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기만하는 식육식당 돼지고기 편법 판매에 관하여


생선회만큼이나 돼지고기 가지고 장난치는 업소가 있어 이런 글도 쓰게 됩니다.
아는 분들이야 아는 내용이지만,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래서 가볍게 짚어볼까 합니다.


이곳은 제주시의 어느 오겹살 식당. 메뉴는 제주산 오겹살로 1인분(200g) 가격이 11,000원입니다.
흑돼지가 아님을 감안한다면 적정 수준이거나 조금 저렴한 편인데 중요한 건 고기 질과 상태가 되겠지요. 
보통 고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살피는 게 '두께감'입니다. 두께는 구웠을 때 쪼그라들므로 우리가 먹을 때는 사진에 보이는 두께보다 더 얇아집니다.
두 번째는 근내지방도, 다시 말해 마블링인데 이 고기는 좋다고 보기 어렵겠고요. 세 번째는 오겹살의 경우 살코기와 지방의 비율을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고기에서 무언가 석연찮은 점이 있습니다. 고기 표면에 물기가 찼고 도마도 물방울이 맺혀있습니다.



제주도의 A 업소, 중량 400g

2인분(400g)인데 이 부분은 정량을 지킨 듯 보입니다.


옆에서 바라본 장면

역시 과도하게 습해 보이는 고기. 거의 젖어있다시피 하네요. 이것은 생고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만약, 도마에 물방울이 맺혀 있지 않다면, 냉동 돼지고기를 해동해서 내놓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랬을 때 이것을 생(生)고기라며 가격을 올려 받으면 
소비자 기만에 해당합니다. 반면, 도마까지 젖어 있다면 소주나 복분자, 와인 등을 분무기에 넣어 뿌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유는 잡내 제거 때문이라는데 질 좋은 생고기라면 잡내가 없는 게 정상으로 굳이 고기를 축축히 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제주도의 B 업소, 중량 600g를 초과한 양

얼리지 않은 생고기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보시다시피 표면에 맺힌 물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중량은 가운데 큰 목살과 오른쪽 오겹살 두 덩이를 합쳐 600g이 나옵니다. 생고기의 느낌과 600g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으시라고 올려봤습니다.

제주도의 식육 식당은 대부분 축산회사라는 중간 도매상으로부터 고기를 납품받습니다.
갓 도살한 돼지를 생으로 입찰할 때는 최소 단위가 마리 당이므로 일반 식육 식당이 돼지고기 한 마리를 통째로 납품받을 일은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OO축산이라는 이름의 규모있는 축산 회사들이 제주도에 여럿 있는데 여기서 고기를 가져다가 다시 식육 식당으로 배분합니다. 
그리고 식육 식당의 사정에 따라 얼리지 않은 생고기를 가져와 파는가 하면, 냉동 고기를 가져와 팔기도 합니다.
생고기와 냉동고기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 단가입니다. 생고기는 주로 질 좋은 돼지고기가 많고, 냉동은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냉동해다 식육 식당으로 납품하니 여기에 단가 차이가 크게 납니다. 비록 얼린 고기이기는 하지만 제주산은 맞고요.

이 밖에 제주도에서는 덴마크나 벨기에산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집이 몇 군데 있는데 이는 돼지고기 관련 조례 때문인 줄로 압니다. 
제주도는 자체에서 돼지고기 생산량이 많으므로 국내의 다른 돼지고기는 제주도로 아예 못 들어옵니다.
대신 수입산 돼지고기는 일정량 들어오도록 했기 때문에 제주도내 식육 식당에서 취급하는 돼지고기는 제주산 흑돼지, 백돼지, 유럽산 돼지고기가
차지하며 제주산 백돼지 일부는 냉동이고, 유럽산(덴마크)는 전량 냉동입니다. 
제주도의 식육 식당에서 A업소와 같은 고기를 만나면 도마가 젖어 있는지에 따라 생고기인지 냉동인지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제주도의 A 업소

다시 A 업소로 돌아와서 표면에 물기를 가득 머금은 고기는 이것이 냉동인지 분무기로 술을 뿌린건지 물어보지 않는 한 확신할 수 없습니다.
냉동이라면 아무래도 생고기보다 맛과 질감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업소에서는 단가가 저렴해 선호하지만, 제주도의 고깃집들이 모두 생고기만을 취급하는 줄 알고 들어갔다면 적잖이 실망할 그런 맛입니다.
냉동육을 구워보면, 철판에 피가 맺히거나 표면에 수분이 올라와 고루 익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위 사진은 정말 열심히 구우려고 노력한 건데요.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질감이 뻣뻣하고 풍미가 덜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생(生)이라고 팔지 않았으니 특별히 문제될 건 없지만, 만약 이것이 냉동이라면, 1인분에 11,000원이라는 가격이 조금 아쉽습니다. 
더욱이 막판에 주문한 김치찌개가 결정타를 날렸는데요.


요즘은 어지간하면 생두부를 쓰는 추세인데 이 집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냉동 두부를 사용하였습니다.
돼지고기의 경우 식당 매출을 결정하는 주요 식재료라 이해하겠는데 두부까지 냉동을 사용한 건 제 개인적으로는 의아합니다. 
두부 한 모 가격이 얼마나 한다고? 찌개 좋아하는 분들이 이 두부의 부들부들한 질감 하나에 감동한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요?
식감이 푸석하고 맛이 나질 않는 냉동 두부. 여기서 특별히 좋은 두부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다른 식당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재료 선정에 저는 소개 없이
조용히 지나가려 했습니다. 식당 처지에서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죠? 거뭇거뭇한 냉동 고기를 인색하게 넣은 김치찌개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겁니다.
그 사정을 적절한 가격에 맞춰서 손님이 납득하면 장사 수완이 있는 집이나, 똑같은 가격으로 근처의 B업소에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비교나 당하면서 맛없는 식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재활용은 확실히 안 하니 옳은 모습입니다. 이것도 손님이 먹다 남긴 반찬량에 따라 다릅니다.
양푼이에 무조건 들이붓는다고 재활용 안 하는 집은 아니란 말씀.
그러므로 이 장면에 반찬 재활용 여부를 확신하려면 확연히 남기고 간 반찬을 들이부어야 하겠지요.



서울의 C 업소, 중량 (600g)을 잘 지켰고 생고기도 질이 좋다.

제주도는 모르겠는데 서울 쪽은 생고기라면서 가격을 올려 받고 해동한 고기를 파는 얌체 업소가 제법 있습니다.
고기 상태가 어쨌든 한 번 냉동한 전적이 있으면 그것은 생고기가 아닐지언대 그것을 해동해 물기를 닦아 생고기처럼 냅니다.
그래도 생고기가 아닌 건 티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 해동한 고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표면에 물기가 맺히고 피도 섞여 나옵니다.
그것을 구워보면 피가 철판에 쩍하고 일어나며 하얗게 되는 걸 자주 보았을 겁니다. 

저는 요식업의 올바른 선도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메뉴판에 '생(生)'이라 해놓고 이런 고기를 내면 손님으로서 당당히 컴플레인을 거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날 돼지고기 중량 눈속임도 심각한 수준에 있습니다. "저희집은 정량으로 내놓습니다"라는 간판을 단 곳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터무니없는
양에 기분이 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보통 삼겹살, 목살, 오겹살을 내놓을 때 1인 180~200g이 많습니다. 돼지갈비는 250g이 많고.
얼마 전, 지인과 함께 고깃집을 갔는데 삼겹살 2인분(400g)을 주문했습니다. 도마 위에 올려진 고기를 보고 퍽이나 400g이겠다 싶었죠.
두께감 없는 삼겹살 4쪽을 올려놓고 400g이라고 당당하게 팔고 앉았으니 기가 막힙니다. 마음 같아서는 사장을 불러다가 전자저울로 직접 확인시켜 주고
싶었지만, 그래봐야 진상밖에 안 될까봐 늘 상상에서 그칩니다. ^^;
어쨌든 이러한 중량 눈속임에 누구도 문제삼지 않더군요. 확연히 미달되는 양임에도.  

설사 눈치는 챘지만, 확실하지 않으니 컴플레인을 안 걸 수도 있겠고, 기분 좋게 먹으러 왔는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기 싫어서 일수도 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아무 생각 없이 식당에서 주는 대로 먹는 타입일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기양이 확연히 적어 보일 경우 당당하게 문제를
제기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얄팍한 수법이 자꾸 통하니까 사라지지 않는 게 아닐까요?



제주도의 B 업소, 중량 600g

우리가 한 근(600g)으로 알고 있는 고기양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고기 두께가 상당한데 저렇게 해야 한 근이 나옵니다.
참고로 앞에 있는 두 덩이를 합치면 600g이 나오며 뒤쪽에 있는 고기까지 하면 한 근을 약간 넘습니다.
물론, 집집마다 썰어져 나오는 두께가 다르므로 이 사진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렵겠지만, 200g짜리 3인분을 주문하면 대략 이정도 양은 되어야 합니다. 
제주도뿐 아니라 식육 식당을 이용할 때는 중량 미달인지, 생고기로 위장한 냉동 고기인지를 한 번쯤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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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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