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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포면옥은 평양냉면 마니아라면 누구나 알 만한 곳.
평양면옥, 우래옥, 필동면옥, 을지면옥과 함께 평양냉면가에서 빠지면 서운할 만한 냉면 집이기도 하지요.
사실 저는 이 집을 안 지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지인이 권유해 다녀왔는데요.
since1975년이 말해주는 전통에 비해 예상했던 평양냉면 맛과는 거리가 있어 조금 갸우뚱 하였습니다.
북한산사락에 자리한 만포면옥(본점)
만포면옥 메뉴판
주문하자 마자 육수가 나오고
양지머리로 삶은 것으로 추정되는 진한 육수가 나옵니다.
육수의 탁도, 색깔, 풍미까지 대중의 시선과 입맛을 잡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그 말은 반대로 집에서 육수를 끓이면 저런 맛이 안 나온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진한 육수의 풍미는 몇 모금을 더 마시면서 입 안에 남는 개운치 못함에 손을 놓았습니다.
새콤한 깍두기
개운한 맛의 백김치
갈비탕 9,000원
일행 중 한 분이 갈비탕을 시켰길래 한 컷 찍어봤습니다.
먹어보지 못했으므로 코멘트는 생략.
만포면옥의 비빔냉면 9,000원
첫 인상은 의외였습니다.
꾸미에 적잖은 신경을 쓰며 다른 냉면과 '격'을 두고 있는 전통의 평양냉면집들과 달리 만포면옥의 꾸미는 스타일이 다릅니다.
생각했던 것 보다 양이 많아 보이는 면발의 높이가 제법 커서 그 위에 차곡차곡 쌓기란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양념은 자극적임만을 추구하거나 혹은 조미료로 적당히 맛을 내자는 의도가 없어 보이는 내공이 느껴집니다만, 분식집 냉면 맛에 길들여진 분들에게는
무척 아쉽게 다가올지도 모를 맛입니다. 이유는 단맛(정확히 말하면 설탕맛)이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
만포면옥이 자랑하는 평양냉면 9,000원
음식은 첫 인상도 상당히 중요하지요.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각국의 누들 요리들 중 화려함과는 가장 동떨어진, 순박하다 못해 초라해 보이기까지할 정도로 디스플레이에 비중을 두지
않는 음식이 바로 한국의 냉면과 잔치국수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도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이 나왔는데, 뭐 그것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냉면의 세계화를
안고 갔을 때 해야 할 고민으로 보이고요. 중요한 건 역시 '기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냉면도 꾸미의 방식이 비빔냉면과 같습니다. 면과 꾸미를 놓고 그대로 냉면 육수를 부어서 낸 것으로 서빙하다 꾸미가 굴러떨어진 건 아닙니다.
제법 양이 느껴지는 면발 위에 꾸미를 쌓기도 그래서 그냥 옆으로 내린 것으로 보이는데요.
언뜻 보면 굴러 떨어진 것처럼 보일 정도로 단정함과는 거리가 있는 꾸미입니다.
면발은 서로 엉겨붙어 찐득합니다. 이것을 잘 풀어해치기 위해서는 젓가락을 쥔 손가락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입니다.
평양냉면의 가장 큰 특징이 메밀로 만든 면발입니다. 메밀면은 조금이라도 공기중에 노출되면 수분이 날아가 저렇게 영거붙는 걸로 아는데요.
이는 식사 시간을 피해 식당이 무척 한가로운 때 찾은 탓도 한몫 할 것입니다. 다시말해, 손님이 많고 테이블 회전이 팍팍 돌아가는 상황에서라면 면발이
마를 새가 없겠지요.
흐트러진 꾸미는 스타일의 차이이고, 말라붙은 면발은 시간대를 잘못 선택한 손님의 탓이라고 한다면 그릇에 반도 안되는 각박한 양의 육수는 냉면을
대면하자마자 인상을 구기게 만든 일등 공신입니다.
"물냉면인데 자박하게 담긴 육수"
여기서 육수를 몇 숟가락만 더 퍼내면 비빔냉면 수준이 될 것 같은 각박한 양.
한껏 젓가락에다 힘줘서 면발을 풀었더만 막상 말아서 먹어보니 육수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물론 추가로 요청하면 작은 그릇에 냉육수를 갖다주기는
합니다만, 그렇게 해서 양을 맞추면 되지 않느냐라는 문제가 아닌, 손님 상에 내는 '냉면의 기본'에 관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추가로 육수를 요청하자 작은 사발에다 담아준다.
만포면옥 위치 : 본문 아래 지도 참조
네비주소 :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 96-12
주차 : 가능
#. 냉면에 식초맛이 강하게 나는 이유
전통의 평양냉면을 고수한다는 만포면옥의 육수는 다른 평양냉면가와 달리 '산미'가 상당히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식초와 겨자는 손님 취향에 따라 추가로 넣어 먹지만, 이미 그 전에 냉면 육수에서는 식초가 상당양 가미되기도 합니다.
조미료 범벅인 분식집 냉면 육수의 개운치 못한 맛을 잡아주기에는 식초만큼 좋은 재료가 없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만포면옥의 냉면 육수에서 식초맛이 강하게 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봅니다.
평양냉면은 그 특징이 분명하지만, 집집마다 제조법 달라 같은 평양냉면가라 해도 저마다 맛과 개성이 존재합니다.
기본은 양짓머리로 삶은 육수를 바탕으로 하지만, 평양면옥처럼 구수한 메밀 면수를 섞어 자극적이지 않은 은은한(사람에 따라 밍밍하기도) 육수를
내기도 하고요. 반면에 이 집 육수는 양짓머리로 고은 육수에 동치미 육수를 섞어 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먹는 일반적인 동치미
라기 보다는 냉면 육수용에 맞게 만든 국물 동치미일 것입니다. 그것을 양짓머리 육수와 함께 적절한 비율로 섞어 내 개운한 맛을 낸다는 게 바로 이 집
냉면의 특징이지요. 그러나 지나치게 강한 산미는 육수에 대한 감흥을 죽입니다.
동치미 육수 함량에 변화가 있었던 탓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동치미는 11월~12월, 초겨울에 담아야 제맛을 내는 음식으로 실온에서의 숙성기간은 5~7일 가량. 이후에는 김치냉장고와 독에 넣고 보관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관했다 해도 이듬해 봄이 되면 발효 때문에 산미가 지나치게 높아진다는게 문제입니다.
만약에 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섞는 비율이 계절과 상관없이 일정하다면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봅니다.
동치미 육수를 그때그때 담아낸다면 산미를 내는 원인이 다른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기에는 유지하기 힘든 식자재 물가, 여기에
조미료의 융화작용으로 인해 짜고 맵고 단 음식에 익숙해진 소비자 입맛에 맞추고 레시피의 간소화내지 편리성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전통은 무너지기
마련이겠지요. 어느 쪽인지는 식당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산미가 강한 육수는 비록 그것이 동치미 육수를 섞었다 할지라도 선호하지 않는데요.
반대로 그것이 주는 개운함에 찾는 손님들도 많습니다. 그것이 만포면옥의 냉면 맛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죠.
6월에 맛 본 이 집 냉면 맛은 여러가지로 아쉬웠다는 게 함께 온 일행의 소감이었습니다. 말씀드린대로 산미가 강해져 버린 동치미 육수 때문이라면
겨울에 먹는 냉면 맛과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만약에 그런 이유라면 겨울에 재방문을 기약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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