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색 레스토랑 UFO, 흑돼지 스테이크와 파인애플 볶음밥


    애월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눈에 띄는 건물 하나가 보이는데 생뚱맞게도 UFO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근처에서 살펴보면 레스토랑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이런 해안가에 위치한 특수 모양의 레스토랑들.
    따지고 보면 정동진의 그런 것들과 다를 게 없는, 그닥 실속있는 레스토랑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다만 딱딱한 의자에서 밥만 먹고 나갔던 그간의 음식점과는 달리 편안하게 쉬면서 식사할 수 있다는 점과 아늑한 분위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한번즘 가 볼만 하다고 생각은 되고요 대신 이런 곳은 음식의 질이나 가격적인 메리트에서 기대를 접어야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일단은 들어가서 실험 대상을 자초해 봅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날도 급격히 추워지니 이 밤에 식당찾아 삼만리했다 감기 들리는 것 보단 나을테니깐요. ^^; 

     

    흑돼지 스테이크를 취급한다는 애월의 한 레스토랑

    밤이라서 잘 안보이지만, 뒤쪽엔 바다가 있으며 야자수가 있는 테라스는 나름 운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때는 비수기여서 손님도 별로 없고 대체적으로 썰렁해요.


    입구로 들어가기 전에 UFO 모양의 건물을 둘러봅니다만,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쌩뚱맞다는 생각밖엔 안듭니다.
    UFO 모양의 건물. 아름다운 해변과 야자수와는 그닥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란 생각입니다.


    흑돼지 스테이크를 취급한다는 레스토랑 내부

    아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다시 촬영해 봅니다.
    밖엔 비가 제법 내리고 있고, 인기척 하나 없는 유령 마을 같았는데요. 안으로 들어오니 몇 팀이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UFO 레스토랑 메뉴판


    메뉴는 대략 이 정도. 제 기억으로는 따로 부가세를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와인숙성이라지만 어쨌든 돈가스가 15,000원은 좀 비싼 느낌. 수제함박스테이크가 28,000 역시 비싼 느낌.
    보말죽과 크림 리조또는 서울의 레스토랑 가격과 비슷한 수준. 파인애플 볶음밥은 15,000원 느낌인데 18,000원 이어서 역시 비싼 느낌.
    여기서 저는 흑돼지 스테이크(20,000원)과 파인애플 볶음밥(18,000원)을 주문해 봅니다.


    식전으로 빵과 수프

    수프에 후추를 너무 많이 뿌려서 살짝 걷어내고 먹었어요.
    수프는 다소 걸직하니 오뚜X 3분 수프로 만들 법한 인스턴트한 수프였고, 빵도 평범합니다.
    여기까지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움.


    국내산 김치

    피클

    피클은 기성품이 아닌 직접 담가서 사용하는 것으로 보여요. 
    맛은 깔끔하고 채소의 아삭한 질감이 살아 있어 피클은 좋은 인상을 줍니다.


    파인애플 볶음밥(18,000원)

    통 파인애플이라는 화려한 옷으로 치장되어 나왔지만, 그래봐야 결국 볶음밥이기 때문에 가격이 세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어요.
    시각적인 부분에서는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파인애플 용기를 빼고도 브로컬리, 파프리카등을 통해 색을 냈습니다.


    기대하지 않아서 그런지 내용물은 기대 이상.
    보통 관광지 레스토랑에서 볶음밥이란 게 손톱만한 알새우 몇 개 넣고 생색 내곤 하는데, 이 집 새우살은 크기가 꽤 실한 칵테일 새우가 제법 들었어요.
    가격이 좀 세다는 걸 빼면 무난한 선택입니다.


    파인애플 볶음밥을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파인애플. 원래 두 개가 나오는 걸까요?
    예를들어 두 사람이 둘 다 파인애플 볶음밥을 주문하면 총 4개가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제 예상은 그래도 2개가 나올 것 같은데요.
    사람은 둘인데 하나만 줄 순 없으니깐 두 개를 내었다면 손님을 위한 작은 배려로 생각됩니다.


    주문한 흑돼지 스테이크가 나오고.


    흑돼지 스테이크 20,000원

    샐러드에 구운 단호박과 마늘, 브로컬리등이 가니쉬로 올려졌고 흑돼지 스테이크는 그릴 자국이 선명합니다.
    주문하고 난 뒤 약 15분 정도 걸렸는데요. 주문을 받으면 석쇠에 직접 구워서 내기 때문에 약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시중의 식당에서 파는 흑돼지 부위는 특수부위를 제외하면, 보통 오겹살이 가장 비싸고 그 다음이 목살, 전지(앞다리)순으로 이어지는데, 이 흑돼지
    스테이크는 목살 부위 중 기름 부분을 떼어내어 구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너무 과하거나 모자르지 않는 적당한 굽기가 흑돼지 스테이크의 풍미를 살렸다

    돼지고기이므로 미디엄이나 웰던과 같은 굽기 옵션은 당연히 없습니다. 적당히 익혀져 나올 수 밖에 없는데요.
    이렇게 두께가 있는 돼지고기를 타지 않게 속까지 구우려면 석쇠를 통한 직화로는 무리이고, 오븐을 사용했을 겁니다.
    그러니깐 처음 초벌은 석쇠에다 하는데 그릴 자국을 낼 용도로만 앞 뒷면을 굽고, 나머진 오븐에서 차차 익히는 방식을 사용했으리라 봅니다.
    이는 오븐 온도와 굽는 시간만 잘 짜여져 있다면 충분히 속까지 익힐 수 있으니까요. 
    가정에서 이걸 해 드신다면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두께를 가진 돼지고기 스테이크는 쇠고기와 마찬가지로 육즙이 남아 있는 촉촉한 상태가 되는 것이 관건인데 이를 조절하기란 처음부터 쉽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너무 바짝 익히면 살은 퍽퍽해지며 육즙은 날아가 버리고, 또 너무 설 익으면 돼지고기는 못 먹으니까요.
    그 적당선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곳의 흑돼지 스테이크는 기대 이상의 질감과 맛을 가지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가장 후한 점수를 주고 
    싶었던 것은 소스인데요. 처음부터 스테이크 위에 소스를 뿌린 게 아닌 찍어 먹을 수 있도록 작은 용기에 담은 것과 발사믹 식초를 베이스로 한
    이 소스 맛이 흑돼지 스테이크와 상당히 어울렸습니다. TGI 같은 페밀리 레스토랑에서 립을 시키면 '잭 다니엘'이란 소스가 나오지요.
    위스키와 카라멜을 블랜딩하여 달달하게 만든 소스인데, 이 집 소스는 발사믹을 베이스로 하지만 잭 다니엘 느낌이 많이 났던 건 인상적.


    후식은 평범한 원두 커피


    이색 레스토랑 UFO 찾아오는 길 : 아래 지도 참조
    네비주소 :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 505
    전화문의 : 070-4042-4027
    주차 : 여러대 가능

    뭐 딱히 추천할 만한 맛집이라고 하기엔 여러가지 면에서 망설여집니다. 왜냐하면 이런 해안가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고객층은 따로 있거든요.
    그렇다고 젊은 연인들이 이용하는 레스토랑인가? 그것도 아닙니다. 제주도에 비싸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얼마나 많은데 ^^
    한 번 밖에 방문을 안해봐서 쉽게 단정 짓기는 힘들지만, 그냥 해안가 도로에 위치하니 오며가며 차 한잔 할 수 있는 집이에요.
    일부러 찾아가서 먹을 정도로 가성비가 좋은 곳은 아닙니다만, 기대를 안해서 그런가요? 흑돼지 스테이크는 완성도가 상당한 수준입니다.
    다만 남성이 먹기엔 양이 적다는 게 흠이고요. 파인애플 볶음밥도 무난한 선택이지만, 가격이 조금 세다는 건 흠입니다. 
    혹시 이 곳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면 메뉴를 고를 때 참고가 되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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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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