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소식은 잠시 동안 접어두고 오늘은 심야식당을 연상케 하는 안국동의 운치있는 골목길
맛집을 소개할까 합니다. 사실 맛집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요. 그냥 안주가 맛있고 독특할 뿐.
게다가 이 근방은 안국동이라는 땅값 비싼 자리여서 타 지역과 물가를 비교하면 가격대 성능비
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서울 한복판인 만큼 물가를 감안하시고 봐 주십시요.
그리고 작고 아기자기한 가게에서 생크림 생맥주와 리얼 새우깡에 하루의 피로를 풀고 싶으시다
면 조심스레 추천해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로 나와 몇 미터 직진하다보면 이렇게 사람 한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좁은 골목길이 빼꼼히 보입니다.
들어오는 도중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과 마주치면 다소 난감합니다. ^^;
덩치가 크신 분들은 도로 나갔다 오셔야 하고, 얄상하신 분은 벽쪽으로 몸을 틀어 밀착 시켜줘야만 서로 지나갈 수 있는 그런 골목길입니다.
그렇게 20여m를 통과하게 되면..
난데없이 요런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어둡고 좁은 터널을 통과하자 밝은 세상이 나온 느낌과 비견될 만큼 왁자지껄한 노천 스타일의 분위기지요.
젊은 사람보다는 주로 연로하신 분들이 홍어와 막걸리로 한잔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 곧바로 뒤를 돌아보면..
방금전 통과했던 좁은 골목길 옆에 스토구라는 간판이 나옵니다. 처음엔 퍼즐류인 스도쿠인줄 알고 왜 하필 스도쿠지?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STO9"로군요.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게가 작고 매우 비좁습니다.
실내에 들어서니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데 제 기억으로는 테이블이 4갠가 5갠가 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거기에 일하시는 분은 사장님을 포함하여 단 2명.
정말 조촐한 술집입니다. 제가 찾았을 땐 테이블이 다 찼답니다. 그래서 보시는 것처럼 입구에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마련해 줬지요.
처음엔 이 자리도 나름 운치있는 게 좋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자리는 영 못쓰겠더군요.
보다시피 테이블 옆쪽에는 재털이가 있습니다.
저 재털이는 이 근방의 술집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건지는 몰라도 이 자리는 애연가들이 사랑하는 자리였던 것입니다.
잊을만 하면 앞 술집, 옆 술집에서 한분씩 튀어나와 전화통화를 하며 담배를 피는 자리인데요. 저희부부처럼 담배를 안피는 분들에겐 심히 괴로울 수 있는
자리라는 점입니다. 나중에 실내에 테이블이 비어 자리를 옮겼지만 그 이전까지는 매쾌한 담배 연기를 안주삼으며 고개를 틀고 있어야 합니다.
참고하시고요.
메뉴는 약간 퓨전틱한 일본식 안주들.
가격은 인사동 답게 그리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직장인들에게 문제될 만한 가격도 아니겠지요.
맨위에 적힌 숙성 사시미는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한답니다. 저도 맛보고 싶었는데 미리 숙성해 놓은 게 없어 주문할 수 없었고요.
이 집에서 가장 유명한건 새우깡입니다. 우선 그것을 주문.
이 집에서 사케 한팩과 안주 2~3가지를 시키면 수표 한장이 깨지겠군요. ^^;
저희는 가볍게 한잔 할 생각으로 왔기 때문에 이 집에서 나름 정평나 있다는 생크림 생맥주를 시켜봅니다.
일전에 아내가 이 집에서 동기 모임을 했는데 그때 맛봤던 이 생크림 생맥주가 아주 각별했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생크림 생맥주 3,500원
안국동 물가치고 이 정도면 괜찮죠?
정확한 용량은 모르지만 일단 500cc는 아니고 그래봐야 300~350cc 정도 될란가 모르겠습니다.
대신 생크림이 독특하다는 점이 메리트인데 일단 한잔 마셔본 결과 크림이 지나치게 부드러워 여기서 오는 느낌이 독특하긴 하네요.
어떻게 보면 살짝 쫀뜩한 느낌도 있습니다. 크림은 금방 꺼져버리니 첫 모금은 나올 때 빨리 마셔주는 게 포인트.
하지만 2~3모금에 저 독특하고 풍미있는 크림은 사라질테니 그 뒤론 지극히 평범한 맥주맛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다시말해 하우스 맥주가 아니라는 것. 혹시나가 역시나가 된 것은 가게 한구석에 쌓여 있는 MAX를 발견했을 때 입니다. ^^;
그렇다 하더라도 생크림을 내어 올리는 공법(?)은 충분히 발군이라 할 만 합니다.
리얼 새우깡 9,000원
처음 이 접시를 받았을 때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은 제가 낚시할 때 사용하던 '밑밥'입니다.
그 밑밥이 햇빛에 달라 붙으면 누렇게 변색이 되는데 의외로 닮았네요. ^^;
이것은 주로 사용하는 낚시 미끼인 '크릴'인데요.
주로 남극해에서 잡히는 크릴은 엄밀히 말하면 새우가 아닌 동물성 플랑크톤이지만 미묘하게 닮았죠? ^^
그런데 리얼 새우깡은 민물새우를 튀겨낸다고 합니다. 또 그렇게 말하니깐 생각나는 게 있는데요.
죄송하지만 이번에도 낚시 미끼가 생각났습니다. ^^;
이것도 활 민물새우로 주로 가을에 감성돔 낚시용으로 자주 써오던 미끼거든요.
민물새우도 종류가 있겠지만 어쩌면 튀겨낸 새우가 이 새우일지도 모른다는 건 엉뚱한 발상일까요? ^^
하여간 리얼 새우깡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여러가지를 연상케 해 줍니다.
그렇다면 실제 맛은 어떨까?
곁들인 소스는 소금이 유일.
알갱이 입자를 보니 일반 소금은 아니고 토판염이나 구은 소금 정도 되어 보이는데 입자가 고와 이런 새우를 찍어 먹기에 어울립니다.
맛은 이름 그대로 리얼 새우깡 맛이 나네요. 바삭하고 고소하고 짭짜름하기까지..
단순히 민물새우를 튀겨냈을 뿐인데 튀김 기술이 좋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덜 느끼하고 한번 먹으면 멈출 수 없는 묘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튀겨진 표면의 색이 밝은 건 아무래도 기름과 관련이 있겠지요.
하루종일 영업하는 가게가 아니니 시커먼 기름으로 튀겨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돼지숙주볶음 15,000원
이 날 맥주는 저녁식사 대용이라 새우깡으로는 허전하여 추가로 시켜 본 안주입니다.
그런데 돼지숙주볶음은 개인적으로 가격대비 좋은 점수를 주기가 힘듭니다.
오로지 주관적인 관점에서 평가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일단 양념은 간의 세기도 적당하고 입에 착 감기는 맛이여서 매우 좋습니다.
숙주나 피망도 아삭거리는 질감이 살아 있어 갓 볶아낸 볶음요리임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메인이 되는 돼지고기는 누린내가 나고 들어간 양도 각박한 편.
돼지고기는 술집에서 대부분 사용하는 그런 식재료입니다. 냉동이고 대패 삼겹살처럼 얇게 썰어낸 걸 사용하는데요.
차라리 수입산이더라도 살코기 많고 단가도 저렴한 다리살을 조금 풍성하게 넣어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찾아가는 길은 본문 아래 지도 참조(안국역 6번 출구에서 3분 거리입니다.)
이 근방은 주차가 어렵습니다. 근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세요.
스토구(STO9) 총평
두 가지 안주만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평하기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우선 돼지숙주볶음은 양념맛이 좋지만 돼지고기 누린내와 각박한 양으로 보아 가격대 성능비는 떨어지는 편.
제 생각엔 주머니 여유가 있으시다면 사케를 한팩 주문하시고 타코와사비(평가가 엇갈리나 대체적으로 호평)를 포함해 2~3가지 안주를 여럿이 시켜
드시면 괜찮을 것 같고, 두분이 오실 것 같으면 그냥 이 집의 간판 메뉴인 생크림 맥주 두어잔에 새우깡으로 입가심하기에 괜찮습니다.
전자는 1차를, 후자는 2차로 가볍게 목을 축이는 정도면 무난하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
<<더보기>>
전복라면 이렇게 팔아서 남아요?
밴댕이 회무침과 돌게장이 끝내주는 맛집
울릉도 3대 별미중 하나인 홍합밥, 정말 맛있을까?
[밴프맛집] 태국음식 레스토랑, 타이앤그릴(Thai & Grill)
메뉴 하나로 하루 4시간 장사하고 문 닫는 집
'생활 정보 > 식당 비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월맛집] 떼부네 아저씨(일본 라멘집) (54) | 2012.10.20 |
---|---|
[애월맛집] 현지인만 이용, 6천원에 진짜 돼지갈비를 파는 고깃집 (80) | 2012.10.06 |
제주도서 맛 본 3천원짜리 토스트, 해도 너무해 (122) | 2012.09.30 |
[애월맛집] 제주도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흑돼지 전문점, 어사촌 도야지 (63) | 2012.09.29 |
[전주 중앙동 맛집] 60년 전통의 군만두로 유명한 일품향 (50) | 2012.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