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대표 음식, 물곰탕(대명수산 물메기탕, 곰치국)


    동해에 오면 꼭 맛봐야 할 음식이 있습니다. 보통은 겨울에 진미지만, 요새는 입소문을 타서 여름에 이열치열로도 인기가 있는 물곰탕입니다. 물곰은 단백질과 비타민이 많이 들었고 아미노산이 풍부해 감칠맛이 나는 탕감인데요. 생선살 자체는 탕으로 끓여도 쉽사리 부서져 수저로 떠 먹어야 하고 껍질과 살 사이의 미끄덩한 질감은 이 음식의 호불호를 명확히 갈리게 하지만, 아침에 숙취용으로는 아주 그만인 생선탕이기도 합니다. 비록 생긴 건 외계인같이 못생겼고 살과 껍질은 흐물해 과거에 어민들은 버렸다는 생선인데요. 그 소문의 진상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과거 문헌을 찾아보면 조선 시대에도 줄곧 먹어왔다고 하거든요. 이 생선은 불리는 이름도 다양합니다.

    "곰치, 물메기, 미거지 등등"

    또 이것으로 만든 탕 이름도 지역마다 제각각입니다. 서해는 곰치국, 강원도는 물메기탕, 경상도에서는 물곰탕, 미거지국 등으로 물리고 있습니다.
    아마 들어본 이들도 있겠지만, 처음 듣는 분도 계시리라 봅니다. 그런데 곰치, 물메기, 미거지는 생김새가 비슷해서 그렇지 엄연히 다른 어종입니다. 이들 어종을 동해에서는 크게 구분하지 않고 "물메기" 내지는 "곰치"로 부르고 있는데요. 그 맛이 궁금해 일전에 맛 봤던 소감을 써 볼까 해요. 오늘은 동해의 대표 음식인 곰치국, 그것도 울진에서 물곰탕으로 가장 유명하다는 대명수산으로 떠나봅니다.

     

    울진 후포 대명수산의 오픈 주방

    이 집의 주메뉴인 물곰탕을 시켜 본다.

    <사진 1> 물메기(위), 미거지(아래)

    곰치국 = 물곰탕 = 물메기탕, 모두 같은 음식을 말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쓰이는 생선은 지역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쏨뱅이목 꼼치과에 속하는 이들 어종은 한국 근해에서 잡히는 종류만도 몇 가지가 되는데요. 업소에서는 크게 구분하지 않고 물메기나 꼼치로 부릅니다.
    어떤 기사를 보니 물메기탕의 주 재료인 '꼼치'가 동해에서만 나오는 생선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건 잘못된 기사입니다.
    꼼치는 서해와 남해권에서 주로 잡히는 겨울 어종입니다. 주요 산지로는 충남 서천, 거제도 등이 있는데요.
    겨울에 리포터가 거제도에서 못생긴 물메기 조업 장면을 찍어 보여주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꼼치'입니다.
    하지만 이 꼼치를 지역에서는 대부분 '물메기라'고 부릅니다. 반면에 진짜 '물메기'는 흔치 않다는 사실.  ^^
    정확히 말해 진짜 물메기는 성어가 되어도 35cm 이상 자라지 않아 수산업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 그래서 시장에 많이 나돌지는 않는 걸로 압니다.

    꼼치는 서해에도 나지만 물메기, 미거지는 서해에선 안 나오며 주로 동해에서 잡힙니다.
    그런 이유로 서해 지역에서 팔고 있는 물메기탕 재료는 '꼼치'가 대부분이며, 동해 지역에서 팔는 물메기탕 재료는 '미거지'가 많습니다.
    꼼치든 미거지든 둘다 60cm 이상 자라는 대형종입니다. 대형종이니 한 마리를 잡아도 살점이 많이 나와 수산업적 가치가 큰데 그것도 요 근래에 들어
    탕이 시원하다는 입소문이 있고 나서 입니다.
    꼼치와 미거지, 그리고 물메기를 구분하는 방법은 복잡하지만, 여기서 아주 간단하게 나마 알아보겠습니다.

    흔히 탕감 재료로 쓰이는 어종은 꼼치와 미거지입니다. 이들 어종이 물메기와 뚜렷하게 다른 부분은 '가슴 지느러미'에 있는데요.
    <사진 1>을 보면 꼼치나 미거지 종류는 가슴 지느러미가 부채꼴 처럼 둥그렇고 물메기는 뾰족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동해 대표적인 음식인 물메기탕(물곰탕)재료, 미거지

    '표준명 아가씨물메기'도 물곰탕 재료가 된다.

    음식을 주문한 후 잠시 수조를 둘러봅니다.
    이 지역(울진)에서 물메기탕으로 가장 유명하다는 식당의 수조를 들어다 보니 아가씨물메기와 미거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물론 현지에서는 이런 명칭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어떤 어종이든 표준명으로 부르는 경우는 많지 않죠. 대부분 방언으로 불리는데  종의 구분과 관계없이
    '꼼치', '물메기', '물곰'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희한한 게 살아 있을 땐 꼼치로 불리다가도 이것을 끓이면 '물곰'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명칭의 혼선이 야기되지만, 적절히 알아서 필터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더덕 무침

    처음엔 도라지겠거니 싶어 맛을 봤는데 더덕입니다. 밑반찬에 더덕 무침을 낸 것도 신선한데 무침 실력이 보통 이상은 하네요.
    주인아주머니 손맛이 제법입니다. 두어 번 리필해 먹었습니다.


    토속적인 맛의 된장 나물 무침

    갓 무친 오이 김치

    꾸득한 코다리 조림

    생멸치가 들어간 김치

    유달리 시큼했던 김치지만, 물곰탕과 궁합이 아주 잘 맞는 김치였습니다. 김치 맛을 보면 그 집 손맛을 알 수 있지요.
    요즘 어지간한 식당은 사제품을 쓰지만, 이 김치는 사제품이라고 하기엔 지역색이 강하고 손맛이 느껴집니다. 
    중간마다 생선살(생멸치로 추정)이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요. 
    경남에서는 젖볼락으로 김치를 담그고, 저도 어렸을 적에는 생 명태살로 담근 김치를 줄곧 먹고 자랐던 기억이 있어 이런 스타일이 친근합니다.


    평범했던 멸치 볶음

    고춧가루

    동해의 대표 음식인 물곰탕(물메기탕), 12,000원


    1인 12,000원이면 복국과 견줄만한 물가입니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동해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이 물곰탕. 맛이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여기 물곰탕은 고춧가루도 좋지만 이렇게 김칫국물을 섞어서 먹으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맑은탕이 가지는 순수한 맛의 장점도 있지만, 이렇게 부어 먹으면 약간의 '흙내'를 가릴 수 있고 시원한 맛에서 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이 흙내는 갯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아주 미미하게 나는 것이므로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김칫국물을 섞으니 빛깔이 발그레해졌습니다. 이렇게 먹어보니 국물이 한층 시원해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물곰탕 특유의 맛이랄까요. 이 생선의 특징이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살은 녹아내려 국물이 텁텁했고 껍질과 살 사이에 있는 흐물흐물한
    젤라틴은 미용에 좋다고 하지만, 식감은 그다지 호감형은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콧물'을 마시는 기분도 듭니다.
    아귀탕을 드셔본 분이라면 아실 텐데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입맛이자 견해를 밝힌 거에요. 물곰탕의 이런 면이 좋아서 후루룩 마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주로 나이드신 분들은 물곰탕을 많이 선호합니다만, 저는 이 정도까지 입맛이 어른스럽지는 못한가 봅니다. ^^ 


    대신 이 부위는 매우 꼬득하니 담백하고 씹는 맛이 좋네요. 부위는 위장입니다.
    돼지로 치면 오소리감투 정도가 되겠지요.


    물곰탕(물메기탕)에는 반주가 진리. ^^
    사실 물곰탕 맛을 100% 이해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밥을 말아 먹는 것을 선호하지 않다 보니 국물과 위장을 안주 삼아 대낮부터 술 한잔 했는데요. 시원하다, 해장에 좋다는 평가에 고개가 끄떡이면서도 
    살점이 풀어져 텁텁해진 국물은 약간의 갯내음이 났기 때문에 개운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울진에서 물곰탕(곰치국)으로 유명하다는 대명수산

    대명수산 위치 : 본문 하단에 지도 참조
    네비주소 : 경북 울진군 후포면 후포리 339-17
    주차 : 매장 근처에 적당히 주차하면 됨.


    #. 숙취 해소에도 좋은 물곰탕, 그 특유의 맛을 좋아한다면 추천
    이런저런 생선을 많이 먹고 자라온 저에게 물메기탕은 그리 특별한 재료는 아니었습니다. 
    식감 좋은 생선을 많이 먹어버릇하다 보니 되려 콧물처럼 흘러내리는 젤라틴과 부서지는 살로 텁텁한 국물이 된 물곰탕 맛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제가 물곰탕을 먹을 줄 몰라서 그런 거겠거니 싶은데요. 현지에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과 어부들이 다음날 해장을 위해 찾는 음식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엄연히 동해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은 물곰탕(곰치국, 물메기탕). 이 고장을 찾게 된다면 한 번쯤 맛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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