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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밀면'하면 부산 음식을 떠올리지만, 제주도에서도 밀면으로 소문난 집이 있습니다.
제가 다녀온 하르방 밀면은 분점으로 제주시에 있고, 본점이 있는 모슬포에는 밀면으로 유명한 산방 식당(추후 포스팅 예정)과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모슬포에 자리한 식당들은 주변에 산방산, 송악산 등이 있어 관광객 손님이 많은 데 비해 이곳 제주시에 있는 하르방 밀면은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동네
음식점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관광객보다는 제주 현지인들로 북새통인 곳이고요. 물론 최근엔 입소문 듣고 찾아온 관광객도 많아졌으리라
봅니다만, 역시 관광지가 아닌 동네 아파트 단지이기 때문에 비율 상으로는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맛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하르방 밀면에서 정작 밀면은 개인적으로 입에 안 맞았고, 대신 다른 음식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일단 살펴보겠습니다.
이곳은 제주시 노형동, 어느 아파트 단지에 있는 분식점 분위기의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람들 뒤통수만 보이고 앞이 안 보입니다. 점심시간이 한풀 꺾였는데 뭔 줄이 이리 많을까?
몇 분을 기다리자 앞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줄서고 있던 군중(?)이 하나둘씩 테이블로 들어가고 제 차례도 얼마 안 남았어요. 다들 뭘 시켜나 살펴보니 보말 칼국수 반, 밀면 반입니다.
여기에 식전으로 주문한 찐만두도 자주 보이네요.
밀면과 보말 칼국수가 맛있다는 하르방 밀면, 제주시 노형동
오픈형 주방,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괜스레 눈에 띈다.
일어나서 보면 이렇게 주방이 훤히 보입니다. 이 정도면 깔끔하죠?
하르방 밀면 메뉴판
메뉴는 단출합니다. 가격도 무난한 편.
깔리는 밑반찬 하나
깔리는 밑반찬 둘
반찬은 이것이 전부.
밀면과 보말 칼국수 전용 반찬입니다. 이 집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는 모두 국내산.
왕만두 7개 6,000원
막 쪄서 나온 왕만두는 피가 얇고 속이 꽉 찬 찐만두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두부와 숙주의 비중이 높은 평양 만두와 달리 부추와 돼지고기 비중이 높아 마치 함흥 면옥에서 나올 법한 스타일을 하였습니다.
부추는 일반 부추가 아닌 잎이 넓은 호부추를 사용했다는 게 특징이며 부추 비중은 적고 고기 비중이 높아 맛이 풍부하고 담백한 느낌을 줍니다.
제 생각에 하르방 밀면의 효자 품목은 밀면도 보말 칼국수도 아닌 만두인 것 같습니다.
손님의 주문 유형을 살펴보면 일행이 몇 명이든 만두는 꼭 주문해서 나눠 먹게 됩니다.
주문을 넣으면 만두가 가장 먼저 나오기도 하지만, 식전에 빈속을 달래는 입가심용으로 만두만 한 것도 없기 때문이겠죠. ^^
그래서 식당을 차리면 주메뉴와는 별도로 여러 사람이 나눠 먹기 좋은 애피타이저가 필요한가 봅니다.
부침개나 녹두전 등도 여기에 속하겠지요.
보말 칼국수 6,000원
유부와 김 가루가 고명으로 올린 것을 빼면 여러 가지로 일반 칼국수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국물 색은 보말 내장 때문에 녹색을 띠고 있었고, 미역이 풀어져 있어 바다 향이 농축된 듯한 인상을 주는데요.
전에 울릉도에서 먹은 홍합밥(홍합을 잘게 다져 넣어 간장에 비벼 먹는 밥)에서 어떻게 그윽한 바다 향기를 맡을 수 있겠느냐며 질타를 하였지만,
여기선 확실히 농축된 바다 향기가 느껴집니다. 이유는 보말 내장에서 우러나온 육수가 제법 진하고 보말도 부족하지 않게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보말 칼국수 한 그릇에 들어가는 보말 양이 박하지 않아 좋습니다.
대게 섬 여행을 가게 되면 거기서 채취된 해산물로 만든 죽이나 칼국수, 탕 요리를 맛보게 되는데 그럴 때 마다 가격에 비해 박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제주도를 그런 섬 지역과 똑같이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관광특수를 노리고 장삿 속을 채우려는 그저 그런 집들의 음식과는 가격과 퀄리티
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괜히 현지인들로 북새통일 리는 없겠지요. 이 근방에 먹을 데가 정말 없어서 일리는 만무할 테니 말입니다.
(이 근방에 먹을만한 식당이 은근히 많습니다.)
면발은 고슬고슬한데 찰기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어서 곧잘 끊어집니다.
입이 안 좋은 어르신들에겐 부담 없는 음식이 되겠지만, 쫄깃한 면발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아쉬울 수 있겠어요.
하르방 밀면 5,000원
저는 양념과 합체하기 전에 육수 맛부터 보고 섞는데요. 육수를 보면 허연 기름기가 둥둥 떠있는걸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채반에 걸러도 미처 거르지 못한 기름기가 있기 마련이니 자세히 보면 보입니다.
음식점 설명에는 사골 육수에 감초, 당귀 등 갖가지 한약재를 넣어 한번 더 우려낸 육수와 우리 밀로 차지게 뽑은 쫄깃한 면사리 등 이렇게 설명되어
있는데요. 확실히 한약재 맛이 나기는 합니다만, 육수의 탁도를 보아 100% 사골이 기반으로 된 육수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100% 사골 육수는 탁도가 매우 흐리고 저런 색이 나오지 않으니 100%는 아니지만, 사골(성분)이 들어간 건 맞을 겁니다.
요새는 짠육수에 사골 페이스트를 섞기도 하고 단가를 절약하기 위한 다양한 육수 제조법들이 나와 있으니깐요.
만약 처음부터 사골을 끓여서 한땀 한땀 만들면 밀면 한 그릇에 만원은 받아야 할 겁니다. ^^
어쨌든 한방 스타일이 묻어난 육수여서 몸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약간 부담이랄까요. 육수를 마실 때 한약재 냄새가 다소 거슬리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런 향이 좋아서 하르방 밀면을 찾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라는 것. (저는 산방식당 밀면이 더 좋았음)
면발은 밀면치고 탄력이 매우 좋습니다.
식당 측에서는 우리 밀로 만들었다고 쓰여 있는데 재료도 좋고 쫄깃함이 좋아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만합니다.
돼지고기 수육도 함께
하르방 밀면 찾아오는 길 : 아래 지도 참조
네비주소 : 제주시 노형동 2514-8
문의 : 064-712-5000
주차 : 매장앞 공용 주차장에 가능
#. 보말 칼국수의 진한 국물이 좋은 하르방 밀면
오로지 개인적인 소견입니다만, 밀면보다는 속이 꽉 찬 만두와 보말 칼국수 맛이 중간 이상은 했던 집으로 기억합니다.
특히 보말 칼국수는 보말 양이 각박하게 들어가지 않았으면서도 미역과 함께 어우러진 국물맛이 녹진하면서 구수합니다.
특별히 바다의 진한 향을 좋아한다면 보말 칼국수를 권해 보고요. 이 집은 메뉴구성으로 보아 처음부터 전략을 잘 짠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본문에도 말했지만 만두는 결들임 음식으로 테이블당 한 접시씩 주문하게 만드는 점이 있고, 보말 칼국수와 밀면은 둘 중 하나만 있었을 경우 계절을 많이
타게 되는 단점이 있지만, 둘 다 있어 계절을 탈 수 있는 단점을 거의 보완했다고 봅니다.
여름엔 밀면, 겨울엔 보말 칼국수라는 비율은 있겠지만, 서로 다른 메뉴가 함께 해서 얻는 시너지 효과 + 테이블 회전력이 좋은 집으로 보여서 만약에
소자본으로 창업을 하게 된다면 이런 유형이 매출을 거두기엔 많이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맛과 입소문이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없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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