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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이 추천해 준 방어 전문 횟집이 있습니다.
얼마 전 마라도에서 긴꼬리벵에돔으로 회 맛을 보았지만, 방어는 벵에돔과는 전혀 다른 식감과 맛을 가졌으니 겨울에 맛을 보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마라도 낚시 마지막 날, 제주에서 서울로 떠나기 수 시간 전 저는 제주도에 사는 지인과 함께 방어를 전문으로 한다는 횟집을 찾았습니다.
오늘은 글보다 사진이 많으니 편히 감상하세요. ^^
제주도 방어 전문 횟집 물항아리
제주시에 도착한 우리 부부는 제주도 현지인인 파르르님과 함께 셋이서 방어회로 회포를 풀게 되었습니다.
함께 한 지인은 제주도 토박이로 계절에 맞는 생선회는 물론, 낚시꾼들이 주로 접하는 부시리(히라스)를 모슬포에서 주문받아 먹을 정도로 열혈
생선회 마니아입니다. 얼마 전 이 집을 우연히 들렀다가 방어회 먹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 재방문하게 되었다는데요.
시스템은 일반 횟집과 조금 다릅니다. 우선 메뉴판이 없어요. 그런데 들어와 보면 대부분 손님은 여러 부요리로 차려진 테이블에 방어나 혹은 도미를
먹고 있습니다. 처음 찾는 이들이라면 '메뉴판도 없는데'라며 어리둥절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어떤 메뉴를 주문했는지 잘 모릅니다. 가격도 모릅니다. 그것은 차차 보여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이곳의 손님은 제주도민이 많았으며 외지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관광객이 찾는 횟집과는 거리가 있고요.
저는 일단 횟집에 왔으니까 수조를 구경하기 위해 잠시 밖으로 나갔습니다.
제주도에서 방어 전문 횟집으로 정평 난 집의 수조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방어
참돔과 능성어
방어와 광어
수조를 살펴보니 뜻밖에도 사이즈가 큰 방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이 집에서 10킬로짜리 방어를 잡아먹었다는 지인의 말과는 좀 다른 모습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이날은 해상 날씨가 매우 안 좋았습니다.
그날그날 바로 잡힌 방어를 받아서 팔기 때문에 날이 안 좋으면 활어의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특히, 10킬로 이상의 대방어는 항상 있는 게 아니고 물량이 있을 때 미리 예약해야만 드실 수 있는데 이날은 아쉽지만, 5킬로급 방어를 먹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어차피 인원수가 세 명뿐이니 대방어가 있어도 먹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수조 바닥을 보면 광어가 있는데요. 대광어까지는 아니지만, 킬로 이상급은 족히 되는 걸 사용하니 허접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광어가 주메뉴에 포함되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부요리용(초밥 등)에서 저런 크기를 쓴다면, 횟감에 꽤 신경을 쓰는 집일 확률이 높습니다.
기본찬
주문하자마자 깔리는 기본찬입니다.
이것은 무
사실 방어회만 먹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많은 음식이 깔려 조금 어리둥절했습니다.
메인이 나오기 전, 일명 스끼다시라 불리는 부요리 가짓수가 많은 걸로 보아 느낌은 일반 횟집과 다를 게 없어 보여요. 차례대로 살피면.
유자 폰즈 소스에 방어 껍질
석화
광어 초밥
가시발새우(일명 딱새우)
샐러드
삶은 전복
끈멍게(일명 돌멍게)
폰즈소스에 이리
폰즈소스에 명란
굴무침
활전복회
소라회
제주도 소라를 참소라니 뿔소라니 하지만, 표준명은 그냥 '소라'입니다.
데친 문어
방어회 5Kg짜리
실제 양을 가늠하기 위해 조금 당겨서 찍어 봅니다.
겨울 방어, 여름 부시리라는 말이 있지요. 겨울이면 지방이 올라 고소한 맛을 내는 방어.
특히, 제주도 방어의 산지인 모슬포는 마라도 앞바다의 빠른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방어들이 집결하는 곳으로 유난히 쫄깃한 식감을 가집니다.
방어회는 두 가지 특수 부위가 있는데요. 척추를 둘러싼 '속살'과 내장을 감싼 '대뱃살'이 그것입니다.
속살은 위 사진에 유난히 붉은색을 띠는 살점으로 10킬로 이상의 대방어에서만 따로 도려내 특수부위로 만들고 지금처럼 5킬로짜리 방어에서는 속살만
따로 뺄 만큼의 크기가 안 되어 함께 썰어 내는 것입니다. 사진 속 방어 부위는 위에 흰색으로 덮인 게 방어 뱃살이고 아래는 등살입니다.
방어의 탱글탱글한 육질이 사진을 통해 전달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입에 넣으면 미끈하면서 찰랑거리는 질감에 이어 씹었을 때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인식하는 방어회는 '식감이 무른' 횟감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생선을 어떻게 유통하고 처리했는지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칼질, 숙성 정도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므로 뭐 하나 딱 꼬집기는 어렵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제주에서 공수한 활방어를 선박으로 육지까지 실어나르고 거기서 다시 활어차에 옮겨 전국의 수산시장, 중간 도매상으로 가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산 방어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거기서 다시 소매상(횟집)으로 옮겨 좁은 수조에 갇히게 되는데 그러한 방어의 육질이 쫄깃할
것이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요. 산지에 따른 육질의 차이도 무시못합니다.
육질의 단단함은 서식 해역의 환경(조류의 세기 등)이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요. 회를 뜨는 방식, 시메(피빼기)의 방법 등이 세련되어질수록 육질을 살리
므로 일반 횟집보다는 그래도 '전문점'이라는 칭호를 받는 곳 이라야 제맛을 볼 확률이 높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이 집의 방어는 매우 얇게 그리고 널찍하게 떴는데요.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칼질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숙성하지 않고 즉살 후
수 분 이내로 포를 뜨면 살이 단단하므로 이렇게 얇게 떠낼 수 있습니다.
활어회는 얇게, 숙성회는 두껍게 써는 것은 이러한 식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라 볼 수 있겠지요.
얇고 널찍하게 하게 썬 방어회
처음 한 점은 양념간장에다 찍어서 맛봅니다.
씹는 내내 육질이 탱글탱글하고 쫄깃해 만족감을 주었던 방어회.
그런데 생각보다 기름진 느낌은 덜 합니다. 아무래도 5킬로짜리 중방어라 그럴 수 있을 겁니다. 겨울 방어치고는 담백한 편.
참 방어회를 드실 때는 고추냉이 간장도 좋지만, 이렇게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 것도 어울립니다.
두 번째는 김에다 싸서 먹는데 회가 너무 커 한 번 접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네요. ^^;
만선식당처럼 김이 좀 더 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관련글 : 고등어회로 유명한 만선식당)
세 번째는 잘 씻은 묵은지에 싸 먹는데 역시 회가 커서 반으로 접어야 했습니다.
이것을 돌돌 말아 입에 넣는데 뭐랄까 방어회를 먹는 아주 특별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방어회 자체의 맛보다는 여러 가지 맛이 뒤섞여져 결과적으로는
활방어의 쫄깃한 식감이 더해진 '생선회 보쌈'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혀로 느끼는 맛은 방어회 자체보다 신맛이 가미된 묵은지 맛이 압도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쌈은 한 번 맛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
제 취향은 아니지만, 이러한 쌈에는 함께 제공된 채소를 소진하기 위해(?) 마늘종, 고추와 같은 향채를 곁들여 먹게 됩니다.
여기에는 참기름으로 양념한 밥과 김, 묵은지 등이 함께하는데 방어회를 쌈에다 사 먹기 위한 재료는 거의 다 나온 셈입니다.
이러한 조합은 좋게 말하면 굉장히 대중 친화적이지만, 생선회 고유의 맛을 느끼는 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쌈문화, 활어회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의 음식 선호도를 상당히 의식해 방어회에 접목한 것으로 보이며 어차피 충분한 숙성을 거치지 않은 활방어이므로
방어의 참맛을 느끼고자 하는 게 어불성설이지만, 보쌈에 방어회를 넣어 쫄깃한 식감을 더한 식사 방식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다면, 이곳의 방어회는
전에는 못 느꼈던 만족감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결국은 개인차라는 말씀. ^^
방어회를 얼마나 얇고 널찍하게 썰었는지 이제는 하다못해 회에다 쌈을 싸 먹기까지 하네요. 회 면적이 넓으니 회 쌈이 가능합니다.
다만, 회라는 것은 사람 체온을 오래 타면 맛의 변질을 가져오므로 될 수 있으면 동작을 빨리해 싸 먹습니다.
위 사진에서 묵은지만 빼면 개인적으로 아주 좋은 생선회 쌈밥이 뒬 것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싸 먹는게 가장 나았어요.
메인인 방어회가 나왔다고 이게 다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아직 더 남았습니다.
게우볶음밥
새우튀김
방어 대가리 구이
대가리 중에서도 가장 일미인 뽈쌀 ^^
방어 맑은탕
매운탕과 맑은탕(지리) 중 택일입니다.
수제비와 미역이 들어가 심심치 않았던 방어 맑은탕.
그런데 푹 끓여 뽀얀 국물을 낸 맑은탕이 아닌 인공적인 맛이 가미된 느낌이어서 이 부분은 좀 아쉽습니다.
여기까지가 방어 코스의 마지막입니다.
제주도 방어 전문 횟집, 물항아리 찾아오는 길 : 본문 아래 지도 참조
네비주소 : 제주시 노형동 2525-8
주차시설 : 없음
#. 쌈 사 먹는 독특한 방식의 방어회.
이렇게 해서 얼마? 라고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가격을 언급하자면.
서두에 이 집은 메뉴판이 따로 없다고 했는데 우리가 주문한 것은 '방어회 코스 한상'입니다.
한상에 7만 원짜리가 있고 10만 원짜리가 있는데 차이는 방어 대가리 구이를 비롯한 몇몇 부요리가 포함되느냐에 있습니다.
여기서 주문한 코스는 10만 원짜리로 4인 기준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집을 이용할 때는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다른 생선도 그렇지만, 방어는 특히 크기가 커야 기름지고 맛이 좋다는 것을 생선회 마니아라면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적어도 10Kg은 족히 나가야 방어의 참맛을 볼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원수가 좀 돼야 합니다. 단체 예약도 좋고요.
다시 말해, 이 집의 메리트는 대방어 코스에 있으며 흔한 小방어를 먹으려고 찾아갈 만한 곳은 아니에요.
그러므로 여럿이 가는 게 좋고 단둘이 가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이 집 뿐만이 아니라 대방어를 취급하는 모든 횟집이 그러합니다.
또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자연산 방어는 수조에서 오래 못 버팁니다. 그래서 소위 '당일바리'로 방어를 팝니다.
그런데 대방어의 공급이란 게 그날 조업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예약하고 대방어를 미리 약속받아야 합니다.
해상 주의보 발효가 있는 당일 날, 혹은 그 다음 날에는 대방어 구경이 어렵겠지요. 노파심에서 말씀드립니다만, 이런 글을 읽고 두 명에서 5만 원짜리
시켜 먹고서는 포스팅 내용과 다르다고 항의하는 분이 더러 있었는데요. 제 블로그에서는 그런 무지의 댓글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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