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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두루치기 하는 집은 많지만, 대부분 이 집이 원조라며 추천하고 있습니다.
서귀포 주민도 애용하고 있지만, 이제는 입소문 듣고 찾아온 관광객이 더 많기도 해요.
이 때문에 한창 식사시간일 때 기다리는 건 기본입니다. 이제는 너무 많이 알려져서 더는 유명해질 것도 없는 소문난 맛집이 되어버렸죠.
메뉴 하나로 제주도를 평정해 버릴 정도로 유명한 집, 두루치기로 유명한 용이식당입니다.
서귀포시 구 시외버스터미널 뒤편에 있는 용이식당
#. 제주식 두루치기는 서울식과 달라
'두루치기'라는 이름은 하나지만, 서울과 제주도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두루치기 문화가 발달하였습니다.
서울에서 돼지 두루치기라 함은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 스타일로 찌개보다는 자박한 국물에 두툼한 돼지고기 들어갔고, 여기에 양파가 단맛을 내
볶음도 찌개도 아닌, 그렇다고 전골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한 형태지만 직장인들의 점심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메뉴가 되었지요.
반면, 제주도에서 두루치기라 함은 양념에 재어 놓은 돼지고기를 철판에 볶다가 무채, 파무침, 콩나물 무침 등을 한꺼번에 엎는(?) 볶음 요리입니다.
그러니 외지 사람들이 서울의 돼지 두루치기를 생각하고 주문했다 이 생소한 음식에 잠시 머뭇거리기도 하죠.^^
어쨌든 두루치기는 제주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 트렌드가 된 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제주시, 서귀포 할 것 없이 두루치기 집들이 많이 생겼으며,
또 어떤 집은 흑돼지 두루치기를 선보이기도 한데, 볶는 방식이라든지 들어가는 재료는 적어도 제주도 내에서는 같습니다.
그런 두루치기 집 중에서도 유난히 시끌벅적한 집이 있으니 바로 용이식당입니다. 여행 책자와 방송에서도 소개된 바 있고, 특히 많은 블로거에 의해
자연스레 전파된 로컬 맛집이지요. 로컬 맛집이니 해당 주민도 애용하지만, 입소문 듣고 찾아온 관광객들도 절반 이상은 차지합니다.
이쯤 되니 그 맛이 궁금할 터, 맛을 보러 갑니다.
메뉴는 두루치기 하나만 취급한다
대부분의 제주 식당들이 그렇듯 어지간한 식재료는 국내산과 제주산을 사용합니다.
중국산을 자주 쓰는 수도권, 서울과는 다른 양상입니다. 제주도를 고립된 섬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국내산 식재료의 사용은 섬이 가지는 특징으로
이런 건 손님으로서 반갑습니다. 두루치기는 1인분에 6,000원. 요즘 물가를 생각해 보면 결코 비싼 가격은 아닐 겁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나오는가가 중요하겠지만 ^^
이 집의 특징이라면 술을 팔지 않는다는 점. 대신 술을 먹고 싶다면 인근 편의점에서 사와도 됩니다. 술잔 달라고 하면 준다네요.^^
어쩌면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술값으로 장사하지 않는 대신 그 손실을 회전율로 메꾸겠다는 심산도 있을 겁니다. 나름 합리적인 방식이죠.
또 다른 특징은 밥이 무한리필 된다는 점. 기본으로 제공되는 공기밥 외에도 양이 부족하면 밥통에 알아서 퍼 드시면 돼요.
두루치기를 조금 남긴 후 밥을 볶아달라면 볶아주십니다. 여기까지가 용이식당의 룰이라면 룰이에요.
저희는 일행이 많아서 3인분씩 두 테이블로 나눠서 주문하였습니다.
두루치기 3인분
가격이 낮은 만큼 고기는 저렴한 부위를 사용하며 냉동입니다.
냉동 돼지고기를 빨간 양념에 버무려 재어놓은 걸 이렇게 올려줍니다.
두루치기를 시키면 이것저것 나옵니다. 소개하자면
쌈 사드실 분을 위한 상추
콩나물 무침, 무채 무침, 겉절이, 마늘과 된장이 제공됩니다.
마늘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는 고기를 볶다가 한꺼번에 투입해 버무리는 식. 마늘도 원한다면 같이 볶기도 합니다.
새콤한 파무침도 쟁반째 들어붓습니다.
공기밥과 된장국
무가 들어간 삼삼한 된장국이네요. 고기 양념은 모르지만, 적어도 이 된장국에선 조미료 맛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짜지 않고 삼삼한 된장국이 괜찮군요. 그런데 무가 들어가서 옛날 군 시절의 짬밥이 생각나는 건 왜인지? ^^
일단 고기부터 볶습니다. 저는 이대로 먹고 싶은데 제주도에 왔으니 제주식으로 따라야겠죠?
된장과 마늘을 제외한 나머지를 들이붓습니다.
그리고 파무침까지 부은 모습이에요.
제주도 어디를 가도 두루치기는 다 이런 식으로 볶아 먹습니다. 서울의 찌개 같은 두루치기와는 개념부터가 다르죠? ^^
흰 쌀 밥 위에다 올려서 먹으면 됩니다.
얼핏 보면 상당히 자극적일 것 같습니다. 서울에는 '콩불'이라는 프랜차이즈가 있는데 이와 비슷한 방식이고요.
강원도 동해시에 가면 '시오야끼'라는 식당이 있는데 역시 비슷한 방식입니다.
콩나물 무침에 파 절임에 무채 무침에 겉절이까지..
고기는 하나인데 양념 된 채소는 무려 네 가지나 들어가니 온갖 양념이 뒤 범벅되었습니다. 어떤 맛인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길게요.
먹으면서 생각이 든 것은 이렇게 양념으로 범벅된 재료들이 들어가도 생각보다 짜지 않았다는 점.
사실 액면가로만 따지면 오합지졸이 돼야 할 맛일 텐데 뜻밖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뭐랄까, 섞어 먹는 문화 + 채소로 푸짐하다는 인상 + 양념 고기 맛
여기에 저렴하다는 인식이 더해져 흰 쌀밥에 어울리는 궁합이 되었습니다. 아까 말한 은은한 된장국이 화끈해진 입안을 달래주기도 하고요.
저렴한데 푸짐한 느낌이 들고, 맛도 무난하니 인기가 있나 봅니다.
제 입맛엔 어땠느냐고요?
사실 가격을 재쳐 놓고 오로지 취향만으로 놓고 본다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사실 두루치기 집을 몇 군데 찾아다녀 봤어요. 제주도의 두루치기 맛을 이해하고 싶기도 했고요.
용이식당, 서문 뒷고기, 명성식당, 그리고 앞으로 맛보게 될 광동식당까지..
방식은 같으나 양념 맛은 식당마다 제각각이었습니다. 명성식당은 조미료를 대 놓고 사용했는데 실제로 조미료 맛도 강했습니다.
"나는 혓바닥이 잼병이라"라고 말하는 분들도 쉽사리 알아차릴 만큼의 강한 향이였죠.
서문 뒷고기도 조미료 맛은 났지만 저에겐 이쪽이 입에 맞았습니다. 용이식당의 두루치기는 뭐랄까, 좀 다른 맛이 느껴집니다.
나쁘게 말하면 뭐 하나가 빠져있는 허전함이랄까요. 그게 만약 조미료였다면, 제 입맛은 경종을 울려야 할 듯. ^^;
라면으로 치면 요즘 유행하는 짜파구리는 싫어하면서도, 쌈장으로 간을 맞춘 라면은 선호하는 이중성. (한때 쌈장 라면 유행했지요.)
그 쌈장 자체가 화학 첨가물이 들어있는 것이므로 짜파구리나 쌈장 라면이나 매한가지일 텐데 말입니다.
용이식당도 들어간 양이 많지 않았을 뿐, 조미료 냄새가 조금 났습니다. 이는 서문 뒷고기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양념 스타일은 서로 간에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제가 요즘 제육볶음에 대해 연구라고 한다면 좀 거창하고, 어떻게 볶아야 더 맛있게 할 수 있나? 라는 명제를 두고 고민했는데요.
처음엔 이것 저것 다 해봤습니다. 김치도 넣어보고, 간장과 고춧가루로 양념을 만들기도 했고, 또 흔하디흔한 고추장으로도 해봤는데요.
결론은 '화력'이더군요. 양념 맛이야 호불호가 갈리니 제쳐 두고서라도 고기는 센 불에 달달 볶고 채소는 물이 안 나오게 해야 하는데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화력이 적잖은 영향을 미치더군요. 그러니 가정의 일반 가스렌지로는 불 맛 나는 제육볶음을 만들기에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시판되고 있는 '불향 내는 스파이스' 이런 걸 사용하지 않는 한 말이지요.
굳이 제육볶음에 비추어 비교하자면..
서문 뒷고기 두루치기는 밖에서 파는 진한 양념의 제육볶음 맛 → 입에 착 감기지만 먹고 나면 양념이 다소 강직했다는 걸 느끼고
용이식당 두루치기는 집에서 만든 제육볶음 맛 → 왜 밖에서 파는 그 맛이 안 날까 고민하게 하는 맛, 대신 자극적이진 않아.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아내를 포함, 일행들은 대부분 용이식당에 한 표를 주네요. 저는 서문뒷고기에 한표를 ^^
제주 용이식당 위치 : 아래 지도 참조
네비주소 : 제주시 서귀포시 천지동 298-8
주차시설 : 매장 앞에 2대, 그 외는 적당히 노상주차
#. 제주 두루치기의 대표격인 용이식당, 그래도 호불호는 있다
어쨌든 사람들은 용이식당의 두루치기를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편입니다.
게 중 호불호가 갈리는 부류(나 같은)가 있지만, 6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앞에선 손님으로서 손해 볼 게 없지요. (참고로 서문 뒷고기는 5천원)
친철도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반응이 제각각이에요. 이 집 리뷰가 수십 개는 족히 됩니다. 그 중 30개 정도 읽어보고 느낀 거지만, 열에 둘은 불친절하다고
평하였습니다. 그렇게 평가한 분들(실은 분개에 가까웠음)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요. 그걸 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 한국 사람은 식당에 들어가는 순간
"손님은 왕처럼 대접해야 한다."라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디 손님에게" 뭐 이런 거죠.
사소한 문제라도 식당 측 행동이 내가 원하는 쪽이 아니라면 "이 집은 불친절하고 싸가지 없어"라며 딱 잘라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런 분들의 시선은 서비스랄 것도 없이 자신을 대하는 종업원의 태도에 무척 예민하다는 것입니다.
종업원의 표정이나 작은 말투 하나로도 확대 해석하는 경향도 있고요. 또 제주도에 익숙지 않은 외지인일 경우 서귀포 사람들이 살짝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표현하는 방법도 좀 다르고요. 일단 사람 많고 저렴한 식당에서는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은 낮추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서귀포 여행을 계획한다면 저렴한 한 끼 식사로 권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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