠ
  4. 씨더스타즈
    2017.02.10 19: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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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개인적으론 제주도와 인연이 많지않아서 된장베이스 물회는 좀 낯선데요 제주도 관광이나 낚시갈일있음 입질님 블로그 탐독후 가야겠어요~~^^
  5. 9jung
    2017.02.11 00: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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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특히나 연동은 이제 육지음식과 큰 차이가 없게 된 것 같습니다. 서귀포쪽이 물회는 더 잘 보존되고 있다는 소감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차귀도포구에서 맛본 한치물회에서 제주음식의 정체성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은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6. Jㅡk
    2017.02.27 22: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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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고추장과 된장 그리고 식초를 베이스로 한 자리물회가 좋아요. 뼈를 씹으면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이 ㅎㅎ . 한치는 물회보다 회쪽이 본연의 맛을 느끼기 좋은 것 같아요. 지금은 봄인데... 빨리 여름이 오길 기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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