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전복과 오분자기 돌솥밥으로 유명한 대우정


    먹을 당시에는 몰랐는데 대우정이란 식당도 분점을 낸 모양입니다. 제가 가 본 서귀포를 비롯해 표선, 제주시 이렇게 세 군데가 있는데요.
    서귀포에서는 오분자기 돌솥밥을 팔고 있지만, 제주시 대우정에는 전복돌솥밥만 팔고 있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돌솥밥하면 왠지 뻔한 음식 같지만, 재료의 맛을 얼마만큼 살리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맛은 완전히 다를 겁니다.
    제가 다녀온 집은 재료의 맛을 십분 살리진 못했지만, 어릴 적 향수가 느껴지는 돌솥밥이라는 점에서는 그럭저럭 특색은 있다고 평하고 싶어요. 

    제주도 하면 전복과 오분자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사람들은 제주도에서 먹는 전복이나 수산물 등은 뭔가 다르겠지라며 막연한 동경심을 갖는데 
    실상은 노르웨이산 고등어요, 통영산 양식 도미에(이것을 황돔이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음, 제주도는 참돔을 황돔으로 부름) 완도산 양식 전복을 
    대량으로 싸게 들여와 쓰고 있는 집이 많습니다. 물론 자연산 전복도 팔고 해녀들이 채취한 전복을 바닷가에서 즉석에서 썰어 먹기도 하지만, 적어도
    전복 뚝배기라던가 해물 뚝배기, 돌솥밥에 사용되는 전복들은 그 크기가 작고 단가도 낮아 손님의 기대와는 한참 동떨어진 식재료라는 점에서 육지의
    그것과 다를 게 없다는 점입니다. 전복이 몸에 좋고 보양식이라는 인식이 있어 자주 찾지만, 잘게 썰어진 전복 쪼가리에 '남다른 미각'을 느끼기에는 
    한참 부족하지 않나 싶은 것입니다. 그런데 전복보다 한 수 더 뜨는 게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오분자기'입니다.

    오분자기는 같은 전복과에 속한 조개류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연근해에서만 주로 서식하고 양식이 잘되지 않아 대량으로 양식되는 전복보다 
    희소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분자기의 표준명은 '떡조개'이고 오분자기는 제주 사투리로 아는 분들이 많지만, 제가 알기로는 오분자기도
    표준명 인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크기는 전복보다 작고 출수공 모양이 평평하며 개수도 전복보다 많아 구별되지만, 사실 맛까지 구별할 정도로
    인상적인 맛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냥 자연산이고 귀해서 느껴지는 심리적인 측면이 많이 반영돼 맛보다 그 가치가 과대 평과된 수산물 중 하나라
    생각됩니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고요. 
    그렇게 생각했던 저 역시도 비슷한 심리랄까요. '이왕 제주도에 온 김에'라는 생각이 있어 오분자기 돌솥밥으로 유명하다는 대우정을 찾았습니다.


    서귀포 이중섭거리에 있는 대우정

    대부분의 제주도 식당이 그렇듯 국내산 식자재를 사용합니다. 수산물 쪽으로 표시를 잘 안 하는 건 여느 업소와 비슷합니다.
    정작 이 집의 주요 식자재인 전복에 대해선 원산지 표기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냥 완도산 양식이라 쓰면 덧이라도 날까요?
    국내산 육우라는 표현을 보아 제주산 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요새는 국내산 육우만 써도 매우 반갑죠.
    어지간한 식당에서는 전부 미국산, 호주산 일색이니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호주산은 특유의 육향이 있어(우리나라와 다른 사육 방법과 사료(풀)에서
    나오는) 선호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미국산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이 집은 관광객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들을 총 집합해 놓은 것 같습니다.
    이 중에서 대표 메뉴는 전복돌솥밥과 오분자기돌솥밥, 그리고 커플, 부부라면 세트 메뉴를 시켜 봄 직하고요.


    기본 찬과 추억의 마가린이 등장






    오랜만에 양배추 쌈을 보니 반갑네요. ^^


    추억의 마가린도 함께 나옵니다. 이 집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데요.
    누구나 한 번쯤은 마가린에 밥 비벼 먹었던 기억이 있을 거에요. 딱히 반찬이 없을 때 이 마가린 하나만 있으면 간장 넣고 쓱쓱 비벼 김치랑 먹으면
    밥 한 공기 뚝딱 비우곤 했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가린에 밥 비벼 먹는 것은 우리 식탁에서 점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먹거리의 다양화 + 서구화에 밀려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마가린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일면서 마가린의 인기가 많이 시들해 졌다고 봅니다. 그래도 마가린만이 낼 수 있는 농후한 맛이랄까.
    그 고소함을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이 집을 찾아볼 만한 이유가 되리라 봅니다.


    마가린과 함께 쓱쓱 비벼 먹기 위한 양념장도 함께 나오고요.


    주문한 오분자기 돌솥밥이 나옵니다. 참기름을 발랐는지는 모르지만, 표면에 윤기가 반질반질 납니다.
    오분자기는 얇게 저며서 밥 위에 덮어 푸짐해 보이고, 내장 중 쓸개(게우)를 섞어 색이 진하게 나왔습니다.
    추측하건대 돌솥밥 1인분에 사용된 오분자기는 작은 사이즈로 두 개가량 들어갔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돌솥은 매우 뜨거워요. 아이가 있다면 만지지 못하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밥은 따로 그릇에 옮겨 담고 돌솥에는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듭니다. 돌솥에다가 직접 마가린을 넣고 비벼 드셔도 되지만, 이 경우 숭늉을 만들 수 없습니다.
    숭늉이 필요 없으면 돌솥에다 직접 비벼 드셔도 되고요. 저 처러 숭늉을 따로 먹을거라면 밥을 옮겨 담고 거기다 비벼드시면 됩니다.


    양념장도 조금 넣어 슥슥 비벼 먹으면 됩니다.

    "그윽한 풍미의 마가린 비빔밥"

    오분자기는 약간의 씹힘성만 제공할 뿐 마가린의 풍미에 묻혀 존재감을 상실해 버립니다.
    이렇게 먹을거면 굳이 오분자기를 넣을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마가린에 대한 향수가 있는 분들에게는 환영할만 한 메뉴일런지 몰라도 오분자기 그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면 매우 실망스러운 메뉴가
    될 것입니다. 이 집 메뉴 중에 콩나물 돌솥밥이라고 있는데 쇠고기가 조금 섞인 콩나물 밥입니다.
    마가린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굳이 비싼 오분자기 돌솥밥 보다는 콩나물 돌솥밥이 차라리 나을 것 같습니다. 
    제주에서는 흔할지 몰라도 전국적으로는 귀한 오분자기와 값비싼 전복돌솥밥은 자체의 맛을 살리는 쪽으로 개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마무리는 숭늉

    서귀포 대우정 위치 : 본문 아래 지도 참조
    네비주소 : 서귀포시 서귀동 408-7
    주차 : 매장 앞은 어렵고, 인근 골목길에 눈치껏 대야 함


    #. 전복과 오분자기 맛보다는 추억의 마가린 맛으로 먹는 돌솥밥
    이런 음식은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리 것 같습니다.
    마가린이 싫으면 넣지 않고 양념장으로만 비벼 먹어도 되지만, 재료의 양이 그렇게 푸짐한 느낌은 아니어서 심심한 돌솥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오는 찬들은 정갈한 편입니다. 오분자기 맛은 별다른 점이 없고 전복의 식감과 비슷합니다. 썰어진 조각을 보고 전복이니 오분자기니 구별하는 것도
    사실상 힘들고요. 맛도 구별이 안 됩니다. 그냥 제주의 특산물이라는 점에 기대하게 만드는 음식이지 미각적으로 특출난 점보다는 갓 지은 밥과 뜨거운
    돌솥이라는 비주얼에 추억의 맛이 그리운 분들이라면 한 번쯤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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