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시장 횟집] 살얼음 육수 부어 먹는 포항 물회


살얼음 육수를 부어 먹는 포항 물회, 그 맛을 보기 위해 동해 수산물 최대 집결지 중 하나인 포항 죽도시장으로 떠나봅니다.


 

여남동해회식당의 개방형 주방

포항 죽도시장의 어느 횟집.
이곳은 처음부터 알고 찾아간 게 아닌 지나가다 즉흥적으로 들어갔습니다.
일행을 따라 횟집에 들어서는데 주방과의 경계가 없는 내부가 조금 특이하네요.


물회를 주문했다.

메뉴판에 있는 물회는 12,000원. 무슨 회가 들어가느냐고 물었더니 '광어'가 들어간답니다. 
광어는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어 다른 건 없느냐고 하자 3,000원을 더 얹으면 '자연산 잡어'로 해준다니 그렇게 주문하였습니다.
모처럼 횟집에 왔으니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수조를 구경하러 가고요.


가숭어

겨울에 제철 맞는 가숭어입니다. 이 숭어를 둘러싼 이름이 제각각이라 많이 헷갈릴 겁니다.
표준명은 가숭어인데 지역에 따라 언구, 참숭어, 밀치 등 생선 하나를 놓고 다양한 명칭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밀치와 숭어를 다른 어종으로 보는데 실은 같은 어종을 말합니다. 
양식업자와 상인은 주로 밀치나 참숭어로 부르며 팔고 있는데 원래 이 어종의 정확한 명칭은 '가숭어'입니다.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숭어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가숭어는 겨울이 제철이고, 숭어는 봄이 제철입니다. 5~6월 보리가 싹틀 때 잡힌다 하여 봄에 잡히는 숭어를 '보리숭어'라고도 불리지요.
이 정도만 알아도 어디 가서 숭어회를 떠 놓고 지인들에게 아는 척 좀 할 수 있을 겁니다. 출처는 '입질의 추억'이라고 꼭 말을 해~
주시지 않아도 돼요. ^^


빨간횟대

숭어까지는 알겠는데 여기서 막히는 분들 꽤 많을 겁니다.
동해에서만 볼 수 있는 생선으로 흔히 '횟대'라 불리는 대구횟대와 빨간횟대가 있습니다. 막 회로 썰면 단맛이 나는 좋은 잡어이며 이 지역에서는
식해로 많이 애용하는 생선입니다. 빨간횟대는 주변 환경과 개체에 따라 좀 더 붉은색을 띠는 개체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그 사이로 길쭉하게 생긴 녀석은 등가시치. 식용바닷물고기 사전에는 매운탕과 잡어회 등으로 사용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횟대 종류는 쏨뱅이목 독중개과이고 등가시치는 농어목 등가치시과인데 유사 분류인 장갱이과까지 해서 맛있는 잡어가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잡어로 괴도라치(전복치)가 있는데 나중에 이러한 어종에 대해 한 번 정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진의 맨 위에 밝은 녀석은 '두툽상어'입니다.


4인분 횟밥에는 말쥐치, 빨간횟대, 등가사치 등으로 구성된 잡어를 사용하였습니다. 모두 자연산입니다.


다른 수조를 둘러보는 동안 순식간에 손질되고 있습니다. 정말 빠르네요.
저도 회를 치지만, 이렇게 매일같이 회 치는 분의 속도는 못 따라가겠습니다. ^^;



이것은 생선 식해입니다. 주로 물가자미나 횟대로 식해를 만들지만, 이 식해에는 어떤 종류의 생선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네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뼈째썰기한 전어가 섞인 듯합니다.


과메기와 물미역

물미역 정말 싱싱했습니다.



전갱이회

전갱이회는 일행이 따로 사온 건데 식당에 양해를 구하고 먹은 거니 이점 착오 없기를 바래요.
이곳은 전갱이회를 반찬으로 내지 않습니다.


포항 물회(횟밥)을 주문하면 기본으로 깔리는 반찬들


달근하면서 구수한 전갱이회

고맙게도 간장와 고추냉이를 내주었습니다. 죽도시장에는 이런 자잘한 전갱이를 썰어다 횟감으로 파는데 가격도 적당해 한바구니 사 먹을만 합니다.
살아있는 전갱이를 바로 잡아 포를 뜬 것으로 올려놓고 팝니다. 씨알은 작아 정교한 칼질을 할 수 없으니 가운데 잔뼈(지아이)가 까실까실하게 씹히곤
했지만, 전갱이 특유의 고소한 맛은 변함없습니다. 혹자는 전갱이회를 먹으면 배탈이 난다는데요.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그것은 전갱이회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 도마나 식기 위생이 잘못되어서 생긴 배탈일 확률이 높습니다. 전갱이회는 선도만 좋으면 마음껏 먹어도 됩니다.


물미역에 싸먹는 과메기도 이 계절에 별미

서더리 매운탕

이 집의 특징은 회를 치고 남은 서더리로 매운탕을 끓여주네요. 혹시 추가 비용이 들거나 특별히 끓여준 거냐고 물었더니 원래 끓여준다고 합니다.
보통 수산시장에서 매운탕을 주문하면 아무리 서더리가 있어도 몇천 원 받기 마련인데 이런 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저 대가리는 우리가 주문한 횟감에서 나온 건 아닌 듯합니다.
횟집은 이럴 때 사용하라고 평소 회를 치고 남은 서더리를 보관하고 있지요.


포항 물회

기존의 포항 물회는 물을 자작하게 부어 말아 먹는 방식인데 이곳의 물회는 물을 붓지 않습니다. 


대신 살얼음 육수를 부어 먹습니다.
얼음 맛만 봤는데 살짝 쇠고기 맛 육수 맛이 났습니다. 뭐로 육수를 냈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웃으면서 즉답을 피하시는 아주머니.
속으로는 '뭘 그런 걸 다 묻느냐.' 했겠지요. 그래서 더는 묻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 육수의 비결, 며느리도 모를 겁니다. ^^ 


휘휘 저으면서 먹었더니 새콤달콤한 맛이 강한 물회로 전통적인 포항 물회라기보다는 일종의 변형된 물회로 육수의 감칠맛을 강조한 형태네요.
외지 사람들이 맛보면 대체로 입맛에 맞을 그런 물회입니다.

작년 봄, 삼척시에서 물회로 정평 난 곳을 들른 적이 있습니다.
그곳은 방송에서 몇 번 소개되면서 전국국 물회 맛집이 되었는데 그 맛의 비결이 궁금해 찾아간 소감은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1kg 미만의 저렴한 광어를 썰어 낸 건 둘째 치더라도 사람들이 소위 '새콤달콤 시원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맛의 비결은 허무하게도
사이다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이다가 달달해서 오는 단맛이 전국국 스타가 된 물회의 정체성이었다니 조금 허무합니다.
즉흥적인 단맛과 새콤함에 열광하는 대중의 입맛. 그들 입맛에 적당히 편승하여 조미료와 사이다를 넣어 만든 물회가 유명 맛집으로 칭송받는 세태가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겁니다. 이 집의 물회는 그런 곳과 비교해 전혀 뒤떨어짐이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포항 죽도시장, 여남동해회식당 : 054-244-8944 (위치는 아래 지도를 참조)
네비 주소 :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동 568-24
주차 시설 : 죽도시장 공용 주차장 이용


포항 죽도시장에 오시면 포항 물회 한 그릇 시원하게 하시기 바라면서 이만 글을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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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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