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선 보기 드문 4천원짜리 닭곰탕(불광동 기사식당, 닭개장)


    ※ 본 업소는 얼마 전 폐업했다고 해요. 착오없으시기 바랍니다.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닭곰탕 한그릇. 닭곰탕과 닭개장을 함께 파는 집이면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럴때마다 개인적으로 맑은 육수를 좋아해 늘 닭곰탕을 시켜 먹었는데요. 요새는 동네에서 닭곰탕 집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루는 차를 끌고 예전에 살던 동네를 지나갔는데 전에는 없던 간판이 보입니다.

    '닭곰탕 4,000원'

    운전중이라 일단은 마음속으로만 찜해 두었는데요. 그 뒤로는 통 갈 일이 없다가 6개월이 지나서야 다녀왔습니다.
    따끈한 닭곰탕 한 그릇이 4천원. 서울에선 보기드문 가격이라 생각하면서 들어가 봅니다.



     

    서울 불광동에 위치한 닭곰탕집(기사식당)

    촬영은 스마트폰으로 했어요. 화질이 많이 안좋아도 양해 부탁합니다.
    이 곳은 불광동에서 은평구청(역촌동 방향)으로 빠지는 도로변입니다. 정식명은 '녹번로'라고 되어 있는데요.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은 불광역이지만
    거리가 좀 있고요. 유동인구라곤 이 지역 거주민들 밖에 없는 외딴(?) 동네입니다.
    하지만 은평구청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다 보니 택시의 유동은 제법 있는 편.
    딱히 기사식당이라는 표기 간판은 없지만 점심시간이면 택시 주차가 많은 걸 보아 기사식당이나 다름없을 것 같습니다.
    이 집의 주력 메뉴는 간판에 크게 써 놓은 것처럼 '닭곰탕 4,000'과 '(특)6,000원. 실내가 어두침침한게 흠인데요. 일단 들어가 봅니다.

    점심시간이라 하기엔 늦은 시간이여서 두어 팀 말곤 손님이 없습니다.
    그 중 한 팀은 외국인 노동자들로 주인 아주머니와의 대화 내용을 보아 몇 번 와본 손님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드시던 메뉴는 의외로 닭개장입니다. 동남아인들에겐 충분히 매울텐데..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했지만 '메뉴를 몰라서 그런건지 늘 닭개장만 시키더라'고 아주머니는 말하시네요.


    메뉴엔 안 써있지만 이 집의 기본 메뉴는 닭곰탕이고요. 그 밖에 여러 메뉴를 팔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니 전부 '닭'과 관련된 메뉴라서 좋은 예감이 듭니다. 닭곰탕이 다른 메뉴들 사이에 곱사리로 껴 있다면 모를까요.
    이 집은 메뉴로 보아 매일같이 생닭을 소비해야 하기에 식재료의 신성함도 보장이 되겠고, 또 닭육수를 뽑아야만 하는 음식이므로 이런 메뉴 구성은
    손님으로서 반갑습니다. 여기서 저는 닭곰탕(특)을 주문했고 아내는 닭곰탕 일반을 주문해 봅니다.


    주문하자마자 나오는 건 잘 익은 김치로 칼국수에 어울릴 법한 외형을 지녔네요.
    김치는 국내산이라 되어 있고요. 미리 썰어져 나와 먹을 만큼만 접시에 덜면 됩니다.
    맛은 겉절이도 신김치도 아닌 적당히 익은 김치고 배춧잎의 아삭함도 살아있습니다. 닭곰탕에 잘 어울리는 김치맛이네요.
    다만 김치의 달짝한 맛은 여느 칼국수 집 김치보다 더 한 편입니다.


    무우짠지입니다. 저에겐 추억의 도시락 반찬인데 오랜만에 먹어봅니다.
    그런데 이것도 약간 달짝한 편입니다. 생각보다 짜지 않아 부담없이 먹을 수 있고요.
    짜지 않아 계속 먹다보니 다시마 조각이 여럿 나왔습니다. 단맛이 나는 것도 이 다시마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기성품이 아닌 직접 달여서 만든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가게 외관상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런 짠지맛은 기대 이상이네요.
    하지만 옆 테이블 치우는 모습에서 저는 짠지의 재활용 가능성을 보았습니다.(들어 붓지 않고 그대로 수거해 가더군요.)
    지금 2인 테이블에 나온 짠지 양도 이렇게 많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는데요. 재활용이 아니였기를 바래봅니다.


    닭곰탕에 넣어 먹는 다데기 양념이고요.


    보통 닭곰탕이나 닭개장은 밥에 말아먹기 일쑨데.. 국밥용 밥 치고 흑미에 콩까지 넣었다는 것은 의외입니다.
    시간도 시간인지라 갓 지은 밥은 아니고 여느 식당처럼 미리 담아둔 것이지만 4천원짜리 메뉴에 나온 밥치고는 신경쓴 흔적이 보이네요.



    닭곰탕 4,000원

    뚝배기에 팔팔 끓여져서 나온 닭곰탕입니다. 이 집 스타일은 설렁탕처럼 소면이 들었네요. 부추로 파쏭쏭을 대신했고요.
    4천원짜리라서 크게 기대는 안했는데 닭고기살이 푸짐하게 들어가진 않아도 먹을만큼은 들어갔습니다.



    닭곰탕을 끓이다 보면 기름이 많이 나옵니다. 그런걸 잘 걷어줘야 국물맛이 깔끔한데요.
    이 집 닭곰탕 맛은 그런 점에서 충실합니다. 육수의 탁도는 그렇게 맑지 않아요. 개운한 맛 보다는 진한맛입니다.


    닭곰탕(특) 6,000원

    (특)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양은 4천원짜리보다 더 많습니다. 닭고기 살도 푸짐하게 들어갔고요.
    저는 이런 류의 음식을 먹을 때 밥에 잘 말아먹지 않습니다. 이유는 맛에 집중하고 싶어서 입니다.
    일단 밥을 말게 되면 국물이 혼탁해 집니다. 국물이 혼탁해지면 고유의 육수맛에 집중하기가 힘들겠지요.
    공기밥은 반 정도 먹다가 말고, 다데기도 그때가 되어야 투입하는데 이건 오로지 제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첫 수저를 떠보는데 이미 밑간이 되어져 나온 상태입니다. 거기서 약간의 인공적인 맛이 느껴지긴 했지만 과하진 않습니다.(맛소금일리는 없겠지만)
    옆에 소금이 따로 있지만 간은 이것으로 충분해서 따로 맞추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닭곰탕류는 간을 하지 않았으면 좋을 뻔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닭곰탕과 삼계탕은 한 끝 차이의 음식입니다. 삼계탕을 끓인 국물이나 닭곰탕 국물이나 크게 다르지 않는데요.
    차이가 있다면 닭곰탕은 닭고기를 손으로 일일이 찢어 밑간(소금+참기름등)으로 조물조물 무쳐서 넣고 거기에 육수를 부어낸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손이 많이 가지요. 그래서 닭살의 찟긴 형태를 보면 손으로 직접 찢은건지 아니면 기성품을 사용했는지 어느정도 짐작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먹다보니 아주 작은 뼛조각이 한 두개 나왔습니다. 아내가 먹은 것도 마찬가지고요. 크기는 새끼 손톱보다도 작은데요.
    이런건 자칫 위험할 수 있습니다. 멋 모르고 씹다가 앞니가 나갈 수도 있고요. 먹다보면 신경이 쓰일 수 있는 부분입니다.
    크기가 아예 큰 뼈다귀라면 상관없는데 이런 뼛조각은 식당측에서 살을 발라낼 때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불광동 기사식당, 진닭곰탕집 위치 : 아래 지도 참조
    네비주소 : 서울 은평구 녹번동 29-137
    주차 : 가게 앞과 대로변에 주차 가능

    맛이 괜찮아서 2인분을 포장해 갔는데 역시 닭곰탕이다보니 다음날 재탕해서 먹으니깐 그때부턴 냄새가 나더군요.
    닭곰탕은 포장도 되니깐 참고하시고요. 재탕은 비추, 한끼 분량만 포장하시길 바라며 식당에서 먹은 건 가격대비 훌륭합니다.
    다만 식당 내부는 분위기가 좀 어수선합니다. 벽지에 다닥다닥 붙은 불필요한 포스터는 좀 걷어내시고 조명을 좀 더 밝게 한다면 보다 좋은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친절하시고요. 굳이 멀리서 찾아와 드실 필요는 없지만 근방에 지나칠 일이 있다면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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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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