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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우도에 가면 꼭 들러보아야 할 맛집이 있다고 합니다. 이미 검색창에다 '로뎀가든' 내지는 '한라산 볶음밥'만 쳐도 관련 글들이 수두룩하게 나오고
'우도맛집'이라고 치면 이 집이 상당 양을 차지할 만큼 만큼 우도에서는 절대적인 맛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로뎀가든은 블로그 마케팅의 최대 수혜자라고 보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맛집 블로그를 섭외해 마케팅을 했던 것으로 아는데요.
이후 입소문이 나고 다녀간 블로거들이 자발적으로 포스팅하면서 나온 포스팅 개수만 해도 어마어마합니다.
때로는 군중심리에 휘말린 것 같이 칭찬 일색인 포스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데에 의아심마저 가졌습니다.
물론 대다수가 개인적인 순수 평이지만, 일부는 상업 맛집 블로그에 의한 리뷰가, 일부는 여행 블로거 단체의 리뷰들도 있습니다.
뭐 그것이 옳다 그르다고 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케팅이었건 순수 개인 평이었건 그것은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1) 정보의 왜곡
2) 과대 포장
제가 중요시하는 건 이것뿐입니다. 두 가지를 잘 고려해서 쓴 맛집 정보라면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일단 이 집에서 주력으로 다루는 메뉴는 '한치 주물럭'입니다. 하지만 주력 메뉴보다 더 유명해 진 것은 바로 '한라산 볶음밥'.
주메뉴를 다 먹으면 밥을 볶아 먹는다는 점에서 여느 음식점과 다를 게 없지만, 오늘날 로뎀가든이 있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해 준 것은 바로 한라산
볶음밥이라는 음식에 스토리텔링을 부여했던 게 인기 비결이자 이 집의 정체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우도에서 최고의 맛집이라고 평가받는 로뎀가든, 한라산 볶음밥 이야기로 떠나 봅니다.
우도 로뎀가든 내부
1년 전 메뉴판
사실 제가 다녀간 시기는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때의 가격과 지금을 비교해 보니 일 년 새 가격이 꽤 올랐습니다.
13,000원도 비싸다고 생각한 한치 주물럭이 무려 14,000원이 되어 있습니다. 한라산 볶음밥은 2천 원에서 3천 원으로 인상되었고요.
물론 1인분 기준입니다. 그 외 오삼 불고기라던가 한치 육개장은 잘 팔리지 않았는지 현재는 없는 걸로 압니다.
입소문 듣고 찾아온 관광객이 가장 많이 주문하는 음식은 역시 한라산 볶음밥을 맛볼 수 있는 한치 주물럭입니다.
이 집의 식재료 원산지는 쇠고기를 제외하고는 제주산을 사용합니다.
여기에 대해 침을 발라가며 칭찬하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물론 좋습니다. ^^
다만, 이 집만 그런 것처럼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제주도 음식점은 어지간하면 식재료를 제주산을 쓰고 있으니깐요.
고등어, 갈치, 전복과 같은 일부 수산물을 제외하곤 말입니다.
기본찬 1
기본찬 2
기본찬 3
기본찬 중에서 주목했던 건 바로 이것입니다.
땅콩이 들어간 멸치 볶음 자체는 평범하다 할 수 있지만, 우도 땅콩이 들어가 줬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환영할 만해요.
우도 땅콩이 보기보다 비쌉니다. 일반 땅콩을 써도 되는데 굳이 우도 땅콩을 쓴 것은 주인장의 먹거리 철학이 허투르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제가 어느 지역의 음식점을 갈 때 가장 먼저 눈여겨 보는 것은 '해당 지역의 특산물'을 손님상에 내느냐입니다.
우도 땅콩은 일반 땅콩과 달리 짧뚱하고 알이 작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 고소함이 일반 땅콩에 비해 좋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기본찬 4
호박 나물입니다. 호박은 주키니인데 채색이 애호박처럼 밝지요. 국내산이어서 그렇습니다.
수입산은 짙은 녹색으로 어둡습니다.
기본찬 5
한치 주물럭 4인분
당시에는 1인분에 13,000원이므로 4인분이 52,000원이었습니다. 지금은 14,000으로 올라 56,000원입니다. 비싼가요? ^^
'물가란 상대적 빈곤감에 의해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무리 상대적이라 해도 십중팔구가 '비싸다'고 말하면 그건 비싼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음식은 제주산 한치와 각종 채소, 가래떡 등이 들어갔습니다.
음식이 비싼지 적당한지는 맛 본 손님들이 직접 판단하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맛보다 조금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한치 주물럭 4인분 완성
한치 부위 중 가장 맛있다는 '귀'
한치와 같은 두족류는 너무 오래 익히면 질겨지니 적당히 익히는 게 좋습니다.
한치 주물럭이라는 음식 자체가 제주산 한치가 가지는 본연의 맛을 느끼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겁니다. 곁들어진 채소와 함께 양념 맛으로 먹는데요.
그렇다고 양념 맛이 그렇게 특출난 편은 아니에요. 일부 음식 평을 보면 '마치 대단한 음식인 것' 마냥 쓴 것도 보이는데요.
이 정도 양념은 주부급 실력이라면 충분히 맛을 낼 수준입니다. 어쨌든 한치 주물럭은 가격에 비해 만족도는 적은 편입니다.
대신 반주로 먹으면 좋은 음식일 것 같습니다.
한치 주물럭을 먹고 볶음밥을 주문하면 이렇게 해줍니다.
한라산 볶음밥은 둘이서 한 공기시키면 적당해요.
여기까지는 평범한 볶음밥인데
달걀 물을 준비합니다.
우도의 명물 한라산 볶음밥
이 자체가 한라산입니다. ^^
분화구가 약간 기울어진 쪽이 제주의 남쪽입니다. 실제로 한라산 등반 코스도 그렇잖아요.
달걀 물을 부으면 흘러내리며
마치 백록담에서 용암이 분출한 것 같은 연출을 합니다.
제주도의 생성과정을 볶음밥으로 표현한 건데요. 로뎀가든이 유명해진 이유는 '음식에 스토리텔링'을 불어넣어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볶음밥을
만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한라산에서 분출한 용암은 제주도 주변을 덮은 채 서서히 식으면서 굳어집니다.
이것이 오늘날 제주도가 되었다고 해요. 달갈 물 위에는 치즈를 얹어 고소함을 더합니다.
우도와 마라도까지 표현해 주는 센스, 재밌죠? ^^
한라산 볶음밥 완성
한라산 볶음밥은 밥과 달걀을 섞지 않고 이렇게 떠먹어야 맛있다
사실 뭐든 볶아 먹는 밥이 안 맛있겠느냐만, 이렇게 달걀 물과 치즈를 얹어 살포시 떠 먹는 맛은 나름대로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각별한 맛은 볶음밥이라는 평범함 속에 스토리텔링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이렇게 볶음밥으로 제주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는 약 5분가량 걸립니다. 특히 아이와 어르신들의 호응도가 매우 좋아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만 이렇게 설명을 주고 다른 직원들은 설명 없이 그냥 만들어 준다고 해요.
최고의 우도맛집으로 정평난 로뎀가든
로뎀가든 위치 : 본문 아래 지도 참조
네비주소 : 제주시 우도면 연평리 2515
문의 : 064-784-1894
주차 : 가능
#. 우도하면 생각나는 맛집, 로뎀가든 총평
글을 쓰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맛집과 제가 생각하는 맛집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걸 새삼 알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맛집은 '훌륭한 음식'을 만드는 집이었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맛집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집입니다.
훌륭한 음식은 각별한 철학을 갖고 있어야 가능합니다.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건 기본이거니와 식재료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입니다.
거기에다 어지간한 반찬은 직접 만드는 수고도 서슴지 않습니다.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이 손님 입에 들어가면서 흡족한 표정이 나오면 그것으로
자기만족이 돼 그 힘으로 장사를 해 나갑니다. 수익성과는 별개입니다. 사실 수지타산이 낮아 수익성에는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릅니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음식을 만들어도 맛을 알아주는 이가 별로 없다는 것이 서글픈 현실입니다. 오히려 입맛에 안 맞는다며 외면받지 않으면 다행이지요.
그러다가 가끔이라도 그 맛을 알아주는 손님이 있으면 무진장 즐거워하며 음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기를 좋아합니다.
얼마 전 제가 사는 동네에 간판도 없는 네 테이블 짜리 카레 돈가스 집이 생겼는데요. 거기가 그런 곳입니다.
카레를 직접 제조하고 돈가스 두께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기회되면 다음에 소개할까 합니다.
반면, 맛있는 음식은 사람들의 기호에 적당히 맞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맛은 다분히 주관적이어서 내게 익숙한 맛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기에.
그래서 대중의 입맛에 맞추려고 화학조미료와 자극적인 양념을 마다치 않습니다.
가격이 조금 높게 책정되어도 상관없습니다. 지역적 특색이 있으므로 어차피 올 사람들은 오게 되어 있습니다.
훌륭한 맛은 아니지만, 익숙한 맛이므로 손님이 끊이질 않는 무난한 곳입니다. 대개 이런 집은 '블로그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우도의 대표적인 맛집이라 일컫는 로뎀가든도 여기에 속합니다.
한치 주물럭 자체는 평범하지만, 이 집이 머리를 잘 쓴 건 역시 '한라산 볶음밥'입니다.
우도를 찾는 관광객은 특별한 맛, 대단한 음식을 원하지 않습니다. 제주도의 형성 과정을 음식으로 이해하며 먹는 즐거움과 아기자기함.
거기에 충분한 메리트를 느끼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라산 볶음밥을 탄생시킨 아이디어는 훌륭합니다. 이것을 보며 '맛도 포장하기 나름이구나!'라는 것을 세삼 알았습니다.
'맛집이란 만들어진다는 사실'두요. 글을 쓰다 보니 어떤 분이 제게 했던 말이 생각나는군요.
맛집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요? 그냥 내 입맛에 맞고 맛만 있으면 맛집 아닌가요?
정말 그런 걸까요? 그런데 저는 어째서 이 말이 와 닿지 않은 걸까요.
'훌륭한 음식'과 '맛있는 음식' 그 차이를 알아주는 이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여하튼 로뎀가든의 한라산 볶음밥은 이제 우도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가격은 좀 세지만, 한 번쯤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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