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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활어센타] 동해에서만 나는 맛좋고 특별한 생선회(대구횟대, 도치회, 청어회)
속초 동명활어센타
#. 동해의 독특한 수산물 기행
1) 극한의 직업 대구잡이배
3) 동해에서만 나는 맛좋고 특별한 생선회
이곳은 속초 근해에서 잡힌 자연산이 집결되는 동명활어센타.
그 흔한 양식 광어와 우럭도 이곳에서만큼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철마다 다양한 자연산 잡어들이 쏟아져나오는데요.
비록, 참돔이나 돌돔 같은 고급 어종을 먹으러 가는 곳은 아니지만, 도시 사람들에게는 아주 생소하면서도 동해에서만 나는 다양한 특산종이 입하됩니다.
그래서 속초 동명활어센타에 가게 된다면, 횟감을 미리 점찍지 않아도 됩니다. 선택은 그날그날 바다가 내어주는 마음에 맡기며 맛을 음미해 보는 거죠.
꾸득하게 말리는 가자미
유명하다는 동명항 새우튀김
동명활어센타 입구에는 방송에 나왔다던 새우튀김을 팔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오징어순대도 놓칠 수 없는 별미.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워 몇 점 먹어봅니다. 그런데 생선회를 먹기에 앞서 입에 기름칠부터 하는 건 회에 대한 예의가 아닌데 ^^;
그래도 이 비주얼을 보고 어찌 그냥 지나치리오? 아흨
허걱! 세상에 마상에 꽃새우를 튀겨놓았네요.
횟감으로 일가견이 있는 꽃새우. 물론, 죽어버린 것으로 튀겼겠지만, 그래도 이 귀한 꽃새우가 튀김옷에 입혀져 있으니 역시 속초답네요.
오징어순대는 뭐랄까요? 세련된 맛은 없지만, 찹쌀의 쫀득함과 오징어의 쫄깃한 식감에 기름 맛까지 더해진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배가 고픈 상태여서 너무 맛있게 먹었네요. 이제 동명활어센타로 갑니다.
물렁가시붉은새우
이곳에는 횟감용 새우가 지천입니다. 다만 이때는 어획량이 적은 탓에 가격이 굉장히 비싸요.
흔히 '꽃새우'라 불리는 이 새우의 정식 명은 물렁가시붉은새우. 이때(2월 중순)를 기준으로 1kg에 무려 15만 원이나 했습니다.
그중에서 업자가 가져오는 가격만도 11~12만 원이니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하더군요.
누가 들으면 으레 손님에게 치는 엄살 정도로 여기겠지만, 이날 저는 손님이 아닌 동명활어센타를 총괄하는 분을 통하여 취재차 온 것이라 굳이 불필요한
말을 섞을 이유는 없겠지요. 하여간 이 꽃새우는 가시배새우(닭새우)와 도화새우와 더불어 횟감용으로 Big 3에 꼽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주인공은 따로 있어요.
벌레문치
최대 몸길이가 1m에 달하는 이 녀석을 상인들은 '장치'라 부릅니다. 회는 별맛이 나지 않아 주로 찜이나 탕으로 사용되고 있죠.
장치는 수년 전만 해도 이곳 동해에서 많이 났던 생선인데요. 몇 년 동안 잡히지 않더니 최근에 다시 잡히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원래는 거들 떠보지도 않았던 생선인데 이제는 귀하다 보니 장치찜 맛을 아는 소수 마니아들는 여전히 장치를 찾고 있지요.
그나저나 표준명 꼬라지 좀 보십시오. 벌레문치가 뭡니까?
어류를 공부하는 제 입장에서 이런 사실과 마딱트리게 되면 우리나라 학자들이 어명을 지을 때 신중하지 못했음을 종종 느끼곤 합니다.
어명(魚名)은 어부나 상인 등 일선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친숙하게 불려져야 그것이 소비자에게도 바르게 전파되는 법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표준명은 음식의 활용처뿐 아니라 그 생선에 대한 일반 보편적인 정서를 고려하여 지어져야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표준명의 적지 않은 부분을 일본명에서
따왔고 식용의 활용처도 실제 우리나라의 사정과 달리 일본의 것을 따온 사례가 있어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표준명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인식과 밀접하지 못하다 보니 상인들에게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가 많은 것입니다.
벌레문치라는 이름도 그렇습니다.
이름 자체가 비호감인데다 상거래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 그래서 상인들은 좀 더 그럴싸한 이름을 지어 불리곤 했는데 그것이 장치였습니다.
장어처럼 길어서 긴 장(長)자를 사용한 것이 벌레문치에게는 더 잘 어울렸고 그것이 이제는 표준명처럼 자리 잡은 것이지요.
벌레문치의 치어
벌레문치의 치어와 성어
벌레문치는 어릴 때 무늬가 선명하지만, 자라면 자랄수록 무늬가 사라지고 저런 투박한 모양을 하게 됩니다.
물메기로 추정
지금 이 철에 먹는 물메기탕은 동해는 물론, 서해와 남해에서도 인기가 부쩍 높아진 음식이지요.
그런데 물메기탕에 들어가는 생선이 물메기가 아닌 '꼼치'로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서해에서는 물잠뱅이탕, 남해에서는 물메기탕, 또는 곰칫국, 동해에서는 물곰탕이라는 이름으로 각기 다르게 불리지만,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꼼치죠.
간혹 유사어종인 미거지가 쓰일 때도 있습니다만, 물메기탕에 들어가는 주재료는 대부분 꼼치입니다. 그런데 꼼치를 꼼치라 부르는 상인은 거의 없죠.
꼼치를 물메기로 불리게 된 시점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모양이 메기와 닮았다 하여 그렇게 불리게 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류도감에서 정해 놓은 물메기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바로 위 사진에 있는 녀석입니다.
표준명 물메기는 다 커야 길이가 30cm 정도라 살 양도 많지 않을뿐더러 개체수도 적어 상업적인 가치는 떨어집니다.
그러니 물메기란 이름은 크고 맛 좋은 꼼치에게 넘어갈 수밖에요. 그런데 이곳 상인은 놀랍게도 이 녀석을 '물메기' 그대로 부르고 있더군요.
사실 채색과 무늬는 도감상에 나오는 그 물메기와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주변 환경에 보호색을 띤 것으로 보이고요.
혹시 다른 어종인가 싶어 일본 어류도감까지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물메기 외에는 유사한 어종을 찾을 수 없어 잠정적으로 물메기로 추정합니다.
고무꺽정이
이 어종과 유사한 괴물이 1983년 미국에서 개봉한 B급 공포영화 '데들리스판'에 잠시 등장합니다.
괴물 새끼로 등장해 본의 아니게 믹서기 통에 기어들어가다가 과일과 함께 갈리는 운명을 맞게 되죠. 주인공은 그것을 모르고 마시다 토하고 ^^;
그 영화를 보았다면, 절로 이 어종을 떠올릴 만큼 닮았는데 등에 난 혹이며 생김새며, 여기에 날카로운 이빨과 턱에 난 수많은 가시까지.
과연 먹을 수 있는 생선일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실은 이 어종만큼 맛있는 매운탕감은 없다고 자신할 만큼 이곳에서는 각별히 여기고 있습니다.
일전에 소개한 훌륭한 매운탕감으로 삼식이를 꼽았는데 이곳 상인은 '망챙이야말로 삼식이를 능가하는 매운탕감이다.'라고 못을 박더군요. ^^
망챙이는 바로 고무꺽정이를 가리키는 동해 사투리입니다.
털수배기
이곳 동명활어센타에서는 고무꺽정이와 유사한 어종을 꽤 많습니다.
표준명은 털수배기지만 이곳에서는 고무꺽정이와 구분 없이 망챙이라 부르기도 하며 탕감으로는 삼식이보다 고급으로 쳐주기도 합니다.
물론, 회로도 먹을 수 있고요. 이들 어종은 모두 쏨뱅이목 물수배기과라는 약간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전에도 썼지만, 쏨뱅이목에 속한 어류는 탕으로
끓였을 때 대부분 맛이 납니다. 일단 쏨뱅이가 빠지지 않고요. 물메기탕 재료인 꼼치, 삼세기(삼식이), 양태(장대), 성대, 그리고 독가시가 있는 쑤기미,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어종인 조피볼락(우럭)에 이르기까지 이들 어종은 쏨뱅이목이라는 큰 카테고리에 속하며 매운탕, 맑은탕(지리)에서 시원한
국물을 뽑아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꺽정이과 어종으로 추정
이 어종은 위에 소개한 어종과 생김새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데요. 상인들은 이들 어종을 일일이 구분하지 않고 망챙이로 부르고 있었습니다.
원래 망챙이는 아귀를 일컫는 지역(함북) 사투리이기도 하지만, 아귀와는 전혀 다른 어종입니다.
동해에서는 고무꺽정이를 망챙이로 부르고 있는데 워낙에 비슷비슷한 어종이 많다 보니 이들 어류를 정확히 구분하고 파는 상인은 많지 않죠.
저 역시 이 어종을 처음 접했을 때 꺽정이 종류임은 눈치챘지만, 세부 종을 알아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한일 양국의 어류 도감에서도 제대로 기술되어 있지 않으니 찾는 저도 한계에 부치네요. (혹시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합니다.)
그아래 붉은빛이 나는 고기는 대부분 털수배기와 삼세기.
얼룩괴도라치
이 어종 역시 동해에서만 볼 수 있는 한대성 어종으로 강원도 북부에서 자주 비치고 있습니다.
뚝지
도치, 심퉁이로 더 많이 알려진 이 어종의 정식명은 뚝지. 동글동글하니 귀엽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게 생겼죠.
아야진항에 들렀을 때 죽은 도치가 있어서 한번 들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묵직하네요.
몸속에 물이 가득 든 것처럼 물컹물컹하고요. 비주얼상으로는 어린 물개 한 마리 들고 있는 느낌이네요.
아 이렇게 보니 지못미 ㅠㅠ
대구횟대
이어서 상인에게 횟감을 부탁했습니다. 이왕이면 이 지역에서만 나는 특별한 어종으로 말이죠.
이번 기행의 주제가 횟대인 만큼 횟대가 빠져선 안 될 것이고. 그중에서도 살이 단단하고 가장 맛있는 대구횟대는 옆집에서 구해서라도 포함했습니다.
빨간횟대도 함께 썰어 대구횟대와 맛을 비교해야겠죠.
대구횟대, 빨간횟대, 기름가자미(여기서는 물가자미라 부르지만), 뚝지(도치), 청어로 구성된 모둠회가 준비되었습니다.
도치는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칩니다.
참고로 이곳 동명활어센타는 다른 시장과 달리 좀 특이한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
일단 가게에서 횟감을 구입합니다. 횟감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면 회 떠주는 곳이 따로 있고 식당도 따로 있습니다.
회를 뜰 때는 횟감 구입비용의 10%를 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총 5만 원어치 구입했다면, 5천 원을 손질비로 내는 거죠.
상추, 깻잎, 마늘 고추, 초고추장, 고추냉이도 각각 천 원씩 판매하고 있어 원하는 것만 사갈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면 식당이 나오는데 여기서 매운탕감(생선 뼈)을 건네고 번호표를 받은 뒤 식사에 들어가면 됩니다.
매운탕은 1인 5천 원 선. 자릿값은 따로 받지 않습니다.
총 다섯 가지 회로 구성된 모둠회
여기서 청어 외에는 모두 동해에서만 나는 특산물입니다.
회 치는 장면에서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잘게 썬 회를 물에 씻는 것까지는 좋은데 면보나 행주에 말아서 수분을 빼는 작업은 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채반에 올리나 봅니다. 물기 가득한 회는 채반에 올려진 상태에서 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데요.
이 과정이 상인들에게 편리할지는 몰라도 탈수력이 떨어지므로 뽀송뽀송한 회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또 하나! 채반을 사용하는 건 좋은데 색깔이 그다지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색은 아니네요.
대구횟대 회
횟대 중 가장 맛있다는 대구횟대. 여기서 대구란 이름이 어떻게 붙여졌는지 그 어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구횟대는 대구낚시에서 주로 잡힌다는 점과
대구의 색과 닮아 노란색을 낸다는 점에서 유추는 해볼 수 있습니다. 육색을 보니 이렇다 할 혈합육의 특징은 없었지만, 흰 막과 노란 껍질이 붙어 있어
이것이 대구횟대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데요. 식감이 정말 예술입니다.
물론, 갓 썰어 나왔기에 탄력이 살아있음은 당연하지만, 뭐랄까요? 복어처럼 단단하고 탱글탱글하니 이 어종은 얇게 썰어야 맛이 좋은 회임을 직감합니다.
처음 아무것도 찍지 않고 씹어보니 차지면서 은근히 나는 단맛이 혀에 착착 감기는군요. 기대한 만큼 인상적인 회입니다.
빨간횟대 회
상인들은 이 어종을 '홍치'라 부르며 대구횟대와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맛에서 대구횟대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이들은 생업에 종사하는 이들 외에는 현지에서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도 이 어종의 식용 가치를 대구횟대와 빗대어 설명해 놓았는데 함께 비교 시식해보니 그 말이 딱 와 닿았습니다.
활어회라 차진 식감은 있어도 단단함에서는 대구횟대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무엇보다도 살에 수분기가 많아 금새 물러지는 특성을 보입니다.
그래서 똑같은 밥식해를 담아도 빨간횟대로 담은 밥식해는 대구횟대보다 맛이 덜할 수밖에 없겠지요.
포항에서는 일반(양식) 모둠회와 자연산 모둠회를 1~2만 원 차이로 격을 둡니다.
일반 모둠회에서는 양식산 우럭, 광어가 주종이지만, 자연산 모둠회에서는 빨간횟대가 자주 포함됩니다.
빨간횟대는 온 김에 한 번쯤 맛보는 것도 좋지만, 저라면 1~2만 원 아끼고 양식 모둠회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도치숙회
도치는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쳤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회가 아닌 '숙회'라는 개념이 들어갑니다.
익혔지만, 겉만 익힌 거라 차지고 꼬들꼬들한 식감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특별한 맛이 나는 어종은 아니지만, 씹는 식감이 특출난 어종이죠.
껍질과 살 사이에는 콜라겐이 가득 들었는데 아귀처럼 질기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맛이 담백해 동해에 왔으면 꼭 한 번 맛봐야 할 어종으로 권해봅니다.
기름가자미 회
동해에서는 이 기름가자미를 '물가자미' 혹은 '미주구리'로 잘못 불리고 있습니다.
이 기름가자미가 물가자미로 와전된 이유는 일본 시마네 현에서 건너온 사투리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는 일찌감치 기름가자미를 '미즈가레이'라 불렀는데 여기서 미즈는 '물'을 뜻하니 물가자미인 셈이지요.
그 말이 일제강점기의 영향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이곳 속초와 포항에 이르는 동해 라인에서는 기름가자미를 물가자미라 불러왔기
때문에 오늘날 아예 굳혀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이를 다시 기름가자미라 고쳐 부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기름가자미는 살이 무른 편이라 저렇게 뼈째 썰기(세꼬시)가 적당합니다.
씹을 때 연한 뼈의 씹는 감촉이 좋고 특히, 고소한 맛도 단맛도 아닌 '감칠맛'을 내는 게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 생선회는 숙성하면서 감칠맛도 상승하지만,
기름가자미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철에 지방이 많은 생선이라 활어임에도 상당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렴해도 맛이 괜찮은 어종이죠.
청어회
겨울에 지방이 한껏 밴 청어회.
도심지의 고급 일식집에서는 세밀한 칼집으로 기교를 부린 청어회를 내지만, 이렇게 막 썰어도 맛의 근간이 다르진 않았습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해 이날 대구횟대와 더불어 가장 좋은 반응을 얻어냈던 생선회였죠.
이어서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대구횟대 맑은탕(지리)을 맛봤는데요. 지면이 너무 길어 오후에 나눠서 포스팅하겠습니다.
동해의 독특한 수산물 기행, 이제는 포항으로 넘어갑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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